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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 Counting Pulses

 

 

 

 

선공개 발라드곡이 유출됐다.


성규가 양 주먹을 머리 옆에 갖다 대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털림엔터 이럴 줄 알았다는 둥, 울레기 이젠 질린다는 둥, 이젠 너무 익숙해서 신경 안쓴다는둥. 이 상태에서 성열이 없어졌다는 것 마저 알려지면 어떻게 될 지 뻔하다. 털림엔터 이제 사람도 털리나,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대충 이런 반응으로 돌아설 것이다.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을 대표님께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최대한 우리 선에서 끝낼 수 있게. 그리고 알릴 수 없었다. 대략 1시간 전, 몸에 자잘한 상처와 함께 혼자 돌아온 성종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누가 그런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말을 믿겠는가.

 

"이성종."

"네 형."

"성열이한테 전화해봤어?"

"성열이 핸드폰 걔 방에 있어."

"가져와봐."

 

우현이 성열의 방에서, 아니 성열과 성종의 방에서 핸드폰을 가져왔다. 혹시 성열에게서 전화가 걸려올지 몰라 기다리는데 진동이 울렸다. 액정에 뜬 '이수열' 세 글자. 다들 모르는 사람인 듯 의문의 시선이 오갔다. 성규가 모두 들을 수 있게 조정을 한 뒤 전화를 받았다. 사람 많은 곳인지 와글와글 시끄럽다.


"여보세요."

-야 이성열, 너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냐?

"누구세요?"

-뭐? 여기 시끄러워서 안 들려. 나 지금 인천공항이다. 데리러와.

"저기, 지금 성열이가,"

-뭐? 바빠? 웃기지마. 아까 줄리아가 1시간? 전쯤에 너랑 니 친구들 다 숙소에서 쉰댔거든?

"아니 그러니까,"

-형이 미안해. 너도 알잖아, 엄마랑 연락 안 되는 거. 원래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같이 지낼 사람이 전화를 안 받아.

"음 수열씨, 그러니까요,"

-나도. 빨리 와 기다릴게.

 

뚝 끊기는 전화에 멤버들은 말을 잃었다. 우현이 입을 열었다.

 

"가봐야 되는 거 아냐?"

"뭐라도 알 수 있을지 모르지. 가자."

 

성규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슬슬 어두워지는데 동우가 운전대를 잡았다는 게 불길하긴 했지만 면허소지자가 동우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차에 탑승했다. 불안 불안하긴 했지만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 그들은 수열이란 남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장신의 남자가 희고 헐렁헐렁한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큰 검은 배낭을 메고, 크고 새하얀 캐리어와(이 캐리어엔 또 큰 새하얀 가방이 걸려있고) 큰 줄무늬 트렁크를 옆에 가지런히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캐리어에 앉다시피 기대어 허공을 보고 있다가 그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잠시 머뭇거리던 수열이 곧 짐들을 들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성질이 급한지 빠르게 걷는 모양이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불안해서 호원은 자기도 모르게 그를 숨죽여서 지켜보았다.


"성열이 친구들?"


자연스럽게 트렁크에 자신의 검고 하얀 짐들을 실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은 성열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힘차게 트렁크를 닫은 그가 말했다.


"성열이 형 이수열입니다. 근데 성열이는?"

 

 

 

 

 

 


지금 이건 무슨상황일까?

신발 한 짝만 신고 멍하니 있는 나.

내 손목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 남자.

전신거울을 등지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있는 나.

괜찮아요? 물으며 내 손목을 당겨 일으키는 이 남자.

바보처럼 멍청하게 그를 보고 있는 나.


성열이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성열의 손에 뒤에 있는 거울이 닿았다.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거울을 밀어봤지만 거울은 이미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다. 남자가 거울을 미는 성열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소용없어. 그 애는 나만 다룰 수 있는 아이거든."


성열이 움찔하더니 남자가 잡은 손을 빼며 물었다.


"당신 누구야."

"김명수. 752살의 건장한 남성이지."

"지금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  752살? 장난해?"

"믿기 싫으면 믿지 마. 그럼 뭘 묻고싶은거지? 다 물어봐. 대답해줄게."


성열이 한숨을 쉬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 어디야."

"우리 집 거울 방."


이라 말하며 명수가 불을 켜곤 앉았다. 성열이 둘러보니 거울 방이란 이름에 맞게 수많은 거울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벽면과 천장을 채운 모두 다른 크기와 모양의 거울들과 방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전신거울 5개. 성열이 수많은 거울 속에서 살짝 어지러운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럼 여긴 거울속인가?"

"아니, 넌 거울을 통해서 여기로 온 거야. 뭐랑 비슷할까, 혹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란 걸 봤어? 그곳의 여러 곳으로 가는 문하고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안봤어. 근데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널 데려왔으니까."


끌고온거겠지. 성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숨을 쉬는 성열을 본 명수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서 방의 문을 열었다. 카레 특유의 향이 성열의 코를 스쳤다. 명수가 고개를 살짝 돌려 물었다.


"카레 좋아해?"

"나 카레 못 먹어."

"꾸래? 난 카레 사랑하는데."


명수가 오른쪽 주머니에서 분홍색 수첩을 꺼내 '카레'라고 쓰고 다시 집어넣었다. 꾸래라니. 성열이 귀족적으로 생긴 얼굴에 맞지 않는 말투라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내가 저 거울들을 쓸 수는 없어?"

"내 허락 없이는. 저애들은 내말만 듣거든. 난 전 세계의 모든 거울들과 마주할 수 있어."


성열이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갔다. 깔끔한 거실이 성열을 맞았다. 대충 내부를 둘러본 성열이 현관문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낸 성열이 망설임 없이 캔을 따 마셨다. 지금 멤버들은 뭐하고 있을까, 성종이 많이 놀랐을 텐데. 날 찾아줄까? 어쩌면 지금 '이성열 실종'으로 인터넷이 뜨거울지도 몰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까. 난 이제 잠을 실컷 잘 수 있고, 힘든 연습에 땀 흘리지 않아도 되는 거고, 더 이상 여러 그룹틈에서 인피니트라는 그룹으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겠고, 좀 격한 팬 분들의 애정공세도 피할 수 있고, 모든 행동에 통제와 감시를 받지 않겠네. 아 마지막은 쟤가 있으니까 아닌가? 몇 방울의 콜라까지 털어 마신 성열이 캔을 대충 물에 헹구곤 물었다.

 

"캔은 어디에 버려?"

"너무 적응이 빠른 거 아냐?"

"어디에 버리냐니까."

"저기 쓰레기통 옆에 하늘색 바구니. 포기한 거야?"

"뭘? 내가 탈출시도라도 하길 바래?"

 

물을 탈탈 턴 성열이 캔을 바구니에 던졌다. 손의 물기를 닦으며 식탁 의자를 빼 앉은 성열을 보며 명수가 피식 웃었다. 냉장고에서 레모네이드를 꺼낸 명수가 얼음 여러 개를 넣은 컵 두개에 레모네이드를 따랐다.

 

"그건 아니지만 반응이 남다른거같아서."

"이런 짓을 많이 해봤단 소린가?"

"아니. 난 니가 막 소리 빽빽 지르면서 나갈 거라고 징징댈 줄 알았거든."

"날 뭘로보고. 넌 평범한 납치범이 아니니까 나도 평범한 인질이 되지 않기로 했어."

 

성열의 앞에 빨대를 꽂은 레모네이드 컵을 하나 놓고 맞은편 의자에 앉은 명수가 성열을 지긋이 바라봤다. 성열도 지지 않고 명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상한 표정을 지은 성열을 보며 명수가 웃었다.

 

"그건 뭐야, 금붕어?"

"아니, 부엉이."

"개코원숭이 한번만 해줘. 나 그거 좋아해."

"이거?"

 

눈과 콧구멍 크기를 키우고 팔자주름을 돋보이게 하는 일명 '개코원숭이'를 해보인 성열을 명수가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너 진짜 매력 있다."

"알고 납치한 거 아냐?"

"그건 그렇지. 근데 생각보다 더좋네."

 

빨대로 레모네이드를 휘휘 저으며 말하는 명수를 보던 성열이 제 앞에 놓인 빨대를 한번 쭉 빨았다. 명수는 레모네이드의 양이 한번에 확 줄어들며 성열의 목젖이 한번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봤다. 성열이 빨대를 놓고 투덜거리며 말했다.


"넌 몰랐겠지만 우리 컴백준비중이란말야. 이건 민폐야 민폐. 여기서 내가 빠지게 되면 다른 5명은 어떡하라고."

"알고있었어. 컴백하는거."

"해커야?"

"아니, 거울들로 봤지."

"그럼 거울 달린데는 다 봤다는 소린가?"

"화장실은 안봤어."

"다른데는 다 봤단 얘기?"

"거짓말은 안하겠어."


성열이 어이없다는 듯 명수를 삐딱하게 쳐다봤다. 다마신 레모네이드 컵에 얼음만 남아있는 걸 휘젓는 명수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얼마 안됐어. 한 2에서 3주?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니가 딱 나오길래. 그때부터 널 찾았지."

"내가 그때 뭘했길래."

"개코원숭이. 나 그거보고 반했어."


수줍게 웃는 명수를 보는 성열이 꺼져버려 썩은장작처럼 표정을 썩혔다. 명수가 성열의 볼을 죽죽 잡아늘였다.


"뭐 하고싶은거 없어?"

"여이어 아아오 이어"

"어?"


성열이 명수의 손을 쳐냈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그것만 빼고."


명수가 한숨을 쉬었다. 성열이 빨대를 뽑아 레모네이드를 벌컥벌컥 마셨다.


"잘 생각해봐. 넌 여기서 행복할 수 있어. 니가 원하는거 내가 다 해줄 수 있어. 난 니가 다시 돌아가서 힘든 연습에 지쳐힘들어하고 억지로 웃는걸 보고싶지 않아. 니가 원한다면 어디든 데려가 줄 수 있고, 만들어 줄 수 있고, 먹여줄 수 있어.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아."


성열이 얼음 몇개를 입안에 넣고 와그작 와그작 씹었다.


"난 때가 되면 널 다시 놔줄거야. 이 시간을 즐겨. 난 그저, 니가 나로인해 행복한 모습을 보고싶은거야."

"넌 그저 스토커에 납치범일 뿐이야."


성열이 벌떡 일어섰다.


"나 어디서 자."

"저기 문에 Y새겨진방."


한번 문들을 쫙 훑자 여러개의 방문에 알파벳이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서 Y를 찾아간 성열이 문을 열었다. 뒤에서 명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생각해봐."


성열은 대답없이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방은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선반엔 무선조종 헬기 여러대가 놓여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침대에 걸터앉은 성열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든 성열의 눈에 구석에 놓인 컴퓨터가 보였다. 성열이 일어나 컴퓨터 의자 뒤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뒤집어놓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의자에 앉아 주소창에 instiz.net을 입력한 성열이 인피니트 관련 게시판에 들어갔다. 어쩌면 다들 내가 납치당했다는 걸 알고 불안해할지도 몰라. 은근 기대를 하며 들어갔지만 제일 먼저 눈에 띈 글은 '성열이 트윗 업뎃!!!!!!!', 소름이 돋았다. 심호흡을 한번 한 성열이 글을 클릭했다.

 

성종과 성열의 셀카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찍은적도 없고, 처음보는 사진이다. 아래의 글엔 '우리 여보야들, 곧 만나러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성열!! 딴놈 만나면 안돼~' 라는 글이 써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이디를 보니 자신이 쓰던 것이 맞았고, 반응들을 보니 방금 올라온 글인 것 같았다. 분명 성종이 맞고 자신의 얼굴이 맞는데, 난 여기있는데? 웃고있는 자신과 성종의 사진. 그것도 최근의.


혹시나 싶어 트위터에 접속해 로그인을 해봤다. 비밀번호가 바뀌었다. 성열이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자신인 척 하며 모두를 속이고 있다. 다들 그게 다른 사람이란 것을 모르고 좋아하고 있다. 그들은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 껍질을 좋아했던 것 뿐이다. 겉이 같은 사람으로 바뀌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성열이 아직 닫지 않은 자신과 매우 닮은 사람과 성종의 사진이 있는 창을 보며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화가났다.

너무 닮아서 자신도 놀라긴 했지만 한두명쯤은 알아주길 바랬다. 누구 하나는 자신이 아니란 것을 알고 말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


성열이 다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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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서율이에요!!우와 이런 판타지같은 전개 너무좋아요ㅎㅎ성열이가 돌아가지 않겠다고하니 다음엔 어떻게될지궁금해요 기대할게요♥
12년 전
판타
좋아하신다니 기쁘네요ㅠㅠㅠㅠ감사해요ㅠㅠ
12년 전
독자2
쁘닝이에요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좋다 ㅠㅠㅠㅠㅠㅠㅠ미친듯이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텍파꼭하셔야돼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 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판타
완결나면 텍파 꼭 할게요 감사해요그대ㅠㅠ
12년 전
독자3
샤방샤방이에요~!! 신알받고바로달려왔는데 역시나 기대를져버리지않으세요그대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얼른 보고싶어요!! 기다릴게요그대!!!^^*
12년 전
판타
감사해요ㅠㅠ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니ㅠㅠ다음편 최대한 빨리 써올게요!!
12년 전
독자4
모모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쩌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판타
감사해요 모모그대ㅠㅠㅠ 다음편 오늘중에 올릴 수 있게 써볼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5
에비에여!! 나 암호닉 신청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겟는떼 일다ㄴ 마음이 급ㅎ해서 댓글 먼저 남겨요ㅠㅠ헐 수열이라니...이거 성열이 쌍둥이형..마자요?? 헐ㅜㅜㅜ이 판타지 진짜ㅠ대박인듯ㅜㅜ
12년 전
판타
네 맞아요! 에비그대로 기억할게요 감사해요ㅠㅠ
12년 전
독자6
와ㅠㅠㅠㅠㅠㅠ진짜좋네요ㅠㅠㅠㅠㅠㅠ이런거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
12년 전
판타
감사해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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