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알파오메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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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 X 백현
육아탐구생활
chapter. 15
-1. 셋째, 출산하다!
-2. 셋째, 그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에는 파노라마처럼 자신의 삶이 펼쳐져 머릿속을 스친다고 했다.
백현의 모든 감각은 지금 옛 기억에 잠겨있었다. 인연을 낳고, 쓰러지기 불과 몇 초도 안되는 시간에, 백현은 경험했다. 자신의 삶이 아니라, 찬열을 만난 이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찬열을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처음 만났을 때, 고백을 받았을 때, 첫 관계를 맺었을 때와 프로포즈, 아이를 처음 낳았을 때의 찬열의 표정이 눈 앞에 생경히 펼쳐졌다. 불과 몇 초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구나, 라고 생각이 들만큼 아주 자세했다. 꼭 그게 지나온 시간이 아니라, 현재 시간인 마냥 생경하기 까지 했다. 나는 어느새 찬열을 향해 괜찮아, 괜찮아 라며 말하고 있었다. 물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출산하면서 너무 소리를 지른 탓일까. 찬열의 위로 파노라마가 계속 겹쳐져 지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눈이 감기려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찬열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보고싶어서였다.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한편으론 미지의 대상이었다. 물론 지금도 죽음이란 것에 대해선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다 잡으려 한다. 셋째를 건강히 낳았으면 되었고, 짧았던 생이었지만 찬열을 만나 이렇게까지 과분한 사랑을 받고, 행복했으면 되었다. 오히려 제 생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대해 축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대가로 짧은 생을 주시는 거겠지. 남들이 말하는 천국이라는 곳이 실재한다면, 그 곳에서 자신의 사람들, 자신의 아들들, 그리고 인연, 철없는 남편이지만 나에겐 완벽한 남편이 행복할 수 있게 기도하리.
눈을 감았다. 시야가 컴컴했다. 밀려오는 잠의 터널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백현이 4일 째 누워있는 동안 백현의 병실에는 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깨어나지도 않는 백현의 옆에는, 화환이니 꽃이니 전부 출산을 축하하러 온 것이었는데, 정작 축하를 받아야 하는 산부는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다들 놀란 눈빛으로 백현을 바라보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고, 보호자 전용 침대에 앉아 백현의 손을 잡곤 하염없이 백현을 바라만 보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찬열은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켜보면 지켜볼 수록 찬열의 마음은 끝없는 낭떠러지로 더더욱 추락하고 있었다. 백현이 잠든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찬열의 마음도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현은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른 채 색색, 곤히 잠이 들어 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백현은 정말 잠에 든 사람 같았다.
마침 회진을 도는 시간인 지 문을 열고 들어온 인턴이 찬열에게 다가와 백현의 상태를 전했다.
"변백현 산부님, 보호자 맞으시죠?"
찬열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무래도 과다 피로랑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신 것 같은데, 의식을 못 찾으시는 이유는…"
잠시 말을 망설이던 인턴이 이내 차트에 무어라 적더니 차트를 덮곤 문을 나서며 말했다.
그 말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구요. 대부분의 경우 며칠 누워 계시다가 의식을 되찾으시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의식을 되찾지 못하시면 아마 5일 째가 고비일 겁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내 하늘, 내 세상 변백현이.
죽은 듯 잠 들어있는 제 정인과는 달리,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계속 웃음을 띄우고 있는 인연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니, 사실은 우는 지도 몰랐는데 옆에서 아버지 왜 울어요… 라는 소리가 들려와 유리창을 거울삼아 제 얼굴을 살펴보니 눈물 범벅이었다. 이제는 감각도 사라진 듯 했다. 아이는 이렇게나 싱글벙글, 웃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정작 아버지라는 사람은 눈물 범벅, 셋째 아이의 오빠라는 사람들도 눈물 범벅. 우리 가족은 이런 모순적인 감정들이 한 데 뒤섞여,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눈물을 훔치며 유리창 너머로 막내, 인연을 바라보았고 인연은 생글생글 웃어주기만 했다. 정말 싱긋, 하고 인연이 웃는 모습은 백현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 편이 더 애려왔다.
"여기서 뭐 해?"
백현의 목소리였다. 환청이겠거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 더 비참해 질 것만 같아서.
그런데 아들들도 환청을 듣기는 마찬가지였나 보았다. 아들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이내 저도 같이 고개를 돌려보았을 땐, 정말 백현이 있었다. 환시인가. 눈을 급하게 비벼 다시 떠보고, 눈을 감았다 다시 떠 보아도 눈 앞에 있는 백현은 그대로였다. 마치 신기루 같아서 한 달음에 달려가 백현을 안으려다가, 안자마자 없어져 버릴 것 같아 안절부절 하지 못 하고 서 있는데, 백현이 먼저 와서 끌어안아 주었다. 백현이 푹, 안기고 나서야 실감했다. 아, 우리 백현이 깨어났구나. 며칠만에 안아본 백현은 더 살이 빠져 있었다. 백현아 많이 힘들었죠. 내가 미안해요…, 백현의 머리에 고개를 박고 작게 중얼거려 보았다. 어느새 백현의 몸에선 백현 특유의 체취 대신 차가운 병원 냄새가 가득 베여있었다. 그것 때문에 더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고개를 박고 한 말을 들은 건지 제 품에 푹 안겨있던 백현이 고개만 빼꼼, 내밀어 답했다.
"하나도 안 힘들어, 아저씨."
능청스러운 백현의 대꾸에 이제는 헛웃음이 나왔다. 백현이 깨어나서 이렇게 행복한데, 기쁘고, 좋아서 죽겠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분명 얼굴은 웃고있는데 눈에선 눈물이 고여 뚝뚝 떨어졌다. 백현이 그걸 보곤 까치발을 들어 제 얼굴을 닦아주었다.
"우리 잘 생긴 남편 내가 울려서 어떡해. 그만 울어. 뚝, 찬열아 착하지."
… 진짜 너 죽는 줄 알았잖아. 어? 얼마나 걱정했는데. 투정부리는 찬열의 목소리가 신생아실 앞 복도에 낮게 울려퍼지고, 백현은 알았어, 알았어, 큰애기. 근데 이제 작은 애기들도 돌봐 줘야지? 작은 체구의 백현이 저에게서 쏙, 쉽게도 빠져 나가더니 이제는 아들들을 달래기 바빴다.
… 나는 뭐 이런 상황에서도 질투가 나서 어떡하지.
말보다 행동이 앞선 찬열이 아들들에게로 걸어가 적당히 달래주고 간호사를 부르자고 보챘다. 그러자 백현이 나 깨어난 거 다 아는데. 내가 너 이럴 줄 알고 다 말했…
쪽쪽쪽, 백현의 입을 틀어 막으려고 한 입맞춤이었는지, 아니면 쫑알쫑알, 백현의 작은 입술을 놀리며 말하는 게 가히 색정적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한 입맞춤이었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 그냥 두 가지 다 해당됐다는 게 맞는 말인가… 순식간에 지나간 제 부모님들의 입맞춤에, 아들들은 그게 일상이라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피해 주었다. 하여간, 아들들 하나는 잘 키웠다 싶었다. 아들들이 자리를 피해준 게 헛되지 않도록 찬열은 딱 그만큼 깊게 들어왔고, 백현도 딱, 그만큼 깊게 받아 들였다.
"너무 수고했어. 사랑해."
찬열의 말에 어느새 눈물이 고인 백현이 대꾸했다.
"그래. 나도 사랑해."
하루가 멀다하고 퇴원이 하고싶다고 징징대는 백현 때문에 몸이 회복되자마자 빠르게 퇴원수속을 밟았다. 그 덕일까, 백현은 깨어난 지 삼 주만에 인연, 아니 이제는 이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막내 딸과 함께 바깥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었다. 사실 백현은 회복된 지 오래였지만, 제 딸과 함께 병원을 나서고 싶다고 난리에, 난리를 쳐 대서 일주일이나 더 빨리 병원에서 퇴원시켜준 것이다.
"이현아, 밖에 나오니까 좋아요, 응?"
포대기에 돌돌 싸여있는 제 예쁜 막내 딸은, 애석하게도 백현을 많이 닮지 않아 아쉬웠지만, 백현의 눈웃음만은 정말 쏘옥 빼다 닮은 것이, 저가 다 웃음을 짓게했다. 백현의 재롱에 아이가 꺄르르, 웃었다. 백현도 정말 좋은 듯 같이 웃었다. 찬열은 집까지 운전하는 내내 뒷 자석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뒷자석을 묵묵히 바라보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또 다시 느꼈다. 내게 있어 백현이라는 사람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 같았다. 음,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제비같은 격일까.
백현과 함께하는 순간순간 그 자체가 행복이었음을, 백현은 알까. 앞으로 이현과 함께하는 생활이, 앞으로 같이 걸어갈 미래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제게 올 눈부실 미래가 손 꼽아 기다려졌다. 먼 훗날 미래에서 미래의 저와 백현이 손을 흔들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더 달려야 했다. 마지막, 더 행복하고, 찬란한 저와 백현의 미래를 향해서.
찬열이 백미러를 향해 작게 미소지어 보였다. 백현도, 그를 따라 미소지어 보였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그들은 눈빛에서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안녕하thㅔ요..^^ 아침부터 무양심 작가가 와서 놀라셨죠. 내가 육탐 연재를 깜빡했지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정신줄 놓고 살고 있어서 급히 메모장으로 적고 새벽동안 엄청나게 수정하느라 잠을 못 잤어요... 네... 저번에 평일에 찾아뵌다고 해놓고.. 그래도 일주일 안에 오긴 왔으니까... 예쁘게.. 봐 주세요... (개소리) 참 글 쓰면서 독자님들 너무 보고시포쏘요 ㅠㅅㅠ (저는 벌써 작가의 말 준비 중^^ 설레발 갑) 항상 댓글 달아주신 거 꼼꼼히 읽고 빠르게 피드백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댓글 많이많이 달아주세요..ㅠㅠ 조회수랑 댓글 수 너무 많이 차이나쟈나.... 나 그럼 슬프쟈나.. 참, 그리고 암호닉 분들께 드릴 선물은.. 음... 이제 만들고 있어요. 어.. 앞으로 두 편만 더 쓰면 육탐도 끝이네요 ㅠㅅㅠ 기획부터 업로드, 그리고 여기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이 벌써 훌쩍...^^ 육아탐구생활과 함께 하니 피로는.. 2/1 배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ㅎ.ㅎ 항상 늦게오는 작가였지만.. 그래도 마지막 두 편은 연재 시기 딱딱 맞춰 예쁘게 들고 올게요. 참, 이현이 많이 예뻐해 듀세요ㅠㅠ 흑흑 항상 늘 고맙고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