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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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어색해진 분위기에 '이제 갈래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생님도 따라 일어난다.
"늦었는데?"
"..쌤이 데려다주세요"
"술마셔서 운전 못 해"
"...그럼 택시타구.."
"그냥 자고 내일 가지"
"네??????"
"자고 가"
"..."
"너 방금 이상한 생각 했지?"
"아닌데요!!!"
"난 했는데 ㅎㅎ"
'아! 쫌!!!!'하고 선생님을 때려도 하나도 안아프다며 웃어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
"웃지마세요ㅡㅡ"
웃지말라는 내 말에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괜히 쫄아서 'ㅇ..왜요...' 하며 올려다보면
이내 입을 맞춰온다. 큰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다른 한손은 허리에 올리고는 진득하게 입술을 물고 빠는 선생님에 나도 허리에 손을 올리려 했을 뿐인데......
허리에 올리긴 했는데.. 선생님이 헐렁한 반팔티를 입고 있던 탓에 손이 옷 안으로 들어가서 맨살을 만져버림.......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는데 내가 너무 놀라서 헙-하고 떨어지자 술기운 때문인지 선생님이 살짝 풀린눈으로 내려다본다.
"만지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ㅎㅎ"
"........잘못 만진거에요"
"아까 내가 복근 있다 그래서 만ㅈ"
"아니에요!!!!!"
"ㅋㅋ"
"진짜루.. 잘못 만진거에요.. 죄송해요....."
"죄송 할 일은 아니고..."
".."
"자고 가- 손만 잡고 잘게"
".....뻥치지마요"
"그치. 그건 여름이가 못 참겠지?"
"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아무짓도 안하고 자고 일어나서 데려다 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씻고 눕는다. 쌤 쪽으로 몸을 돌려 누우면 선생님이 자연스레 팔베개를 해준다.
"쌤-"
"응"
"...아니에요-"
"응.."
"쌤"
"왜~"
"....그..있잖아요.. 그..."
"..."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계속 선생님을 부르는데 막상 입 밖으로 말이 안나온다. 어둠속에서 한동안 둘의 숨소리만 들리는데,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낸다.
"나도 사랑해"
..품속에서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쳐다보면 왠일로 자기도 부끄러운지 이제 빨리 자라며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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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강이어서 저녁에 알바만 가면 되기에, 아침에 출근하는 선생님을 따라 나선다.
선생님이 대표로 있는 회사는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이다.
"진짜 예쁘네요.... 역시 이런 사람들이 배우를 하는거지.."
선생님 컴퓨터에 있는 여배우 프로필을 보며 내가 와...우와.. 따위의 감탄사만 내뱉자, 선생님이 물어본다.
"다시 연기 하고싶지 않아?"
"에이.. 저따위가요?"
"그런말이 어딨어"
"연기 안한지 벌써 5년이나 지났잖아요. 진~짜 하나도 미련 없어요"
물론 뻥이다. 누구보다 연기가 하고 싶었고, 연기로 성공 하고 싶었는데 그건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가보다.
뭐, 다시 연기를 시작할 용기는 없지만 그냥 왠지모를 씁쓸함에 기분이 안좋아졌지만 선생님 앞에서는 티를 낼 수가 없었다. 뭔가 쪽팔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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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못데리러 갈 것 같은데.."
"괜찮아요. 어제부터 하루종일 같이 있었잖아요!!"
"그래도.."
"진짜 괜찮아요!!!! 저 갈게요!!"
"조심히 가-끝나면 꼭 연락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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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괜히 싱숭생숭 해졌던 마음은 알바가 끝나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선생님한테는 티도 못내고 혼자 속으로만 앓아서 그런가.. 오늘은 쌤도 저녁에 일이있어서 못온다고 했고.. 이 기분에 그냥 들어가면 더 우울할 것 같고..
역시 이럴땐 술이지~ 하며 성우에게 문자를 남긴다.
[성우야]
[술 땡기는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키. 너 끝나는 시간 맞춰서 가겠음]
역시 내 5년지기 답게 이름만 불러도 알아듣는다. 아니 이름을 부르는일이 없어서 그런가.. ㅎ
.
성우는 내가 연기를 그만두고 처음 만난 친구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내 모든걸 털어놓던 친구이기에 선생님 앞에서는 차마 못 한 말들도 꺼내놓는다.
사실 선생님 하는 일 보면 연기가 그리워지고, 근데 지금의 나는 너무 늦어버렸고.. 뭐. .그런 인생얘기.. 오랜만에 진지한 얘기를 하며 술을 한두잔 마시다보니 평소보다 많이 취했고 성우는 데려다준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야 여름아. 아까 내가 말한 그 편의점 존잘남!!! 저 사람인데?"
"?"
"근데 저사람 왜 너네 집 앞에 서있냐? 아는 사람??"
성우의 말에 눈에 힘을주고 앞을 쳐다보니 선생님이 서있다. 아. 취해서 연락 한다는 걸 깜빡했네..
"어...쌤......"
"쌤?"
"...성우야. 내가 이따 연락할게... 가-"
"갑자기 가라고?"
"응.. 제발 가.."
아무말 없이 성우와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선생님에, 급히 성우를 보내고 쌤 앞으로 더 다가간다.
"....왜.. 왔어요..?"
"..."
"........아니 그게 성우는.....하...."
무슨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ㅠㅠㅠ 무슨말을 하든 변명일거 같아ㅠㅠㅠㅠ
"신경 안써도 된다 하지 않았나-"
"....네"
"이래도 내가 신경 안써도 되는거야?"
"..."
"걱정되서 왔는데. 실망이네"
"쌤 그게 아니구..."
"뭐가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하는 줄 알고"
"..."
"여름아"
"..."
"내가 너 더 좋아한다고 갑질하지마. 갑질하라고 더 좋아하는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