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Mini Album `27` 6번 트랙 답가
애들아 안녕 항상 염탐만 하다가 너무 우울해서 한 번 글 올려봐
오늘 남자친구 보러 왔었는데 그냥 욕만 잔뜩 먹고 집 가는 길이야 버스에서 우는 거 너무 추할까봐 못 울고 있는데 울어도 되는 걸까?
울면 추한 것 뿐만 아니라서 쪽팔리기까지 할 것 같아서 못 울고 있어 사실 너무 울고 싶어ㅠㅠ
난 울림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2학년이야
이름은 정은영 라고 하는데 사실 필요 없지? 알게쎠... 그래도 내 이름 생각 없이 적을 수도 있어서 너희가 모를까봐 적어놓을게
그리고 우리 오빠는 명문대생이야 2학년이고 아직 군대는 안 갔고... 어 무슨 얘기를 해야 되지 그냥 나한테 소중한 오빠야
근데 요즘 오빠가 너무 날카로워서 연락도 많이 못 했고 시간도 안 된대서 만나지도 못 했었어 그래서 내가 오늘 오빠를 보러 몰래 학교에 왔단 말이야
내가 정말 언제 한 번은 오빠 몰래 오빠 대학교에 찾아가서 놀래켜줘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날을 오늘로 잡았었어
한 일주일 전부터 오빠한텐 일부러 틱틱대면서 몰래 갈 생각에 혼자 설레하고 있었단 말이야 완전 두근두근 설렜어
그래서 오늘 학교 끝나자마자 놀자는 친구들 다 재껴버리고 집으로 바로 달려왔어
달려오자마자 내가 며칠 전에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사고 싶은 거 안 사고 모아놓은 돈으로 원피스를 사고 오빠 선물을 샀어
좀 비싼 시계로 샀어 오빠 시계가 많이 낡았더라구... 너흰 내가 호구 같아 보일수도 있겠는데 난 정말 오빠가 그만큼 좋으니까 괜찮았어
너희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마음 이해해줄 걸ㅠㅠㅠㅠㅠㅠㅠㅠ??
화장도 싹 다시 하려다가 오빠가 전직 선도부였어서 노는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정말 정말 하나도 안 한 것처럼 투명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입고
선물을 챙기고 오빠를 보러 갈 준비를 했어 오늘 하루 오빠 톡엔 답장두 안 했어 오빠가 정말 놀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삐쳤다고 거짓말도 칠 겸...
근데 문제는 오빠가 어디 있는 지 몰랐다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작정 열심히 뒤지다가 결국 길을 잃어서 오빠한테 전화했어 오빠한테 어디냐고 물으니까
오빠가 수업중이라는 거야 무슨 과목 수업 듣는 지 물어보고 그냥 물어 물어 그 과목 수업하는 곳만 다 찾았어 그리고 오빠를 봤어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냥 인기척도 없이 달려가서 오빠한테 안겼어 오빠한테 안겨서 부비부비 하다가 정신 차리니까
오빠는 표정이 안 좋고 오빠 친구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거야 그제서야 내가 잘못했다는 거 느꼈어 이건 내 잘못이 맞아... 맞지만
오빠가 내가 정신 차리자마자 날 밀어냈어 그리곤 딱 째려보더라 우리 오빠가 눈이 날카롭게 생겨서 그런지 더 무서웠어
"성규야, 이 여자 애는 누구야?"
"아……."
오빠는 선뜻 대답하지 못 했어 나는 그 때 너무 서운했어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오빠가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내 팔목을 잡고 골목으로 이끄는데도 난 삐쳐있었어 내가 여자친구인 게 창피한가?
"정은영."
"……."
"너 야자는 어쩌고 온 거야, 누가 함부로 오빠 학교 찾아오래?"
"……그게, 있잖아, 오빠……."
"나가, 오빠가 수도 없이 말 했지. 이런 거 싫어한다고."
"……미안해, 잘못했어. 하지만 오빠 요즘에 못 봤으니까……, 그래서 보러 왔던 건데……."
"나가, 더 이상 말 안 할게. 오빠 점심 먹으러 간다."
그냥 그렇게 뒤돌아가는 오빠만 멍하니 보다가 잔뜩 성내면서 다시 정문으로 와서 버스에 탔어 난 엄청 헤매면서 오빠 보러 간 건데, 내가 비록 말은 안 하고 와서
오빠가 화났을만도 하지만 그래도 왔으면 그냥 보내는 건 아니잖아... 다음에 보자고 달래면서 보내줄 순 없었던 걸까? 나도 물론 나쁘긴 해 알아 나도 안다고...
처음엔 성내면서 탔는데 버스에 타니까 성나고 화나기보단 너무 슬프더라 그래서 그냥 창문만 보다가 괜히 뭐라도 와 있을까 톡도 보고 문자도 보고
커플릿도 보고 그냥 여러가지 다 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커플릿은 일주일 전이 끝이었고 톡은 내가 먼저 해야 오빠가 답장 하니까 오빠 답장도 더 없고
이제 정말 눈물 날 것 같아... 애들아 나 진짜 어떡해? 오빠 화났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오빠가 헤어지자하면 어쩌지?
온갖 게 다 생각나는데 너무 무서운 거 있지 갑자기... 오빠한테 헤어지잔 말만 딱 오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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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갑자기 톡이 와서 임시저장 해놓고 보고 왔어 오빠 톡이었는데 다행히 헤어지잔 소리는 안 했어 너무 다행이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오빠 톡은 아까완 다르게 되게 포근했어 그래서 너무 마음이 놓여
[ 화내서 미안해, 지금 좀 힘들어서 그래. ]
[ 은영, 너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야, 그냥 알아줬으면 좋겠다. ]
이렇게 오고 눈물 흘리면서 양 손 번쩍 들고 있는 이모티콘도 함께 왔어... 너무 귀여운 것 같아...
괜찮다고 톡 보내니까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이야 톡은 계속 오고 있구
[ 왜 항상 실수만 반복하고 후회만 할까. ]
[ 잘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슬프다. ]
[ 고마워, 미안해, 이런 말 해주고 싶었는데 ]
[ 외로워, 힘들어, 이런 말 뿐이라 ]
[ 너무 미안해, 은영아. ]
미우니까 집 가서 답장해야겠어 애들아 다시 싸우게 되면 다시 이르러 올게 지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너희도 이 글 보고 함께 기분 좋아지길 바래! 애인이 없다면, 염장 같다면 미안해...
내가 뭐라고 했는지도 적어줄까? 많이 고민하다가 지금 막 보냈어!
[ 성규오빠 사랑한단 말 지켜준단 말 다 안 해도 돼 ]
[ 미안해 하지도 마 오빠 존재만으로 지금도 난 너무 행복해 ]
[ 누구보다 오빠 이해 해 슬퍼질 땐 나한테 와 웃게 해줄게 ]
[ 우리 이렇게 계속 함께 할 거지? ]
잠시만 내 손 좀 펴고..... 너무 오글 거리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가 보고 뭐라 할까ㅠㅠ? 너흰 어때? 너희도 혹시 오글거리는 거야? 정말? 정말???????
아 이거 쓰는데 힘 뺐더니 너무 졸리다 애들아 나 그럼 자볼게
버스에서 자면 종점에서 아즈씨가 깨워 주시게찌...?
너희도 얼릉 자!! 아니 지금 낮이지...
미리 잘 자!!!! 나 자볼게!!!!!!!!!
톡!
[ 은영아, 너희 집 앞에서 보자. ]
[ 오빠 지금 가는 중, 얼른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