아직도 조금 떨리고 긴장 되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 우지호가 언제 사실을 알고 내 의자를 뒤에서 걷어 찰지 몰라. 언제든지 추하지 않게 떨어질 수 있도록 자세를 잡고 다시 도도한척 눈을 내리 깔고 메가 슽어딩 고난도 N제를 풀었다. 요즘 자꾸 엉뚱한데 신경쓰니까 안풀려서 여기 저기 다른 걸 풀어봐도 똑같이 안풀린다. 이번에 고등학교 첫 내신인데.. 수1이랑 상,하쌤이 신신당부를 했는데...어렵다고....
우리학교는 공부도 별로 못하는 주제에 시대를 앞서나가서 일학년은 수학 상하만 배우면 되는데 수1까지 배우고 문이과 공통 사회, 공통 과학을 세분화해서 가르친다. 그 덕에 죽어나는 건 우리. 교장이 디지몬 어드벤쳐를 쳐보나 정글의 법칙을 쳐보나 모험심이 아주 많아서 죽겠다. 대머리들을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그 대머리 새끼 이마에 라이터로 불을 지펴주고 싶다. 개기름이 흐르니까 활활 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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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호는 무사히 넘긴 거 같다. 점심시간에도 자고 정규수업 끝까지 잔다. 마주칠 일은 없겠어. 보충은 오늘도 안할껀지 잠에서 깨서 대충 마른세수를 하는 우지호의 피부가 좋다. 미남은 잠꾸러기라더니 코가 반짝반짝거리는게 꿀피부다. 아주
그래. 체육창고를 혼자 청소하게 된게 기쁘지만 슬프다. 먼지구덩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볼까? 그래도 우지호가 먼지구덩이에서 찢어진 눈으로 날 쳐다봤다면 나도 먼지처럼 탈탈 털렸을꺼야..
물걸레랑 빗자루 까지 나 혼자 해야 해서 낑낑대며 청소도구를 들고 가는데 표지훈이 또 쳐웃는다. 도와주지도 않고 쳐웃는데 쓰레받기나 물걸레 둘중 하나를 저 앞니에 박고 싶다. 내 표정이 썩어가는 건 보이지도 않는거 같으니 웃는거 우는거 구별 못하는 싸이코패스가 따로 없다.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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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창고까지 낑낑대며 쓰레받기며 빗자루, 물걸레 먼지털이까지 안고 뒤뚱뒤뚱 걸어갔다. 어, 문이 열려있네- 뭐지? 체육쌤한테 열쇠 받아왔는데. 전에 체육한 반이 놓고 갔나. 형광등도 하나만 켜져있고 희미하다. 어두운 와중에 매트리스 쪽에 귀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내가 쫌 귀신 이런거 끼가 있다. 영적으로랄까? 가위도 잘 눌리고 그러는거 보면 신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할것같다.
"우ㅇ으ㅓ어!!!!!!!1"
매트릭스에 누워 있던건 귀신이 아니라 귀신보다 더 무서운 우지호였다.
신병주의가 아니라 ※ 우지호 주의 ※
왠지 평소보다 위험한 기운이 더 크다 싶더니 귀신은 무슨 말도 안되게 무서운 우지호다. 넌 내게 저승사자야.. 죽을만큼 멋있는데 날 진짜 죽일꺼 같으니까..
우어어 하는 내 병신 같은 추임새에 우지호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아. 눈 감고 있을 때 여우같고 졸라 섹시했는데, 메모장 켜서 팬픽 쓸 뻔했다.
"..."
"??....??"
그리고 아무말 없이 날 응시한다. 내 옆에 쌓여있는 청소도구들을 보고 다시 나를 보고,
"왜 나 청소냐?"
"으어? 아.. 너 태일이가 추천했어, 교실 사람 모자르다고.."
"씨발.. 상어같은게.."
읊조리는 우지호와 말을 했다는 것에 감격해야 할지 몇대 맞을 실장을 걱정해야 하는 건지 그 와중에 진짜 상어를 닮은 귀여운 실장을 떠올리면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고심끝에 나온 표정은 아주 표지훈같은 새끼나 지을 병신같은 표정이였고 지금 나는 눙무리날꼬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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