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 1819
놈이 학교를 안나왔댄다.
지각은 해도 결석은 안하는 얘인데. 설마.
우산을 만지작거리다 핸드폰을 꺼냈다.
「 오늘 학교 안왔다며. 」
평소 같았으면 10초도 안돼서 답장이 왔을 텐데, 오늘따라 답장이 늦었다.
3분쯤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 어떻게 알았어요? 나 안온거 」
「 얘들한테 물어봤지. 니가 나랑 연습하자며. 」
「 미안해요, 아파서 못갔어요 」
아파? 누가?
「 니가 아프다고? 」
「 나는 사람 아닌가 뭐, 내일은 꼭 나갈게요 」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교문에 멍하니 서있다 비가 툭 떨어지는 바람에 정신이 들었다.
그때서야 우산을 펼치고 집으로 향했다.
놈은 다음날도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내일은 꼭 온다더니, 거짓말치고 자빠졌어. 이게.
내일은 나오겠지 싶어 강당에 혼자 멍하니 앉아있다 밖으로 나와 집으로 걸어갔다.
「 내일은 올거지. 」 라고 쓰고 전송을 누르려다 다 지워버리고 다시 꾹꾹, 화면을 눌렀다.
「 죽는다. 」
놈은 거기에 답장이 없었다.
진짜 많이 아픈가….
병문안이라도 가야하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 형 나 오늘은 학교 왔어요. 같이 연습해요 」
「 약속 안지키는 애랑은 안한다 」
「 어제도 아팠어요 미안해요…. 같이해요 」
「 형 나 강당이란말이에요……. 」
괜히 아련하게 끝에 점은 왜붙히는건지, 강당으로 들어서자 놈이 에어컨 앞에 서있다가 나를 부른다.
“ 안온다면서 왔네요, 그럴줄 알았다니까. ”
“ 너한테 욕하러 온건데…. 너 눈 옆이 왜그러냐. ”
“ 아, 이거요? 별거 아니에요. ”
놈의 눈 옆에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놈이 조금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괜찮다며 손으로 반창고를 가린다.
그 손을 잡아 내리고 반창고를 빤히 쳐다보자 놈이 콧잔등을 찡긋하며 윙크했다.
그리고 내 이마에 손을 대고 슬슬 밀더니 말했다.
“ 어허, 괜찮다니까 왜이래요. ”
“ 야, 부었잖…. ”
“ 별거 아니에요. 연습이나 합시다. 자기. ”
“ ……. ”
“ 미안해요, 노려보지마요. ”
능글맞게 웃더니 셔틀콕을 나한테 휙 던져냈다. 받아내니 놈이 오, 좀 하네요 라는 실없는 소리를 짓걸이더니 씩 웃었다.
반창고가 거슬리긴 하지만 괜찮은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 으하하하하ㅡ!! ”
“ ……. ”
“ 후으…푸흡, 안웃을께요, 으흐흐…. ”
귀까지 빨개진 내 얼굴을 보고 바닥에서 웃느라 정신이 없는 놈이었다.
웃을만도 하지, 내가 헛스윙을 네번이나 했으니.
쪽팔림에 괜히 바닥에서 뒹구는 놈을 걷어찼다.
아픈듯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웃느라 여념이 없는 놈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 으, 배 아파…. 흐흐…. ”
“ …그만 웃어. 쪽팔린거 아니까. ”
“ 형이 왠일이에요, 헛스윙을 다하고. ”
“ 몰라, 몸상태가 안좋은가보지. ”
사실 자꾸 제대로 하려고 하면 놈의 눈옆에 반창고가 눈에 띄었다.
나도 모르게 그 반창고에 멍때리다 보면 헛스윙을 하거나 날아오는 셔틀콕을 맞기까지 했다.
그때마다 놈은 바닥을 쓸듯이 웃어제꼈고 그 와중에도 놈의 상처가 눈에 띄었다.
쪼그려 앉아서 바닥에 누워있는 놈의 눈 옆을 만졌다.
놈이 움찔하더니 벌떡 일어나더니 내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또 잠시 웃더니 내 귀에 속삭였다.
“ 형이 왜 그러는지 알거 같은데. ”
“ ……어? ”
“ 지금 내 상처 걱정되는거죠? ”
“ …내, 내가? ”
“ 말 더듬는거봐, 맞나보네. ”
“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몸상태가 안좋아서. ”
“ 에이, 형 거짓말하면 귀 빨개지는거 알죠? ”
“ 어? ”
“ 귀 빨개졌는데. ”
화들짝 놀라서 귀를 가리자 놈이 또 빵터지며 바닥에 드러눕는다.
“ 거짓말인데. ”
“ ……. ”
“ …그걸로 때리게요? ”
라켓을 위로 쳐들자 놈이 움찔하는걸 보고 머리위로 내리쳤다.
놈이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 하는 모습을 보고 짜증이 났다.
걱정한 내가 미친놈이지….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 강당을 빠져나가려는데,
놈이 내 손목을 부여잡았다.
“ 형, 방금…뭐라고 했어요? ”
“ 뭐? ”
“ 방금 뭐라고 했잖아요! 다 들었어요. ”
“ 내가 뭘…. ”
아, 설마 방금 말한게 입 밖으로 나갔나. 아차 싶어 입술을 깨물자 놈이 얼굴을 더 밀착하며 물었다.
“ 뭐, 뭐라고 하긴 뭐라고해, 내가? ”
“ 들었는데…. ”
“ 아무말도 안했으니까 좀 떨어져. ”
“ 에이…. ”
“ 아 좀 놓으랬…. ”
짜증을 내려는 순간 놈이 평소와는 다른 얼굴로 씩 웃었다. 놀란 얼굴로 쳐다보니 놈이 작게 말했다.
“ 와, 형이 날 걱정도 해줘요? ”
“ ……. ”
“ 기분 되게 묘하다. ”
“ 그러니까 좀 놓으…. ”
얼굴이 갈수록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놈의 팔을 뿌리치고 얼굴을 세게 밀었다. 중심을 잃은 놈이 바닥에 넘어지는 순간,
손끝에 걸린 무언가가 내 손에 딸려 왔다.
얼떨떨한 내표정을 보고 놈이 망했다,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놈의 얼굴은 말짱했다. 심지어 반지르르 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 손 끝에는 놈의 얼굴에 붙어있던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어색한 웃음을 짓던 그는 주저앉은채로 뒤로 물러갔다.
“ 형, 이게… 그니까…. 그, 음…. ”
“ ……. ”
“ 어…저기, 형, 잠깐만…. ”
한발자국 다가갈수록 놈은 안색이 새파래져갔다. 조용히 주먹을 세게 쥐어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놈이 뒤로 넘어갔고 넘어간 놈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 장난하냐, 너?! ”
“ 악! 형, 잠깐, 윽…! 그게요, 악! ”
“ 죽어, 씨발. 난 진짜 걱정했잖아! ”
“ 네? ”
내가 뭐라고 한거지 방금….
걷어차던 발을 멈추자 놈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 이 입이 방정이지.
뒤로 물러서자 놈이 전광석화처럼 벌떡 일어나 나를 껴안았다.
“ 나 걱정했어요? ”
“ 누가, 내가? 미쳤어? ”
“ 좀 솔직하면 어디가 덧나나. ”
“ 걱정 안했으니까 놔라. ”
“ 다 들었는데. ”
놈이 껴안던 팔을 풀어내고 씩 웃었다.
나도 따라 씩 웃어주자 놈이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여는 찰나에 놈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떨며 제 다리를 부여잡는 놈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너무해요, 라고 입을 벙긋거리는 놈에게 뻐큐를 날리며 말했다.
“ 난 구라치는 놈 존나 싫어해. ”
“ ……. ”
힝, 하는 표정을 짓는 놈을 보고 웃음이 새어나올뻔 했으나 일부러 굳은 표정을 하고 강당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안아파서 다행이네. 라는 생각을 하며 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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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실패
망ㅎ람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