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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다 (Daydream)
02
01,
[박, 안녕]
[안녕]
오늘도 인사를 걸어 온다. 나는 악수를 받으면서 어깨를 툭 쳐주고 간다. 더 이상 할 말이 있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때와 같이 이 순간은 내 인생에서 짧은 순간일 뿐이라 생각했다.
툭-
"...어?"
"..열심히 해"
.
.
그럼 나도 쑨양에게는 이겨야 할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인가. 이기면 끝인, 그래서 더 이상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될까.
그리고 나는 쑨양의 '열심히 해' 라는 말의 의미를 내 식대로 해석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
아, 은메달이다. 기쁘다. 200M 결과는 만족했다. 물론 400M도 만족했었다. 뭐, 그렇다는거다. 그런데 전광판을 확인하고, 어- 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쑨양도 나와 같은 기록이였다. 참 신기하네. 옆 레인의 쑨양과 마주보며 웃었다. 서로 좋다는 의미겠지. 공동 은메달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나는 내 레이스를 하였고, 쑨양도 그랬기에.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긴 하다.
100분의 1초까지 같을 수가 있구나.
시상식 전, 대기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또 다른 방송사와 인터뷰를 했다. 내 대답은 언제나 익숙하다. 매번 말하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진심 그대로 말하는 것 뿐이지만. 내가 질문에 답하고 있을 때, 내 뒤를 지나가 내 옆에서 인터뷰를 하는 선수가 있었다. 쑨양이다. 바로 옆에서 하는구나. 재밌는 광경이네. 그렇게 느끼며 나는 신경쓰지 않고 내 대답에 충실하고 있는데, ...자꾸 신경쓰인다. 언제 가는거지.
인터뷰는 끝이 났고, '-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려는 나를 힐끔 쳐다보는 쑨양의 눈길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쑨양과 악수를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하며 지나쳤다. 음, 아무렇지 않은건데 왜 잦은 악수가 있는 것만 같을까. 설마, 내가 쑨양을 의식하는걸까.
짧은 휴식시간이 지나고 곧바로 시상식이 이어졌다. 아넬, 쑨양, 나 순으로 섰다. 쑨양과 나는 같은 은메달인게 중요하니, 어떻게 서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상식대 뒤에 나란히 서서 관중석을 바라 보았다. 아, 저기에 있다. 부모님이 어디 계시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꽃을 주리라 생각하고 앞을 바라보는데, 메인 카메라가 나와 쑨양을 잡고 있었다. 괜시리 웃기고 재미있어졌다.
툭, 하고 쑨양을 쳤더니 반응시간이 너무 빠르다. 누가 수영선수 아니랄까봐 바로 나를 쳐다보는 쑨양을 느끼고는 앞의 카메라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쑨양과 나는 정말 기쁨의 웃음을 지었다. 아, 친구같다. 지금 만큼은 아까의 생각을 버리고, 이 순간을 즐겨보고 싶다.
툭, 치면 바로 반응을 보이는 쑨양 덕에 나는 시상식대 위에서 두번이나 쳤다. 기특하게도 두번 다 쑨양은 내 행동의 의미를 알고,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메달을 자랑하곤 했다. 이러면 이럴수록 사람 속을 모르는 법인데, 참 알 수 없다. 나는 쑨양이 말하기 전까지는 이 고민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씁쓸해 하며 다시금 카메라를 향해 웃었다.
시상이 끝난 후, 우리 세 명은 경기장 한 바퀴를 돌게 된다. 나는 바로 보이는 부모님에게 꽃을 힘차게 던졌고, 따라서 아넬이 던졌다. 즐겁기만 하다. 중간 쯤 왔을까, 관중석에 쑨양의 부모님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짧은 시간 동안에 '쑨양, 너도 그 꽃을 부모님에게 던져' 라는 표현을 했다. 나로써는 최선을 표현이였다. 용케도 쑨양은 알아 듣고 꽃을 던졌다. 조금 귀엽네.
쑨양이 돌아 와서 다시 내 옆에서 서는데, 문득 말을 걸고 싶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먼저 나와 버렸다.
[쑨양, 내일 경기 있어?]
[응? 아, 없어]
[릴레이 경기 있지 않아?]
[아, 그렇네. 있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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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로 돌아오려다 미리 써놓은 것들은 올리고 싶어서 급하게 돌아왔어요. 빠르죠? 현실적으로 쓰려는게 참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이럴거면 망상으로 갈 걸. 몇 분이지만 그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끝까지 열심히 써볼게요. 아, 그리고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쓰고 있어요. 아마 대화 내용도 어디선가 많이 보지 않았나 싶네요. 그렇지만 달콤씁쓸한 이야기도 분명히 있다는 것! 앞으로도 즐겁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