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알신 해주시는 그대들이 몇분 더 늘었어요!ㅠ,ㅠ 완전 감동
이 망글을 사랑해주시는 그대들 그 마음이 너무..이쁘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Hㅏ...
♡스릉해여♡
[인피니트/현성] 언밸런스 파트너 下(부제:날라리 법전)
w.규닝
이성열에게 남우현과 사귀게 됐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을 때, 이성열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두 눈만 꿈뻑거리다가 포복절도를 하는 거다. 야 미친! 감격적인 사랑의 결말이네. 처음 보자마자 번쩍 하고 빛이 나셨다면서요. 내가 니네 존나 응원한다. 종총 때 남우현이 너 끌고 나갈 때부터 알아봤다, 임마.
이성열은 아직도 빛난 거 타령이다. 근데 진짠데. 이성열 넌 모르겠지만. 저 놈이 저렇게 쪼개도 부정할 수 없는게, 정말로 빛이 났었으니까.는 개뿔. 그 '빛'이란 건 진실을 가장한 미화일 뿐이다. 사실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남우현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새끼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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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날라리 법전
등교하는 학생들 너머로 지글지글 타오르는 아스팔트를 내려다봤다. 씨팔, 덥다 더워. 덥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더, 훨씬 더. 존트 쎈 형용사가 필요하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는 그 위로 스멀스멀 아지랑이를 피워내고 있었고 사람을 익힐 기세로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은 내 숨을 턱턱 막아댔다. 그저께부터 하복을 입어서 다행이지. 지금도 춘추복을 입고 있었다면 난 아마 저 강렬한 태양에 질식사 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늘에도 못 들어가고 이렇게 개선장군처럼 선도를 서야 하는 날에는.
사실 선도부에 뽑혀 처음으로 교문 지도를 나간 날이었다. 등신처럼 당번을 헷갈려 허둥지둥 도착한 교문에서 먼저 온 선도부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쭈규리가 되어 뒷짐을 지고 섰다. 게다가 난 이 엄청나게 찌는 더위 속에서도 졸음이 밀려 왔더랬다. 항상 이 시간쯤 책상에 엎어져 수업 종이 칠 때까지는 내리 자는 김성규였으니 그 버릇이 어디 가겠냔 말이다. 가까스로 졸음을 참아가며, 선 채로 꾸벅 꾸벅 졸려던 타이밍이었다고 기억한다.
"아!"
순간 확, 하고 밝은 빛이 눈을 덮쳤다. 정신 없는 와중에 당한 일이라 난 무엇인가 따가운 것에 찔린 줄만 알고 화들짝 놀랐다. 뭐,뭐지? 아픈 곳은 없는데. 꿈을 꾼건가?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 똑바로 자세를 잡으려는데, 아까와 같은 확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시팔 이건 따가운 게 아니라 눈부심이잖아.
필시 이건 햇빛이렸다. 존나 내 사촌동생이 하는 짓거리야. 분명 정문 앞을 지나가던 중딩 녀석들이 한 짓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눈이 마주친 건. 등교를 하는 무수한 학생들 사이로 교문 너머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무리들 중 한명이었다. 그 무리는 내 쪽을 보며 봤다, 봤어 거리며 킥킥댔고 단박에 짜증이 오른 내 눈에 띈 건, 그 중에 거울을 들고있는 개새끼. 그게 남우현이었다.
가뜩이나 38도나 되는 열기 속에서 짜증이 오른 상태인데. 불량학생 날라리 주제에 니가 죽여주세요, 하고 용을 쓰는구나. 이런 날엔 옷깃만 스쳐도 폭력 욕구가 오른다는 사실을 저 새끼는 모르나보다. 제 친구들과 같이 거울 가지고 햇빛을 반사해 장난치다 내가 쳐다보니 고개를 홱 돌리고는 킥킥 쪼갠다. 야, 우린 줄 알았나봐. 근데 신기하지 않냐. 저 작은 눈에 햇빛이 들어갈 자리는 있나보다. 미안한데 다 들리거든 날라리들아.
그 때 마침 놈들을 벌주려는 건지 학생주임이 왔다. 그 놈들은 즉시 자세를 바로했고 학생주임 선생님은 가차없이 토끼뜀을 명령했다. 꼴 좋다. 이 날씨에 토끼뜀이나 실컷 뛰고 앰뷸런스에나 실려가라. 나는 특히 나에게 거울 빔을 쏘았던 장본인인 강아지 같이 생긴 놈을 떠올리며 저주를 퍼부었고 다시 그 무리에는 신경을 끄고 선도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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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현의 만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매일같이 걸려서는 토끼뜀을 뛰는 주제에 절대 복장은 고쳐오지 않는 날라리 패거리. 남우현이 그 중 한 명이었다. 그 때 남우현의 복장을 요약해서 설명해보자면, 금방이라도 옷깃을 끌고 전 학년 한 반씩 돌아가면서 그 새끼를 쳐 넣고 이것이 날라리의 표본이다 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줄만 하달까. 남우현은 그만큼 불량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로써 얻은게 하나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공통관계를 형성하게 됐다는 것. 7시 40분부터 8시 10분까지 총 30분. 우리는 하루에 30분을 학교 정문 앞에서 시간을 공유했다. 물론 상날라리와 상모범생이란게 우리의 차이였지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어느날부턴가 남우현은 자기 패거리보다 조금 일찍 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나에게 1대 1로 시비를 걸게 됐다. 나 오늘은 피어싱도 하고 왔는데? 이쁘지 않냐? 유독 열명의 선도부 중에서 내 앞에만 알짱거리던 남우현은 이상하게도 하루하루 범죄 짓거리를 추가하고는 내 앞에 나타났다.
"…병신아. 너 벌점 추가야. 1바퀴 더 돌게 되고 좋네요"
"니가 비밀로 해주면 되지."
"내가 널? 야, 난 천성이 거짓말 못해. 거짓말 하면 지옥가거든?"
"진짜? 나 어떡하냐, 지옥에서 또 지옥가고 또 지옥가고 그 지옥에서 한번 더 지옥가겠다."
"거짓말 안 하면 되지. 아 시끄러워. 너 가서 무릎이나 꿇어."
"까아불고있어. 넌 내가 어디 가서 무릎 꿇을 거 같이 생겼냐?"
"…피어싱 오늘은 비밀로 해 주려고 했는데. 지금 적는다."
"아 왜애ㅡ 왜그래 규형. 내가 너 보여주려고 피어싱 한 건데!"
그럼 가서 조용히 앉아ㅡ. 남우현은 항상 이런 식으로 나와 5분이라도 대화를 시도했다. 놈의 꿍꿍이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단순히 날 괴롭히고 싶었나보다. 24시간 하루 중에 5분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5분은 내 하루 중에 굉장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물론 '짜증'이라는 감정이었지만. 그리고 정확히 5분 정도 후엔 어김없이 남우현 패거리가 찾아왔고 그들은 남우현 옆에 주르륵 무릎을 꿇었다.
남우현이 자꾸 말 거는 통에, 나와 같이 선도 서는 아이들은 나보고 '농땡이 규'라고 불렀다. 불량학생하고 농땡이 치느라 선도도 나몰라라냐고. 아니라고 손사래 쳐 변명해 보지만,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농땡이가 맞다. 자꾸 알짱거리며 내 앞을 막아서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나만 따르는 강아지처럼 귀찮게 구는 녀석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으니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나에게 친절한 학교 안에서 녀석은 유일하게 내가 짜증을 부릴 수 있는 상대였다. 그리고 남우현은 나에게 그만큼 편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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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존나 짱친이 될 거 같지 않냐?"
시원하게 장마가 쏟아지는 8월이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머리도 식힐 겸 밖으로 나와 쭈쭈바를 먹으며 나란히 계단에 앉았다. 어느덧 햇빛은 구름 뒤에 숨고 굵은 장댓비가 폭염을 집어삼킨 듯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었다. 180% 변한 날씨와 같이 우리의 첫만남 때와 또 한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어떻게 하면 학생주임 눈 밖에 날 수 있지? 연구하는 아이처럼 어느 한 곳 안 걸리는 곳이 없던 남우현의 교복이 말끔해졌다. 난 남우현의 난데없는 짱친드립에 웃음이 터졌다. 야, 내가 너 때문에 선도부 설 때 법전을 한 권 썼어. 너는 생양아치고 난 엄친아거든? 짱친은 무슨.
그래도 이 정도면 짱친이거든?ㅡ 내 말투를 따라하며 남우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애써 부정하지 마라, 김성규야. 너랑 같이 공부하려고 독서실까지 끊은 짱친의 마음은 몰라주고 그렇게 섭섭하게 말하면 안돼지."
"독서실 끊으면 뭐하냐, 전교 밑바닥에서 놀면서. 야 뇌세포 옮으니까 떨어져서 앉을래?"
"내 뇌세포 가져가서 나랑 같은 대학 가면 되지."
"미쳤냐? 차라리 내가 너한테 뇌세포 적선 하는 게 나을 듯. 병신아."
그럼 그렇게 하던지ㅡ 남우현이 내 머리통에 자기 머리를 콩 하고 박았다. 순간적으로 가까워진 얼굴에 별 거 없던 마음이 쿵 하고 떨어진 게 느껴졌다. 물론 그 당시에는 몰랐다. 그 순간이 '좋아함'의 첫 시발점인것을. 그저 놀란 가슴을 애써 혼자 가라앉히기 바빴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고 고개를 재빨리 반대쪽으로 돌렸다.
"아, 김성규 머리에 뭐가 들긴 들었나봐? 존나 아파."
"다,닥쳐줄래? 니가 빈 거거든."
"내 법전 쓰느라 머리가 무겁냐?"
"뭐 법전?"
"니가 나에 대해서 책 썼다며. 말 바꾸기는. 어디 읊어봐."
남우현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쭈쭈바를 고쳐 물었다. 남우현의 시선은 아직까지도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는 장맛비를 향했다. 아마 그 순간이 내가 처음으로 잘생기긴 했네.라고 느낀 순간이었을 거다. 시원하고 아득한 분위기가 왠지 녀석이랑 닮았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차피 날라리 법전인데, 읊기는 무슨. 결말만 말해준다."
"결말?"
"…생날라리 새끼한테는 공부가 약이라고. 그래서 내가 너랑 친구해 준거야."
물론 아직 짱친까지는 아니고, 새끼야. 나도 녀석이 웃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