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
쑨양은 둔기로 머리를 공격 당하려는 것을 폭발적인 순발력으로 팔로 막았지만 끝내 둔기에 맞은 팔 부분이 찢어졌는지 카펫에 피가 튀었다. 잠시 비틀거린 쑨양은 바로 그 괴한에게 달려들었고, 복면의 괴한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조심해!"
태환은 쑨양이 위험한 순간에 처하자 자신이 두르고 있던 담요를 괴한에게 집어던졌고, 그 담요를 뒤집어 쓴 괴한은 잠시 주춤하다가 담요를 집어던지고 태환에게 달려들었고, 막 괴한이 둔기를 태환에게 휘두르려는 순간 쑨양이 괴한의 허리를 붙잡아 뒤로 넘어트렸다. 그렇게 얼마쯤 싸웠을까, 복면의 괴한은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끝내 괴한은 쑨양이 들고있던 불쏘시개에 다리를 맞아 뒤로 넘어졌다가 쑨양을 밀치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도망쳤다.
"쑨! 괜찮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쑨양의 팔은 거의 피범벅이였다. 부러지진 않은 듯 했으나 찢어진 상처가 몸싸움으로 인해 살짝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였다. 태환은 근처에 떨어진 자신의 가방으로 달려가 평소에 들고다니던 거즈와 압박 붕대를 꺼내왔다.
"윽.."
태환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벌어진 상처 위에 거즈를 올리고 압박 붕대로 상처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쑨양은 괴한이 도망가면서 열고 간 문을 말없이 노려보고 있었고, 상처의 응급치료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문을 잠그고 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창문과 문을 모두 잠궜다. 쑨양은 거실로 돌아오자마자 주저앉아있는 태환을 껴안았고, 태환은 약간은 진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팔.. 어떡해?"
"금방 나아."
쑨양의 팔을 뒤덮은 피와 옷에 묻은 피는 어느새 굳어 검붉은 빛을 띄고 있었고, 태환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닦아줄게."
태환은 말없이 쑨양을 잡아 이끌며 화장실로 향했고,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세면대에 물을 틀어 쑨양의 몸 곳곳에 묻은 마른 피를 꼼꼼히 닦아줬다.
"미안.. 나 때문에.."
"I'm OK. Don't worry."
"..."
태환은 피묻은 손을 물에 씻으며 고개를 떨궜고, 그런 태환을 바라보던 쑨양은 한숨을 푹- 내쉬며 태환의 등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태환의 어깨 위에 턱을 올리고 말했다.
"태환 안 다쳐서 다행이야."
다시 원래의 모습처럼 씨익- 웃어보이는 쑨양의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오던 태환은 거울속에 비친 쑨양에게 싱긋 웃어줬고, 쑨양도 거울에 비친 태환과 눈을 마주하며 웃어보였다.
**
둘은 별장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끝내는 더 안전한 런던 선수촌으로 다시 돌아왔다. 쑨양의 감독과 코치진이 무슨일이냐며 놀라긴 했지만 쑨양은 웃어넘기며 넘어졌다가 돌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쑨양은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짐을 챙기러 자신의 숙소를 먼저 들린 뒤 태환과 함께 태환의 숙소로 올라갔고, 문을 열기 무서워하는 태환 대신 문을 열었다.
"없네."
다행히도 태환의 숙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쑨양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가 혼쭐을 내줘서 그렇다며 씨익- 웃어보이며 태환의 숙소로 들어가 자신의 짐을 하나 둘씩 챙기기 시작했다. 태환은 그런 쑨양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의 짐을 다 챙긴 쑨양은 짐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저, 쑨양."
"왜?"
막 나가려고 태환을 향해 몸을 돌린 쑨양에게 태환은 성큼성큼 다가가 쑨양의 어깨를 잡아내리고는 쑨양의 입술에 가볍게 쪽- 하고 입맞췄다. 벙한 표정을 짓던 쑨양은 손에 힘이 풀려 짐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태환은 쑨양을 놓아주고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 이건 뭐.. 아까 미안한것도 있고 고마운것도 있고 해서.. 아, 그러니까 이건.."
더듬거리며 말하는 태환을 여전히 벙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쑨양은 못 참겠다는 듯 태환에게 성큼 다가서더니 태환의 얼굴을 가볍게 두 손으로 감싸 올려 진하게 키스했고, 잠시 놀라 주춤거리던 태환은 가볍게 눈을 감고 쑨양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한동안 키스를 하던 쑨양은 입술을 떼고 태환을 내려다봤고, 태환은 쑨양과 시선을 못 마주치며 바닥만 보고 있었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가볍게 껴안고 말했다.
"我爱你。(사랑해)"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태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쑨양은 태환의 볼에 가볍게 입맞춘 뒤 떨어졌던 자신의 짐을 들고 태환의 숙소 현관문을 나섰다.
"나중에 우리집 놀러와."
쑨양은 그렇게 해맑게 말하고는 기분이 좋은듯 폴짝폴짝 뛰며 밖으로 나갔고, 그런 쑨양의 뒷모습을 보던 태환은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잘 가, 쑨양."
**
"我去一下卫生间。(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快去快回。(빨리 갔다와)"
쑨양은 공항에 도착하자 화장실로 향했고, 화장실로 가며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작은 짐가방을 하나 들고 갔다. 화장실로 향한 쑨양은 가방을 열고 옷을 탈탈 털어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툭-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바닥을 바라보니 바닥엔 말라 비틀어진 붉은 꽃잎이 있었다. 그것을 주워 든 쑨양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그것을 집어던지고 옷을 다 갈아입었고, 벗은 옷을 다시 넣기 전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한 주먹씩 꺼내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쑨양이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있는것은 말라 비틀어진 붉은 꽃잎들이였다. 무표정으로 가방에서 붉은 꽃잎을 모두 꺼내 쓰레기통에 다 넣은 쑨양은 손을 탈탈 털고는 벗은 옷을 다 가방에 집어넣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快来! (빨리 와!)"
감독의 재촉에 살짝 투덜거린 쑨양은 가볍게 뛰어 자신의 무리에 합류해 게이트를 통과했고, 비행기 시간이 조금 남아 대기실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흥얼거리며 노래를 감상하던 쑨양의 앞으로 누군가 슥- 지나갔고,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친 쑨양은 씨익- 웃어보였다. 똑같이 씨익- 웃어보이며 멀어지던 그 사람은 살짝 절뚝거리고 있었다.
**
누군가를 가지기 위해선, 희생쯤은 필요하다. 얻기 힘든 것이면 더 힘들 수록 희생은 필요하다. 박태환은 손에 넣기 힘든 존재였다. 언제부터 우상으로 생각하던 태환에게 그렇게 비뚤어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쑨양은 어떤 방식으로든 박태환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집착? 소유욕? 둘 중 뭐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쑨양은 이미 형용할 수 없이 광적으로 그를 가지려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고, 강인한 태환의 무너진 모습을 이용해 자신을 태환의 뇌리에 강력하게 박아넣기 위해선 공포심도 필요했다. 팔에 난 상처쯤이야 신경쓰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태환의 우는 모습을 봤다는 성취감에 상처는 잊은지 오래였다.
부들부들 떨며 울고 있던 태환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 한걸 힘겹게 참아내고는 울고있는 태환을 안아 달래는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태환의 입맞춤이라니.. 박태환은 이제 완전한 자기의 것이였다.
"Sun!"
"好。(네)"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 채 일어나 비행기로 향하는 쑨양이 앉아있던 자리에는 붉은 꽃잎 한 장이 남아있었다.
***
아읽.. 독자님들 돗자리 까세욥! 하긴.. 쑨환이니 누가봐도 범인은 쑨양.. ㅎㅎㅎ...
아넬을 의심하시는 독자분들이 상당하셨어요 ㅎㅎ.. 불쌍한 아넬.. 가만히 있었는데 범인으로 몰리다니.. ㅎㅎㅎㅎ
그럼,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커밍 쑤운-
*추가- 헐 제목 틀렸었네요 下인데 上으로 ㅋㅋㅋㅋ 수정 완료~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