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주의!
탄소: 빅히트의 취향은 참 한결 같단 말이야
탄소에 한해서 서프라이즈 공개를 무척 즐기는 빅히트. 멤버들에게도 비밀로 하는 게 취미인 거 같아요. 예를 들면 탄소의 레플리 무대를 멤버들이 본 게 콘서트 당일 드라이 리허설이었던 점이 있죠.
18년 3월 호석의 홉월드, 10월 남준의 모노 이후로 공개될 믹스테이프 주자는 누가 될지 팬들의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을 무렵입니다.
이후로 한참 동안 멤버들의 언급만 이어지고 선뜻 올라오는 게 없어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는데요.
빅히트: 희희
보컬 라인 중에서 유일하게 사옥 내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탄소는 작업 속도가 들쭉날쭉하지만 어지간해서 한 번에 발상과 표현, 마무리까지 끝내는 편입니다.
윤기와 남준이 꾸준하게 날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탄소는 그냥저냥 지내다가 확 느껴지는 게 있을 때 바로 완성한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날에는 하루에 두 곡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탄소: 오늘은 글렀어
아무것도 만들고 싶지 않고 떠오르지 않을 때엔 한 달 내내 작업량 0%를 달성합니다.
윤기: 작업실에 먼지 쌓였겠다
탄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거든?
윤기: 가서 웹툰이랑 만화책 보다가 오잖아
탄소: 내 취미생활 무시하네?
윤기: ...아니야 그런 거...
세 번째 주자로 탄소를 내보내고 싶었던 회사.
어떤 날은 트랙에 들어갈 곡을 실컷 고르다가, 또 어떤 날은 본인 기준에 못 미친다며 아예 들려주지도 않다가, 정말 많이 애태웠다네요.
남준: 누나는 가사라면 여러 차례 들여다보고 수정하는데 비트를 짜거나 멜로디를 입히는 작업 자체는 처음 뽑아낸 걸 그대로 가져가더라고요 때문에 곡 자체는 금방 만들지만 트랙을 완성하는 게 오래 걸린다고 했어요 가끔 보면 진짜, 어떻게 또 하나의 천재가 아닐까 싶죠
남준의 이 인터뷰가 재조명되던 건 그렇게 아무 언질 없이 탄소의 믹스테이프가 공개된 직후입니다.
지민: 어 뭐야 누나 앨범 나왔는데요?
정국: ? (익숙한 장면)
석진: 침착하자 이번에도 탄소가 보컬로 낸 게 아니라면 회사에서 포지션을 바꾸는 걸로 받아들여야 하니까
어느 포지션을 갖다붙여도 다 잘하는 탄소의 흑역사.
그렇죠. 첫 공개곡이 강렬했어요.
탄소: 듣고 후기 좀 잘 남겨봐라
이현: 네 팀 멤버들한테 부탁해;
탄소: 회사에서 애들한테 비밀로 하자고 해서 몰래 공개 시간 전에 너 만나러 온 거야 지금 집 들어가면 혼날 걸
이현: 난 정말 네가 왜 미래를 알면서도 그렇게 사는 건지 모르겠어
탄소: 회사가 갑이지 내가 갑이겠니? 하자면 하자는 대로 하는 거야
이현: 언제부터 그렇게 남의 말을 잘 들었다고 (언짢)
이 믹스테이프는 윤기가 뒷통수 때리듯 현실성 있고 남준은 세상을 꿰뚫듯 현실성 있고 호석은 부정 속에서도 긍정을 찾아내는 이상이라고 묘사되는 가사 타입에서 탄소는 몽상가처럼 굴지만 현실을 안다는 문장이 추가되게 했습니다.
멤버들과 결이 다른 힘듦을 겪어온 탄소가기 때문이죠. 갑작스럽게 공개된 믹테와 뮤직비디오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성장 서사가 완벽하게 담겨졌다네요.
총 두 편의 뮤직비디오. 믹테의 제목은 Kinship. 작업실 이름과 동일했습니다.
이현: 왕의 신분에서 너로 의미 바꾼 거야?
탄소: 어 나 이거 물어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어, 그거 맞아
종종 언급해오던 방탄소년단 킨으로서 본인이 지닌 의미와 해내야 하는 역할 등이 하나 하나의 트랙으로 들어갔습니다.
곡의 제목이 전부 케이로 시작한 것도 예명에서 따온 거였죠.
남준: 누나가 평소에 하던 거랑 다르게 굉장히 영어를 많이 썼네
호석: ? 누나 듣고 짜증내겠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준: kill or cure, 이거 뜻이 크게 성공하거나 완전히 망하거나 이건데 둘 중에 하나라는 소리 아냐
정국: 이 문장은 뭐라고 해석해야해여?
이현도 같은 시각, 탄소에게 물어본 그 문장은요.
탄소: 양다리 걸치면 널 죽일 거야
이현: ㅁ, 뭐, 네?...
물론 남준이 이걸 그대로 읽어준 건 아닙니다.
남준: (흠칫) ...자기가 아닌 사람을 만난다면 잔인하게 만들어준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 거야
석진을 힐끔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탄소에게서 도망치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언젠가 윤기에게서 들은 무시무시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형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서요.
하지만 석진이 어디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를 사람도 아니고, 잘 만나는 두 사람 사이에 왈가왈부하는 건 오지랖이죠.
윤기: 누나는... 건들면 사돈의 팔촌까지 망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살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대단하고 제일 무서운 사람인데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사람을 합해도 누나 이길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남준: 에이 형
윤기: 더 엄청난 사람이 나타나도 그 사람은 이미 누나의 지인이거나 가족 중 하나일 테니까 (공포)
윤기는 탄소를 무서워하는 마냥 얘기하다가도 막상 따져보면 누나에게 반말하는 입장이니 다 거짓말일 거예요^^!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노래를 듣기로 했던 석진은 두 영상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탄소의 연기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이현: 발연기 미친 거 아니냐
탄소: 뭐래 명연기겠지
이현: 명연기는 무슨;
탄소: 그래 하나만 선택해
이현: 뭘
탄소: 명치 부서질래 발 부서질래
이현: 아 진짜 무섭게 그러지 좀 마
첫 영상에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어요.
지한만 알고 있는 그 모습이요.
태형: 생각해보니까 누나가 바이올린 연주하는 거 보여준다 해놓고 안 보여주고 있었어 (깨달음)
정국: 흰색 원피스에 토슈즈 같은 검은 단화랑 검은 리본 반묶음! 나 이거 알아여 예전에 지한이 형이 말해준 거랑 진짜 똑같다!
지민: 참 누나 발레도 했었지
태형: 그건 못 보여준다 했었을걸
지민: 왜?
태형: 다리 180도로 하는 게 발레 배울 때에도 힘들었다고 그랬어 유연성 없어가지고 다른 동작은 다 했는데
정국: 그래서 검도에 더 재능을...? 이것도 형한테 들었던 건데
태형: 대체 누나 동생한테 뭘 묻고 다니는 거야...?
정국: (당황)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가볍게 턴을 하며 연주하는 건 해당 뮤직비디오에 실린 노래의 도입부 반주였는데요.
웅장한... 현악기... 한참 후인 20년에 들어서야 팬들은 혹시 이것도 블랙 스완의 스포였던 게 아닐까라는 궁예를 보여줍니다. (아님)
호석: 이렇게 보니까 누나가 진짜 다 잘하는 게 신기해
남준: 확실히 분야 가리지 않고 누나 데려가려던 곳이 많았던 이유가 있어
호석: 연예인 될 생각 없었다면서 진짜 데뷔 안했었으면 이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지?
윤기: 어떤 방식으로든 데뷔했을 거 같은데
남준: 예전부터 쭉 유명했으니까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았겠죠 ...뭐 당장 우리 회사만 봐도...
바이올린 연주는 누군가 던진 주먹만한 돌에 탄소가 있던 방의 커다란 유리창이 깨지면서 반강제적으로 끝나게 됩니다.
유리 파편은 새하얀 원피스의 일부분을 붉게 물들였죠. 반짝이는 유리 조각과 맞물려 긁힌 피부에서 맺히고 흐르는 핏방울들.
탄소: 진짜랑 똑같지
이현: 그래봐야 가짜잖아
탄소: 진짜로 했으면 회사에서 못하게 막았지...
이현: 네가 낸 의견이야?
탄소: 뭐, 회사는 제작비만 지원해줬으니까
이현: 혼자 이런 것도 만들 줄 알고 많이 컸다?
탄소: 세상에 돈으로 못하는 게 어디 있겠니 어리석은 서이현아
이현: 난 네가 돈으로 자랑질할 때가 제일 꼴보기 싫더라
탄소: 사실이라서 반박 못하니까 분하지?
이현: 얼굴이 김탄소만 아니었어도 꼬집었다
탄소: ...? 너 내 얼굴에 약해? 언제부터 새삼스럽게
이현: 그게 아니라 좋아하는 애잖아
탄소: 으응...
장면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짙은 빨강에 가까워진 원피스는 이내 검붉은 색이 되었습니다.
바이올린은 부서지고 머리카락을 묶은 리본은 어느 순간 목에 묶여져 그 장면에서 화면을 멈춰둔 석진은 마른 세수를 했어요.
석진: 데뷔하기 진짜 싫었구나
그렇게 올라선 곳이 무대 조명 아래.
평화로운 시간을 누군가에 의해 잃게 되어 별 수 없이 떠밀리듯 올라선 단상 위에 놓인 스탠드 마이크.
이현: 뭔데 중학교 때랑 비슷하게 생긴 무대를 해놨어 찝찝하게
탄소: 니 욕을 돈과 시간 들여 정성스럽게 할 의도는 들어간 적이 없는데 무슨 과대망상이야 이건
옆모습에서 뒷모습으로 화면이 움직이는 것과 함께 조명 아래, 탄소의 발치에 자라난 그림자는 제 자신보다 컸습니다. 천천히 돌아가는 카메라가 정면으로 넘어와 탄소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다시 멀어질 때 의상은 더 이상 리본과 원피스가 아니었죠.
탄소: 이거 내가 데뷔무대 오르기 전에 연습하면서 제일 많이 입었던 옷이다?
이현: 거의 거적떼기인데 좀 다른 거 입지 그랬냐
탄소: 나름 비싼 거야...
이현: 얼만데?
와중에 탄소의 거적떼기 가격 듣고 놀란 이현.
나름이 아니라 대놓고 비싸더라고요.
탄소: 네 말대로 난 솔직하지 못해 다만 날 그렇게 만든 것도 너야 알고 있니
빛나는 조명 아래 난 누구보다 두려워.
내 뒤에 서 있는 건 그 어떤 찬란함도 아닌 그림자야.
모두의 앞에서 들킬까 겁이 나.
네가 사랑하는 나는 그림자의 환상.
탄소: 사실 좀 걱정이 되는 게... 김석진이 이걸 보고 속상할까봐
이현: 난?
탄소: 거적떼기 타령이나 하는데 잘도 그러겠다
탄소는 자신이 토해낸 비극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삼켜질까 불안합니다.
탄소: 안되겠다
이현: 뭐가?
탄소: 김석진한테 갈래
제 문제로 석진이 속상한 건 두고 볼 수 없는 탄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걸. 솔직해지지 말걸.
나는 뱉어내서 후련해졌지만 그게 석진에게 돌아간다면 괴로울 거잖아요.
탄소: 데뷔 초 얘기만 꺼내도 나한테 못해준 거 생각나서 미안하다는 애한테 뭘 보여주겠다고
탄소가 숙소로 돌아가느라 바쁠 때 랩라들은 트랙에 있는 다른 곡을 들어보는데요.
윤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남준: 제목부터 살짝 느낌이 오기는 했는데 진짜... 이 정도면 누나 포지션 중 하나로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호석: 이거 가지고 또 한참 말 나오겠네~ 방탄소년단 킨 랩퍼 맞나요?
탄소 믹스테이프 구성이 참 알차요.
영상도 두 개나 나오고 보컬도 들어볼 수 있고 랩도 들어볼 수 있고.
탄소: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집어치워 내던지고 싶어 차라리 날 죽여줘
남준: 이거 목 긁는 게 예사롭지 않아,,,
윤기: 누나한테서 이런 목소리는 또 처음 들어보네
탄소: 아니 아니 내가 감당할게 애들은 놔줘 나를 묶고 가두고 몰아세우고 밀어트려도 다 받아낼 테니 그 애들을 자유롭게 해
호석: 되게 날카로운 것 같으면서도 좀 처절하게 들리는 게 진짜 어디 묶여있는 사람 같지 않아?
남준: 이걸 영상으로 만들었어도 되게 좋았을 것 같은 게 레플리 같은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상상되니까
후에 탄소를 찾아간 윤기는 이 곡에 대해 물었습니다. 언제까지 아플 거냐고요.
탄소: 글쎄
윤기: ... ...
탄소: 죽기 전까지?
멤버들이 음악적 한을 털어냈어도 탄소에겐 여전히 털어내지 못한 게 많은, 끝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탄소: 마녀사냥에 당해줄 테니 나를 노리는 것에만 집중해 다른 곳에 시선 두지 마
남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동시에 가장 쉽게 공격 받는 그게 잘 드러나네
탄소가 숙소로 허겁지겁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건 석진이었고, 석진은 첫 번째 영상을 보고 다음 영상을 차마 넘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탄소: 다녀와씀미다!!!!
윤기: 누나 왔어?
호석: 누나 이거 진짜 잘 만들었,
탄소: (벌컥) 자기야 나 왔다고!!!!!
석진: ... ...
탄소: 김석진이랑 결혼하려고 데뷔한 김탄소 왔으니까 빨리 안아줘
탄소는 이성적인 석진이 제 일에 관하면 한없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게 가끔은 미안합니다.
내가 널 망치고 있는 거라면 그래도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탄소: 데뷔하기 싫었던 건 맞는데 너랑 애들 있으니까 데뷔하길 잘했다고 생각 바꿨잖아 두 번째 영상 아직 안 봤지, 그거 나랑 같이 볼래? 나도 아직 안 봤는데
네가 없으면 지금껏 걸어온 이유가 전부 사라진단 말이야.
정국: 앞에 영상이랑 이거랑 분위기 완전 정반대인데?
지민: 아 나 약간 울 것 같아
태형: (이미 눈가 촉촉)
정국: ...나 감성 메말랐다 소리 들어본 적 없는데...
태형: 첫 번째 영상이랑 이어지는 거 딱 보자마자 이르케, 큽, 이케...
탄소가 준비한 두 번째 동영상은 회사 사람들도 보고 울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속 얘기를 털어놓으면 늘 비극이었던 애가 이젠 사람들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탄소: 아는 언니가 남자 울리는 여자는 되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석진: 알았어 안 속상해할게
탄소: 안 그래도 울린 남자 많아서 너까지 울리면 나 진짜 스레기야
석진: ...알겠다고ㅋㅋㅋㅋㅋ
탄소: 근데 나 이거 잘 만들었지
석진: 응 잘 만들었더라
탄소: ㅎㅎㅎㅎㅎㅎ
석진은 탄소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무모한 행동으로 옮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