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내 분신과도 같은 마우스를
딸칵, 딸칵
클릭하는 너의 손가락.
이제 곧 있으면 나에게로 다가온다.
방금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발랐는지 달콤한 너의 향기.
너의 그 부드러운 촉감들이 나를 덮쳐온다.
넌 아무렇지도 않게 열심히 나를 두드리며
웃기도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울기도 한다.
이렇게 누워서 밖에 너를 볼 수 없는 나지만
나를 누르며 너의 그 다양한 표정과 감정들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너는 어느새 손톱이 많이 자랐나 보다.
살짝살짝 부딪히는 마찰음과 함께 조금씩 흥분되는
나를 보며 또 나 혼자 자책한다.
'이런거에 흥분하다니...'
하지만 좀 더 강도가 세지면서
나를 꾹꾹 누르는 너를 보는 순간
나는 타는듯한 마음을 대신할
불빛을 쏘아대며 너를 노려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너는 언제나 처럼
몹시 화가 나 있었다.
1초라는 녀석때문인가...
그깟 1초가 뭔데 날 이렇게 질투하게 만드는지.
넌 평소보다 더 흥분한 상태로
평소보다 빠르게 나를 두드렸고
평소보다 더 소리를 지르며
나를 집어던졌다.
내 몸 하나하나가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절망에 빠졌다.
너는 당황하면서 나에게 다가왔고
조심조심 아기다루듯 나를 하나씩 내 몸 원래 자리로
다시 되찾게 해 주었다.
하지만 내 몸통 중 심장과도 같은
엔터가 보이지 않는다.
너는 바닥을 기면서
내 심장을 열심히 찾았지만
끝끝내 찾지 못하고 엉엉 운다.
너가 우는것을 보니 날 집어던진 너는
전혀 생각나지 않고
나도 같이 마음이 아파와 눈을 감았다.
갑자기 너가 나를 품에 안는다.
컴퓨터와 나를 잇더니 1초번가로 들어갔다.
1초가 들어간 것을 보니 화가 났다.
넌 나를 로그인 할 때에만 열심히 눌러주고는
내 분신과 같은 마우스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
이젠 내 분신에게도 질투를 하나?
그렇게 1시간이 지났을까.
너는 웃으면서
"키보드야, 언니가 많이 괴롭혀서 미안해.
이젠 언니가 좋아하는 귀여운 헬로키티 키보드가
너를 대신해서 수고해줄꺼야. 그동안 수고 많았어."
하며 나에게 말한다.
역시 키보드는 헬로키티 키보드가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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