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는 태환에게 있어야 마땅했을 물건이 그대로였다. 한숨이 나왔다. 다신 볼 수 없을꺼란 생각에 기분이 울적했다. 이번시즌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알고있던 사실이였지만 기분이 좀 그랬다. 라이벌이 사라지는데 뭐가 문제냐고 코치는 나를 이해못하겠다는 듯 닦달해왔지만 아닌건 아닌거다. 정적을 감도는 경기장을 한숨소리가 매웠다. 그렇게 수영장에 발을 담군체로 망연자실하게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쳤다. 누구지 싶어 올려다보니 보이는 그의 모습에 놀라 눈을 껌뻑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터라 태환은 손짓으로 내옆자리를 가르켰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도돼냐고 묻는거 같았다. 태환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내옆자리에 앉았다. 물이 차서 발을 넣다가 앗,차가. 하는 소리를 내며 발을 올렸다 담궜다. 태환덕분에 배워뒀던 한국어가 대충 귀에 익었다.
“태환.”
물에젖은 듯한 목소리가 세어나갔다. 팍, 이라고 부르려다가 괜시리 이름이 불르고싶어서 태환. 이라고하자 화들짝놀란다. 항상 영어로 제 이름을 불러온게 익숙해서 그랬다. 난 사실 태환의 이름을 부르고싶었다.
“보고…싶을꺼야.”
맞는 말인가 싶었다. 보고싶다, 보구싶다? 사전을 보다 찾은 문장에 별표를 해뒀다. 항상 방에 빼곡히 붙여둔 포스터를 보며 생각하는 그 문장. '보고싶다.' 태환을 보게될 날을 간절히 바라며 포스터를 쓰다듬으며 되뇌였다. '보고싶다.'고
“…나도 쑨양.”
태환이빙그레 웃었다. 그모습에 나도 덩달아 웃게되었다. 태환은 항상 웃는얼굴이 너무 예쁜 사람이였다. 항상 웃어줬음 좋겠다. 나도 따라 웃게되는 그 기분이 메달을 딴 기분과 거의 동등한 감정을 불러냈다. 날보며 웃고있는 태환과 눈이마주쳤다. 멀뚱히 서로 바라보다 또 웃었다.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쑨양! 연습하러가야지!”
먹을것을 사러 간다던 코치가 나를 부르며 재촉했다. 왜벌써왔는지, 원망의 눈초리로 노려보자 '쑨양 빨리!'한다. 난 어쩔수없이 몸을 이르켰다. 태환은 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모습에 나도 웃을수밖에 없었다. 손을 흔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더딘 발걸음이 답답했는지 코치의 목소리가 한껏 드세졌다. 뭔가 잊어버린게 있는거 같았다. 그래서 더 걸음이 느렸다. 뭔가, 뭔가 해야할일을 안한 느낌.
“…아!”
난 중간까지 갔다가 다시 태환에게 되돌아갔다. 코치는 화가났는지 씩씩거리는 소리가들렸지만 개의치않았다. 난 태환의 손에, 태환에게 어울릴 물건을 쥐어주었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았을…, 기분이 한결나았다. 난 태환의 다급한 불음에도 뒤돌아보지않고 코치에게 뛰어갔다. 수영장을 나서고 뒤를돌아도 보이지않는 태환의 모습에 눈물이 찔끔 났지만 괜찮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태환, 꼭 다시만나자.
그렇게 뛰어가버린 쑨양을 보며 태환은 씁쓸하게 웃었다. 태환은 고개를 숙인체 얼굴을 붉혔다. 쑨양이 전해주고간 값진 그것을 꼬옥 쥐고서 태환은 중얼댔다.
……쑨양…,
“…햇!반!이라니..”
태환의손에는 이슬이맺힌 햇반이 빙그레 웃고있었다. 그리고 태환은 다짐했다..꼭 다시만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