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
기성용 핸드폰엔 보물이 있어요
W.금멘탈
"저기... 안녕하세요."
"어...?"
아 깜짝이야.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음성에 아무생각없이 뒤돌았다가,
예상치 못한 큰 키에 깜짝 놀라 움찔하고 놀라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푸훗.
뭐야, 비웃어?
"왜 그렇게 놀라요."
"아.. 아 그냥."
유명하신분이, 갑자기 뒤에 서계시니까.
맘에도 없는 소리를 우물거리고 어색하게 웃자 어깨를 툭, 하고 친다.
"에이.. 유명한건 그쪽이 더 유명하잖아요."
그, 그쪽?
절 언제 만나봤다고 그쪽이세요?
이거, 셀틱 일진이라던게 헛말이 아니었구나.
"그, 그쪽...?"
"음? 불편해요? 하긴, 좀 딱딱하게 들리나."
딱딱한게 문제가 아닌것 같은데요.
"사실 난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초면이라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랬죠."
형이라니, 형이라니.
너 나보다 어렸어?
겉보기로는 동갑 내지 연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부터 친해지고 싶었는데, 제가 수줍음이 좀 많아서."
그래.....
수줍음이 많은 너의 취미는 제빵. 알고있다.
매 경기마다 고소하고 담백한 식빵들을 퐁퐁 만들어내는 너의 업적을 잘 알고있어.
수줍다고... 그래.. 수줍구나.
"아..하하. 제가 뭐라고 친해져요."
설레설레 손을 내저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가고싶다.
그.. 그래 사실 나 얘 무서워.
나보다 큰사람 별로 안익숙하단말이야.
뭐, 그, 그래. 사실 키때문만은 아니야.
자연스럽게 - 나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으나 그놈은 어떻게 봤을지 모른다 -
뒤를 돌아 제 갈길 가려는데,
덥썩.
큰 손에 팔목이 잡혔다.
"형이라고 해도 돼요?"
나 진짜 형 팬이에요.
나 편하게 대해도 되는데.
정작 나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만 있는데, 혼자서 막무가내로 말을 한다.
형이라 부르라고 말해, 어서...
라는 듯한 그 시선을 하고.
"어, 어, 되죠.. 네, 그러세요."
형이라고 부르세요.
마음껏.
그리고 나좀 놔줘 일진아...
"에이, 그럼 형도 말을 놔야지."
".......!!!"
"어, 또 놀라? 응? 왜애."
.......나 이런타입 잘 안맞아.. 누가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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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형. 아 형, 듣고있어?"
"으, 응..."
"아, 그래서.. 어디까지 했지."
"넘어져 있었다고..."
"아 그래. 씨발 근데 그 새끼가, 어? 존나 내 머리에 공을 갖다박는거야."
"어어........"
그래, 그랬구나?
우리 성용이. 머리에 공맞아서 기분이 안좋았구나?
나.. 봤다.
공 맞자마자 발딱 일어나서 걔 한대 칠 기세로 몸 디밀었잖아....
그 아이 쫄아서 어쩔줄 몰라하는거 다 봤다....
"내가 진짜, 안까고 존나 아팠어 그거."
"어어..."
"...괜찮냐고 안물어봐?"
넌 여친도 없냐.
그런건 여친한테 투정하고 위로받아, 이새끼야.
"어, 어어. 지금은 괜찮아?"
"어."
"너 얼굴도 다쳤잖아, 안아파?"
"어어. 안아파."
여자들이 환장하는, 그 무섭도록 휘어지는 눈웃음을 환하게 지으며 답한다.
안아픈데 왜 물어봐달래!!!!
"조심좀 해. 너 다치면 네 팬들 눈에서 피눈물난다."
"하긴, 내 잘생긴 얼굴에 기스나면 여자들 손해지."
"........"
아아, 그러세요.
벙찐 얼굴로 멍하니 있으니, 나를 빤히 보다가 히죽 웃는다.
"왜애 또 그런눈으로 봐. 나 잘생겼지 않아?"
...........식빵.
이게 네가 원하는거야?
나까지 제빵계로 진출하는거?
하, 하지만 네 떡대가 좀 무섭긴 하다.
음, 음..
"자, 잘생겼지."
"........."
"잘생겼지 그럼. 기성용, 하면 여자들 다 난리나지."
"흐음......."
뭐, 뭐 임마.
왜.
형은 네가 무지 부담스러워.
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어째 갱스터 느낌이 나냐.
모 해설위원님께선 말씀하셨지.
'진정한 파이터는 눈빛만으로도 제압이 가능하거든요'
지당하시다.
"...형, 왜 아까부터 그렇게 안절부절 못해?"
"으, 응?"
"내가 말 걸기 전엔 안그랬는데."
....말걸기 전에 나를 보고 있었단 말이더냐.
"형, 혹시...."
"으, 응?"
"혹시........"
세상에...
내가 나보다 어린 놈에게 쫄았다는 걸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난 얘한테 쫄지 않았어!
그럼, 내가 쫄 일이 뭐가 있어.
내가 배드민턴으로 체력을 다진게 몇년인데.
내 팔힘을 누가 이겨, 누가?
.....근데 너이새끼 왜 팔이 치토스니?
"형, 나랑 비교당할까봐 그래?"
...이거이 뭔소리당가.
"같이 사진찍히면 외모 죽을까봐 그러는구나?"
"........"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낯으로 하는 네가.. 난 참 신기하구나.
홍명보 코치님은 참 대단해.
널 꿰뚫고 컨트롤 하는게 쉬운일이 아닐텐데.
"에에이!! 걱정마, 형. 형도 잘생겼어."
나보단 아니지만.
...뒷말은 좀 빼주겠니.
"형, 이승기 좀 닮았어."
"어.. 많이들 그러더라."
이승기 닮은꼴 배드민턴 선수.
처음 주목 받을때도 한창 그런 수식어가 따라다녔지.
"근데 형, 이승기가 더 멋있긴 해."
뭬야?!?!
"....야, 우리 엄마는 이승기보다 내가 낫다는데."
"에? 에이, 그건 아니다."
진심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폼이,
이거 머리 지금 라켓으로 후려치면 기절할까?
"그거, 그런거 아닐까? 왜.. 고3 여자애들한테 엄마들이 그러잖아.
대학가면 이뻐진다고, 막 위로하는 그런거. 엄마마음?"
"..............."
예도 참 구체적으로 드는구나, 식빵새끼야.
큰일났다.
나 빵좀 잘굽는거 같애..
"그래도 귀여운건 형이 더 귀여워."
"됐다....."
"헐, 삐졌어??"
푸핫, 웃으며 내 얼굴로 지 얼굴을 들이대며 묻는다.
얼굴 저리 치워 임마!
"삐지긴 누가 삐져, 기집애냐.."
"삐졌네!! 삐졌어!!!"
"아 안삐졌어!"
"삐졌대요!! 대한민국 국가대표 배드민턴선수 이용대 삐졌대요!!!!!!!!!"
"아 닥쳐!!!!!!"
바다건너 나라에서 망신시키지 마라 이자식아!!!
"아, 진짜 형 얼굴 빨개졌어."
"누구때문인데!"
나도 모르겠다.
셀틱 일진이고 뭐고 얘 엄청 이상해.
낯가리던 표정은 집어치운 채 툴툴 거리는데, 이놈은 뭐가 웃긴지 자꾸 헤실거린다.
"아, 형 진짜 귀여워. 응? 귀엽네."
"고마해...."
"형, 윙크해봐. 응?"
경기 이기면 하는거 있잖아, 그거. 응?
약빨았니 성용아?
"위, 윙크으 좋아하시네. 네가 뭐 이쁘다고 윙크를 해."
"당연히 안예쁘지. 잘생겼잖아."
"......."
"왜?"
맞잖아.
뭐 잘못됐냐는 듯한 얼굴에 또 한번 할말을 잃었다.
"그래.. 너 잘생겼다."
"응, 형은 귀엽고. 그러니까 윙크 한번만 날려줘."
"아 싫어어! 네가 여자도 아니고."
"카메라맨 여자 아닌데 해줬잖아!!!"
그, 그건임마!!
"그거는 전국민한테 보여지는거니까!!"
"....아아.. 나는 그 루니 닮은 카메라맨보다도 못한 존재구나."
"어, 어?"
"나는.. 열심히 공도 차고... 골도 넣었는데."
뭐, 뭐, 뭐여.
갑자기 툭 늘어진 큰 어깨.
"너, 너가 그래도 난 안해, 너 그거 알아야된다, 나 안해!"
"........"
"진짜 안해!"
".........진짜?"
"...어, 어!"
내가 뭐가 모잘라서 시커먼 남자놈한테 윙크를 날리냐.
".....이래도?"
"..어?"
갑자기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정색을 하고선. 무섭다.
"이래도?"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져 온다.
세상에, 피부 별로 안좋다.
....아 이게 문제가 아니라.
"왜, 왜, 왜, 왜. 저리, 저리 가."
"이래도 안할꺼야? 이래도?"
이젠 바로 코 앞까지 왔다.
숨이 바로 닿는다.
뽀뽀하겠다 이자식아!!!!!
"저, 저, 저, 저리가!!!!"
빠악!!!!!!
...........갓뎀....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팔을 휘둘렀다.
근데 그게 기성용 머리에 맞을게 뭐람.
정통으로 맞을게 뭐람.
하필 내가 배드민턴 선수일게 뭐람.
.......아프겠다.
.............기성용한테 맞으면 아프겠지?
이, 이게 아닌데.
어쩌지, 어쩌지 하고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쭈그려 있다.
"야, 괘, 괜찮아?"
"........"
"그, 그러니까 왜 그렇게 얼굴을 디밀어!!!"
"........."
"....가 아니라 괜찮아?"
"......하아.."
....하아?
한숨을 크게 쉬는 그 소리에 움찔 했다.
서, 성용아 화났니.
"미, 미안...."
".........."
"야아..미안해. 진짜, 야."
남자는 머리 맞는게 진짜 기분나쁜 거 중 하난데.
난 이제 끝났다.
셀틱 깡패 머리를 후려쳤으니.
조은 인생이엇다.
재성이형, 형은 조은 파트너엿어.
"서..성용아아...."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를 내며 나도 쭈그려 앉았다.
푹 숙인 얼굴 표정을 어떻게든 보려고 이리저리 고개를 틀면서, 눈치를 봤다.
비굴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나..나는 앞길 창창하단말이야.
"성용아아..."
"..........."
"고개, 고개 들어봐."
답이 없다.
똥줄타.
"성용."
"........"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성용아."
"........"
"....윙크 해줄게 일어나봐, 응?"
"그래!!!!!!!!!"
발딱 들어진 고개.
화라곤 먼지만큼도 묻어있지 않은 행복한 표정.
흐드러지게 피어난 눈웃음 포텐.
'성용아, 우리 성용이는 커서 뭐가 될거야?"
'으응, 성용이는 자라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될테야!!'
............제빵사로는 수입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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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
"그런게 어딨어, 남자가. 한입갖고 두말하는거 기성용 사전에 없어 형."
"네 사전엔 없지? 내 사전엔 있어. 그러니까 안해."
"에에이, 왜이래. 형은 귀여우니까 내 사전 같이 쓰게 해줄게."
필요없다고오!!
발악하는 나를 한팔로 꼭 붙드는데 어떻게 된게 도망칠수가 없다.
"형, 진짜 안하면 트위터에 올릴거야. 형 거짓말쟁이라고."
"올려, 올려!!"
"내 트위터 파급력 쩌는거 알지? 하나하나 다 기사화 되는거."
"........."
"하자?"
네......
"형, 미리 말하는데 윙크는 무표정으로 하면 그게 윙크가 아니에요."
".....그럼.."
"화알짝 웃으면서, 귀엽게, 응? 내가 제일 귀여워, 반하겠지 이런 표정으로."
"미쳤나봐!!!!"
"왜애, 잘하면서. 형이 제일 귀여워, 최고야. 응? 그렇게 해야돼?"
.......내가 왜 이런 초딩같은 놈한테 낚여서.
근데 넌 왜 폰카를 들이밀고 있는데.
"사진 찍을거면 안할래.."
"형, 나 아직 머리 아프다?"
"..........."
그래.. 내가 죄인이다.
왜 이녀석의 농간에 놀아나는건지.
내가 분명 형인데, 왜 날 갖고 노니...
몰라, 식빵.
어이구 또 나도 모르게 제빵을.
이왕 하는거 이쁘게 해야지.
내 윙크는 존나 비싼데.. 이길때만 하는건데.
반짝.
한쪽눈만 질끈 감고, 입은 헤벌레 웃은채로,
양 손은 총쏘는 모양을 귀염지게.
됐냐?
.....어?
갸우뚱,
이상하다.
기성용, 너 왜 안움직이냐?
"야, 뭐해."
"........."
"기성용?"
-띠링.
........
.........너.....
.....너 이 식빵새끼야!!!!!!
"너, 너, 동영상!!!!!!!!"
"아싸, 아싸!!!! 대박 건졌어 씨발, 아싸!!!!!!!!"
"야이, 너 이리 안와!!!! 당장 지워!!!!!!!"
"대박, 대박!!! 나중에 갸우뚱했어 갸우뚱!!!!!!!"
핸드폰을 손에 쥐고 내 손을 피해 저쪽으로 달려가 미친듯이 웃는 기성용.
저걸, 어떻게 해버려야 하지?
"아, 존나, 존나 귀여워!!! 아, 미친, 아 존나 귀여워!!"
"너 그거 지워!!!!!!"
"안지워!!!! 아들 물려줄거야!!!!!!!"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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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한 축구 선수의 트위터에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흔한 배드민턴 선수의 애정표현.
ㅋㅋㅋㅋ이 형 왜이렇게 귀여워ㅋㅋㅋ
영상은 안올리고 캡쳐만 올림.
원본영상은 안올려 나만볼거닼
형 창피하다고 울면 안돼ㅋㅋㅋ'
그날 인기검색어엔, 하루종일 기성용대가 떠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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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환 당신은 나의 아이돌 다 쓰고
댓글에 기성용대 써달라는 분이 계셔서 단편으로 하나 싸질렀습니다.
이거 뒤에 더 연재 안해요 단편이에요
선수들 팬픽은 이제 안쓸랍니다... 죄짓는 느낌이....
그러나 댓글은 사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