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w.1억
한참 동안 너를 찾았다. 너는 날 인적이 드문 공원으로 불렀다.
네가 너무 보고싶었는데. 너도 나와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예쁜 꽃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나는 그 꽃들에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참 꽃을 좋아하는데 너는 그걸 알고 이 공원으로 날 부른 게 틀림 없다. 공원에는 사람이라곤 한두명 뿐이었고, 그중에 너를 찾기란 힘들었다.
너를 한참 찾다가 너무 보고싶어서, 빨리 보고싶어서 결국 힘들게 목소리를 내었다.
"송강!"
몇 번이고 너의 이름을 불렀다. 너는 대답이 없다. 무서웠다. 네가 없이 큰 공원 한가운데 서있는 게.
초조한 발걸음으로 너를 찾아 움직이다가 결국엔 우뚝 멈춰서서 허공을 보았고, 내 뒤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오은. 하고 말이다.
"……."
"…왜 이제 와."
"잘 지냈어?"
"…잘 지냈어."
"…다행이다."
다행이라며 살짝 웃으며 고갤 숙인 너는 얼마 안 있어 다시금 고갤 들고선 나를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너는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목소리가 좋았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너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너의 얼굴을 보는데 시간을 버린 것 같았다.
꼭 너를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왜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는 것일까.
금방이라도 입을 열 것 처럼 너를 보고 있으면, 너는 힘 없이 웃으며 내게 말한다.
"아픈 곳은 없어?"
"…없어."
"……."
"이제 좀 편해?"
"……."
내 말에 너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너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뒤에 활짝 핀 예쁜 꽃들과 너는 참 잘 어울렸다.
"내가 보는 꽃이랑, 네가 보는 꽃은 똑같아?"
"…응. 똑같아."
"내가 맡는 비냄새랑, 네가 맡는 비냄새랑 같아?"
"…같아."
"이제 안 아파?"
"……."
"……."
"안 아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다."
"…응. 다행이지."
"다시 돌아 올 생각은 없어?"
너는 항상 같다. 가끔 내가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없이 날 바라본다.
그런 네가 너무 밉고, 밉다.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 왜 힘들다고 말을 안 해?"
"……."
"네 옆엔 내가 있는데. 네 편 들어주는 내가 있는데. 왜 말을 안 한 거야."
"너한테는 예쁜 말들만 들려주고 싶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글쎄."
"……."
"사람들한테 왜 사냐고 물었어."
"……."
"그냥 산대. 근데 나는 그냥 못 살거든."
"……."
"그 사람들이랑 나는 너무 달랐나봐."
결국엔 눈물이 흘러버렸다. 너를 보면 꼭 참고, 너의 얘기를 들어줘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결국엔.. 울어버리고 만다.
우는 나를 보고 여전히 차갑게 식은 얼굴로 작게 웃는 너는 나를 보았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눈물을 닦고선 말한다.
"사람들은 착해?"
"응. 착해."
"…얼마나 착한데. 다들 해코지 안 하고 싸우지도 않고... 그래?"
"응."
"…밥은 먹었어?"
"나.. 배 고픈 걸 잘 몰랐었는데. 여기 오니까 항상 배가 고픈 거 있지."
"…맛있는 거 먹으면서 지내?"
"응. 근데 다 네가 싫어할만한 것들 뿐이더라."
"…다시 만날 수 있어?"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왜?"
"그 때도 너는 울고 있을 거니까."
"…무서웠지."
"……."
"많이 무서웠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
"미안해."
"……."
"미안해.. 항상 네 옆에 없어서 미안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작게 저은 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너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리면, 너는 내 눈물을 옷소매로 닦아준다.
"다시는 못 봐?"
"바람이 되어서, 햇빛이 되어서 자주 너를 반기러 갈게."
"……."
"근데.., 네가 우는 날에는 나도 용기가 안 난다."
"……"
"너무 슬퍼 하지 마.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후회 되지도 않아. 그리고.. 무섭지 않았어."
"거짓말.. 울었으면서."
"슬퍼서."
"……."
"슬퍼서 울었어."
"…왜 슬픈데. 왜."
"남들과 너무 다른 내가 싫어서. 그래서 슬펐어."
"……."
"왜 나만 힘든가 물었더니 세상 사람들 다 그렇대. 근데 돌아보면 나 빼고 다 웃고 있어."
"……."
"나만 세상 잘못 산 것 같았어.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도 없었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었어. 그래서 너를 사랑했어."
"……."
"오은아."
"……."
"너 때문에 그래도 조금 더 버틸까 생각을 했었어."
"……."
"아주 짧았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
"너는 그냥 살아가줘. 나는 그러지 못 했으니까. 너는 그냥 살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줘.
남이 하는 말은 듣지 말고, 오롯이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그렇게 살아."
"알겠어."
"……"
"이제라도 안 아프면 됐어. 그거면 됐어. 네가 지금 행복하면 돼. 그럼 난 괜찮아."
"……."
"잠깐이라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내가 널 찾아갈 때까지 그대로 남아있어주라."
"……."
너는 내 말에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내 옆엔 수많은 약봉지들이 있었고.. 속이 많이 쓰려왔다. 내 손목엔 깊은 흉터들이 가득했다.
어두운 방 안에선 내 숨소리와 시계 소리만 들릴 뿐 더 이상 어떤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 서랍 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들었다.
"……."
너의 유서다. 너의 유서엔.. 못생긴 글씨가 써져있다. 유서를 쓰다가 눈물을 흘렸는지 눈물로 인해 잉크가 번져있다.
너를 볼 수 없단 생각에 가슴을 내리쳤다.. 너무 답답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말라서 안 나올 것 같은 눈물을 흘리며 너의 유서를 또 읽는다.
유서
힘들다. 지쳤다.
이 말 말고 표현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데 한참을 찾아도 없는 걸 보니. 죽고싶다..가 맞나보다.
조금만 버텨줘. 겉에서 말한다.
싫다고 안에서 밀어버린다.
나는 날 사랑할 수 없다.
조금은 행복할 수 있잖아 물었다.
행복할 수 없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사람에게 지쳤다. 그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난 뒤에는 내 자신이 더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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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요...!
얼마 전에 멀리 떠난 친구가 꿈에 나왔는데.
진짜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아무 말도 못한 게 슬퍼서요..!!
아, 그리고 아네모네 꽃말이 제 곁에 있어주어 고마웠습니다 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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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구 ! 아네모네 글 속에 여주와 송강은 연인 사이입니다!
먼저 자살을 해 세상을 떠난 송강을 그리워하며 자살시도를 한 여주가 약을 먹고 정신을 잃었고...
꿈에 송강이 나온 거예요 !! 이해 못 하셨을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