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w.그라탕
03.
성규는 불운한 아이였을까. 아니면 타고난 아이였을까.
일단 그는 고아였다. 아버지가 없었다. 부재중인 그의 아버지의 성을 따서 '김성규'로 살아온 그는 천재들이 밟는 길만 밟아왔다.
7살에 7개국어를 할수 있었고, 8살때는 TV를 만들수 있었다. 9살 때는 모든 언어학 지식과 수학적 지식을 깨우쳤고, 그렇게 몇년이 지난 후
14살이 되던 해에 그는 세상의 모든 암호를 풀수 있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타고나게 된것은 아마 어머니의 핏줄 때문이였을것이다. 비록 자신의 어머니는 도시문명과 거리가 먼 시골에서 조용히 지내었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세상밖으로 이름을 날린 천재적인 과학자들이였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그녀의 오빠였다.
어느 순간 인간과의 약속을 깨버리고 인간을 거역하게 된 '컴퓨터'라는 존재에 맞서 그녀의 오빠는 '기계형 인간'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을 지켜주었다.
그는 한순간에 영웅이 되어버렸고 흔하디 흔한 과학자라는 수식을 벗어나, 그는 수많은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도 얻지 못한 '박사'란 칭호를 받게 되었다.
그 일은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그 후 많은 과학자들이 그를 존경하고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 한 사람은 당연 성규였다. 비록 자신은 과학자가 아닌 그저 '천재'라는 수식어를 지닌 어린 꼬마였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삼촌을 향한 열렬한 존경이 담겨있었다.
"어머니. 삼촌은 어떤 분이세요?"
15살의 성규는 간단하게 움직이는 로봇 강아지를 만든 후, 자신의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물었다.
"훌륭한 분이시지."
성규가 만든 로봇 강아지를 멍한 촛점으로 바라보며 그녀는 대답했다. 그녀는 알까? 성규가 그녀의 눈빛을 읽어낼수 있다는 것을.
성규는 10살때부터 느꼈다. 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의 가문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의 오빠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다는것을.
또한 자신의 '천재성'도 싫어한다는 것을.
그런 어머니가 싫었다.
아버지도 없이 자신을 키워낸 어머니가 미웠다. 그리고 이런 시골에 사는것도 미웠다.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하지 않는 그녀가 성규는 저주스러웠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규를 평범한 아이로 키우려고 애를 썼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흔하디 흔한 동화책을 가져와 성규의 코앞에 불쑥 내밀기도 했고, 성규가 만든
작은 기계들을 모조리 갖다 버리기도 했다. 심지어 그가 가장 아끼던 그의 비행기 설계도 컬렉션도 모두 불태워버렸다.
그것을 지켜보며 자란 성규의 마음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만 커져갔다.
심지어 성규는 그녀가 자신의 천재성을 질투하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렸고 보란듯이 조그만 로봇들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지금 움직이는 로봇 강아지를 만든 것처럼.
"어머니, 저 삼촌을 만나보고 싶어요. 도시로 가면 안될까요?"
그의 말에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곧 그녀는 곧 바스러질것 같은 낙옆처럼 말했다.
"그래. 삼촌을 만나게 해줄게."
성규는 그녀의 말에 자신의 나이또래 답게 처음으로 기뻐했다. 방방뛴 그는 내가 만든것들을 삼촌에게 보여줘야지 라고 중얼거리며 쏜살같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삼촌을 만나게 되다니! '박사님'을 만나게 되다니!
성규는 어느새 그의 삼촌을 자신의 비어버린 아버지의 자리에 채워넣었다. 그를 자신의 모든것으로 삼았다.
진짜 아버지의 자리는 없었다. 그의 어머니만이 아버지의 존재를 알고 있다. 세상에서 아버지의 흔적이 사라져버리자 그의 어머니는 성규의 이름에
아버지의 흔적을 남겻다. 하지만 성규는 그것을 굉장히 수치스럽게 여겼다.
자신은 태어나서 한번도 아버지를 본적이 없었다. 그가 남기고 간 물건은 보지도 못했고 그가 무슨 일을 햇는지 어떤 사람이였는지 알수가 없었다.
어떻게 흔적이 세상에 남겨지지 않았을까? 성규는 자신이 '김성규'라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무엇보다도 과학적이지 않았다.
그저 사라져버린 자신의 연인에 목을 매다는 자신의 어머니의 쓸데없는 유치한 감정에 성규는 혀를 찼다.
"과학적이지 않아!"
도시의 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모든것에서 '과학'의 냄새가 났다. 어떤 길거리에선 '수학'의 냄새가 났고 어떤 상점에서는 '기계'의 냄새가 났다.
이곳은 천국이야! 성규는 흥분한채 어느새 자신의 어머니의 손을 놓아버리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였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15살의 아이였다.
상점가에서 여러가지 물건을 구경하던 성규는 문이 활짝 열린 서점안에 자신의 삼촌, '박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삼촌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다 외워서 이야기하면 나를 얼마나 예쁘게 여기실까?
삼촌에게 자신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기고 싶었던 성규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서 읽어 보려는 순간,
"쾅!"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성규의 눈에는 붉은 색의 기둥 수십개가 비춰졌다.
기계들의 갑작스런 공격이였다. 새까만 안개 뒷편으로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족히 3m가 넘는 기계들의 몸통부분에는 전선줄같은 기다란 선들이 치렁치렁 매달려있었다.
마치 입처럼 보이는 부분에는 끊임없이 끈적끈적한 기름들이 쏟아져 나왔고 머리로 보이는 부분에는 노란빛을 내는 수십개의 구멍들이 있었다.
아마 그것들의 '눈'이였을것이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구멍안의 붉은색의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먹잇감을 찾는 사냥개처럼 그들은 사방으로 돌진했다. 건물들을 부시고, 도로를 끊어버렸다. 그들이 팔을 한번 휘두름과 동시에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다.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였다. 온몸이 고철덩어리인 살인기계 앞에선 그들은 그저 길거리에 밟히는 개미같은 존재였다.
새까만 안개, 꺼지지 않는 불꽃, 파괴된 것들의 잔여물, 사람들의 비명소리.
한마디로 지옥이였다.
"꺄아아아악!"
그때였다. 돌처럼 굳어 그것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성규의 옆을 지나쳐 도망을 가던 한 여자가 기계에게 붙잡혔다.
커다란 손은 돌멩이를 낚아채듯 그녀를 들어올렸고, 한순간에 그녀를 쥐어짜버렸다.
날카로운 못들로 만들어진 커다란 손, 그 틈새로 피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보던 성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어릴적에 포도 몇 알을 손으로 움켜잡아 쥐어 터뜨리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그의 하얀 손가락 사이사이로 포도즙이 뚝뚝 흘러나왔었다. 지금 자신의 이마, 코, 턱, 뺨에 떨어진 핏방울처럼.
하얀 피부와 새빨간 핏자국들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였다. 아무말없이 피를 닦아낸 성규는 자신의 손바닥에 묻혀진 것을 봤다.
그 순간, 두려움이 온 몸을 엄습했다. 그때서야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너무나 영화같던 상황에, 그는 자신이 한명의 관객이라고 착각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잔인한 죽음을 온 몸으로 지켜본 그는 그제서야 상황을 인식했다.
그 상황에서는 자신은 '천재'가 아니었다. 또래에 비해 뛰어난 아이도 아니였다. 움직이는 로봇을 쉽게 만들어낼수 있는 영재도 아니었다.
그저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나약한 어린아이였다.
나도 죽을수 있다!
성규는 이 생각과 동시에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달랐다. 마음은 이미 저 편으로 도망가고 있었지만 하찮은 몸뚱아리는 핏방울들을 받아내며
도로위에 주저 앉아 버렸다.
형체를 알아볼수 없이 걸레짝이 된 여자를 내던진 기계의 수십개의 눈들이 번쩍 빛났다.
노란빛이 번쩍번쩍 새어나오는 구멍안의 새빨간 점들이 또다시 끊임없이 돌아갔다.
빙글빙글 쉴새없이 돌아가던 점들이 멈췄다.
성규에게로.
!!
커다란 손이 자신에게로 뻗어오는 것이 보였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그제서야 얼어붙은 몸이 풀렸다. 황금히 몸을 돌린 성규가 떨리는 다리를 잡고 일어서려 했다.
그 순간 몸이 가벼워졌다.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던 커다란 자동차가 점점 장난감 처럼 보였다. 거리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이 한눈에 지도처럼 박혔다.
"안돼!!"
거친 쇳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나왔다. 성규는 온 힘을 다해 빠져 나오려고 애썼다. 그가 발버둥칠수록 수많은 못들이 그를 찔러왔다.
그의 팔과 다리에 수많은 상처들이 순식간에 생겼다. 종이처럼 찢어진 살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본 성규는 더욱 미친듯이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그 여자처럼 될수도 있어!
미칠듯한 두려움과 빠져나갈수 없다는 상황에 성규가 울음을 터뜨렸다.
곧 자신의 눈에는 수십개의 노란 불들과 빨간색의 점들이 보였다. 데굴데굴 굴러가며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던 빨간 점들이 멈췄다.
자신을 감싼 기계의 손에서 점점 힘이 느껴졌다.
이제 죽는건가?
성규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초라하게 끝나버리는 건가 생각 하며 눈을 감았다.
몇 초가 흘렀을까.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성규는 의아하게 여겼다.
이미 죽은건가?
그렇다면 여기는 천국인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
눈을 뜸과 동시에 뇌를 관통하는 엄청난 충격에 그는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성규의 생각이 틀렸었다.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의 그의 '천재성'은 쓸데없는 것으로 전락해버렸다고 그는 생각했을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의 '천재성'이 그를 살렸다.
그는 그것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머리가 아프다. 눈 두덩이도 타오르는 것 같았고 귀도 아팠다.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힘겹게 팔을 들어올려 자신의 눈두덩이를 덮어버렸다. 감긴 눈 너머로 아른거리던 붉은 빛의 무언가가 사라졌다.
이제는 완벽한 어둠이다.
그 어둠에 몸이 점점 편안함을 느꼈다. 머리의 두통도 가라앉았고 곤두세워졌던 신경들도 얌전해졌다.
하지만 평온해진 몸과 마음으로 가만히 있던 성규에게 '현실'이란 두려운 존재가 다가왔다.
여기가 어디지?
온 몸의 피부가 낯선 환경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의 코 끝에서 살살 풍기는 약물 냄새에 눈을 떴다.
순백의 빛에 그가 눈을 찡그렸다. 몇번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한 성규는 이제 완벽하게 눈을 뜰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먼저 훑어보았다. 온 몸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그는 지금 새하얀 이불에 감싸져 있었다.
"병원...인가?"
자신이 봤던 것들이 다 꿈이었을까. 성규는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끔찍한 기억에 인상을 찡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
누군가가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성규가 누워있는 침대와 똑같은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도 똑같이 하얀 이불을 덮고 있었다.
"누구야."
자신보다 어려보이고 왜소해보이는 약한 누군가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며 성규가 말했다.
하지만 경계심은 내보였다.
자신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어린 아이의 입이 열렸다.
"나... 이성열."
그것이 성규와 성열의 첫대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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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 왜 항상 전 새벽에 올리는 걸까요 ㅜ
어, 드디어 성규의 과거가 나왔습니다.
드디어는 무슨 ㅋㅋㅋㅋㅋ 3화인데 ㅜ
성열도 나오고!
손이 똥손이라서 글이 망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근데 계속 성규성규성규 적다가 성종이라고 적을뻔했네요.
혹시 위에 실수를 했는지;;; 걱정되네요
성규의 과거는 조금 긴편이에요 룰라랄!
다음편까지 이어질거에염
열심히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