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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나 남친 생겼다!"

 

이제 이 말이 진저리가 났다. 친구가 또 남자친구가 생겼다. 이제 우리 무리에선 남자친구가 없는 것은 나 밖엔 없었다.

 

 

시간은 수 없이 흐르고, 나는 남자친구가 없는 지 벌써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것을 포함하여 18년이 지났다. 친구들은 장난스레 네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물어오곤 했고 나는 정말 진지하게도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해봤다.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맞는 건가 하며 익명 채팅들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지만, 그들은 내 성격이 좋다고 인터넷 속이니 쉽게 사귀자는 빈 말만 내놓았다, 그래서 심지어는 남자친구를 만드는 어플도 찾아보며 나를 시험도 해봤지만 사람이 어플 속 기계와만 같다는 게 아닌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 작은 기계 속 남친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행복하게 막을 내렸다.

 

 

 

 

오늘, 위에서 말 했듯 한 친구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 친구는 전 남자친구와 이별을 맞았다며 수업도 듣지 않고 눈물을 쏟아댄 지 이 주도 채 지나지 않은 친구였다. 그래서 더욱 분했다. 애들한텐 사랑이 너무도 쉬운 것 같다, 나는 사랑을 무겁게만 생각하니 그 친구들과는, 그리고 다른 남학생들과도 마음이 맞지 않는 게 아닌가? 그러면 어른을 만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마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요즘은 위험하고 험한 세상이니까.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고 어머니가 말 하곤 하셨으니까 내가 남자 어른 사람을 만나겠다고 발악을 하거나 몰래 사귄다면 어머니는 정말 내 뺨을 후려칠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기분이 잔뜩 상해선 놀러가자는 친구들을 보내고 혼자 집에 왔다.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기 싫어서 사귀지 않는 게 아니다,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지만 남자들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여고인데 어디서 남자를 물고기 잡듯 잡아오는 것인지... 하나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하는 것들이 친구긴 하지만서도 너무 싫었다. 정말 너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언제나처럼 어플 스토어에 '남친 만들기' 를 검색했다.

 

 

 

 

그런데 항상 봐오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어플이 나를 이끌었다.

 

 

 

 

'현실 남친 만들기'

 

 

 

 

제목만 딱 보더라도 뭔가 현실에서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세계 서열 1위 남친 만들기, 모범생 내 거로 만들기 따위의 진부한 남친들을 집어 던지고 1초의 고민도 없이 이 어플을 다운 받았다. 10% 30% 70% 다운로드 퍼센트가 차오를 때마다 괜한 설렘도 함께 차오르는 듯 했다.

 

 

 

 

[ 성과 이름을 작성해 주세요 ]

 

[ 김여주 ]

 

[ 확인을 누를 시, 엔딩이 끝나기 전까지 중간에 끝낼 수 없습니다 동의 하십니까? ]

 

[ 예 ]

 

[ 남자 친구를 선택해주십시요 ]

 

 

전교 1등 김성규

언더래퍼 장동우

전국 일진 남우현

전학생 이호원

소꿉 친구 이성열

싸가지 없는 아이돌 김명수

동아리 후배 이성종

일곱 남친 다 경험하기(랜덤)

 

 

 

 

내가 누구던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폐인이 아니던가! 당연히 게임 속 남자친구는 다 사귀어야지, 게다가 랜덤이라니 너무 떨린다. 중간 중간 조금의 무리수가 담긴 함정인 설정들이 있지만 나름 골고루 있는 게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 동안 했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름이 한 번에 느껴졌다. 밖에선 어머니가 성적표를 찾으신 건지 소리를 지르시는 게 들리고 게임하느라 못 들은 척을 하려 다급히 랜덤을 눌렀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

 

 

 

 

.

 

 

 

 

 

"야, 김여주, 숙제 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우리 학교와는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고 ㅡ심지어 치마가 불편하다며 교복 바지를 사서 입고 다니던 나였는데 왜인지 치마를 입고 있었다ㅡ 다소곳이 다리를 모은 채 의자에 앉아있는 내가 제일 먼저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 짐을 잔뜩 든 한 남자가 나에게 성을 낸다. 숙제? 숙제가 뭐지. 숙제가 뭐였냐며 되물으니 대답은 커녕 혀를 차기 시작한다. 수학 공책. 그 한마디에 서랍과 책상, 사물함을 전부 뒤졌지만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하다, 나는 숙제가 있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내가, 내가 가서 말씀 드릴게. 숙제 안 가져 왔다고."

"그러던가, 따라 와."

"그거 안 무거워? 조금 들어줄게."

 

 

 

 

그러자 일그러진 팔자눈썹이 조금은 풀어졌다, 기분이 조금 풀어진 듯 하다. 빈 말로 한 소리였는데 정말 반을 떼어 내 팔에 얹힌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놓고선 따라가지 못 하게 빠르게도 앞을 걷는다. 잠시만, 조금만 느리게 가봐! 하는 말에도 아무런 대꾸도 없다. 결국 정신을 깨자마자 나는 두꺼운 스프링노트로 가득한 수학노트, 그것도 반 학생의 반인 약 15권 정도를 들고 있다. 아무리 힘이 세다하더라도 이걸 전부 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낑낑대며 쫓아가니 이미 공책을 놓고 온 듯한 그가 보인다. 다시 기분 나쁘게 혀를 차더니 내 팔에 얹혀있던 것들을 들고는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뒤를 쪼르르.

 

 

 

 

"죄송합니다, 다음엔 과제 꼭 해올게요!"

"평소에 공부도 잘 하고 했으니까 봐주는 거야, 수행평가도 잘 받아야 하잖아. 좋은 대학 가고 싶다며."

 

 

 

 

엥? 난 전교 5등인데? 그것도 뒤에서.

 

 

 

 

"여주야, 성적이 많이 떨어졌더라. 어떻게 준비했길래 전교 8등까지 내려 간 거야. 다시 2등으로 올릴 수 있지? 성규는 못 이길 것 같다고 말 했었으니까 그건 건들지 않을게. 우리 반 평균 올릴 사람은 너하고 성규 뿐인데, 잘 해줬으면 좋겠다."

"네, 네......"

 

 

 

 

이게 뭔 소리람, 남친 만들기의 부작용은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을 이렇게나마 알려주는 건가? 걱정들이 내 온 마음을 지배했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의아한 것 투성이다. 어떻게 갑자기 내가 이렇게 된 것이며, 왜 이러고 있는지, 공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까지 너무 막막하게만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 제일 막막한 것이 생각났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며 나는 몇 반인가. 몇 반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게임을 바로 시작해버리는 게 어디있는가, 이렇게 막막하게 사람을 몰아가는 게임 제작자가 너무도 얄미웠다. 다시 선생님에게 물어보러 가려다가 그냥 교무실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수업종이 곧 치려는지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인다. 수업 들어가지 않느냐며 선생님들이 작은 핀잔을 준다. 하지만 그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나의 이름을 전부 알고 있었다. 이 곳의 내가 정말 공부를 잘 하긴 하는가보다.

 

 

 

 

"아, 김여주, 여기서 뭐하냐."

"너...... 너 왜 나 두고 갔어."

"뭐?"

"나 여기 아무것도 모른단 말야."

 

 

 

모든 선생님이 교무실을 빠져 나가도 가야할 길을 모르는 나는 멍하니 교무실 앞에만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런데 수업 종이 치고 한 15분 정도가 지나고 나니 고요한 계단에 발 소리가 들렸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누군지 확인하니 아까 함께 내려왔던 남자가 내려왔다. 뭐 하냐며 물어오는데 괜히 울컥 눈물이 났다. 이대로 아는 사람 없이 여기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걸 눈치채기라도 한 듯 때맞춰 내려오는 그에 정말 눈물이 났다. 양심없이 처음 본 사람 ㅡ제일 처음에 한 번 보긴 했지만ㅡ 을 덥석 안고 펑펑 울었다. 그는 어정쩡하게 나를 안으며 멍하니 서있었다. 눈물이 거의 멈추고 코를 훌쩍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무슨 자세였는지 알게되었다. 소리를 지르며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긴 교복 와이셔츠 소매로 눈물을 쓱, 닦고 그를 마주하니 그가 다시 눈썹을 팔자로 찡그리며 제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지런히 가져다 대었다. 쉿, 그에 말에 헙, 입을 다물었다.

 

 

 

 

"김성규, 17살."

"......"

"넌, 김여주, 같은 17살이고."

"......"

"너랑 난 1학년 4반 회장과 부회장."

 

 

 

 

아, 고마워. 사실 내가 그에게 고맙다고 할 때까지도 그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ㅡ전혀 내가 공부를 못 해서가 아니다, 그저 이 세상이 낯설었기 때문이다ㅡ 계속 말을 곱씹고 나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난 1학년 4반의 부회장이고 김성규는 1학년 4반의 회장이고, 선생님 말을 빌리면 나와 성규는 전교 1, 2등을 엎치락 뒤치락 하는 사이고, 설정 된 나이는 원래 나의 나이보다 한 살 어린 열 일곱살이고. 이해가 가고 그제야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 때까지도 성규는 멍하니 나만 보고 있었다. 이게 신기한가. 아니네, 병신 같이 보고 있네.

 

 

 

 

"김성규, 너 근데 수업 안 들어 가? 여기 왜 내려왔어?"

"아, 난 여기 수업시간에 쓸 노트북 가지러 왔......"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성규가 말을 하다말고 교무실로 달려 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굳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 무슨 상황인지는 알 것 같다. 노트북을 가지러 내려왔다가 나를 달래느라, 김성규는 지금이 수업시간인 것 조차 잊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성규를 선생님들에게 밉보이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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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1.6
아니 세상에 마상에 인피니트라니!!!
작가님 거기에다 내가 이런 성규글 서주면 ㅋㄱㅋㅋㅋㄱ 사랑해요 와 다른 멤버들도 기대중 히히히

9년 전
언호기
세상에 마상에 반응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
아 뭐지 저 작가님을 좋아해요 ( 뜬금포 ) 전글도 보고 이글도 보는데.. ( 설렘사 ) 그냥 작가님 짱이에여ㅜㅜㅜㅜㅜ 신알신 하고가요..ㅇㅅㅇ!!!!
9년 전
언호기
고마워요! 설렘사 시킬 예정은 아니었는데... 설렘사 하세요!
9년 전
독자2
헐 인피니트 글 뭐 뜬거있나 하고 왔다가 제 취향의 글을 찾았네요..!ㅠㅠ 신알신 하고갑니다!!ㅠㅠ
9년 전
언호기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아 세상에 인피니트라니ㅠㅠㅜㅜㅜ 혹시하고 찾아봤는데 세상에 세상ㅇ에 신알신하고 갈꺼예요ㅠㅠㅠㅠㅠ사랑해영
9년 전
언호기
저도 사랑해영♡♡
9년 전
독자4
헤헤 감사합니다 작가님 신알신 하구 갈게요~
9년 전
언호기
앗 감사해요~~~♡♡
9년 전
독자5
오오 신알신 할게요~
9년 전
언호기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아 이거 뭐에요 뭐에요 뭐에요!!!!!!!!!!!!!! 정말.. 전교 1등 이라니.. 나도 그 프로그램 쓰고 싶은데요 저도 주세요 달콤한 그 어플리케이션.... 내 이름 넣으니까 엄청..; 엄청.. 설레네요 히히히히히 잘 봐써용 히히히히히 담 편도 보러 갑니다 슝슝
9년 전
언호기
헉 반응이 격하시다...! 격한 반응에 쓰니는 ㅆㅣㅂ덕사로 주겄다구 ㅅ합니다
9년 전
독자7
이런내용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진짜 사랑합니다 제 사랑 많이 받으시고 다음편도 빨리 보러갈게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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