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선택! iKON! 오늘의 선택남은 송윤형입니다.
연상의 과외 선생님과 연하의 과외 학생, 누구와 연애하고 싶으세요?
BGM : 저기요-젤리쿠키 (냄새를 보는 소녀 OST)가사가 있는 음악이에요, 분위기가 너무 귀여운 게 함정 ♡*.*♡ 저는 함께 들으며 썼습니다! 들으시면 좋아요! ① 연상의 과외 선생님, “어디가 예쁜지 구경 중이야.” “선생님.” 내 부름에 맞은 편에 앉아 책을 보던 선생님이 고개만 들어 날 바라보았다. “왜?” 하고 묻는 선생님을 잠깐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바로 앞에 놓인 참고서 위로 가장 길이가 긴 문제를 콕 찍어 가리켰다. “이거 모르겠어요.” 내 손가락이 향한 문제를 힐끔, 바라보던 선생님은 내 쪽으로 몸을 당겨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 거꾸로 문제를 한 번 슥 읽은 선생님이 살짝 인상을 쓰곤 말했다. “야, 이거 공식 알려줬잖아.” 여전히 문제에 시선을 둔 채로, 한 손에는 책을 잡고 있는 선생님은 비어있는 다른 한 손으로 책상 위를 더듬어 펜을 잡았다. 그런 선생님을 힐끔 바라보았다가 책을 보았다가. 다시 한 번 선생님을 힐끔, 티나지 않게 바라보는데 선생님은 펜을 이용해서 내 책 위로 뭐라고 펜을 놀린다. 대충 적는 것 같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정갈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글씨체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필도 아닌, 딱 어른 글씨와 같은, 선생님과 꼭 잘 어울리는 글씨였다. 꽤나 긴 공식을 줄줄 써내려가던 선생님은 쓰던 걸 마치곤 날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선생님은 쥐고 있던 펜의 끝으로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딱,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맞은 곳이 아프진 않았지만 괜히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아!” 하는 소리를 내자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이 공식 알아, 몰라?”“알아요.”“설명 해줬어, 안 해줬어?”“해줬어요.”“근데 왜 모른다고 해.”“…기억이 안 난 걸요.”“이제 아니까 농땡이 피울 생각 말고 부지런히 풀어.” 다시 한 번 이마를 감싼 내 손등 위를 아프지 않게 탁, 하고 때린 선생님은 펜을 놓았다. 그리고는 아까 전과 같은 모습으로 책에 시선을 돌렸다. 그런 선생님을 잠깐 바라보다가 괜히 이마 위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쌤 좀 보고 싶어서 말 걸었더니….” 내 말에 책에서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린 선생님이 “뭐?” 하고 되물어왔다. 그런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아녜요, 아냐, 하고 답하자 선생님은 잠깐 날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매번 대놓고 들리게 얘기하는 나도 대단하지만 매번 못 들은 척하는 선생님도 대단하다, 진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를 푸는 척 책 위로 펜을 잠깐 끄적이다가, 조금 전과 같이 또 힐끔 선생님을 한 번 바라보았다. 무슨 책을 읽고 있나, 하고 바라본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콕 박히는 제목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쌤, 그 책 무슨 내용이에요?”“그런게 왜 궁금해?”“그냥요. 제목이 좀 특이한 거 같아서.”“특이할 거 없어. 사랑 얘기야. 어째서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빠지게 되는 걸까, 그런 것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도 참 궁금한 질문이었다. 나는 왜 선생님을 좋아할까. 좋아하는 것도 사랑이라면, 저는요, 쌤을…! 거기까지만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에 다시 책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펜으로 책 위에 괜히 의미 없는 말들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쌤, ㅅㅇㅎ, 쌔엠, ㅈㅇㅎㅇ, ㅇㅎ♡ㅋㄴ. 책의 가쪽을 가득 채울 만큼 낙서를 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힐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고개를 든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문제 안 풀고 뭐 해?” 하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잠깐 입술을 웅얼거리다 말했다. “쌤.”“어.”“모르는 거 또 있어요.”“이번엔 뭔데?”“쌤은 언제쯤 저 좋아해주실 거예요?” 내 물음에 선생님이 무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몰라.”“왜 맨날 모른다고 그래요. 모르는 것도 많지. 그러고도 쌤이 선생님이에요?”“어쭈, 오늘 진짜 공부하기 싫나보다, 너.”“오늘은 답을 들어야겠어요. 저 이거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구요.” 손에 잡고 있던 샤프를 탁, 소리가 나도록 참고서 위에 내려두곤 쌤을 빤히 바라보자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곤, 내가 조금 전 샤프를 놓은 걸 따라하듯 책을 탁, 소리가 나도록 덮어 책상 한 쪽 끝에 올려두었다. 이어서 책상 위로 팔을 올려 턱을 괸 선생님은 나를 머리 끝부터 책상에 가린 부분까지 위 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천천히 나를 구석구석 살피는 눈길에 괜히 긴장이 되어서 침을 꼴깍, 한 번 삼키며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봐요?”“어디가 예쁜지 구경 중이야.”“…그래서 어디가 예쁜데요?” 어떤 답이 나올까 하는 기대, 그리고 날 바라보는 시선에 설레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귀에서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건, 내 착각인가. 내 물음에 선생님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샤프 다시 잡아봐.”“샤프는 왜요?”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샤프를 잡아?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으며 샤프를 잡고 쌤을 바라보자, 내 모습을 확인한 쌤이 갑작스레 씨익 웃어왔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다시 한 번 빠르게 쿵쿵대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펜 잡고 있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에?”“그러니까 펜 놓지 말고 공부해.” 씨이, 뭐야아….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 입술이 예쁘다, 뭐 이런 걸 기대하고 있었던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에 입술을 삐죽였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아, 정말.” 이미 한껏 쭉 내밀어진 입술로 투덜대며 다시 문제를 풀기 위해 샤프를 딸각이자, 쌤이 피실 피실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괴고 있던 턱을 풀고 옆에 두었던 책을 다시 잡은 선생님은 조금 전 읽던 부분으로 책을 펼치며 말했다. “얼른 오늘 진도까지 다 풀어.”“왜요, 또 숙제 내주게?”“아니.” 내 물음에 고개를 저은 선생님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같이 영화 보러 가게.”“영화요?”“그래.”“갑자기 영화는 뭐에요?”“보고 싶다며.” 선생님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러니까, 보고 싶긴 한데, 쌤이랑 나랑….” 내 웅얼거림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이 피식 웃곤 다음 장으로 책을 넘기며 말했다. “데이트 하자고, 이 여자야.” ② 연하의 과외 학생, “저 1등급 받아볼까요?” “그래. 10분만 쉬자.”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윤형이는 의자에 앉은 몸을 일으켜 바로 옆, 제 침대에 벌러덩 몸을 눕혔다. “아, 완전 편해요.” 기분이 좋은 건지 기지개를 쭉 켜는 윤형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그러다 저번처럼 또 잠들면 안 돼. 아직 수업 1시간 남았잖아.”“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면 안 돼요?”“안 돼.”“아, 쌤. 저는 딱 2등급이 목표라니까요.” 오늘 푼 것도 다 맞았잖아요. 이 정도면 수능에서도 2등급은 충분해요. 다 안다는 듯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해오는 윤형이의 말에 어이가 없다. 피실 웃음을 흘리며 윤형이의 말에 답했다. “수능도 안 쳐봤으면서 네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제가 모르는 게 어디 있어요.”“어쭈.”“아, 모르는 게 하나가 있긴 한데,”“뭔데?”“쌤한텐 비밀이에요.”“뭐야, 궁금하게.” 내 말에 윤형이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리고는 익숙한 듯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한 번, 우연히 밖에서 마주친 윤형이와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들은 윤형이의 노래는 멜로디도 가사도 참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노래하는 목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제 적성과 흥미를 충분히 고려한 윤형이는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성적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손을 놓을 정도로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그렇듯 성적이 중요했다. 다행히도 윤형이가 희망하는 학교는 지금의 윤형이 성적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학교였다. 사실, 말하자면, 윤형이는 지금 이 과외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3등급에서 아슬하던 윤형이는 2등급으로 한 번 올라오자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지금의 성적을 유지했다. 한 가지 좀 걸리는 건, 그 위로도 안 올라간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책상 위로 펴져있는, 조금 전 윤형이가 풀었던 참고서를 바라보았다. 틀린 문제가 하나도 없는, 동그라미만 가득한 참고서를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돌려 윤형이를 바라보았다. 제 다리를 까딱이며 노래를 부르던 윤형이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감은 눈을 뜨곤 날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쌤?”“내 똑똑한 제자 얼굴이 보고 싶어서.”“새삼스레.”“더 열심히 해볼 생각은 없어?”“갑자기 왜요?”“너는 머리도 좋고 속도도 빠르잖아. 조금만 더 하면 금방 1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내 말에 윤형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2등급도 충분합니다, 저는.”“욕심 없어?”“없어요. 1등급을 받으면 뭘 해요. 어차피 제가 가고 싶은 학교는 정해져 있는 거고, 1등급 받는다고 뭐 좋은 게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심드렁한 윤형이의 태도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1등급 그 자체로도 좋잖아.”“전 됐어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은 윤형이가 조금 전 멈췄던 노래를 다시 이어부르기 시작했다. 욕심이 없는 게 좋은 거긴 한데, 이런 데에 욕심이 없는 걸 보면 참…. 그런 윤형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올려둔 커피잔을 잡았다. 안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려고 입에 가져다 대는데, 갑작스럽게 누워 있던 윤형이가 “쌤!” 하는 부름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덕분에 놀란 내 손에 잡힌 잔이 바닥에 떨어질 뻔 한 걸 가까스로 잡아내곤, 윤형이를 향해 핀잔을 주듯 말했다. “놀래라!”“쌤!”“왜. 왜 그렇게 급하게 불러.”“저 1등급 받아 볼까요?”“어?” 갑작스러운 윤형이의 말에 옷 위로 조금 흐른 아메리카노를 휴지로 꾹 눌러 닦으며 물었다. “갑자기 왜?”“저 1등급 받으면 말이에요, 쌤.”“응.”“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부탁?”“사실, 부탁이라고 하긴 좀 뭐한 거긴 한데….” 말끝을 흐린 윤형이가 몸을 일으켜 조금 전 수업을 할 때 앉았던 의자로 돌아왔다. 그리곤 나를 향해 피실 피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수능도 얼마 안 남았고, 올해도 얼마 안 남았네요. 그쵸?”“그렇지.”“이제 올해 지나면, 저 미성년자 아니고요. 그쵸?”“것도… 그렇지.”“선생님이랑 같은 20대에요.”“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내 물음에 윤형이가 씩 웃으며 답했다. “쌤이 미성년자는 안 만난다면서요.”“……어?” 바보 같이 어? 하고 되묻자 윤형이가 나를 향해 제 손을 내밀었다. 약속을 하자는 듯,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꼭 접은 손을 내게 내민 윤형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해요.”“…뭘?”“저 1등급 받아 오면,”“…….”“저랑 연애해요, 누나.” ① 연상의 과외 선생님, “어디가 예쁜지 구경 중이야.”② 연하의 과외 학생, “저 1등급 받아볼까요?”당신의 선택은? XD 어쩌다보니 시리즈물? 시리즈를 할까, 하는 제 물음에 반응이 좋아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이번 선택남은 윤형이! 윤형이 빙의글은 언제 쓰나.. 암튼! 이 부엉이 기질 때문에 오늘도 또 늦은 시간이네요 다들 메르스 정말 조심해요 T.T 알았죠? 자고 있는 이쁜이들도, 지금 함께 해줄 이쁜이들도, 모두 굿 밤! ♡아, 그리고 휴머노이드 말인데요! 아마 휴머노이드가 완결이 나면 바로 텍파를 만들 것 같습니다! 저번에 불마크를 못 보신 비회원 이쁜이들 아쉬워 말아요 ♡ 금방 올게요! 안녕! 잘 자요! +윤형이 대사가 쪼오금, 수정 되고 추가 된 게 함정!
BGM : 저기요-젤리쿠키 (냄새를 보는 소녀 OST)
가사가 있는 음악이에요, 분위기가 너무 귀여운 게 함정 ♡*.*♡ 저는 함께 들으며 썼습니다! 들으시면 좋아요!
① 연상의 과외 선생님, “어디가 예쁜지 구경 중이야.”
“선생님.”
내 부름에 맞은 편에 앉아 책을 보던 선생님이 고개만 들어 날 바라보았다. “왜?” 하고 묻는 선생님을 잠깐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바로 앞에 놓인 참고서 위로 가장 길이가 긴 문제를 콕 찍어 가리켰다.
“이거 모르겠어요.”
내 손가락이 향한 문제를 힐끔, 바라보던 선생님은 내 쪽으로 몸을 당겨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 거꾸로 문제를 한 번 슥 읽은 선생님이 살짝 인상을 쓰곤 말했다.
“야, 이거 공식 알려줬잖아.”
여전히 문제에 시선을 둔 채로, 한 손에는 책을 잡고 있는 선생님은 비어있는 다른 한 손으로 책상 위를 더듬어 펜을 잡았다. 그런 선생님을 힐끔 바라보았다가 책을 보았다가. 다시 한 번 선생님을 힐끔, 티나지 않게 바라보는데 선생님은 펜을 이용해서 내 책 위로 뭐라고 펜을 놀린다. 대충 적는 것 같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정갈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글씨체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필도 아닌, 딱 어른 글씨와 같은, 선생님과 꼭 잘 어울리는 글씨였다.
꽤나 긴 공식을 줄줄 써내려가던 선생님은 쓰던 걸 마치곤 날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선생님은 쥐고 있던 펜의 끝으로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딱,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맞은 곳이 아프진 않았지만 괜히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아!” 하는 소리를 내자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이 공식 알아, 몰라?”
“알아요.”
“설명 해줬어, 안 해줬어?”
“해줬어요.”
“근데 왜 모른다고 해.”
“…기억이 안 난 걸요.”
“이제 아니까 농땡이 피울 생각 말고 부지런히 풀어.”
다시 한 번 이마를 감싼 내 손등 위를 아프지 않게 탁, 하고 때린 선생님은 펜을 놓았다. 그리고는 아까 전과 같은 모습으로 책에 시선을 돌렸다. 그런 선생님을 잠깐 바라보다가 괜히 이마 위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쌤 좀 보고 싶어서 말 걸었더니….”
내 말에 책에서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린 선생님이 “뭐?” 하고 되물어왔다. 그런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아녜요, 아냐, 하고 답하자 선생님은 잠깐 날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매번 대놓고 들리게 얘기하는 나도 대단하지만 매번 못 들은 척하는 선생님도 대단하다, 진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를 푸는 척 책 위로 펜을 잠깐 끄적이다가, 조금 전과 같이 또 힐끔 선생님을 한 번 바라보았다.
무슨 책을 읽고 있나, 하고 바라본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콕 박히는 제목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쌤, 그 책 무슨 내용이에요?”
“그런게 왜 궁금해?”
“그냥요. 제목이 좀 특이한 거 같아서.”
“특이할 거 없어. 사랑 얘기야. 어째서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빠지게 되는 걸까, 그런 것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도 참 궁금한 질문이었다. 나는 왜 선생님을 좋아할까. 좋아하는 것도 사랑이라면, 저는요, 쌤을…! 거기까지만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에 다시 책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펜으로 책 위에 괜히 의미 없는 말들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쌤, ㅅㅇㅎ, 쌔엠, ㅈㅇㅎㅇ, ㅇㅎ♡ㅋㄴ. 책의 가쪽을 가득 채울 만큼 낙서를 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힐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고개를 든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문제 안 풀고 뭐 해?” 하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잠깐 입술을 웅얼거리다 말했다.
“쌤.”
“어.”
“모르는 거 또 있어요.”
“이번엔 뭔데?”
“쌤은 언제쯤 저 좋아해주실 거예요?”
내 물음에 선생님이 무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몰라.”
“왜 맨날 모른다고 그래요. 모르는 것도 많지. 그러고도 쌤이 선생님이에요?”
“어쭈, 오늘 진짜 공부하기 싫나보다, 너.”
“오늘은 답을 들어야겠어요. 저 이거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구요.”
손에 잡고 있던 샤프를 탁, 소리가 나도록 참고서 위에 내려두곤 쌤을 빤히 바라보자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곤, 내가 조금 전 샤프를 놓은 걸 따라하듯 책을 탁, 소리가 나도록 덮어 책상 한 쪽 끝에 올려두었다. 이어서 책상 위로 팔을 올려 턱을 괸 선생님은 나를 머리 끝부터 책상에 가린 부분까지 위 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천천히 나를 구석구석 살피는 눈길에 괜히 긴장이 되어서 침을 꼴깍, 한 번 삼키며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봐요?”
“어디가 예쁜지 구경 중이야.”
“…그래서 어디가 예쁜데요?”
어떤 답이 나올까 하는 기대, 그리고 날 바라보는 시선에 설레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귀에서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건, 내 착각인가. 내 물음에 선생님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샤프 다시 잡아봐.”
“샤프는 왜요?”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샤프를 잡아?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으며 샤프를 잡고 쌤을 바라보자, 내 모습을 확인한 쌤이 갑작스레 씨익 웃어왔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다시 한 번 빠르게 쿵쿵대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펜 잡고 있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
“…에?”
“그러니까 펜 놓지 말고 공부해.”
씨이, 뭐야아….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 입술이 예쁘다, 뭐 이런 걸 기대하고 있었던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에 입술을 삐죽였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아, 정말.” 이미 한껏 쭉 내밀어진 입술로 투덜대며 다시 문제를 풀기 위해 샤프를 딸각이자, 쌤이 피실 피실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괴고 있던 턱을 풀고 옆에 두었던 책을 다시 잡은 선생님은 조금 전 읽던 부분으로 책을 펼치며 말했다.
“얼른 오늘 진도까지 다 풀어.”
“왜요, 또 숙제 내주게?”
“아니.”
내 물음에 고개를 저은 선생님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같이 영화 보러 가게.”
“영화요?”
“그래.”
“갑자기 영화는 뭐에요?”
“보고 싶다며.”
선생님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러니까, 보고 싶긴 한데, 쌤이랑 나랑….” 내 웅얼거림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이 피식 웃곤 다음 장으로 책을 넘기며 말했다.
“데이트 하자고, 이 여자야.”
② 연하의 과외 학생, “저 1등급 받아볼까요?”
“그래. 10분만 쉬자.”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윤형이는 의자에 앉은 몸을 일으켜 바로 옆, 제 침대에 벌러덩 몸을 눕혔다. “아, 완전 편해요.” 기분이 좋은 건지 기지개를 쭉 켜는 윤형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그러다 저번처럼 또 잠들면 안 돼. 아직 수업 1시간 남았잖아.”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면 안 돼요?”
“안 돼.”
“아, 쌤. 저는 딱 2등급이 목표라니까요.”
오늘 푼 것도 다 맞았잖아요. 이 정도면 수능에서도 2등급은 충분해요. 다 안다는 듯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해오는 윤형이의 말에 어이가 없다. 피실 웃음을 흘리며 윤형이의 말에 답했다.
“수능도 안 쳐봤으면서 네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제가 모르는 게 어디 있어요.”
“어쭈.”
“아, 모르는 게 하나가 있긴 한데,”
“뭔데?”
“쌤한텐 비밀이에요.”
“뭐야, 궁금하게.”
내 말에 윤형이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리고는 익숙한 듯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한 번, 우연히 밖에서 마주친 윤형이와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들은 윤형이의 노래는 멜로디도 가사도 참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노래하는 목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제 적성과 흥미를 충분히 고려한 윤형이는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성적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손을 놓을 정도로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그렇듯 성적이 중요했다.
다행히도 윤형이가 희망하는 학교는 지금의 윤형이 성적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학교였다. 사실, 말하자면, 윤형이는 지금 이 과외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3등급에서 아슬하던 윤형이는 2등급으로 한 번 올라오자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지금의 성적을 유지했다. 한 가지 좀 걸리는 건, 그 위로도 안 올라간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책상 위로 펴져있는, 조금 전 윤형이가 풀었던 참고서를 바라보았다. 틀린 문제가 하나도 없는, 동그라미만 가득한 참고서를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돌려 윤형이를 바라보았다. 제 다리를 까딱이며 노래를 부르던 윤형이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감은 눈을 뜨곤 날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쌤?”
“내 똑똑한 제자 얼굴이 보고 싶어서.”
“새삼스레.”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은 없어?”
“갑자기 왜요?”
“너는 머리도 좋고 속도도 빠르잖아. 조금만 더 하면 금방 1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내 말에 윤형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2등급도 충분합니다, 저는.”
“욕심 없어?”
“없어요. 1등급을 받으면 뭘 해요. 어차피 제가 가고 싶은 학교는 정해져 있는 거고, 1등급 받는다고 뭐 좋은 게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심드렁한 윤형이의 태도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1등급 그 자체로도 좋잖아.”
“전 됐어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은 윤형이가 조금 전 멈췄던 노래를 다시 이어부르기 시작했다. 욕심이 없는 게 좋은 거긴 한데, 이런 데에 욕심이 없는 걸 보면 참…. 그런 윤형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올려둔 커피잔을 잡았다. 안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려고 입에 가져다 대는데, 갑작스럽게 누워 있던 윤형이가 “쌤!” 하는 부름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덕분에 놀란 내 손에 잡힌 잔이 바닥에 떨어질 뻔 한 걸 가까스로 잡아내곤, 윤형이를 향해 핀잔을 주듯 말했다.
“놀래라!”
“쌤!”
“왜. 왜 그렇게 급하게 불러.”
“저 1등급 받아 볼까요?”
“어?”
갑작스러운 윤형이의 말에 옷 위로 조금 흐른 아메리카노를 휴지로 꾹 눌러 닦으며 물었다.
“갑자기 왜?”
“저 1등급 받으면 말이에요, 쌤.”
“응.”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부탁?”
“사실, 부탁이라고 하긴 좀 뭐한 거긴 한데….”
말끝을 흐린 윤형이가 몸을 일으켜 조금 전 수업을 할 때 앉았던 의자로 돌아왔다. 그리곤 나를 향해 피실 피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수능도 얼마 안 남았고, 올해도 얼마 안 남았네요. 그쵸?”
“그렇지.”
“이제 올해 지나면, 저 미성년자 아니고요. 그쵸?”
“것도… 그렇지.”
“선생님이랑 같은 20대에요.”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내 물음에 윤형이가 씩 웃으며 답했다.
“쌤이 미성년자는 안 만난다면서요.”
“……어?”
바보 같이 어? 하고 되묻자 윤형이가 나를 향해 제 손을 내밀었다. 약속을 하자는 듯,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꼭 접은 손을 내게 내민 윤형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해요.”
“…뭘?”
“저 1등급 받아 오면,”
“…….”
“저랑 연애해요, 누나.”
당신의 선택은? XD
어쩌다보니 시리즈물? 시리즈를 할까, 하는 제 물음에 반응이 좋아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이번 선택남은 윤형이! 윤형이 빙의글은 언제 쓰나.. 암튼! 이 부엉이 기질 때문에 오늘도 또 늦은 시간이네요 다들 메르스 정말 조심해요 T.T 알았죠? 자고 있는 이쁜이들도, 지금 함께 해줄 이쁜이들도, 모두 굿 밤! ♡
아, 그리고 휴머노이드 말인데요! 아마 휴머노이드가 완결이 나면 바로 텍파를 만들 것 같습니다! 저번에 불마크를 못 보신 비회원 이쁜이들 아쉬워 말아요 ♡ 금방 올게요! 안녕! 잘 자요!
+윤형이 대사가 쪼오금, 수정 되고 추가 된 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