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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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왜 그만뒀는지 물어봐도 돼?"
"음... 그냥.. 아무리 해도 안되는것 같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
"예쁘게 생긴 사람도 많고.. 그냥 제가 너무 초라해보여서요!"
"열심히 했었잖아-"
"그렇긴 하죠! 그래도 뭐.. 지금도 행복해요 ㅎㅎ"
"여름이가 제일 예쁘던데"
급속도로 다운되는 내 기분을 눈치 챈 선생님이 바로 기분을 풀어준다.
"아... 쌤.... ㅠㅠ"
"왜?"
"부끄러워요"
"안부끄럽게 맨날 말해줘야겠네. 너 예뻐"
"하..."
"ㅋㅋㅋㅋㅋㅋㅋ맨날 나 잘생겼다 그럴때 내가 그랬어"
"쌤은 진짜 잘생겼잖아요"
"너도 진짜 예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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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알바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쌤은 카운터에서 멀지않은 곳에 앉아있다.
자기는 신경 쓰지말라며 뒤돌아 앉은 선생님의 등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성우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저기요 누나! 저 번호 좀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스를 보고 있는 내게 성우가 다가와 쓸데없는 장난을 친다.
"누나 남자친구 없죠? 없을 것 같아요. 번호 주세요!
"싫은데요"
"아 왜요~ 남자친구도 없으면서"
"없어도 그쪽은 싫어요~"
성우가 계속해서 장난을 치자 선생님이 살짝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하긴. 누나 만나면 제가 더 아깝긴 하겠네요"
"즐"
"제가 좀 잘생기긴 했어요."
"미친놈.."
"됐고ㅡㅡ. 나 알바 붙었다고 자랑할라고 왔다! 저 앞에 편의점!"
"이제 거기 공짜로 먹는거야?"
"돼지냐?"
"아닌데"
"넌 생각하는게 딱 돼지야"
"그냥 꺼져라"
"응. 안그래도 갈거야. 오빠 보고싶으면 언제든지 연락 하지말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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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는 쓸데없는 소리만 하다 떠났고 시간을 보니 퇴근시간이 다 됐길래 얼른 짐을 챙겨 나왔다.
"가요!"
"...."
"안가요?"
"왜 말 안해?"
"네?"
"남자친구.."
가자는 내 말에는 대꾸도 안하고 대뜸 왜 말을 안하냐고 묻는 선생님에 무슨소린가 싶어 앞자리에 앉아서 쳐다보자
"남자친구 있다고 왜 안하냐구" 라며 쿨한 사람처럼 물어보지만 표정에는 '삐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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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웃어"
"39살이나 됐으면서 그게 그렇게 서운해요?"
"나이 얘기가 왜 나와?"
"귀여워서요"
"아니.. 너가 계속 받아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자식 마음에 안들어"
"조심할게요! 근데 진짜루 쌤이 신경 1도 안써도 되는 친구예요"
"남자는 다 늑대야"
내가 '선생님도!?'하며 장난치자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갑자기 변태같은 표정을 짓는 선생님에 질색하며 가까이 오지 말라 그러자 '왜~'하며 허리를 감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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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이랑 영화보러와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밖에서 담배 피고 들어오는 선생님을 바라보는데 진짜 영화배우 뺨침...
"영화 안봐도 될 것 같아요"
"왜??? 갑자기?????"
"쌤 얼굴 보는게 더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들어가자-"
.
..음... 영화 안봐도 된다는 말은 농담이었는데 진짜 꿀잠자느라 안봤다....ㅋ....
"잘 잤어?"
"..안잤어요"
"코 골았잖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ㅡㅡ"
.
영화 보고 나오니까 벌써 새벽 1시가 넘어서 갈만한데가 없다... 그렇다고 집에 가기에는 아쉬운데..
"쌤 집 가면 안돼요?"
"우리집?"
"네!"
"..."
"이상한 생각 하지마세요"
"안했어"
"라면 안먹어요"
"안줄건데?"
"서운하네.."
.
"와.. 혼자 이렇게 큰 집에 산다구요?"
"같이 살래?"
"ㅎㅎ 저는 아직."
"그럼 그냥 오고싶을때마다 와-"
오는길에 주전부리랑 술..ㅎ..몇병을 사와서 먹다가 내가 무의식중에 오뎅탕 먹고싶다..라고 한 걸 듣고 쌤은 편의점가서 사오겠다며 바로 겉옷을 챙겨입는다.
"진짜 안먹어두 돼요.."
"괜찮아. 바로 앞에 편의점 있는데 뭐"
"귀찮잖아요!"
"너가 먹고싶다며"
"..진짜 괜찮은데..."
'금방 갔다올게-'라며 쌤은 현관문을 나선다. 주인없는 집을 혼자 구경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앉아있다가 TV정도는 괜찮겠지..하고 틀어본다.
별로 재밌는것도 안하기에 그냥 외국영화 나오는 채널이나 틀어놓고 적막함만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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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들어온 태평은 '어서오세요-'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알바생을 바라본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여름이 친구 그.. 뭐냐.. 성...성오? 성우? 그 친구라는걸 깨닫는다.
괜히 카페에서 일이 생각나 속으로 혼자 째려보고는 오뎅탕과 다른 간식들 몇개를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13000원입니다-"
"여자친구 있어요?"
"네???"
"아.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큰키에 잘생긴 얼굴의 남자를 본 성우는 계속 남자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저렇게 잘생기면 무슨 기분일까.. 계산하러 왔을때 가까이에서 보니 더 잘생긴 얼굴에 속으로 존나 부럽다.. 생각 하고 있는데 대뜸 여자친구 있냐고 묻는 남자에 깜짝 놀란다. 원래 잘생긴 사람들중에 남자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더니.. 진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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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달고나커피 알아요?"
"그.. 요새 유행하는거?"
"오.. 나름 신세대인척"
"야"
"ㅋㅋㅋㅋㅋㅋㅋ장난이에요"
"장난 아니었잖아"
"아니..아무튼! 우리 그거 해보면 안돼요?"
"그거 엄청 오래 저어야되는거 아니야? 할 수 있어?"
"쌤이 할건데요?"
"내가 왜?"
"그 팔 근육 뒀다가 어디에 쓰려구요?"
"알려줄까?"
"네"
"이거 밤에 침대에ㅅ"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시끄러워요"
"너가 소리 질렀잖아"
"아무튼 시끄러워요"
"팔에만 있는거 아니구"
"달고나커핀지 뭔지 안먹어도 돼요"
"배에도 있구 다리에도 있어"
"안물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