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리 전원일기 (0) - 간보기
"하암."
무더운 여름날 이었다. 뉴스에서도 유례가 없는 열대야가 열흘째 지속 되고 있다며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는 와중에도 무한리 이장집 맏 아들인 성규는 푸르른 논이
바라다 보이는 원두막에 누워 밀짚모자를 가슴팍에 얹은 채 연싯 하품만 뱉어내고 있었다. 성규의 뒷편으로는 성규의 동생인 명수가 감자밭에서 잡초들을 뽑아내느
라 정신이 없는 듯 했다. 이마에 잔뜩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음에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감자밭의 잡초에만 벌써 세시간째 집착 중 이었다. 하품을 하다 무심코 고개
를 돌린 성규가 감자밭에서 땀 닦을 시간도 없다는 듯 일에만 매진하고 있는 명수를 바라 보고는 혀를 끌끌 차자 하필이면 그때 잠시 허리를 편 명수와 눈이 마주쳤
고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도 찔리는지 재빨리 고개를 다시 논 쪽으로 후다닥 돌려버렸다.
"형!"
"........."
"아 혀엉!"
성규는 눈을 감아버렸다. 명수가 계속해서 성규를 부르고 있음에도 자신은 원래부터 자고 있었다는 듯 명수가 소리 지르는 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반나절 정도 명
수의 잔소리를 견뎌낼 수 있다면 지금 이 쨍쨍 내려쬐는 햇볕 밑에서 땀을 줄줄 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굳이 몸속의 수분을 날라가게 하는 것 보다 좀 지겨
운 명수의 잔소리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흐르면 된다는 것이 성규의 지론이기도 했다. 성규의 규차니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이구 쯧쯧. 사돈총각 오늘도 원두막 지박령 이시네?"
"............ 흥."
"동생분은 감자밭에서 사우나 중이신데 형님이 어째... 쯧."
"남이사. 그러는 사돈 총각이야말로 마을 부녀회 회원분들 한테 하트공장은 오늘 개점 휴업이신가?"
"너무 더워서 말이지."
남들은 마냥 어렵다고 하는 사돈 간이었음에도 이모네 형제 성열이와 성종이의 사촌인 우현은 항상 성규의 속을 누룽지 긁듯 매일같이 긁어대고 있었다. 들리는 말
로는 어렸을때 그렇게 수재라고 그러면서 초등학교때는 전교 부회장까지 했다고 하지만 정작 대학진학을 앞둔 수능에서 물을 먹고 재수를 한답시고 서울로 상경해
재수학원을 다닌다 했으나 어디 망해버린 쇼핑몰에서 모델을 하다가 성열이네 삼촌한테 끌려 내려와 반 강제적으로 무한리에서 농사일을 배우고 있다고 성열이 양
껏 잇몸을 드러내며 다 불어댄 탓으로 주워들은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성규는 저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런 성규를 우현이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듯 노려보
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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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썼다시피 아직 간보기에요. 쓸지 안 쓸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게 없습니당. 요만큼이라도 보시고 재밌으시다면... 연재해 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