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65478901..... "
물기 어린 목소리가 내 귀에 나직히 울렸다. 12365478901? 내가...그의 집에 처음 왔던 때 받은 번호......
그냥 멍하니 누군가의 품에 기대 있었다. 아니 기대 있고 싶었다. 왜냐하면........
짙은 풀내음이 코를 휘젓고 나는 그와 마주섰다
" 분명 이 근처에 오지 말라고 했었을 텐데......"
기분좋은 풀내음은 한겨울 숲 속처럼 낯선 이를 몰아내는 듯 뒤바뀌었다. 그런데......
" 어떻게.....그 긴 번호까지 다 기억하는거지..."
겨울숲의 찬 바람 탓일까,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내뱉어 버렸다. 그의 표정마저 싸늘해졌다
"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하다니? 대체 무엇이 당연하다는 건가. 저 모래처럼 많은 사람 속에 바늘같은 존재인, 그것도 손에 찔려 내쳐버린지 오래 된 바늘을 기억하는 게 당연한 건가?
너 같은....사람은 없으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있다 쫓겨났던 그의 방처럼, 그의 얼굴이 이글이글 타오르듯 변했다
"아?"
겨울 숲이 녹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