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회복이 급해
취직하고, 나도 목에 사원증 걸고 다니기 시작하니까 처음엔 마냥 좋고 신났었어
의욕만 넘쳐서ㅋㅋㅋㅋ막 별 일 아닌 것도 되게 열심히하고, 야근도 꽤 자주 했어ㅋㅋㅋㅋㅋㅋ..뭐, 물론 신입한테 칼퇴가 어디있겠냐만..ㅎㅎ..
아무튼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한 탓에 내 주변 자리이신 분들은 다 좋게보시고 예뻐해주시고 나름 내 자리 잡아갔는데,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다고,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종대한테 살짝 소홀해지기 시작한거야
매번 밥 먹을 시간만 되면 잘 챙겨먹고 있냐고 잔소리하던 것도 나도 못 챙겨먹으니까 대충 문자하나 하기 시작하다, 나중엔 아예 연락도 안하고.
통화를 해도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랑 종대 말이랑 따로 놀기 시작하고.
데이트는 무슨, 얼굴도 겨우 볼까말까 하는 정도까지 와버렸는데, 나도 미안한 마음 생기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내멋대로 자기합리화 시켜버리고 말았었거든
"그래서 내가, 있잖아"
"종대야"
"..어?"
"..미안한데, 나 피곤해.."
"..아, 시간 늦었지, 얼른 자-"
"응, 내일 연락할게"
피곤하다는 이유로 종대 말 끊고 전화 마무리하는 것도 처음엔 진짜 조심스럽게 얘기하던게 나중엔 너무 당연하게 되어버린거야
종대가 나한테 그랬으면 난 아마 대판 싸우고도 남았을텐데 바보같은 김종대는 나한테 화 한번도 안 냈었어
항상 이해한다고, 힘들지 않냐고 해주니까 난 정도도 모르고 너무 멋대로 나가버린거야
[ 내일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 오후 8 : 47
[ 많이 바빠? ] 오후 9 : 50
종대가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내가 회식있어서 대충 확인만하고 휴대폰 가방에 찔러넣어놓았었거든
그렇다고 귀찮거나 그런건 아니고, 어차피 어디서 만날지 뭐 할지 정하려다보면 말 길어질 것 같아서
나도 나 나름대로 생각해서 집에가서 연락해야지! 이런 거였는데 그 생각이 그렇게 큰 후폭풍을 갖고 올 줄은 몰랐어
"막내는 술 잘 못해요?"
"아, 아뇨! 잘해요!"
그냥 서로 스트레스 풀자고 가볍게 하는 회식이라더니, 점점 뭔가 길어지는 느낌이더라
그래도 네 발로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대충 입 대는척하고, 적당히 눈치보면서 마시고 있는데, 나 되게 잘 챙겨주시는 대리님이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한거야
맨날 나한테 막내, 막내 부르면서도 꼭 존댓말해주시는 것도 작은걸로 사람 배려하는거 느껴지는데ㅠㅠㅠㅠㅠ
내가 대리님 여동생 또래라 동생 생각난다고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주시는 분이거든
남자분이시긴한데, 절대 오해할 건 없는게 곧 결혼하신다고 청첩장 나한테 제일 먼저 주셔서ㅋㅋㅋㅋㅋ물론 대리님도 나 남자친구있는거 다 알고!
진짜 나 동생대하시듯이 하시는데, 나한테 술 따라주면서 술 잘하냐고 조심히 묻는데 거기다대고 단호하게 거절할 순 없잖아ㅠㅠㅠㅠ
그래서 그냥 넙죽넙죽 받아마시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조금씩 정신줄을 놓은 것 같아
머리가 아파서 정신차려보니까 익숙한 천장이 보이는데,
미치겠는게 딱 마지막 잔 입에 털어넣은건 기억나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가 죽어도 기억이 안나는거야
혹시 실수했나, 엄청 불안해져서 휴대폰 들여다보니까 별 쓸데없는 연락들 뿐이길래 나름 안심하고 있는데
[ 정신차리면 나랑 얘기 좀 해 ] 오전 2 : 32
종대한테 부재중전화 몇통이랑 딱 저렇게 한 줄 와 있는데, 글자에서부터 뭔가 꾹꾹 참고 있는게 느껴지는거야
순간 멈칫, 하고 얼른 다른 거 보는데, 대리님이 장문으로 나 대신 전화만 받아줬는데 남자친구 많이 화난 것 같다고 카톡 남기셨더라
그러면서 집가는거 좀 도와주려니까 내가 술 기운에 내 몸에 손대지말라고 종대가 화낸다고 발악에 발악을해서 택시만 잡아줬는데 잘 갔냐고 되어있는거야
그거 읽자마자 거짓말처럼 막 기억안나던게 스르륵 머리에서 스쳐지나가는데, ..미쳤지, 진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면서 종대한테 연락을 해, 말아, 하고 있는데, 종대가 카톡에 1 사라진거보고 [ 읽었는데 전화안하지 ] 하는거야
그거보고 놀라서 얼른 종대한테 전화하니까 받고서도 아무말없는데, ..나도 무슨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아, 그, ..종대야?"
"..어"
"..아, ..그게, 아니, 그러니까"
"..만나서 얘기해"
나 혼자 말 더듬으면서 쭈뼛대니까 종대가 한 숨 쉬더니 만나서 얘기하자는데, 무서우면서도 그냥 응..하고 끊어버렸어
미적미적 괜히 느리게 준비하고 약속한 카페로 갔는데, 종대가 내가 들어가서 앉을때까지 빤히 보기만하는거야
내 잘못이 너무 커서 그냥 고개 푹 숙이고 손가락만 꼼지락대는데, 종대가 조용히 ..너 내가 많이 참은거 알지, 하더라
"니가 다른거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이야 어쩔 수 없는거고"
"...."
"여태 나 바쁘다고 너무 내 위주로만 약속잡고 그런 것같아서"
"..응"
"그래서 아무말도 못했는데"
"...."
"..니가 생각해도 좀 심하지 않냐?"
진짜 나한테 말만 못했지 얼마나 꾹꾹 억눌렀으면 내가 대답할 틈도 안 주고 쏘아붙이는데,
내가 아무말도 못하니까 얼굴 좀 보자니까 새벽에 다른 놈이 전화받는건 끝내자는거지? 하는거야
근데 그 말 들으니까 나도 울컥하는게, 다른건 그렇다쳐도 그건 아직 변명할 기회도 안줘놓고는 멋대로 오해하는거잖아
내가 그 말 듣고 그제야 고개들고 종대 쳐다보면서 ..멋대로 생각하지마. 하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 쳐다보더라
"..그래서 잘했다는거야?"
"내가 언제 잘했다고 했냐, 마음대로 소설써서 오해하지말라는거지"
"야,"
"니가 생각하는 상황 절대 아니었다고, 나 집에도 혼자 갔어. 나 못 믿어?"
"...."
"...뭐야, ..진짜 못 믿냐?"
내가 종대랑 눈 마주치면서 어제 집에도 혼자갔다고, 나 못 믿냐고 하는데, 종대가 입 벙긋거리려다 말고 꾹 다무는거야
나는 종대가 대답 못하니까 그거에 더 어이가 없어져서 못 믿냐고 하니까 진지하게 나 쳐다보다 인상살짝쓰고 자기 머리 털더니,
"..솔직히 말해봐"
"..뭘"
"..권태기야?"
권태기냐고 묻는데, 미쳤는지 나도 선뜻 아니라고 대답은 못하겠는거야
내가 잠시 아무 말 못했다, ..권태기 아니야. 하니까 곧바로 ..거짓말하지말고. 하더라
"내가 아니라는데 왜 니가 거짓말 하지 말래"
"..나 귀찮잖아, 연락하기도 싫고. 딱히 할 얘기도 없고"
"...."
"..아니야?"
아니 왜 내가 아니라는데, 자기가 더 그래.
어이가 없어서 조금 큰 소리내니까 나 귀찮잖아. 하고 덤덤하게 말하는데 나 들으라고 일부러 한 얘기처럼 콕콕 찔리더라
찔려서 아무말 못하고 인상쓰니까 ..미안해하지마, 질릴때도 됐잖냐. 이정도면. 하는거야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나는 너 괜히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 없어"
"야,"
"다른 놈한테 가도 좋은데,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 우리"
"...너도 권태기아니야?"
"..뭐?"
"..너 한번도 나한테 다른 사람한테 가라고 한 적 없잖아,"
"...."
"..혹시 니가 다른 여자 생겨서 나만 나쁜년 만들려는거 아니야?"
"..말 예쁘게 하라고 했지"
"..솔직히 나라고 무조건 너 믿어야 하는 이유는 뭔데, 내가 못보는 사이에 뭘하는지 알고"
"야,"
"...."
"지금 그게 할 소리라고 생각하냐?"
괜히 미안한데 자존심 굽히기는 싫고, 계속 말이 엇나가기 시작하는거야
종대는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더 표정 굳어가면서 나 쳐다보는데, 나도 속으로는 그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아차, 싶더라
"..우리 시간 좀 갖자"
"싫어, 말로 해"
"..말로하면 싸우기 밖에 더하니까 이러는 거잖아"
"시간 갖고나면, 뭐 할건데. 막말로, 헤어지기전에 질질 끌기나 하는거지"
"..그럼 어쩌자는건데"
"...."
"..그냥 헤어지자. 그게 맞는거겠네"
"..야, 김종대"
"..나 먼저 간다"
종대가 진지하게 나한테 시간 좀 갖자하는데, 나는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또 톡톡 말 받아치면서 못되게 말하니까 종대가 참은 말투로 어쩌자는건데, 하더니 헤어지자. 하고 먼저 일어나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확 들더라
급하게 잡으려니까 감정없는 눈으로 먼저 간다. 하고 가버리는데, 잡으러 나갈까, 했다가도 순간 나도 뭔가 치밀어 올라서 관뒀어
나는 몇 년을 그렇게 김종대 답장만 기다리면서 살았는데, 고작 몇주 이해 못해주나. 싶다가도,
요새 내가 했던 행동들 하나하나가 떠오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거야
거의 한 시간 넘게를 혼자 카페에 앉아서 생각하다, 우울하게 집에 도착했는데, 딱 문 닫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
성격머리는 뭐가 그렇게 모가 나서, 잘한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틱틱댄건지.
그냥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당장이라도 종대한테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하고 싶은데 막상 그럴 용기는 안나는거야
온통 머릿속엔 내가 나쁜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주말내내 울다, 술 마시다, 를 반복하다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했는데, 일이 손에 잡힐리가 있나.
"..오늘 왜 이렇게 실수가 많아요?"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가보지-"
결국엔 평소엔 하지도 않던 실수까지 했는데, 고개 갸우뚱 거리시면서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지- 하시고 웃어주셔서 진짜 감사했어
근데 혼나는 와중에도 ..진짜 끝인가, ..종대 많이 화났는데, ..진짜 끝이겠지.. 하는 생각 들고 막.. 미쳤지...
그냥 하루종일을 울컥 울컥하는거 꾹꾹 눌리면서 참았다, 결국 일이 밀려서 야근까지하고 집까지 땅만 보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확 골목길로 끌어당기는거야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고 무서워서 보이는 팔 확 물어버리니까 악! 야! 하고 크게 소리내는데 곧장 도망가려다 목소리 듣고 움찔, 했어
"..김종대야?"
"..누가 그렇게 늦게 다니래, 어?"
"..진짜 김종대야?"
멍하게 보면서 말하니까 잔소리하곤 나 보고 피식 웃으면서 ..그럼 가짜겠냐- 하는데, 괜히 웃는거보는데 막 눈물이 나려는거야
종대가 내가 문 팔 들이밀면서 나 피나- 아파- 하는데, 그냥 와락 안겨버리니까 멈칫, 했다 내 머리 쓰다듬어주는데 거기서 확 터져버렸어
막 못나게 꺽꺽 울면서 매달리니까 내 귀에 대고 ...어떻게 진짜 헤어질 생각을 하냐, 하는데, 내가 미안해, 미안해- 하니까 알면 잘해- 하더라
"..어떻게 왔어?"
"니가 날 너무 그리워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거짓말"
"..진짠데?"
종대가 진짜라면서 웃더니, ..너 새벽에 박찬열한테 전화해서 우리 종대 내놓으라고- 내놓으라고- 난리친거 기억안나지? 하는거야
그 말에 멈칫, 하고 다시 생각하는데.. 내가 주말에 술에 떡이 되어서는..ㅋㅋㅋ.. 휴대폰 만지작거리다 박찬열한테 전화한 건 아는데,
분명히 정신 멀쩡할때 내가 무슨 말 했냐니까 박찬열이 새벽에 갑자기 라면 끓여내라고 전화해서 지랄했다고 막 그랬었단 말이야?ㅋㅋㅋㅋ..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평생 놀림감이었는데 더한짓을 했구나.. 싶어서 놀라서 고개 푹 숙이고 ..이번 생은 망했어.. 하니까
종대가 크하핳 웃으면서 박찬열이 괴롭히면 말해! 확 반 죽여놓을테니까! 하더라ㅋㅋㅋㅋ
"..근데, 종대야"
"..응?"
"..나 안 미워?"
결국엔 흐지부지 화해하고 종대랑 근처 벤치에 앉아서 얘기하는데, 조심히 ..나 안 미워? 하니까 망설임도 없이 ..미워 죽겠어 하더라
그 말에 아.. 하고 아무말 못하니까 내 쪽으로 몸 틀어서 장난스럽게 보더니 ..말해봐, 나야, 일이야? 하는거야
"..어?"
"빨리 말해- 나야, 일이야?"
"..먹,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
"..너 진짜 싫어"
내가 괜히 먼 산 보면서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니까 인상 확 쓰더니 나 싫다고 하는데ㅋㅋㅋㅋ뭐가 저렇게 새초롬해ㅋㅋㅋㅋ
웃음 큭큭 참으면서 야아, 김종대 삐쳤냐? 하니까 갑자기 눈 마주치더니 나해, 나. 하는거야
"응?"
"너만 모르지, 이 오빠가 능력은 좋아요"
"..뭐라는거야,"
"책임지고 먹여살려줄게. 한번만 안겨봐"
뭐래ㅋㅋㅋㅋㅋㅋ
자기 팔 벌리면서 안겨보라는데 비웃기만하니까 결국엔 자기가 나 끌여당겨서 안아버리더라
내가 종대한테 안겨서 손 꼼지락대다 ..미안해 종대야, 내가 다시는 연락 씹지도 않을거고, 잔소리도 많이 해줄거고. 하면서 중얼중얼대니까
응, 응. 하면서 가만히 듣고 있다 뽀뽀하면서 말만 잘해- 하고 웃는데, 진, 진짜거든! 하니까 더 웃으면서 알았어, 알았어- 하더라
같이 손잡고 걸으면서 내가 이랬고, 저랬고 속상한거 다 얘기하고 막 미안한 것도 다 얘기했는데,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져서 그냥 종대 우리집에서 자고 갔어ㅋㅋㅋ
아 물론 손만 잡고 잤으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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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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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오랜만이라 글쓰는 방법을 잊었나.. 역대급 노잼..!..후ㅜㅜㅜㅜ
그나저나 요즘 종대 왜 이렇게 예쁘대요..ㅠㅠㅠㅠㅠㅠㅠ
(죽은자는 말이없다)
+) 가볍게 읽어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