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1세기.
IT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는 점점 스마트한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서 스마트티비, 3D티비도 생기는
빠르고도 숨가쁜 이 시대.
이 속에서 일반폰이 살아가기란...
말 안해도 알것같다.
5000만 국민중에 3000만국민이 스마트폰에
가입을 했다는 기사를 본 나는 절망에 빠졌다.
나는 고비.
당신들이 생각하는
"고비가 말해줄거야."
라고 말했던 그 고비가 맞다.
날 처음 만져 본 너의 손길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요즘 누가 이딴 고비를 쓰냐고!"
하며 터프하게 날 던지는 너의 손길.
그래도 처음 써보는 핸드폰이라서 그런지
바닥에다가 던지진 못하고 침대위에 소심하게
던지는 너를 보며 나는 풋. 하고 웃었다.
왠지 너와의 약정이란 2년의 삶이 즐거울 것 같기도..
너는 언제나 나를 사준 너희 부모님께
새로나온 갠역시3 이야기를 한다.
디자인은 어떻고 기능은 이러하며
가격도 이만하면 좋지 않냐는 대사를 외울만큼
너는 끈질긴 나의 주인이였다.
너가 나란 코비를 접하고 3개월이 지났을까.
넌 실수로 나를 시멘트바닥에 떨어트린 적이 있다.
그때에 너는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나를 주워
이리저리 꼼꼼히 쳐다보는 뜨거운 눈빛에 나는 불타올랐고
살짝 기스난 곳을 계속 문지르는 너의 손끝에 나는 미쳐버렸다.
어느새 1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너는 나에대한 흥미를 잃었는지 바닥에서
내가 던져져도 아무렇지 않게 나를 줍고
이리저리 살펴보지도 않는다.
옛날엔 그래도 스마트폰이 아니여도
나름 첫 핸드폰이라 그런지 애지중지하며
날 사용했는데 조금 섭섭해 지려고 한다.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너와 내가 헤어져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온다.
너는 내게서 멀어지려 하지만
나는 너를 놓고싶어하지 않는다.
너는 신이나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검색해보지만
나는 너가 검색하는 그 키보드(아, 내가 좋아하는 헬로키티 키보드라도 예외는 없다.)
를 뿌시고 싶었다.
이게 너와 나의 생각의 차이였다.
약정2년이 끝나는 날.
너는 나를 보고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지
"아... 너같은 형광초록핸드폰 이제 어디서 보냐"
하며 무심하게 말한 너를 보니 나는 웅웅 하며 운다.
내가 웅웅 하며 우는 너는
"그래도 이렇게 고장난 코비보단 새로운 스마트폰이 좋지.
나도 코코아톡하고 싶다...
핸드폰으로 이스티즈도하고싶고..."
딸랑.
너는 나를 굳게 손에 쥔 채
너와 나를 처음 만나게 해준 너의 부모님과 함께
에스게이티 통신사지점에 들어왔다.
시원한 공기가 나를 더 처참하게 만들었다.
너는 밑에서 나를 째려보며 무시하는
수많은 스마트폰이 있는 유리진열장 위에 내팽겨쳐버렸다.
웅성웅성.
"쟨 뭐니? 메론이니?"
"아, 쟤? 우리 조상님뻘 되는데 공짜로 줘도
안 갖으려한다는 그 전설의 고비폰이잖아"
"킥킥. 쟨 지금이 고비네. 역시 이름대로 살아간다더니. 쯧쯧"
나의 주인인 너가 나를 욕하는건 용서할 수 있는데
처음 본 스마트폰무리들이 나를 비웃는건 도저히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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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