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데 항상 그래왔듯 기자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 박태환 선수, 이번에도 실격을 당하고 말았는데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솔직히 말하면 난 실격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수영 경기를 몇십번이나 나갔는데, 지난번 올림픽때처럼 또 실격을 하고 말았다. 그때처럼 내가 부정출발을 한것도 아닌데, 부정출발이라고 우기는 캐나다 국적의 심판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져옴을 느꼈다.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몇시간 뒤에나 나온단다. 이건 오후에 경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없는것도 아니고……. 억울해서 눈물이 차올랐다.
"…인터뷰 나중에 하면 안돼요?"
끝까지 참았지만 결국 흘려버린 눈물에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댄다. 또 기사가 나겠지. 실격 판정에 눈물을 흘린 박태환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답답하다고 하더라도 만약에 실격 취소가 되면 잠시 후에 있을 경기를 위해 몸을 쉬어두어야 하니 숙소로 올라가기 위해 재빨리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로 들어가니 아까 풀장에서 내 실격 사유를 모르겠다는듯 멀뚱멀뚱 바라만보고 있던 쑨양이 나를 반겼다.
" 您好!"
(안녕!)
" …您好. "
(…안녕.)
쑨양이 한국말도, 영어도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평소에 쑨양이 나를 롤모델로 삼는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언어가 같지 않다보니 소통에 어려움이 컸다. 쑨양과의 의사소통보다는 실격판정에 답답함이 더 컸기에 인사만 하고 샤워장에서 몸을 간단하게 씻은 후 나가려고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영어가 들려왔다.
" 태환, I'm studying English to talk with you. "
(태환, 이야기하고싶어서 영어배우고있어.)
중국인은 영어를 발음할때 중국어 특유의 말투가 들려온다고 하는데, 그말이 틀리지 않았나보다. 알아듣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뜻을 모를 정도가 아닌 정도. 쑨양 영어 정말 열심히 배웠구나. 내가 그렇게 좋을까? 평소에 내가 롤모델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긴 했어도, 이젠 나를 이겨서 금메달을 땄으니 난 더이상 쑨양의 롤모델이 될 자격도 없는건가. 하하.
"쑨양, I think you studying very hard to talk with me like this.
However, I don't have qualification to be your role model anymore. Congratulation to get the first grade."
(쑨양, 이렇게 얘기하려고 네가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너의 롤모델이 될 자격이 더이상 없어. 1등한거 축하해.)
" Don't go to far. You're my role model forever."
(오버하지마. 넌 내 평생의 롤모델이야.)
"Do you really think so? You beat me, so now I incapacity."
(과연 그럴까? 넌 날 이겼고, 난 무능력해.)
"I think this judgment is very strange. so don't have to feel guilt. All is well."
(난 이 판정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죄책감 느끼지마. 다 잘 될거야.)
"All is well?"
(잘된다니?)
"It must be umpire's mistake. The judgment must be able to change."
(분명 심판의 잘못이야. 판정 결과 바뀔거야.)
"Whatever…."
(과연….)
샤워는 이미 다 마쳤지만 길어진 쑨양과의 대화에 샤워장에서 나와 탁상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어느새 머리의 대체적인 물기가 다 말라버렸다. 착잡해진 마음을 뒤로하고 샤워도구를 챙겨 옷을 입으러 가려는데, 쑨양이 나를 불렀다.
"Wait a minute!"
(잠깐만!)
"Huh?"
(왜?)
"… Come my accommodation. Today. After hear the news of your disqualification justment changed."
(… 내 숙소로 와. 오늘. 실격 판정 번복됬다는 이야기 듣고.)
"… How cute boy. OK! If my justment changed, Have a party with you."
(… 귀여운 놈. 좋아! 내 판정 결과가 바뀌면, 너랑 파티해야지.)
쑨양이 환하게 웃었다. 잠시마나 씁쓸했던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쑨양만큼 착하고 귀엽고 살가운애가 어디에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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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니까 봐주세여 쀼잉쀼잉 '-^ 지적은 달게 받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