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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로맨스
w.챼리




-나 오늘 못 가




나는 이모티콘 하나 없는 짤막한 메세지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김태형을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나…?

오늘은 첫 수업이 한 시에 있는 날이다. 하지만 두 시간이나 이른 열한 시에 내가 학교에 있는 이유는 김태형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태형은 방금 이 짧은 문자 한 통으로 그 약속을 깨버렸다.

마케팅 수업 교수님이 출석부대로 팀을 짜시는 바람에 고 학번인 나와 김태형이 같은 팀이 된 것 까지는 좋았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 보다야 아는 사람이 뭐든 같이 하기 편하니까. 근데 그건 김태형이 이렇게 경우 없이 나올 거란 걸 몰랐을 때의 이야기다. 어떻게 만나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돼서 못 간다는 연락을 할 수 있지? 그것도 앞 뒤 맥락 설명도 없이 이렇게 대뜸?

그러니 내가 김태형이 아마 어제 그 일로 단단히 삐졌을 거라고 예상해 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제 김태형은 내기에서 이긴 소원이라며 내게 사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사진은 추억따위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여기며 살던 내게도 단 한 장 남은 사진이었다. 김태형과 헤어지고 한 달 쯤이 되었을 때 사진을 포함한 모든 흔적을 태워버렸기 때문이었다. 김태형은 사진은 안 된다는 내 말에 생각보다 쿨하게 바로 오케이 해놓고선 5분도 안 되서 갑자기 할 일이 생겼다며 집에 가 버렸다. 그러니까, 김태형은 어제부터 삐져있는 게 분명했다.




“선배 안녕하세요!”
“네? 네, 아니, 어! 안녕.”




김태형이 갑자기 약속을 깨버려서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수업 강의실에 미리 들어와야 했다. 그런데 자리를 맡아두러 왔는지 먼저 와 있던 처음보는 과 후배(라고 예상한다)가 인사를 하기에 어색하게 받아주고는 제일 앞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아, 사람이 있는 줄 알았으면 다른 데 가 있는 건데. 그렇다고 바로 다시 나가는 것도 이상해서 예습이나 하려고 아이패드를 꺼내는데 뒤에서 아까 그 후배들이 익숙한 이름을 내뱉는 게 들렸다.




“태형오빠 많이 다쳤대?”




김태형이 다쳐? 나는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듣지 않고있는 척을 하며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얼굴이 찢어졌대.”
“헐. 어떡해…. 그 오빤 얼굴이 무긴데.”




우리 과에 태형이라는 사람이 또 있었나 잠시 생각해봤지만, 얼굴이 무기라는 걸 보니 내가 아는 그 김태형이 맞는 듯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얘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말을 하던 후배들이 다시 강의실을 나가는 바람에 뒷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손톱을 물어뜯다가 불현듯 박지민이 생각나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박지민은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도 자고 있었던 모양인지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꼬라지를 보니 물어본다고 알 것 같지도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묻긴 물어봤다.




- 야. 태형이 무슨 일 있어?
- 태형이? 몰라… 왜? 나 방금 일어났어.




방금 일어난 건 말 안 해도 알고. 나는 그냥 됐어. 다시 자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끊으려는 순간 무슨 일이냐고 묻는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슨 일인지는 나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어차피 해줄 말도 없었다. 전화를 끊고 정국이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수업 내내 손톱만 물어뜯으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심지어 김태형은 수업에도 오질 않았다. 내가 아는 건 김태형 얼굴이 찢어졌다는 것 뿐이고, 심지어 얼굴이 얼마나 어떻게 찢어진 건지도 몰랐다. 설마 막 얼굴을 다 덮는 길이로 찢어지고 그런 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생각들이 들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교수님이 맨 앞 자리에 앉아 딴 생각을 하냐며 혼을 내셨지만 얼이 다 빠진 내 얼굴을 보시고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수업을 이어나가셨다. 중간에 정국이와 김태형에게 문자를 몇 통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강의실을 두리번거렸다. 누구라도 알 만한 사람을 잡고 물어볼 생각이었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맨 뒷자리에서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며 짐을 싸 일어나고 있던 남자 무리였다. 같은 과 같은 학번 동기이지만 전혀 친하지 않은 애들이었다.




“저기, 얘들아.”




동기들은 내가 말을 걸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네 오늘 김태형 왜 안 온지 알아?”




내 입에서 김태형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남자 동기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 얘네는 뭔가 알고 있다. 내가 가만히 서서 대답을 잠자코 기다리자 그들 중 하나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민기랑 좀… 싸웠어.”




그런데 대답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거였다.




“권민기?”
“어… 둘 다 병원 갔어.”
“병원에 갔다고?.”




이름도 가물가물한 남자 동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충격을 받아 잠시 얼어있는 동안 빠른 속도로 짐을 챙긴 동기 무리들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강의실을 나갔다.

김태형은 어린 시절 잠깐 질 나쁜 애들이랑 어울려 논 전적은 있었으나 누구랑 쌈박질을 하고 그럴 애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들은 정보들을 정리해보자면, 김태형은 오늘 아침 권민기와 얼굴이 찢어져 병원에 갈 정도로 싸웠다는 건데. 듣고도 믿기지가 않는 소식이었다.

다시 김태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전화를 못 받을 만큼 많이 다친걸까. 김태형이 동기와 치고박고 싸웠다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 한 채로 강의실 건물을 빠져나오는데 저 멀리에서 익숙한 형체의 사람이 내 앞으로 뛰어왔다.




“누나 무슨 일 있어여? 전화를 왜 이렇게 많이 했지? 지금 봤어여, 저.”




정국이가 내 앞에 서서 숨을 고르며 핸드폰을 흔들었다. 




“김태형 지금 어디있어?”
“형이여? 자취방이라던데. 왜여?”
“연락 돼?”
“방금 전화했어여.”




순간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적어도 의식을 잃어서 병원에 누워있는 중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면서 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자 정국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토끼같은 얼굴을 하곤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누나 괜찮아여?”
“어, 김태형 얼굴이 찢어졌다고 하길래… 좀 놀라서.”
“우리 형 얼굴이 찢어졌다고여?!”




정국이는 처음 듣는 얘기였는지 자리에서 펄쩍 뛰면서 놀랐다. 우리 형은 얼굴이 무긴데! 라며 아까 그 후배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는 내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




“지금 형네 자취방 갈 거니까 같이 가여. 아니, 나한테는 다쳤다고는 안하고 피곤하다고 집에서 쉰다고만 했는데. 아, 원래 오늘 학교 끝나고 같이 피시방 가기로 했었거든여. 많이 찢어졌대여? 왜 찢어졌다는데여?”
“나도 몰라. 나도 들은 거라.”




정국이는 강아지 목줄을 잡고 끌고 가듯이 나를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몸에 힘이 빠져서 발이 안 움직여질 줄 알았는데 정국이가 힘이 워낙 세서 끌고가는 힘 때문에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학교를 빠져나가 몇 분쯤 더 걸으니 정국이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정국이가 저기가 태형이형네! 하고 가르킨 곳은 내 자취방이 있는 바로 옆 골목이었다.




“어? 형이다.”




김태형의 자취방이 있는 골목까지 조금 남았는데 정국이가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등에 머리를 콩 박고 말았다. 이마를 문지르며 정국이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는데 어쩐지 익숙한 옆 모습이 보였다.




“근데 저 사람은 누구지?”




익숙한 옆 모습은 김태형이었고, 그 앞엔 처음 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큰 편인 김태형을 올려다 보고있는 여자는 거리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두 세 살쯤 어려보였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김태형의 앞머리를 만졌다. 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아 뒤를 돌았다.




“정국아 나 갈게. 사지 멀쩡한 거 봤으니까 됐어.”




정국이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걸었다. 그대로 계속 걸어서 김태형이 있었던 골목의 반대로 빙 돌아 내 자취방에 도착했다. 문을 닫고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눈을 질끈 감는 순간 까지도 김태형과 낯선 여자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다쳤다고 해서 왔더니 여자나 만나고 있었네. 저럴거면 사진은 왜 달라고 한 거지? 나는 김태형이 괘씸하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도 김태형을 과하게 괘씸해하는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다른 여자와 있는 김태형이 너무 어색해서 그런거라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볼 뿐이었다.

집에 들어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몇 시간 쯤 있었을까.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고개만 살짝 들고 핸드폰 액정을 확인해보니 박지민이었다.




“왜.”
-김여주~ 술 먹자.
“뭔 또 술이야 너는. 술을 하루 걸러 하루 마시냐?”
-아 그냥 좀 나와. 나와라~ 나와라야~
“알겠으니까 끊어.”




아직 술을 마실 만큼 간이 회복 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기분도 꿀꿀한 게 딱 술을 마실 날이긴 했다. 일어나 뻑뻑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머리만 대충 빗어 넘기고 나왔다. 봄이라 낮이 긴 편일텐데도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오늘 해야 할 일 많았는데. 김태형때문에 하루를 통째로 날린 것 같아 갑자기 김태형이 너무 원망스러워졌다.

박지민이 말한 술집에 들어가니 박지민이 혼자 핸드폰을 보며 앉아있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내 소주잔을 꺼내서 그 앞에 앉았다.




“어, 왔냐.”
“너 혼자야?”
“엉. 간만에 둘이 마시고 싶어서.”
“지랄.”




아까 전화할 때만 해도 몰랐는데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얘는 또 무슨 일이야. 혹시 여자친구한테 차였나 했지만 생각해보니 박지민은 여자친구가 없었다. 말 없이 내 소주잔에 소주를 따른 박지민은 자기 잔에도 소주를 따르고는 짠도 하지 않고 바로 입에 털어넣었다. 나는 박지민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으로 말 없이 내 소주를 홀짝거렸다.




“여주야.”
“나한테 고백하려는 거 아니지?”
“미쳤냐?”




내 장난에 그제서야 조금 표정을 푼 박지민이 푸흐흐 하고 웃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래. 내가 말하자 박지민이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너 태형이 얘기 들었지.”




나는 대답 없이 소주를 들이켰다. 박지민은 긍정의 대답으로 알아 듣고는 말을 이었다.




“권민기 입원했대.”
“푸흡. 뭐?!”




나는 오늘 하루동안 들었던 말 중에서 제일 놀라서 입에 머금고 있던 소주를 박지민에게 뿜어버렸다. 헐. 미안 미안. 하면서 휴지를 뽑아 건네는데 박지민은 제 얼굴에 소주가 튄 건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아무렇게나 닦아냈다.

권민기는 오늘 김태형과 싸웠다던 동기였다. 물론 싸웠단 건 알고 있었지만 김태형이 멀쩡하게 집에 갔다길래 상대방도 딱 그 정도로만 다친 줄 알고 있었는데 입원을 했다는 건 정말 놀라서 팔짝 뛸 얘기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싸웠길래 입원을 다 해? 그 정도면 김태형이 일방적으로 팬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박지민은 놀란 내 표정을 살피더니 한숨을 한 번 푹 내쉬었다. 그 순간 설마 김태형 폭력죄로 징역 가나…? 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식물인간이 된 권민기를 상상하는 순간 박지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이거 태형이가 너한테는 진짜 말하지 말랬는데.” 
“…….”
“그래도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뭘?”




박지민은 답지 않게 계속 뜸을 들이고 있었다. 나는 지민이의 팔을 흔들면서 다음 말을 재촉했다. 박지민은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걔 오늘 민기 때린거… 민기 새끼가 니 얘길… 좀 했나봐. 3년이나 사귄 거면 잠도 자지 않았냐느니, 어땠냐느니, 뭐 그랬대. 권민기 그 새끼, 평소에도 좀 생각 없이 말하고 그러잖아. 근데 태형이가 그걸 듣고 눈이 돌아가지고…”
“뭐라고?”




그 이후로는 박지민이 뭐라고 하는지 사실 머리로 잘 안 들어왔다. 아까 김태형과 낯선 여자를 한 그림에서 봤을 때 보다 심장이 더 크게 쿵, 쿵 하고 뛰었다.




“지민아 미안. 나 태형이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나를 올려다 본 박지민은 내 뒤꽁무니에다 대고 자기가 말했단 말은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몰라. 내가 지금 그딴 거 신경 쓸 때냐. 나는 김태형의 집 쪽으로 뛰다시피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김태형의 집은 술집과 꽤나 가까워서 금방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김태형이 몇 호인지를 몰랐다. 그러니 호출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밖에서 이름을 크게 부를 수도 없어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던 김태형은 신호음 두 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야. 너 집이야?”
-응.
“나와. 집 앞이야.”
-우리 집?
“응.”
-어… 잠깐만, 5분만.




수화기 너머로 우당탕 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가 끊겼다. 나는 전화가 끊기자 마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확히 4분 30초만에 밖으로 나온 김태형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




“너 울었어?”




사실 그 때 까지는 '아직' 울지 않았는데 김태형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비집고 흘러나왔다. 김태형은 당황한 표정으로 휴지 가지고 나올까? 하며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결국 울음이 터져나와 김태형의 팔을 붙잡고 엉엉 울어버렸다. 김태형은 안절부절 못 하며 내 등을 토닥이다가 문득 내가 우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 말했다.




“…너 얘기 들었구나.”




나는 울음때문에 다 뭉개지는 발음으로 대답했다.




“그냥 무시하지! 이 멍청아아. 그런 거에 뭐 일일이 반응을 해… 진짜… 이 바보같은 놈아아…”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러 닦고 고개를 드는데 김태형의 이마에 붙은 작은 반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또 울음이 터진 내가 흐어엉 하고 울자 김태형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뭘 잘했다고 웃어. 흐어어엉. 내가 더 크게 울자 또 다시 당황한 얼굴을 한 김태형이 말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무시해…. 니 얘길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와 내 등을 쓰다듬는 손길이 너무 다정했다. 나는 울다 말고 김태형에게 물었다.




“왜 못 무시해. 너 나 좋아해?”
“……”
“나 좋아하냐고.”
“……”
“어? 김태형. 너 나,”
“어. 좋아해.”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또 한번 저 발 밑까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김태형은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쓸며 부드럽게 웃었다.




“친구로서.”
“……”
“야. 너 같으면 제일 소중한 친구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데 가만히 있냐.”




내가 코를 훌쩍거리며 눈을 마주치자 좀 전 보다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린 김태형이 내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내가손을 뻗어 이마에 붙은 반창고를 만지자 김태형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나는 입을 비죽이면서 물었다.




“많이 아파?”
“하나도 안 아파. 넘어지면서 책상에 부딪혀서 살짝 찢어진거야. 나는 한 대도 안 맞았어.”
“참 나… 자랑이다.”
“춥다. 들어가자. 데려다줄게.”




김태형은 나를 일으키고는 내 손을 잡고 조금 앞서 걷기 시작했다. 김태형에게 잡힌 손이 뜨거웠다. 그 순간 꼭 4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어쩌다 로맨스 07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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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는 몰랐던 이야기3




태형이 여주와 만나기로 한 것은 11시였지만 태형은 10시쯤 학교에 도착했다. 자기는 맨날 약속에 늦으면서 남이 늦는 건 또 엄청 싫어하는 여주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나 일찍은 조금 과한 감이 있었지만 태형은 단과대 휴게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며 기다릴 생각이었다. 월요일 아침이어서 그런지 휴게실은 조용했다. 태형이 에어팟을 귀에 꽂고 모바일 게임을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휴게실 입구가 소란스러워 지더니 낯 익은 얼굴들 몇이 안으로 들어왔다. 태형과 같은 과 동기들이었다. 친하지도 않을 뿐더러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무리인지라 태형은 일부러 그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있는 태형을 발견한 그 무리는 아는 척을 할 생각이었는지 태형에게로 다가왔다.




“야 태형아. 우리 진짜 몰랐잖아. 어떻게 그걸 지금까지 숨겼냐?”
“뭘.”




태형은 대꾸도 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짧게 대답했다. 태형에게 말을 건 민기는 태형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




“너 김여주랑 사귀었던 거. 다들 당연히 싸웠다고만 생각했지, 그런 찐한 사이일줄이야.”




민기의 말에 함께 있던 다른 동기들 사이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태형은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음악 볼륨을 높였다. 그 순간 태형의 오른쪽 귀에 있던 에어팟을 마음대로 빼앗은 민기가 말했다.




“근데 3년이나 사귀었으면 잠도 잤겠네?”
“…뭐?”
“아. 빼박인가? 그치? 아무리 고딩 때라고 해도.”
“너 뭐라고 했냐.”




줄곧 앉아서 민기의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던 태형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바짓단 옆 말아쥔 주먹이 부들거리는 걸 발견한 다른 동기들이 그만 하라는 의미에서 민기의 옆구리를 툭 쳤다. 하지만 민기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또 그랬다.




“어떻냐? 걔. 그거 할 때도 그렇게 조용하냐? 기억 좀,”




그 순간 태형의 주먹이 정확히 민기의 오른쪽 얼굴로 날라가 꽂혔다. 그 충격에 옆으로 넘어진 민기가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부여잡은 채 태형을 올려다봤다. 태형은 넘어진 민기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너 나랑 친해? 이 시발새끼야.”
“야! 아악! 야 태형아!”
“별 같잖은 새끼가 입 뚫려있다고 나불거리네.”




태형의 무자비한 주먹질은 민기가 정신을 잃고 눈알이 까뒤집어질 때 까지 계속 됐다. 겨우 민기에게서 태형을 떼어 놓은 동기가 민기를 끌고 가는 동안에도 태형은 무서운 얼굴로 민기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그러다가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책상에 이마를 찧였고, 이 싸움에서 태형이 얻은 상처는 그것 뿐이었다.

지나가던 학생이 부른 구급차가 학교에 도착했고, 정신을 잃은 민기와 태형이 구급차에 타는 동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반응도 하지 못했다. 나 사람 저렇게 싸우는 거 영화에서 말고 처음 봐. 누가 그렇게 소근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어수선했던 현장이 조금 정리가 되고, 구석에 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한 여학생이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발견했다. 케이스도 끼워져 있지 않은 아이폰 일레븐. 여학생은 핸드폰을 제 주머니에 넣었다.







/
민기 xx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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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ㅜ 아아 뭔가 얼른 이어져서 달달한 것도 보고싶네요ㅠㅜㅠㅠ 민기는 진짜,,,아오 열받네
4년 전
독자3
케이스도 끼워져 있지 않은 아이폰 일레븐.. 작가님 저만 지금 이게 충격적인가요 8ㅁ8
와아후.. 우리 태태 한 주먹 하네요...반전매력.. 반해버렸어요><
민기 이놈 잘못해도 한참을 잘 못했네. 정신 잃을때까지 맞을려고 괜히 태형이 속 긁었나..
다음 이야기 너무 빨리 올라와서 기뻐요~ 꺄하♥

4년 전
독자4
작까님!!! 어우 이렇게 빨리 돌아와주시다니 너무 감사해여 이번호ㅏ 진짜 와우네요 진짜 와우 ㅠㅠ 태형이 여주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친구로 좋다고 한거냐 ㅠㅠㅠㅠㅠㅠㅠ 왜 진심을 숨겨 ㅠㅠ 으엉 쏘스윗해 아 근데 ㅋㅋ 태형이 발길질 하다가 혼자 넘어져서 책상에 이마 찧인거 저만 웃긴가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 상대방이 물건같은거 던진줄 ... ㅋㅋㅋㅋ 아 그리고 저 여자애 뭐여 뭔데 느가 태형이 폰을 주어다가 너으 주머니에 쳐 꽂아넣으시냐 뭔디 다음화 마렵네여 ㅠㅠ
4년 전
독자5
뭔가 그 여자애가 태형이폰 주워서 집앞에서 주려고 만난거같아여 ㅠㅠ
4년 전
독자6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 진짜 이라고 막 얘기하넼ㅋㅋㅋㅋㅋㅋㅋ 대학생이 왜 그러고 살아 더럽게....
4년 전
독자7
ㅎㅏ...좋은 한편이었읍니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요 정말.... 자까님 만세... 태형이 만세.....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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