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3일 그리고. 03
"술은 좋아하세요?"
"아니요. 못합니다"
"못 하는 거예요? 저랑 있어서 못 하는 척하는 거예요?"
"....둘 다요"
"....쓸데없이 솔직하시네요"
나은과 그 남자는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고 이 신기하고도 좋은 상황에 나은은 자꾸 웃음이 났다.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김동욱입니다."
"저도 명함 하나 주시면 안 돼요?"
동욱이 망설이다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나은에게 건넸다.
명함을 살펴보다 지갑에 넣은 나은은 동욱을 보며 물었다.
"동욱씨라고 불러도 돼죠?"
"네 뭐, 편한 대로..."
"동욱씨는 그럼 근처 회사 다니시는 거예요?"
"네. 그렇죠"
"아... 동욱씨는...."
"잠시만요"
끊임없이 질문을 하던 나은을 제지한 동욱이 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은씨 몇 살이에요?"
"왜요? 동욱씨 예상보다 어리면 바로 도망치려고 그러죠"
"도망 안 쳐요"
"26살이요"
"......26살이면 저랑 12살 차이에요"
"네. 아까 저도 계산해봤어요."
"...... 저녁 마저 먹고 가요. 계산은 제가 하고 갈 테니까"
동욱이 가방을 챙겨 일어나려 하자 나은이 급히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
"이렇게 가는 게 어딨어요?"
"애초에 모르는 사이잖아요. 우리"
"반했어요"
"......예?"
"동욱씨한테 반했다구요. 그래서 저 동욱씨 모르는 사이 아니에요 이제"
".......평소에 직장 다니고 셔츠에 정장 입은 연상한테 환상 있었어요? 그래서 반했다는 그런 착각하는 것 같은데, "
"아니요.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에요. 남자한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들이댄 적 살면서 오늘이 처음이에요"
"본인이 무지막지한 걸 알긴 압니까?"
"네. 근데 이렇게 안 하면 지금처럼 같이 밥 먹지도 못하잖아요"
"..........하"
"미안해요. 무례한 거 아는데 근데, 나도 진심이에요"
"착각하는 거예요. 세상에 정장입고 카페에 앉아서 일에 집중하는 그런 남자 많아요"
"저 정장 안 좋아해요. 동욱씨 얼굴이랑 목소리에 반한건데"
"......."
"그때 처음 목소리 듣는 순간 반했어요. 3초만에"
계속되는 거절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나은에 동욱이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이건 아니에요"
"왜요? 이럴 거면 왜 같이 저녁 먹자고 그랬어요?"
"......귀찮게 계속 쫓아다닐 것 같아서 그냥 빨리 저녁 먹고 끝내려고 했어요. 됐어요?"
"......왜 일부러 나쁘게 말해요? 저 상처받으라고?"
"......."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본 듯 직진하는 나은에 아주 잠시 무장해제 된 듯 동욱의 표정이 풀렸다.
나은은 동욱의 찌푸려진 미간이 미세하게 풀리는 것을 보고 동욱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동욱씨도 오늘 저 보자마자 알아봤잖아요. 2주 만에 만난 건데, 눈 마주치자마자 저 알아본 거 다 알아요"
"......."
"저 눈치도 되게 빨라요. 방금 왜 일부러 상처 주냐고 했을 때도 눈빛 흔들리는 거 다 봤어요"
".........."
"그냥 한 번 만나보면 안돼요?......저녁 몇 번 먹어보는 것도 안되겠어요?"
진지하게 동욱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하는 나은에 동욱은 겨우 나은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나은씨는....그때 카페에서 같이 있었던 친구....그런 친구가 나은씨한테는 더 잘 어울려요"
"........."
"나은씨한테 맞는 사람이랑 만나요"
동욱은 끝끝내 나은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왔지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글을 기다려주셔서 빨리빨리 오고 있어요 (꺄악)
글 쓰는 게 처음이라 그런데 글 간격 다들 괜찮으신가용 감을 못 잡겠넵....
제가 글 쓰면 한 번에 필 받아서 쓰는 스타일이라
아싸리 다음편까지 오늘 올려버릴까 생각중인데 원하는 사람 쏘리질러~~~~~~
아마 다음편은 좀 길거에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