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chsia
02
주머니에 있는 어제 주운 빨간 라이터는 담배 냄새가 살짝 베여있었고 이미 많이 쓴 모양인지 가벼웠다.
오늘 본 오세훈은 단정한 교복 차림이었다. 오늘 하루도 오세훈은 아이들에게 상냥한 반장이었다.
"서현아! 밥 먹으러 가자!"
김종인은 오늘 학교를 오지 않았는지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고 그 덕에 내게 다가온 이들이 몇 명 있었다.
한수빈. 내게 다가온 이들 중 한 명의 이름이었고 말이 많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급식소는 전교생이 모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듯이 시끄러웠다.
"서현아 전에 있던 학교에서 왜 전학 온 거야?"
"그냥 뭐.. 이런저런 사정들이 겹쳐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래도 고삼 때 전학이라니.. 쉽지 않았을 텐데"
"응 뭐.."
"어? 세훈이다!"
오세훈이 급식소로 들어오자 다시 한 번 급식소는 술렁였고 오세훈이 앉으려는 자리에 신경을 집중하는 이들이 많았다.
내 앞에 있는 한수빈 역시 내게 오세훈의 칭찬을 해대며 근처에 오세훈이 앉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오세훈이 앉은 자리는
"안녕 전학생"
내 옆자리였다.
오세훈이 내 옆자리에 앉자 한수빈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고 난 또다시 많은 학생들의 눈빛을 받았다.
과분한 관심은 부담스러웠다.
"어라 전학생 대답 안 해주네?"
"세훈아 안녕!"
"응 수빈이도 안녕"
"아 안녕. 오세훈"
수빈이 안녕이라는 다섯 글자로 한수빈의 얼굴은 붉어졌고 오세훈은 그저 상냥하게 웃기만 하고 있었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상하게 느낌이 묘했다.
그렇게 점심심간이 끝이 나고 5교시는 체육이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갔는데 탈의실 밖에서 여자 학생들이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서현아 들어가지 마 안에 담배 냄새 개쩔어"
"담배 냄새?"
"미친 거 아니야 진짜? 무슨 탈의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난리야 진짜"
탈의실 근처로 가보니 담배 냄새가 역하게 났고 탈의실은 담배 연기로 인해 뿌옇게 되어있었다.
소식을 들었는지 인성부장 선생님이 달려와서 상황을 살피더니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인성부장 선생님은 우리를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고 아이들은 짜증을 내며 화장실로 갔다.
탈의실 안을 살짝 보니 담배꽁초 여러 개가 쌓여 있었고 빨간 라이터가 버려져 있었다.
* * * *
이사온 곳에서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학교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의점. 저녁시간대여도 사람이 적어 편했다.
띠링-
"어서오세요"
"말보루하나요"
낯선듯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내 눈에 들어온건
"...오세훈?"
"아 씨발"
사복차림의 오세훈이었다. 오세훈은 나를 알아채고는 욕을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참을 조용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더니 이내 하는말이라곤
"말보루내놔"
"미성년자한테는 판매 금진데"
"씨발 진짜"
학교에서는 찾아볼수 없었던 오세훈의 모습이었다. 단정하고 욕설한번 안하고 항상 재수없을 정도로 웃고 있던 오세훈이였으나 지금 내 앞에 있는 오세훈은
흔히들 말하는 양아치 모습 그 자체였다.
담배를 팔 수 없다는 내 말에 오세훈은 욕설을 내뱉더니 시끄럽게 나갔다.
학교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오세훈의 모습은
"너 씨발 오늘 나 본거 입다물고 있어"
꽤나 흥미로웠다.
* * * *
오늘도 학교는 시끄러웠다.
학교가 조용하다는 사실도 웃기지만. 학교는 하나의 가십거리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가십의 중심에는 안타깝게도
"한서현 전에 있던 학교에서 친구 자살하고 자기도 자살기도하다가 전학 온 거라며?"
내가 있었다.
L |
여나 푸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