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과제를 하기 위해 카페에 갔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다.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 보는데, 너무 집중해서 본 탓인가. 주위를 신경 쓰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돌리다 나와 마찬가지로 옆에서 샌드위치를 보고 있던 사람과 살짝 머리를 부딪혔다.
본능적으로 놀라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는데. 상대방은 대뜸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놀란 투로.
"... 누구,"
"나 기억 안 나?"
낯이 익는 얼굴인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고개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이름을 들으니까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막았다.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오빠 여기 근처 살아요? 내 물음에 일단 자리에 앉자며 나를 이끈다. 과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내가 좋다고 난리를 쳤던 오빠였다.
"잘 지냈어?"
"나야 뭐, 똑같죠."
내 심드렁한 모습에 여전하다며 웃는다.
"만나는 사람은 있어?"
"네."
"와, 뭔가 섭섭하네."
"뭐가요?"
"어릴 때 나 엄청 좋다고, 결혼할 거라고 그랬잖아."
"아, 언제 적 이야기를 해요."
서로 근황을 물으며 농담을 주고 받으니 꽤 분위기가 풀어졌다. 말은 이렇게 해도 어릴 때 워낙 친하게 지낸 사이라,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아, 맨날 너랑 붙어 다니던 그 친구랑?"
"뭘 맨날까지야. 부모님끼리 친하시고 집도 가까우니까 자주 만난 거죠."
"아닌데. 너 나한테 오는 거 아니면 맨날 그 친구랑 있었어."
지금 만나는 사람은 어떻게 만났냐 묻기에, 김재환 얘기를 꺼냈다. 아마 오빠도 알 텐데, 재환이. 이름을 들으니 바로 안다며 저렇게 묻는다.
그리고는 의외로 자신과 공통점이 많다며 웃는다. 왜냐고 묻자, 자신도 지금 만나는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중학교 때 친구랑 계속 친구로 지내다가, 마음 맞아서 사귀고 있거든."
"아, 진짜요? 누가 먼저 좋아했는데?"
"내가."
"얼마나 만났는데요?"
"이제 5년."
"어, 저랑 비슷하네."
아직도 좋냐, 뭐 이런 질문 엄청 듣지 않아요? 내 질문에 오빠는 숨이 넘어갈 듯 웃는다. 어떻게 받는 질문마저 똑같냐며.
맨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렇게 반복하면서 지낸다며 툴툴대듯 말하지만, 올라간 입꼬리는 그마저도 좋아 보였다.
"너는 어때."
"나도 똑같죠, 뭐... 싸우고, 또 풀고. 또 싸우고."
그래도 아직 좋으니까 나도 기다리는 거겠죠. 아, 지금 군 입대? 네, 뭐.
그렇게 이야기를 몇 번 나누다, 그만 일어나야겠다는 말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제하려고 온 건데, 하나도 못 하고 가네.
서로 가끔 안부나 묻자며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고, 명절 같은 날에만 형식적인(?) 연락을 가끔씩 주고 받았다.
그게 벌써 3년 전이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연락이 왔길래 뭐지, 싶은 마음으로 연락을 받았더니.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5년째 연애 중
"오늘 좋은 일 있어?"
"응?"
"아니, 기분 좋아 보여서."
김재환은 소파에 앉아 있고, 나는 소파 밑 바닥에 앉아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김재환은 손이 심심한 듯 내 머리카락을 돌돌 돌리며 장난을 쳤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말라며 고개를 돌렸을 텐데, 가만히 손길을 받고 있는 내가 의문스러웠나 보다.
"내가 말했던 오빠 기억나? 몇 년 전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서 가끔 안부 묻고 지내는 오빠."
"... 아, 너 어렸을 때."
"응, 그 오빠."
이번에 결혼한대, 너랑 같이 오라던데.
내 말에 김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 머리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생각보다 반응이 잠잠해 고개를 돌려 김재환을 쳐다보았다.
뭔가 뚱한 얼굴이다. 내가 뭐 실수했나. 김재환이 손을 거두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김재환의 옆에 앉아 김재환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표정 뚱해서. 뭐 화난 거 있어?"
"아니."
"아닌 게 아닌데."
내 말에 김재환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내 눈치를 한 번 보고는 말한다. 섭섭해?
"어? 뭐가."
"그 형 결혼해서 섭섭해?"
"... 아니? 내가 섭섭할 게 있어?"
"어렸을 때 너, 그 형 엄청 좋아했잖아."
김재환의 대답에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니, 뭐. 설마 이런 걸로.
"질투해?"
"..."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내 말에 괜히 못 들은 척을 하며 채널을 돌리는 김재환이다.
얘는 아직도 내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는 건가. 그런 마음과 동시에 질투를 하는 모습이 웃겨 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김재환을 장난스럽게 안았더니, 김재환은 괜히 고개를 빼며 피한다. 부끄러운가 보다. 그의 귀가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 재환이 이리 와 봐."
쪽, 쪽. 아, 귀여워.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니 말은 하지 말라면서도 입꼬리는 슬슬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식장에 도착하니 괜히 내가 다 떨렸다. 잘 아는 지인으로 가는 건 처음이라 그런가.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김재환은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안에서 오빠와 인사를 나누고, 이리저리 바빠 보이기에 축하한다는 인사를 끝으로 미리 안으로 들어갔다. 리허설을 진행하는지 화면에는 그간 찍었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8년 연애, 그리고 결혼. 내가 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게, 기분이 이상했다.
모든 식이 끝나고, 기념사진까지 찍은 뒤 식장에서 나오자마자 눈물이 터져 버렸다. 김재환은 우는 내 모습에 당황해 내 어깨를 감싸 안더니,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 우는 나를 달래려 안아주었다.
김재환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던 것 같다. 김재환이 말했던 섭섭한 감정일까 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에 나까지 행복해졌으니까.
어느 정도 눈물이 그쳤을 때, 김재환은 안절부절못하며 나를 살폈다. 민망한 탓에 괜히 웃어 보였다. 나 되게 주책이다, 그치. 내 말에 그제야 김재환도 나를 따라 웃는다.
밥을 먹고 있을 때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 다니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나를 발견해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가볍게 몇 마디를 나누었다.
축하드려요, 지금처럼 쭉 행복하세요. 내 말에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5년째 연애 중
오늘 같이 잘까?
내 제안에 김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서 가볍게 시작했던 입맞춤은 꽤 긴 시간 후에 떨어졌다.
옆으로 누워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가 먼저 고개를 내밀어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웃으며 내 머리를 넘겨주는 김재환이다.
"오늘 기분 되게 이상했어."
김재환은 계속 얘기하라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냥, 시작하기 전부터 그랬어. 마음이 이상하고.
"오래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시니까. 되게 예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지는 거야."
"응."
"그래서 그런가. 아침부터 싱숭생숭했는데, 다 보니까 괜히 울컥해서."
김재환은 어느새 울먹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
"우리랑 상황이 비슷해서 그런가. 더 감정이입 된 거 같아."
"오래 사귄 거?"
"응. 그러고 보니까 우리도 7년을 만났네."
한참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점점 잠이 몰려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김재환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나를 보고는 밑에 있던 이불을 끌어올려 내 몸을 덮어 주었다.
재환아. 김재환은 내 부름에 응, 무드등 끌까? 하며 대답했다. 나는 다시 한 번 김재환을 불렀고, 김재환은 말없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 이렇게, 너랑 쭉 행복하고 싶다."
"..."
"서로 사랑하면서. 아껴주고,"
우리는 서로가 마지막이면 좋겠어, 재환아.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동시에 볼에 닿는 가벼운 촉감과 함께, 깊은 잠에 들었다.
나름 여주식 프러포즈 아닌 프러포즈... ㅋㅋㅋ 거의 처음으로 마음속 진심 밝힌 편이 아닐까 해서 가장 애착이 가는 편이 될 거 같아요 ㅎㅎ
맨 처음에 나온 부분은 3년 전 이야깁니당!! 제 글에서 재화니가 군대를 간 ㅋㅋㅋ 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용
제목은 5년째인데 벌써 7년째가 되어가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둘은 예쁘게 만나고 있다네여!! 얼른 속도 높여서 달려가겠습니당
맞다 그리고 제가 텍스트 파일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랜만에 제 글 처음부터 읽으면서... ㅋㅋㅋㅋㅋ
재생 안 되던 브금도 고치고 제가 보기에 어색한 부분들을 조금씩 고치는 중입니다
아마 초반 글 다시 읽어보시면 내용이 미묘하게 변했을 거예요... 아마두... ㅋㅋㅋㅋㅋㅋㅋ 정주행 유도는 아니구요 ㅋㅋ!!!! 그땐 왜 그렇게 썼는지 경악하며 수정했답니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꺼내는 얘기인데요!!
혹시 완결 후에 (없으실 수도 있지만...) 텍스트 파일 받으실 독자분들 계신가요...?! 제 글에 사진도 꽤 있는 편이라 일단 워드로 수정을 거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받으시기엔 텍스트가 편하시려나 싶고 그렇네여... 일단은 수요조사처럼 한 번 질문해 봅니다... 없으시면 개인 소장으로 넘기는 걸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 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ㅠㅠ
주시는 애정들 모두 감사드려요 더 열심히 달려볼게요!!!
다음 편에서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