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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내음이 나는 소년 

 

 

 

 

 

 

석양이 지던 무렵 가까스로 수 많은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디오는 한창 북적대는 도시의 인파로 섞여들었다. 올해에도 물의 신의 가호와 사랑이 가득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시는 물의 신에게 받치는 갖은 행위로 축제 분위기가 물신 느껴졌다. 아마 어릴적 형님과 함께 했던 그 날 이후로는 처음 겪는 물의 축제였다. 발길이 닿는 곳 마다 흥이 넘쳐서 디오의 시선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그는 어린이들이 몰려있는 사탕 장수로부터 알록달록한 알사탕을 구입했다. 지난날 왕국으로 돌아온 저를 위해 열린 연회에서 어색하게 서있던 그에게 다가와 작은 두 손으로 오라버니 하며 이끌던 어린 누이 동생에게 선물할 참이었다. 

 

 

해가 지자 축제는 더욱 무르익었다. 출출해진 디오는 주먹밥을 사들고 인적 드문 숲길로 향했다. 아마 어릴적 기억에 의하면 이 숲길 끝에는 비밀스럽고 경치가 좋은 강가가 있었다. 

 

 

축축한 풀내음이 발을 타고 올라와 디오의 코를 적셨다. 눈 앞엔 하늘의 별들을 머금은 눈부신 강이 고요하게 흐르며 등불 없는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푸른 풀밭이 길게 뻗은 강가를 따라 이어졌다. 이름 모를 꽃들이 귀여운 제 자태를 뽐내며 디오를 향해 고개를 들고 피어있었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강가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부드러운 바람이 디오의 옷깃을 스쳤다. 디오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깨끗한 공기가 몸을 가득 채웠다. 풀 벌레가 우는 소리 위로 누군가의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정말 작았지만 기분 좋게 디오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디오는 하얀 꽃이 무성하게 핀 꽃 밭위에 덩그라니 앉아 있는 그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소년은 제 몸에 한참이나 큰 은은한 달빛의 비단 두르마기만 걸친채, 하이얀 꽃 한송이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별로 가득 찬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저기요." 

 

 

동그랗고 검은 생머리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청량한 웃음이 가득한 새하얀 소년의 맑은 눈동자가 디오의 눈과 마주한다. 

 

 

"실례가 안된다면, 제 말동무가 되어주시겠어요?" 

 

 

소년의 시선이 다시 제 손에 올려진 꽃으로 향했다. 디오는 소년의 하얀 다리가 두루마기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져 접혀 있는 것을 보았다. 

 

 

"항상 이야기만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보니깐 물 밖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것 같아요." 

 

 

소년의 목소리엔 순수한 기쁨이 잔뜩 베여있었다. 

 

 

"이곳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축제는 어떨지, 조금 궁금하다. 아마 누나들은 지금 쯤 축제를 즐기고 있을거에요. 이따가 이야기 해주겠죠? 올해는 저도 정말 함께하고 싶었는데.이상하게 물 밖으로 나오니깐 다리에 힘이 안 생기는 거에요. 걸을 수가 없어요." 

 

 

듣기 좋은 목소리에 서운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디오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옷깃이라도 닿으면 없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나들 말로는 처음이라 그렇다는데.. 아무래도 전.. 그래도 이렇게 제 소원을 이뤄서 기뻐요. 인간을 만나보는게 제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제 옆에 있잖아요?" 

 

 

소년이 싱긋 웃으며 디오에게 꽃송이를 내민다. 디오가 머뭇거리며 손바닥을 보이자 소년의 손가락이 스치며 꽃송이가 올려졌다. 손바닥이 간질간질 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당신 이름도 모르네요. 알려주시겠어요?" 

"...디오." 

 

 

소년이 꽃밭을 향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돌려 디오를 올려다 본다. 그의 얼굴엔 달빛 가득한 웃음이 담겨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었다. 소년에게서 맑은 물내음이 났다. 붉은 꽃잎 같은 입술이 디오의 입모양을 따라 그린다. 

 

 

"디..오.." 

 

 

소년이 허리를 펴고 디오를 향해 가는 손을 내민다. 

 

 

"디오, 저는 백현, 이에요. 백현." 

 

 

백현. 디오는 소년에게 참 잘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백현은 디오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작은 새처럼 종알대며 끊임 없이 이야기를 해나갔다. 주로 자신이 꿈 꿔온 인간 세상에 대해서 였다. 

 

 

"디오는 축제가 열리는 저 곳에서 오는 길이죠? 그럼 혹시 사탕이라는거, 보신적 있으세요? 누나들 말로는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로 그런가요? 이따가 누나들이 사오기로 약속 했는데. 정말 궁금해서 기다릴수가 있어야지요." 

 

 

아이 같이 순수한 눈망울을 빛내며 얘기하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디오는 마침 저가 누이 동생에게 주기 위해 샀던 사탕 봉지를 백현에게 내밀었다. 누이동생에게 줄 것은 나중에 다시 사면 될 것이었다. 

 

 

"그럼 네가 직접 맛보고 그렇게 맛있는지 알아봐라." 

 

 

와아. 백현은 기쁜 눈빛으로 사탕 봉지를 들여보더니 조심스레 커다란 사탕을 입에 집어 넣었다. 볼 한쪽이 볼록 튀어나왔다. 

 

 

"디오도 하나 드세요." 

 

 

사탕에 의해 어눌한 발음과 함께 백현의 하얀 손이 붉은 사탕을 내밀었다. 디오는 고개를 저었다. 

 

 

"너 많이 먹어." 

 

 

백현은 난감하게 제가 쥔 사탕을 내려다 보았다. 이미 입안에 하나가 있었고 다시 봉지 안으로 넣기엔 조금 녹아있었다. 디오는 그런 백현을 보다 웃음 지으며 백현의 손에 있던 사탕을 집어 백현의 조금 벌어져있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양 볼이 볼록해진 백현의 얼굴이 꽤 볼만해 웃음이 나왔다. 

 

 

"귀엽구나." 

 

 

디오가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결이 좋아 손가락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백현은 고개를 숙이고 제 화끈해진 얼굴을 숨겼다. 

 

 

"걸을 수가 없다 했나?" 

 

 

입안의 사탕에 말 하기가 어려운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한 번 도와줘 볼테니 걸어보지 않을래?" 

 

 

백현이 동그래진 눈으로 디오를 바라본다. 디오는 어깨를 흘러 내릴듯한 백현의 두르마기를 조심스레 여며주었다. 백현에게선 맑은 물내음이 났다. 

 

 

"제가 걸을 수 있을까요?" 

 

 

어느새 사탕을 다 먹은 백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묻는다. 디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번 해봐야지 아는 거다." 

 

 

디오는 신발을 벗고 백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고, 일어서. 머뭇거리던 백현이 경수의 손을 잡는다. 디오는 손에 힘을 주고 백현을 잡아당겨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얇은 허리가 팔에 감기고 백현이 위태 위태하게 디오에게 기대어 섰다. 백현이 디오의 어깨를 꽉 쥐었다. 

 

 

"잘했어. 이제 발을 한 쪽씩 내 발 위에 올려놔. 겁내지 말고." 

 

 

백현이 조심스레 발을 움직여본다. 조금만 더 가면 디오의 발이 있는데 거기서 힘이 풀려 주저 앉으려 하는 것을 디오가 잡아 안았다.  

 

 

"잘 안돼요.. " 

"할 수 있을거야." 

 

 

무릎 꿇고 앉은 백현의 앞에 디오가 쭈그려 앉아 시선을 마주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르마기가 백현의 다리 사이 위로 벌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아찔했다. 디오는 다시 백현의 옷을 여며주고 허리를 끌어안아 일으켜 세웠다. 

 

 

"걷는거 성공해서 같이 축제 구경하자." 

"정말요?" 

"응, 그러니깐 다시 천천히 발 올려봐." 

 

 

한 발, 한 발. 백현의 발이 경수의 발등 위로 올라왔다. 잘했어, 백현. 디오의 간지러운 목소리가 백현의 귓가에 가깝게 다가왔다.  

 

 

하나, 둘, 하나, 둘. 디오의 발과 백현의 발이 천천히 움직이며 풀 위를 걷는다. 백현은 제 발이 걷는 느낌이 신기했다. 백현과 디오의 가슴 팍이 맞 닿아 떨리는 심장 박동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채 둘은 마주하고 있었다. 백현의 디오의 어깨를 쥔 손이 조금은 편해져 있었다. 

 

 

"디오, 신기해요." 

"이 느낌을 잘 기억해 둬." 

 

 

디오와 백현이 얼굴을 마주보았다. 시선이 교차했다. 걸음이 엉켜버렸다. 뒤로 넘어져버린 디오 위로 백현이 고개를 들었다. 

 

 

"디오, 괜찮.." 

 

 

백현의 머리를 감싸 안아 붉은 입술을 맞댄다. 맑은 물내음이 나는 소년의 입술을 조심스레 탐하기 시작했다. 강물 위로 흐르는 별빛이 그들을 밝히고 있었다. 

 

 

 

 

 

 

 

 

 

 

 

 

 

허접하지만..나중에 정식 연재 할 겁니다! 

불마크를 달아야하는데...(의심미) 

폰으로 쓴거 주의..오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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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우와 이거뭐죠ㅠㅠㅠㅠㅠ오백이라니ㅠㅠㅠㅠㅠ완전 신비로운 분위기ㅠㅠㅠㅠㅠ허류ㅠㅠㅠㅠㅠㅠ대박이네요....캐릭터 너무 잘어울리는거같아요......나중에 정식연재하신다니!!완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헐.. 작가님헐 좋아요 ㅠㅜㅜㅠㅠㅜ분위기진짜 ㅠㅠ연재 연재 ㅠㅠㅠㅠㅠ재밌겠다 경수가 저렇게 해주능거 으아 ㅠㅠㅠㅠㅜ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11년 전
독자3
제목부터가 그냥 끌렸는데 역시 끌렸던 이유가 있는거 같아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나중에 정식 연재하신다니 꼭꼭 찾아서 볼게요~~!!!!!!
11년 전
독자4
대ㅏ박이다ㅏㅠㅠ신알신하고가ㅏ여!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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