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빨리 간다는말이 이럴땐 실감이 나는거같다.
"우리 아들. 빠진거 없이 다 챙겼지?"
"아 진짜 그만하라니까!"
어느덧 소속사로 들어가야 하는날이 됐기 때문.
문수가 사고를 당하고 아주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헤어스타일 바꾸기부터 짐싸기. 그리고 압박붕대 착용까지.
"알았어. 그런데 명수야. 문수가 사고 당하기 전에 뭐 뒤늦게 합류한다 뭐다 했잖아."
"아... 이미 멤버가 다 짜여진 그룹이 있는데 거기에 새 멤버로 들어가게 됐다고 했어."
"그러면 금방 데뷔야?"
"그렇지. 연습기간은 짧은데 이미 있는 멤버들만큼 하려면 좀 힘들거같애."
소속사에 가기 전, 시간이 좀 남아돌아 할일없이 컴퓨터만 하다가 아빠의 부름에 거실로 나갔다.
"이제 우리 명수 TV에 나오는거 보겠네."
"그러게요. 곱게 키웠는데 위험한데로 보내는거같아서 신경쓰이기도 하고…."
"어릴때부터 쭉 곱게 키웠어?"
"어허. 그땐 니가 사춘기여서 말 안 듣고 그런때잖아."
"치이- 그렇다고 막 때려. 나 그때 너무 아파서 엄청 울었던거 알잖아."
이러쿵 저러쿵 사소한 얘기부터 미래에 대한 얘기까지 하다보니 슬슬 소속사에 들어가야할 시간이 됐다.
"그러면 이만 가볼게요."
"너무 힘들면 엄마한테 연락해. 언제든 고민같은거 다 들어줄테니까."
"알았어 엄마. 너무 걱정마."
이제 여자임을 안 들키고 생활 할 수 있기를 바랄뿐.
◈
"후우..."
왜 이렇게 떨리냐 진짜.
일단 소속사에 와서 사장님을 뵈러 사장실에 왔지만... 차마 들어가질 못하겠다.
『똑똑-』
결국 소심한 노크를 몇번 하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장실에 들어왔다.
"자네가 김문수군 맞나?
"네."
"일단은 자리에 앉아봐."
얘기라고 해봤자 몇 마디 안 할게 뻔한테 괜시리 너무 긴장했다.
"오디션때 보니까 실력도 나름 괜찮고 또 외모도 되니까 괜찮을거같아서 자네를 택했어."
"..."
"일단 단체생활이라는건 진작에 들었을거고…. 합숙한다는것도 알고 있지?"
"네. 근데 저랑 같이 방 쓸 멤버가 있나요?"
"아니.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남는방이 없더라고."
"그러면 저 독방인가요...?"
"그럴거야. 이미 두 명씩 룸메이트를 정해서 방을 정해놨기 때문에 하나가 남은 상태였거든."
다행이다. 독방을 써야 여자인걸 안 들키는데 행여나 같이 방을 쓰면 어쩌나 불안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니가 속한 팀은 3개월 후에 데뷔를 할거야."
"..."
"지금 녹음은 한 파트 빼고 다 마친 상태야. 인피니트의 7번째 멤버를 진작에 찾고 있었는데."
"..."
"연습생들 중에서는 후보가 없는거같고 해서 이번에 오디션 합격자들 중 자네를 뽑은거야."
"..."
"정말 운이 좋은거지. 근데 일단 인피니트에 합류하기 전에 할게 있어."
"뭔데요?"
사장님과 이러절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 한 장을 가져온다.
"여기.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이제 팀에 합류할 수 있어."
"..."
그 종이는 다름 아닌 계약서. 뒤늦게 팀에 합류한다더니 계약도 순식간이다.
"이제 계약을 했으니 문수군도 인피니트의 멤버야. 알았지?"
"네."
"그러면 계약도 마쳤겠다. 멤버들 얼굴 볼겸 연습실로 가자."
계약이 끝나고 사장님과 나는 사장실에서 나와 인피니트라는 팀이 있는 연습실로 가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연습실에 사장님이 들어오자마자 90도 인사를 하는 멤버들 땜에 순간 움찔했다.
"다들 연습은 잘 되가고 있어?"
"네. 조금 힘들긴 해도 견딜만해요."
"그러면 다행이고. 얘들아. 오늘은 너희팀의 새 멤버를 소개하려고 한다."
"드디어 왔어요?"
"응. 문수군. 이 아이들이 자네하고 함께할 멤버들이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김문수라고 합니다."
사징님과 함께 멤버들 얼굴을 보니 다들 개성이 독특하구나.
"문수군은 내일부터 녹음 들어가고 또 멤버들하고 같이 연습을 하게 될거야."
"와- 벌써부터 기대된다."
"막내야 조용히 있거라."
"그러면 문수군은 나중에 숙소 가야하니까 여기에 있고. 난 이만 가볼게."
"안녕히 계세요!"
몇마디 대화를 주고 받더니 사장님이 연습실에서 나가자 멤버들이 우르르 모여든다.
"저... 저기... 한 명씩...;;"
"드디어 새 맴버가 들어왔네. 반가워."
"저도 반가워요."
다들 한 명씩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눈 뒤 본인들의 연습 모습을 보여준다며 다시 연습모드로 돌아갔다.
"와..."
연습할때는 다들 멋있고 남자답네.
게다가 군무가 어쩜 저리도 딱딱 맞는지. 앞으로 내가 저걸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진다.
"어때? 우리 연습하는거 보니까."
"잘하네요. 따라가려면 좀 힘들거같아요."
"걱정마. 금방 적응할거야."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질정도가 되서야 멤버들은 연습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제 몇 번만 더 하면 연습 끝이지?"
"응. 그러니까 좀만 더 버티면 돼."
"아 찝찝해. 얼른 씻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연습모드다.
"..."
그리고 난 그저 그 모습을 구경할뿐. 뒤늦게 합류해서 연습도 뭣도 못한다.
"연습 끝. 다들 수고했어."
그렇게 꽤 힘들었을거같은 연습이 끝나고 비루하지만 나까지 차에 올라타 숙소로 가게 되었다.
"나 먼저 씻을게."
"그래."
"성규 형이 웬일이야? 원래같으면 항상 저가 먼저라고 먼저 씻었는데."
'새 멤버 들어왔다고 저러는거 아냐?"
"그러는거같아."
"너희들 폭력 쓰게 하지마라."
"알았어. 미안."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먼저 씻으려고 난리치는 와중에 나는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 배정은 맘에 들어?"
"네. 제가 남들과 같이 자면 잠을 못자서 같이 쓰면 어쩌나 했거든요."
"그러면 잘 된거네. 사실 그 방 창고로 만들려다가 너 들어온다고 해서 냅둔거야."
"진짜요?"
"응. 타이밍이 좋았던거지."
김성규란 사람은 팀에서 리더이자 연장자라 그런지 어쩐지 다정하고 푸근한 사람같다.
아까 연습실에서부터 챙겨주더니 숙소에 와서도 챙겨준다.
"근데 너 독방이라니까 몇몇 멤버들이 불만을 호소하더라."
"부러워서 그랬나보네요. 근데 성규 형. 형은 어쩌다가 인피니트에 들어오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팀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됐지만 편하게 느껴져 먼저 다가가게 된다.
"원래 나는 밴드쪽으로 갈 생각이였어."
"그런데 지금 이러는거예요?"
"어쩌다보니. 고등학교때 밴드부에서 보컬을 할정도로 락을 좋아했거든."
"..."
"그런데 길이 어쩌다 이쪽으로 바뀌었어."
"그랬구나. 그러면 처음엔 힘들었겠네요."
"그렇지.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
멤버들이 다 씻은 후 평범하게 놀다가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이성열이란 멤버와 같이 장을 보러 가게됐다.
다들 귀찮다며 가기 싫어하자 성규 형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들이 가자고 제안 했는데
하필이면 나하고 이성열이 걸렸기 때문.
"저... 형."
난 여자인데 형이라 부르려니 어색해서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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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땜에 여기까지가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