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놈의 쌩뚱맞은 방문에 충격받은 멘탈이 무너져버렸다.
지친 심신을 질질 이끌고 거실 소파에 가 털썩 누워버리니, 졸졸 따라와서는 한쪽 구석 옆에 사뿐 앉는다.
넌 임마, 등치때문에 사뿐 앉아도 소파가 확 꺼져.
확실히 소파에 갑자기 경사가 생겼다.
웅크렸던 다리가 스르륵 내려가며 그놈의 허벅지께에 툭, 닿았다.
세상에... 저시끼 표정이 방금, 그 뭐냐..
우리 누나가 즐겨보던 귀여니 책에 자주 등장한 >_<// 표정으로 변한거, 나만 본거 아니지?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그, 그래 귀엽긴 하구나. 중국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 아이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겠지.. 그때. 철커덩,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엄마다. 별일이네. 신기하다는듯 중얼중얼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가버리신다. 엄마.... 왜 몰라봐..... 엄마 아들 라이벌이잖아.... 난 왠만해선 눈물이 안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네.
"야 쑨... 진짜 안갈거야?"
"음??"
또 못알아듣는 척 한다, 저거.
눈 땡그랗게 뜨는것좀 보소....
"차이나! 유어 홈 돈고?"
뚝뚝 끊기는 내 회화를 듣다가 풋, 웃어버린다.
우, 웃었냐? 야 임마 너 웃었냐? 넌 영어 잘하냐 임마??
"안가."
"왜애.. 왜 안가. 왜."
"오늘부터, 태환, 집.."
그러니까 누구 맘대로!!
열불이 터져 발꼬락으로 옆구리를 팍팍 찼더니,
꺄아 왜이러세여>_< 리액션을 펼쳐주신다.
세상에...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고있는 녀석을 보자니 이젠 나도 모르겠다, 싶다.
"아들, 일어났... 에구머니!!"
"아, 엄마. 어디갔다왔어. 말좀 하고 가지."
"세, 세, 세, 세상에."
"응?"
"네 옆에 걘 어쩜 너보다 그렇게 크대니?"
네가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닌데 말이야.
"아, 안녕해세요!"
"음? 어, 그래 안녕."
들쭉 날쭉한 한국어로 밝게 인사하는 쑨양을 슬쩍 보더니, 살금살금 내게 다가오셔선 속삭인다.
"얘, 쟤 좀 모자라니?"
"어?"
"어조가 어눌한게.. 어휴, 아들."
뭔가 촉촉한 눈빛으로 쑨양을 바라보는 엄마.
쯧쯧, 키도 훤칠하고 잘생겼는데.
혀까지 차고 아주, 엄마, 어? 엄마.
"엄마.. 쑨양이잖아."
"응? 이름이 순양이니?"
"아니!! 중국 수영선수 쑨양이라고!!"
정적.
"니.. 니 하오."
왜 엄마의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