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사생팬으로 오해받은 썰
니네가 누군데 왜 지랄이야
"그래 그럼."
순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여주는 순영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틀었다. 얘랑 연애하면서 느낀 거지만 입담 하나는 장난 아니다 정말. 특유의 재치로 분위를 살리는 게 여간 재밌는 게 아니었다. 난 네가 정말 이중인격인 줄 알았어. 뜬금없는 여주의 말에 의아한 듯 여주를 내려다보는 순영. 그래... 첫 만남을 생각해 봐. 권순영이 나오는 예능 프로 보고 놀라서 거품 물고 기절할 뻔했지 아마? 이런 성격일 줄 누가 알았겠어. 아니, 그전에 얘랑 이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정말. 옛날 생각을 하니 푸스스 웃음이 지어졌다."뭐야. 왜 혼자 생각하고 혼자 웃어. 뭔데."
"아니 그냥, 신기하잖아. 너랑 나랑 이러고 있는 게." "뭐가?" "우리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봐. 아주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데. 난 그때 티브이 보고 너 진짜 이중인격인 줄 알았다니까?" 그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는지 중간중간 피식 웃던 여주가 말을 끝냈다. 여주의 말에 장난스럽게 인상을 찌푸린 순영이 사돈 남 말 하네~ 나도 네가 인터넷에 올린다고 협박하던 거 아직도 생각나. 순영의 말에 그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내냐며 어깨를 아프지 않게 퍽퍽 쳤다. 그랬던 우리가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됐다니.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긴 해, 그치? "야, 싸가지." "죽을래? 그 호칭 쓰지 말라고 했지." "왜~ 이것도 나름 애칭인데." "애칭은 지랄." "입. 혼나 진짜.""어떻게 혼낼 건데?"
욕설을 쓰는 순영에 입술을 찰싹, 때리며 인상을 쓰자 그런 여주가 귀여운지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능청스럽게 웃으며 여주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게 또 놀려 진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순영을 밉지 않게 흘겨본 여주가 씩, 웃더니 작은 두 손으로 순영의 얼굴을 잡고는 먼저 입을 맞췄다.짧게 떨어질 줄 알았던 입맞춤이 꽤나 길어지자 의외라는 듯 여주를 내려다보자 이미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이거 봐. 여우라니까, 김여주. 그런 여주에 순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주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던 순영 역시도 눈을 감았다. 3년이라는 연애가 무색하지 않게 둘은 능숙하게 혀를 섞었다. 여주의 허리를 받쳐 안은 순영이 자연스럽게 여주를 눕히고 점점 더 야릇하게, 진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점점 더 뜨거워져가는 상황에 순영은 여주가 입은 헐렁한 검은색 반팔 안으로 손을 넣어 허리를 지분거렸다. 이윽고, 그날 밤 방 안은 둘의 열기로 가득 채워졌다.
세븐틴 사생팬으로 오해받은 썰
으으....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손을 들어 올려 눈을 가린 여주가 아직 자신의 옆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순영을 바라봤다. 그에 먼저 옷이라도 입으려 몸을 일으키려 하자, 곧바로 팔을 올려 못 일어나게 여주를 안은 순영. 뭐야, 자는 거 아니었어? 그런 순영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 순영을 올려다 본 여주가 이불 위로 순영을 토닥였다. "좀 더 자.""응. 같이 자."
하지만 그런 여주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보란 듯이 여주를 더 꽈악 안는다. 둘 다 나체인 상태라 맨살이 닿자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3년 연애, 심지어 둘 다 어린 나이는 아니었기에 처음은 아니었지만 관계 후 다음날은 언제나 부끄럽다. 그런 여주를 알았는지 부어서 눈도 다 뜨지 못한 채 푸스스 웃던 순영이 방금 일어나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또 또 부끄러워한다. 귀여워 죽겠어 진짜."
"너는 안 부끄러워?" "뭐가 부끄러워?" "그냥 뭔가... 이렇게 맨살 닿는 거나..." "어제 다 만지고 빨고 했는...." "야, 야....!" 수위 높은 순영의 말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급하게 손을 올려 순영의 입을 막자 그런 내가 웃긴지 피실피실 웃었다. 씨... 짜증 나 권순영. 늦게 일어나서 조식은 먹지 못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호텔 바로 앞이 바다라 거기서 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권순영은 연예인. 그것도 인지도 높은 엄연히 세븐틴 메인 댄서였다. 평범한 연애를 못하는 저에게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순영이라 차마 아쉬운 티는 못 냈다. 그래도 돈 많은 남자친구 둬서 뭐해! 이미 방 안에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해 둔 덕에, 호텔 방 안에 있는 거 치고는 꽤나 큰 수영장에서 놀 수 있었다. 아 또. 순영의 스케줄이 미뤄져서 하루 더 자고 다음 날 갈 수 있게 되었다. 나이스. "두 끼 먹었다고 질리네.""그러게 내가 다른 거 시키라고 그랬지. 지금이라도 다른 거 시킬까?"
"됐어. 거의 다 먹었는데 뭐." 저녁 먹을 시간이 되고 아까 점심에 왔던 호텔 레스토랑에 와서 저녁을 먹는데, 와... 호텔 음식인데도 질리긴 하는구나. 워낙 입이 짧은 편이라 똑같은 음식을 두 끼 먹지도 못하는데 아까 먹었던 필라프 너무 맛있어서 또 시키자 역시나는 역시나. 질려서 못 먹겠다. 그런 여주를 아는 순영이 점심이랑 똑같은 음식을 시킨다는 여주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지만 괜찮다며 웃는 여주에 그냥 내버려 뒀건만... 역시 강하게 말릴 걸 그랬다. 어영부영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들어오자 벌써 시간은 10시를 넘어 11시가 다 되어 간다. 아까 수영을 해서 그런가... 기운이 없다. 들어오자마자 여주가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워버리자 그런 여주를 본 순영이 귀엽다는 듯 웃어 보이다가 말을 툭 던졌다. "그러다 잠들면 후회한다 너." "응? 왜 후회해? 우리 어디 가?" 영 궁금한 게 아닌지 바로 고개를 휙 올려 의아한 듯 물어보는 여주. 그런 여주를 씩 웃으며 내려다 본 순영이 마스크를 꺼내 썼다. "바다 가고 싶어 했잖아. 이 시간이면 사람 많이 없을 거야. 갔다 오자." "어...? 아니야, 굳이 안 그래도 돼. 그러다 사진이라도 찍히면....""찍히면 나야 좋지? 공개 연애하고."
능청스럽게 웃는 순영에 기분 좋은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저가 가고 싶어 하던 걸 일찍이 눈치채고 일부로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하고 있었다. 저러니까 내가 반했지 권순영... 아싸, 바다! 들뜬 여주가 방방 대자 여주를 따라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은 순영이 여주의 손을 잡아끌었다."가자, 얼른."
세븐틴 사생팬으로 오해받은 썰
혹시 몰라 여주에게도 모자를 씌운 순영이 여주의 손을 잡고 밤바다를 걸었다. 이렇게 멀리 나와서 데이트하는 거 처음이라 너무 좋다 그치. 기분 좋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웃음을 터뜨린 여주가 헤헤 웃으며 순영을 올려다보자 그런 여주를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내려다 본 순영 역시 그러게. 하며 하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즉에 데려올걸. 괜히 미안한 마음이 자꾸 생겼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워낙 어두워서 사람은 정말 없었다. 거의 순영과 여주를 포함해서 열 명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한참을 걷던 여주가 다리가 아픈지 좀 앉았다 가자고 먼저 입을 열었다. 둘이 앉아서는 어두워져 검게만 보이는 바다에 눈을 두었다. 순영이 답답한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뭐해. 마스크는 써. 혹시 모르잖아." "답답해. 그리고 사진 찍히면 좋다니까." "못 살아. 그래. 우리 잘생긴 순영이 얼굴 좀 보자." 장난스럽게 말하는 순영에 여주가 못 살아, 하면서 고개를 젓더니 곧바로 고개를 올려 헤실헤실 웃으며 순영과 눈을 맞췄다. 그런 여주에 순영 역시도 여주와 얼굴을 마주하자 아까와 다르게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정적이 이어졌다. 뭐야.. 이 분위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순영의 눈을 피하는데 이번엔 순영이 먼저 다가왔다. 입술을 가볍게 맞춘 순영이 쪽, 소리를 내고 떨어지고 둘의 눈이 마주치자 그냥 서로 풉 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행복해. 우리 둘이 이러고 있다는 게 난 아직도 신기하고, 마냥 설레 순영아. 우리들의 연애는 앞으로도 그저 평범하고 무탈하지는 않겠지만, 난 그걸 같이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네가 좋다. 많이! "사랑해, 순영아.""갑자기 훅 들어오네. 나도. 나도 사랑해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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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암호닉 마감이요! 지금까지 신청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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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사생팬썰이 완결을 하네요. 믿기지가 않아요. 제 첫 완결작이 나오다니... 이건 정말 백프로 독자님들 덕입니다. 게으르고 나태한 저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 주셔서 제가 사생팬썰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ㅠㅠ.
우리 개차반쑨이랑 개차반쮸가 스윗쑨 다정쮸가 될 때까지 지켜봐주셔서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텍파를 지금부터 준비하기 시작할 거예요! 따로 공지 올릴 테니까 그건 그때 가서 말씀 다시 드릴게요...!
음, 저는 따로 후기? 라고 해야 하나... 그걸 가지고 올 계획은 없습니당..! 저 역시 따로 완결 후기는 찾아보지 않게 되고, 또한 굳이 제 주절주절 보고 싶게 하지 않아서...ㅎㅎ!
아, 대신 QnA는 꼭 해보고 싶어요!!!!!!!! 제 완결작이 나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라...ㅎㅎㅎㅎ 제 작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당ㅎㅎ 그러니까 댓글로 사생팬썰에서 궁금했던 점, 또는 저에게 궁금했던 점 있으실까.....? 마구마구 질문해주시면 전 정말 감사할 거 같네용🥰 이랬는데 막 질문 하나도 없고 그럴 수도 있겠죠...?ㅠㅠ 그럼 자연스럽게 QnA는 없는 걸로...흑
그럼, 지금까지 봐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