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하게, 오랜만에 일한번저질러보자, 하는 마음으로 십자수를 꺼냈다.
퀼트도 하다가 던져버린 나지만 이번엔 다르겠다, 하면서 바늘을 놀리지만 역시 나는 이런거랑은안맞나보다.
결국 바늘을 꼽다가 잘못 놀려 피를 보고 말았다.
손에서 피를 짜다가 무의식적으로 티비를 봤을땐, 'U-20의 월드컵 8강' 이란 글자가 울러퍼지고있었다.
집안엔 나혼자만 멍하니 시끄러운 티비속과 마주하고 있었다.
"야, 한판뛰러가자.온나."
"비오는날 축구해?"
"점마들 또라이다."
나가자고 말하는 정기와 그 뒤를 따라가는 남자애들을 보고 은혜가 손톱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말했다. 마지막 보충이끝난후 석식을 먹고선 야자를 하는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풀어놓고있었다. 이정기, 그리고 권진영등 수업이 끝났음에도 야자를 하는것이 운동하는 애들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한다는게 나름 신기했다.
"은혜야, 쟤네 야자해?"
"점마들? 안하는데?"
"헐?근데 왜 지금까지 학교에 있어?"
"정기 점마랑 이은혜랑 사귀는거 모르나?"
"뭐??"
당황한 나와는 다르게 은혜는 손톱을 다듬고 후 바람을 불었다. 어쩐지 은혜랑 자주 투닥거리더라... 솔직히 은혜가 아깝긴했다. 물론 정기가 나쁜아이는 아니다.
내 반응을 즐거워하는 이광훈이 와이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이정기점마가ㅋㅋㅋㅋㅋㅋㅋ야랑 사귈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ㅋㅋㅋㅋㅋㅋ"
"주디좀 닥치라! 생각만해도 끔직하다."
반아이들도 그날의 상황을 알고있던건지 이광훈의 말에 모두가 빵터져가지곤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이광훈의 말로는 중3때부터 첫눈에 반해서 정기가 은혜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은혜가 그땐 얼마나 짜증났더라면, 현수막을 만들어 학교에 걸어놓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 현수막사건이후로 정기의 구애가 더 심해졌다는것이 웃긴점이다. 무용을 하는 은혜도 이 학교를 같이 오게 되면서 둘의 사이가 좀 틀어지나 싶었지만, 학교 친선대회에서 당당히 일들을 따낸 정기가 프로포즈를 하면서 사귀자는 말에 결국 은혜도 정기의 진심을 알게되 사귀게 됬단 이야기다.
"그때 이정기가 뭘줬는지 아나."
"축구공 가죽뜯어가지고 편지썼다.빙시가."
우리와 함께 떠들던 이광훈은 결국 기다리다 못참은 권창훈의 등짝 스매시를 맞으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몇 분을 더 떠들가 야자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모두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공부를 안하는 아이들은 자거나 조용히 딴짓을 했다. 시험이 얼마 안남아서인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말자는 마음과 약간은 경쟁심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까의 사회책을 꺼내며 한번 침을 삼키다 결국 다시넣고선 한국사책을 꺼냈다. 공부도 안돼는데 안돼는 것 해봤자 시간만 아까울뿐, 나중에 사회하고싶을때 할란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과연 언제 찾아올지는 모른다. 집중이나 해보려고 엠피쓰리를 켰지만 아까 이창근과 들은탓인지 배터리가 다되서 깜빡이고 있었다. 아 짜증나, 역시 빌려주지말껄. 그 찜찜함이 이 찜찜함이였나 보다 싶어 짜증이나 머리를 잡고 한국사책을 펼쳤다.
분명히 한국사책을 펼쳤는데, 잠깐 정신없이 졸다보니 1교시가 끝나있었다. 아, 망했다... 애들 공부 열심히 한것 같은데. 비몽사몽 한 정신과 허무함을 가지고 책상에 머리를 쾅 박았다. 이마는 분명 아픈데 아무 생각도 안드는것이 멍하다. 아.... 이번 시험은 그냥 망했다. 3일남았는데.
"익시야 내랑강당갈래?"
"강당?왜?"
"거기 애들다있다."
은혜의 말에 어차피 공부도 안돼는데 잠좀 깨고 올라고 은혜를 따라나갔다. 잠시 매점에 들려 큰 음료수를 사는게 은혜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보여지는것 같았다. 정기랑 은혜가 사귀는게 맞구나- 뭐, 지금보니 나름 어울리는것 같기도하다.비가와서 강당에서노는지 벌써부터 강당입구가 시끄럽다. 강당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뿌어져나오는듯 했다 . 역시나마나 들어오자마 은혜는 강당문을 박차고선 소리를 질렀다.
"이정기!!"
은혜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무래도 비와서 답답한 강당안을 웽웽 울렸다. 뒤에 천둥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큰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이정기가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왔다. 우리반만이 아니라 다른 반 애들도 있어서 왠지 민망했다. 살살 눈치를 돌려보니 연제민과 이창근, 권진영, 이광훈,권창훈등 우리반 남자아이들은 몇몇빼고 거의다 있는듯 했다. 이정기를 따라가는데 몇몇 목소리가 들리긴했다. '가는 첨보는 안데.' '니아나' '누고?'
왠지 고개를 숙여야 할 마음에 온몸이 쭈그라드는것 같았다. 역시나마나, 제발 안오길 바랬지만, 몇몇 남자애들이 우리에게로와 정기에게 묻는다.
"야. 야는 누고"
"우리반 전학온 아다."
"어서 왔는데"
"니 수원은 아나 촌놈새끼야."
"수원? 안다 이 븅딱가리새끼야"
욕을하며 이정기와 남자애가 웃으며 투닥거리는 사이 연제민이랑 이광훈이 앞으로 걸어왔다. 연제민의 얼굴을 보는 순간 주영이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왠지 모르게 내가다 민망해지는 기분이였다. 손가락끝이 마치 간질거렸다. 둘의 키는 확실히 컸다.
"니네가 왠일이고."
"정기보러왔거든, 깝싸지마라 이광."
"아 가스나야 뒤질래! 야는 누 보러왔는데."
아니, 난보러온애 없는데... 라고 말할틈도 주지않고 이광훈이 혼자서 떠벌떠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니 내보러왔나, 부터 시작되서 말도안돼는 소리를 따발따발 쏘아대는 바람에 결국 연제민과 은혜한테 사이좋게 한대식 맞고선 툴툴대면서 할말은 결국또 다했다. 웃다가 마주친 연제민이 씩 웃어보였지만, 난 웃지못하고 바로 우연히 마주친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마치 그 이야기가 진짜처럼 된듯 머리가 복잡했다. 주영이가 한 말이 진짠가?
"익시는 제민이 보러왔다. 됐나?"
자기를 보러왔냐고 놀려대는 이광훈에게 맞춰주기위해서 뱉은 은혜의 말이지만 그말은 나를 더 정신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