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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표현하는 사람들

 

 

 

 

 

 

 

w. 콩콩두부

 

 

 

 

 

 

 

01

 

 

 

 

 

아름답게 춤을 추던 태민의 동작이 멈추었다. 그의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던 우아함에 넋을 놓고 보던 진기가 거울 너머로 눈이 마주친 것을 알고 바짝 굳었다.

 

태민은 알고 있었다, 예담고 뮤지컬과 3학년 이진기가 매번 같은 시간에 제 춤을 보러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전교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도. 그냥 진기만이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태민을 보던 진기가 더듬더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자신을 빤히 보는 시선에서 왜 그러냐 묻는 것 같은 느낌에 숨이 턱 막혀왔다. 자신은 태민에게 잘못한 것이 없었다. 아니, 훔쳐보는 것은 잘못한 행동이었지만 그의 연습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지켜봤던 것뿐이다. 자신이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살리기 어려우면 한 번씩 와서 보고 가던 것이 전부였다. 근데 그것이 횟수가 늘어 매일 보게 된 것 일뿐.

 

 

 

“선배님.”

 

“어, 어?”

 

 

 

결국 진기가 몰래 훔쳐보던 우아한 요정은 진기의 코앞에 까지 다가왔다. 제 눈에 너무 선명하게 들어차는 태민의 눈동자에 진기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진기를 보던 태민이 연습실의 문을 조금 더 열고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연습에 방해가 될 것 같으니 그만 가보겠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진기를 가만히 빤히 바라보던 태민이 싱긋 웃으며 그의 손목을 잡아 연습실 안으로 이끈다.

 

 

 

“괜찮아요, 들어와요.”

 

“그렇지만, 너 연습중인데...”

 

“그 말에 신빙성 하나도 없는 거 알아요?”

 

“...그런가?”

 

 

 

그렇게 태민과 몇 마디 더 주고받은 진기는 본인이 지금 굉장히 태민과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 연습을 더 할 모양인지 거울 앞으로 다가간 태민이 이내 방향을 틀어 진기를 보고 선다. 반주도 틀지 않고, 거울도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봐주며 춤을 추는 그의 행동에 진기는 새삼 가슴 한 구석이 울렁거렸다.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저렇게 추려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할까. 숨도 못 쉬고 그렇게 태민의 춤을 감상했다. 그의 작은 무대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뜬금없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선배,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어요?”

 

“어, 어? 아니, 어...”

“자요, 이제 선배 차례에요.”

“응?”

“제 춤 매일 보셨잖아요, 대가도 안 치르고 맨 입으로 그러면 안 되죠.”

“아니, 어, 그러니까.”

“듣고 싶은데... 뭐, 안 된다면 어쩔 수 없고...”

 

 

금세 시무룩해져서, 정말 안 되는 거예요? 라는 눈빛으로 저를 보는 태민에 진기는 다시 한 번 숨이 막혀왔다.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까, 뮤지컬학과 특성상 물론 뮤지컬에 쓰이는 곡을 많이 듣고, 부르기는 하는데 여기서 그걸 부르자니 좀 쑥스러웠다. 노래는 안 부르고 눈만 감고 있는 진기를 가만히 지켜보던 태민은 성큼성큼, 그 걸음걸이와는 반대로 사뿐사뿐하게 그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좋았어, 이거다! 하고 눈을 뜬 진기는 제 코앞에 와 있는 태민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아, 아 선배님 너무해요.”

“누, 누구라도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사람 얼굴이 있으면 놀라!”

 

“그래도, 얼굴까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서는.”

 

“흐어, 진짜 놀랐네.”

 

“됐어요, 오늘은 퉁 칠게요.”

 

“뭘?”

 

“선배 고함소리랑 내 춤이랑.”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여태까지 노래 불러달라고 졸랐던 것이 누군데 이제 와서 갑자기 꼬리를 내리는 거람. 진기의 얼굴에 불만의 빛이 가득해졌다. 뭐라고 한마디 할 요량으로 입을 열었는데 저를 보고 해사하게 웃는 태민을 보니 입이 저절로 닫혔다. 그 미소에 또 얼마나 멍하니 있었을까 달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선배, 계속 그러고 계시면 연습실 안에 두고 저 혼자 갈 거예요!”

 

“어? 어, 잠깐만 이태민!”

 

 

 

불이 꺼진 연습실을 둘러본 진기가 문 앞에 태민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제법 빠른 걸음으로 그 앞에 선다. 연습실을 나란히 나선 두 사람이 계단 앞에 나란히 선다. 진기는 자연스레 올라가려고 하고 태민은 그런 진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슈렉에 나온 장화신은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결국 진기가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요?”

 

“그냥.”

 

“잘 가요, 선배.”

 

“응, 오늘은 미안했어.”

 

“내일도 또 와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빠르게 사라지는 태민을 본 진기는 가만히 생각해봤다. 저 아이는 정말 요정이 아닐까 하고. 내일도 또 오라는 그의 마지막 인사에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진기가 겨우겨우 교실 뒷문으로 도착했을 때, 화난 표정으로 제 교실 앞문에 서 있는 담임인 종현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떠올렸다. 오늘로 벌써 두 번째 걸리는 거구나. 체념을 한 진기가 종현의 앞에 섰다.

 

 

 

“반장?”

 

“네, 선생님.”

 

“연습실을 사용한다고 적어놓고 땡땡이를 치면 어떻게 한다고 했을까.”

 

“사용 못하게 하신다고...”

 

“그걸 아는 우리 반장이 왜 같은 실수를 할까?”

 

“...”

 

“사생활을 캐물으려던 건 아니었고, 이번이 마지막으로 봐주는 거야, 또 걸리면 그땐 진짜 연습실 사용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 올린다?”

 

“네...”

 

“입시도 얼마 안 남았는데, 힘내야지.”

 

“네.”

 

“집에 조심해서 가고, 내일 지각하지 말고.”

 

“선생님도 조심해서 가세요.”

 

“오냐.”

 

 

 

그렇게 먼저 사라지는 종현의 뒷모습을 보던 진기가 한숨을 쉬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내 굳는다. 소리도 없이 언제 나타난 것인지 제 뒤에 서 있던 태민 때문에 깜짝 놀라서 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두 눈은 동그랗고 입은 헤 하고 벌려서 덜덜 떠는 진기를 본 태민이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금세 표정을 굳힌 다음에 진기와 두 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두었다.

 

 

 

“오늘만 혼난게 아닌가보네요?”

 

“어?”

 

“왜 연습 안하고 저 보러 와서 혼나고 그래요.”

 

“연습 안하고 보러 간 거 아니야, 그냥...”

 

“그러지 말고 내일은 아예 무용과 연습실로 와요, 선배.”

 

“어?”

 

“아까 내일도 또 오라고 했잖아요.”

 

“...?”

 

“그러니까 아예 우리 연습실 와서 연습하라고, 저는 춤을 추고 선배는 노래를 부르고.”

 

 

 

가는 길 까지 같이 가요, 하고 말을 덧붙인 태민이 또 싱긋 웃는다. 그 모습을 본 진기는 엄마, 엄마 아들 오늘 제 앞에 남자애 때문에 심장 여러 번 떨어져요... 라고 속으로 작게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내 교실에서 가방을 챙겨 나왔다. 신발장에 가지런히 실내화를 넣어두고 신발을 손에 든 진기와, 책을 넣는 가방은 어디다가 둔 것인지 무용 연습복을 넣는 가방을 손에 들고 신발은 이미 신고 있는 태민이 복도에 나란히 선다.

 

 

 

 

 

 


작가쓰 주저리인디

부디 이번에는 완결을 낼 수 있게.... 6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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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탬뉴는 진리아닌가요 재밌어요!
9년 전
독자2
탬뉴 완전 오랜만..♡ 작가님 포인트 걸어도 보려고 했는데 노포인트라니ㅠㅠ 아직 레벨 9라 독방에 덧글은 못달지만 눈팅하면서 글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더 많은글 써주세요!
9년 전
독자3
후ㅠㅠㅠ 글 짱좋아요.. 독방에서 와씁미다! 완전 제 취격.. 포인트 달아놓으셔도 볼거에요ㅠㅠㅜ
9년 전
독자4
독방에서 왔어요ㅠㅠㅠㅠ오ㅏ노포라니 사랑해요♥♥앞으로 더 많이 써주세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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