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슙] 관계의 정의 00

[뷔슙] 관계의 정의

 

 편의점 알바를 해 본 사람들 중에서 충실히 알바 '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기가 무심한 얼굴로 턱을 괴어 동그랗게 말아 올라진 제 볼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우스 스크롤 휠을 내리며 인터넷 웹툰 몇 개도 보고, 인터넷 기사도 몇 개 주워 보았다. 심심하고 재미없는 이야깃 거리뿐이었다. 흥미가 제로라는 뜻이다. 누구 하나 죽었느니, 살았느니, 나 살기도 바쁜 와중에 아, 그래 안타깝다, 안됐다- 짧은 탄식하며 오지랖 챙겨 줄 여유가 없다. 이렇게 쫒기는 생활을 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실제로 시도도 해봤고. 근데 웃긴게 수면제 먹다가 체해서 죽을 뻔 했다, 정말. 그나저나 이번 달 월세는 어떡하냐… 온갓 잡다한 생각이 머리 위로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무료한 서핑을 끝내고선 편의점 바닥 걸레질이나 해서 점장님께 예쁨 좀 받을까, 라는 생각으로 종료창을 클릭하고 있을 찰나였다. 뭐야, 메일 왔네. 빨간색으로 깜빡이는 알림창을 클릭했다. 또 광고 메일인가 싶어서 삭제를 하려던 손이 멈춧 했다. 어.

「Dead Game? 뭐야, 이게.」

윤기가 저한테 온 메일을 중얼중얼 읊었다. Start Dead Game 운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는다. 2주에 1번씩 개최되며, 참가했던 사람은 또 참가 가능합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무작위로 총을 쏴서, 맞지 않은 나머지 분들은 상금을 챙겨 가면 됩니다. 상금은 200만원… 윤기는 딱 거기까지 읽고 주변 눈칠 살피며 말 끝을 얼버무렸다. 다행히 새벽반 편의점은 아무도 없다. 그냥 살아남기만 하면 돼? 죽어도 상관은 없고. 몇번이고 메일을 읽은 윤기가 발딱 자리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가서 뒤에 열 세워 꽂혀있던 담배가 우수수 떨어졌다. 아 씨발. 입술을 비죽이며 행여 곽이 구겨질까 깨끔발을 한 채 담배곽을 주섬주섬 주웠다. 흩어진 담배를 제자리에 모두 꼽고선 힐긋 환한 모니터 창을 바라보았다. 거무죽죽한 글자들이 깨알같이 놓인 중에서 유독 Dead 라는 단어만  새빨갛다. 윤기가 느리게 눈을 꿈뻑거리다 책상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펜을 들어 제 자습서 빈 면을 부욱 찢어 급하게 휘갈겨 적었다. 0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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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 라이트 하나 주세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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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없이 연필 끝을 투욱투욱 그렸더니 메일에 쓰여져 있던 장소의 위치와 ​전화번호 주위로 수많은 점들이 찍혀있었다. 손님이 왔었던가. 목덜미를 매만지는 손등을 쳐다보다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축 처진 눈매를 하고서 아무 의미 없는 눈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 쌈박질이라도 했는지 거뭇한 피부에는 생채기가 그득했고 머리는 산발이었고 붕붕 떠서 쓰담아 가라앉게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손가락 끝이 근질거렸지만 주먹을 그러쥐어 하지 않았다. 저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멀뚱히 보기만 하는 내 모습에 결국은 미간을 좁혔다.

​

「말보로 라이트」

​

주세요. 담배 이름까진 정확히 소리내다 부탁 어조는 입모양만 벙긋벙긋해서 손바닥까지 펼쳐 내밀었다. 순번대로라면 신분증 검사다, 뭐다 해야하지만 어차피 새벽반이기도 하고, 알 수 없이 살을 스치는 느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안 그러게 생겨서 담배 되게 독한 거 피네. 힐긋거리며  

 

＊

저번에 익명으로 자살에 관한 뷔슙 올린다는 거 본 적 있으신 분

바로 이거임..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