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이 끝나기 일주일 전.나는 조용히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약속을 잡았다.수영경기는 다 끝난 터라 아무런 부담감 없이 그와 만날 수 있었고 그도 흔쾌히 오케이 했다.한국보다 덥지는 않지만 찝찝한 이 날씨,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숙소로 찾아온 너에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내 옆자리를 내어줬다.너는 조용히 웃으며 쇼파에 앉았고,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너를 위해 에어컨을 틀어주니 너는 작게 고맙다고 말했다.그렇게 말 없이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갔고,너와 나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이 침묵을 견디지 못해 어색한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말을 건 것은 너였고.
“park.”
“응.”
“왜 부른거야?”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며 보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보았다.너는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건지 불안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나있었다.그리고 말을 하는 너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었지.나는 아무 말도 없이 너에게 웃었다.그러자 너의 표정이 더 더욱 불안감에 휩싸였다.
“쑨양.”
“……….”
“우리.”
“말하지마.”
너는 괴로운 표정으로 내게 부탁했다.나는 너의 왠만하면 너의 부탁을 다 들어주려고 애썼지만,오늘은 무리일 것 같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있잖아,우리.
“말 안하면 안돼…‥?”
“미안.”
“뭐가,뭐가 미안한데.도대체.”
눈물이 많은 너 답게 눈가에 투명한 눈물방울이 매 달려 있다.너의 눈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알싸해졌지만,나는 말해야만 했다.나는 이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니 수영에 너와 교제하는것이 방해가 되질 않겠지만,너는 아니니까.너는 나보다 더욱 화려하고,멋진 선수생활을 해야하니까.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았다.그러니,이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꺼야.
“헤어지자.”
“왜…?”
“미안하다.”
말을 끝내자마자 너는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었다.괴로움과,슬픔과,상처가 가득 뒤 섞여있는 너의 검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나는 이렇게 괴로워하는 널 볼 자신이 없어.내 뱉은 말이 후회되기 시작했다.한 없이 무너지고,무너져버려 나를 원망하는 네 모습도 보기 싫어서 이 길을 선택했는데.나는,그저,네가 잘 되길 바랄 뿐인데….
“진심이야?”
“…….”
“진심이냐고!”
“미안.”
화가 난 표정으로 내게 소리쳤다.나는 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어서 내 발 끝만 쳐다보고 있었고,너는 울음을 참는 흐느끼는 소리만 내었다.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였다.자꾸만 울음을 토해내는 너와,너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나.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너는 억센 힘으로 내 얼굴을 너에게 향하게 하고,입을 맞추었다.눈물이 대롱대롱 달려있는 너의 깊은 속 눈썹과,부들부들 떨고 있는 너의 몸이 다시 한번 내게 현실을 자각시켜주었다.나는 너를 밀쳤고,너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미안해.”
“어째서…!어째서‥?”
“……‥.”
“내가 금메달 따서 그래?그깟 금메달,다 줄게요.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응?그러니까 제발,제발,가지마…”
울며 매 달리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심장이,와창창하고 파편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부숴지는 느낌이였다.어젯밤 수백번 상상을 하고,연습을 했는데도 아픔은 내 예상보다 커서 깜짝 놀랬었지.하지만 나는 네 곁에서 떠나야만 했다.나는 말 없이 네 얼굴을 쳐다보았고,너는 괴로움에 신음을 흘리며 다시 한번 내게 매 달렸지만 눈 한번 깜짝 안하는 나에게 다시 한번 좌절하고 결국 너의 숙소로 돌아갔다.그가 떠나자마자 거짓말 같이 눈물이 흘러내렸다.가슴이 욱씬욱씬거리며 아파왔다.이걸로 된거야.그래,이걸로 된거야….어느 여름 날에,너와 나는 이 짧디 짧은 사랑을 끝내었다.네가 잘 되길 바랄게.나보다 훨씬 위대하고,세계적인 선수가 되기를‥.
Fin.
*
뜬금없이 아련아련돋는 걸 쓰고 싶어서 썼어요ㅋㅋㅋㅋㅠㅠㅠㅠ이런거ㅠㅠㅠㅠ늠늠 좋아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쌍한 쑨양 ..^_ㅠ ..박태환선수와 쑨양선수 모두 1500m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