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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아니... 진짜 다 이쁜데 어떡해..."



바빠 죽겠구먼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



"드레스 빨리 골라야 된다니까요? 그래야 연락해서 예약을 잡아놓죠!"

"아니 다 이쁘잖아... 아 그때 스케줄 빼고 따라갔어야 했어. 김남준 이 개새..."

"오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데.


날을 잡고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가 시작되고 나서, 두 집안의 부모님들께서 하신 말씀은 단 한 가지.



"우린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너네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싸우지 마. 싸우면 우리가 직접 엎어버릴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웃음이 터졌고, 김석진은 사색이 됐었다.



지금은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중.

드레스 피팅 날 부득이하게 스케줄이 잡힌 오빠는 따라오지 못했고, 나는 엄마와 동행했다.


그래도 남편이랑 같이 골라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몇 개의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둔 뒤 골라서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남겨둔 채 샵을 나왔었다.


지금은 그 사진을 고르는 중인데...

도무지...



"이거 괜찮지 않아요?"

"이거 이쁘다. 근데 가슴이 너무.. 파인 거 아니야?"

"이건요? 얘는 괜찮은데."

"이것도 진짜 이쁘다. 아.. 왜 또 망사야 얘는?"

"그냥 젤 예뻐 보이는 거 골라요."

"여기서 이쁜 걸 어떻게 골라. 다 이쁜데?"



환장하겠다.


"아니... 요즘 드레스들은 왜 죄다 천을 아껴? 아니 그걸 떠나서, 다 이뻐서 못 고르겠다니까?"


이 인간을 어떡하지, 정말?








오래간만에 데이트였다.


결혼 준비하랴, 병원 일 처리하랴.

일이 두 배로 늘어난 탓의 나도, 그도 정신없이 움직이길 몇 달 만에 그와 함께 저녁을 먹곤 산책을 위해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유롭게 어두운 공원을 걷는 게 얼마 만인가.

그와 맞잡은 손이 꽤 따뜻하다.



"괜찮아? 발 안 아파?"


여전히 그는 다정하고,


"괜찮아요."

"간만에 걷네. 좋아?"

"완전요. 너무 좋아요."

"자주 걸어야겠다."


나는 여전히 사랑받는 중이었다.



"오빠."

"응?"



한적한 거리. 어두운 하늘. 가로등. 그리고 옆에 내 남자.



"... 괜찮을까요?"

"뭐가."

"저 잘할 수 있겠죠?"


고요한 공원에 우리 두 사람의 발소리만 울려 퍼졌다.



"ㅇㅇ아."

"네."

"나는 그냥 너야."

"...."

"나한테 너는 맞고 틀리고, 잘하고 못하고 그런 게 없어."

"...."

"나는 그냥, 너였고, 지금도 너야. 너 그 자체가 답인 거야, 나한테는."

"...."

"걱정하지 마. 못해도 된다고 했잖아."

"...."

"네가 힘들거나 못할 것 같으면 하지 마. 내가 한다니까?"



걸음을 멈췄다.

아, 정말 이런 사람이 어디서 튀어나와서 나한테...



"왜. 아파?"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나 때문에 그가 몸을 뒤로 돌려 나를 마주 봤다.


그냥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자연스럽게 팔을 들어 올려 나를 껴안는 그.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느리지만 다정하게. 내 등을 토닥인다.



"우리애기, 이렇게 걱정이 많아서 어떡해."

"...."

"오빠가 더 잘할게. 네가 안 불안하도록."

"... 오빠는 지금도 엄청 잘해요."

"더. 더 잘할게."

"...."

"많이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큰 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

"너는 상상도 못할 거야.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

"... 저도요."

"...."

"사랑해요. 오빠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그가 품에서 날 떼어 네고 선 내 고개를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가로등 아래에서 하는 키스는 항상... 설레었다. 첫 키스처럼.








딱, 죽을 뻔했다.


"저 두 번 다시 결혼식은 못하겠어요..."

"뭐야. 나랑 한번 했으면 된 거지. 또 하려고?"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많이 힘들었구나?"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그대로 드러누워버렸다.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거야 뭐 어렵지 않았다.

근데 스케줄이 진짜 살인적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머리랑 메이크업 받고, 드레스 입고 정신없이 식장으로 가서 사진 찍고 설명 듣고.

신부 대기실 앉아서 하객들 맞이하고 결혼식 하고. 폐백하고 또 옷 갈아입고 식당 내려가서 와주신 하객분들, 친척분들, 지인분들께 다 인사드리고 양가 부모님들께 인사드리고 집에 오니 밤이다, 밤.


차라리 내가 수술을 연달아 두번하고 말지... 아 이건 아닌가?


아, 우리 둘 다 스케줄상 긴 휴가를 당장 빼기가 힘들어서 신혼여행은 잠깐 미뤄두기로 했다.

사실 워낙 둘이서 틈틈이 이곳저곳 잘 다닌 터라, 엄청 아쉽거나 그러진 않았다.


신혼집도 그냥 오빠 집에 내가 합치는 걸로 했다.

김석진 집이 워낙 좋기도 하고, 굳이 힘들게 새집으로 이사를 해야 할 이유를 단 1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침대만 큰 걸로 바꾸고 나머지는 뭐.


신혼집이지만 익숙한 소파에 널브러져 있으니 옆에 다가와 앉은 그가 차를 건넨다.

오빠도 엄청 피곤했을 텐데.



"고마워요."

"별말씀을. 많이 힘들지? 고생했어."

"오빠도요."

"난 안 힘들었는데. 너랑 결혼하는데 뭐가 힘들었겠어."

"에이, 거짓말."

"아냐, 진짜야. 아까 너 웨딩드레스입고 나한테 걸어오는데, 진짜 그 순간은 세상에서 내가 젤 행복했어. 아무것도 부러운거 없어, 지금."


귀가 달아오르는 기분에 차를 홀짝였다.


"아, 힘든거 딱 하나 있었다."

"....."

"너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거 좀 속상했어. 지쳐가는 게 보이는데 아무것도 못해주니까. 그건 힘들더라."

"...."

"그거말곤 뭐, 난 다 행복했어. 너랑 같이 있었잖아."



아 진짜. 좋아죽겠다, 김석진.

어깨에 고개를 파묻으니 웃으며 내 얼굴을 쓸어준다.



"머리 안 아파? 얼굴 답답하겠다."

"아, 씻어야겠어요."

"그래."



컵을 살포시 내려놓고, 화장대로 가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앉아서 화장을 지우고 있으니 어느새 들어와 뒤에 선 오빠가 머리에 꽂혀있는 핀을 하나씩 빼기 시작한다.



"어우, 뭐 이리 두껍냐. 변장 수준인데요?"

"아냐. 오늘 이뻤어."

"화장을 이렇게 진하게 했는데 안 이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에요?"

"사실 난 너 화장 안 한 게 더 이쁘던데."

"에?"

"진짜. 훨씬 이뻐. 그리고,"

"...."

"화장하면 네가 자꾸 얼굴 못 잡게 하잖아. 화장 지워진다고. 나는 얼굴 잡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싶은데."

"...."

"그래서 화장 안 한 게 더 좋아."



또 시작이다.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열이 느껴진다.


어느새 머리에 핀을 다 뽑은 그가 내 옆으로 와서 허리를 숙이더니

얼굴을 잡고 입을 쪽 맞추고는 그대로 눈을 마주한다.


"봐봐. 얼마나 이뻐."


아, 정말 얼굴이 터져버릴 것 같다.





갈아입을 옷과 속옷을 챙기러 옷방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결혼 후 첫날밤인데...


고민고민하다 커플로 맞춘 파자마와 신중하게 고른 속옷을 챙겨 화장실로 가려는데

어느샌가 뒤에 다가온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뭐해요?"

"왜. 내가 내 마누라 안는데."

"나 씻으러 가는 건데?"

"알아."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니 허리에 감은 팔을 풀지 않은 채 그대로 날 따라 걷는 그.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도 아니고...



"나 진짜 씻으러 가야 해요. 찝찝해요."

"씻으러 가."

"팔을 풀어줘야 가죠."

"왜?"

"네?"



아니 그럼 뭐 어쩌자는 것인가.



"같이 씻어."

"에?"



놀랄 틈도 없이 몸이 휙 돌려지더니 그의 얼굴이 훅 다가온다.


입술 위에 촉.


"나랑 같이 씻자."



그대로 내 입술을 집어삼킨 그에 내 몸이 점점 뒤로 밀리더니 이내 화장실 문에 등이 닿았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화장실 문고리를 돌린 그에 문이 열렸고 그대로 몸이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터진, 본격적인 신혼의 시작이었다.







결혼식 이후 미리 빼놨던 2일의 휴가 내내 밥 먹고 씻는 기본적인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


어느덧 휴가의 마지막 날이 마무리되어간다.

창밖은 벌써 해가 지고 있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또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겠지.


내 허리를 끌어안은 채 잠들어있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피부도 좋고, 속눈썹도 길고. 콧대도 높고 입술도 도톰하고.


진짜, 내 남편이지만 잘생기긴 엄청 잘생겼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나 허리에 감긴 팔에 힘이 들어가며 나를 당기더니

이내 내 얼굴이 그의 품에 갇혔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나 자고 있는데 보는 건 반칙 아니야?"

".... 정말 잘생겼던데요, 뭘."

"너한테 잘생겼으면 됐다."



그의 품에 있으니 그만의 향기가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다.

그가 내 어깨를 일정하게 토닥인다.



"오늘 마지막이네, 휴가."

"그러게요. 벌써 내일 출근해야 한다니..."

"나 때문에 너무 집에만 있었나?"

"이제 와서요?"



사람을 그렇게 붙잡고서는...

이제 와서 걱정하는 그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내가 웃자 그도 함께 웃는다.

그의 가슴팍이 떨린다.



"괜찮아? 허리 안 아파?"

"너무 늦게 걱정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네가 적당히 이뻐야 나도 조절을 좀 하고..."



또 엄한 소리 할까 싶어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버렸다.

머리 위에서 부스스 흩어지는 그의 웃음이 간지럽다.



"오늘 저녁 뭐 먹어요."

"그러게, 뭐 먹을까."

"집에 뭐 남아있어요?"

"재료 좀 남아있을거야. 볶음밥이나 해먹을까, 간단하게?"

"오, 좋죠."


그의 몸에 파묻혀 웅얼거리며 말하니 도리어 그가 더 세게 날 껴안아온다.


"그전에,"

"네?"

"밥 먹기 전에, 한 번만 더."



몸이 밀리며 등이 닿는 느낌이 든다.

그에게 삼켜진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래, 이게 신혼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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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머나 작가님 너무나 뜨거운 신혼생활아닌가여 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읽는 내내 미소가 끊이질 않네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4년 전
독자2
하아
신혼 생활,,,달달 그 자체네요...자상하거 귀얍고 달달하고 야하거 그냥 다 하네여ㅜ 행복합니다ㅜ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해요💜

4년 전
독자3
워후~~~신혼 생활 아주 좋네여ㅠㅠㅠㅠㅠㅠ기다린 보람이 있어요ㅠㅠㅠ
4년 전
독자4
허우~~~~ 뭐야|~~~~~
4년 전
비회원21.238
아아니 작가님~!!~!~!~! 신혼이라니~!!~!~!~!! ㅎㅏ 자야되는데 또 설렘치 맥스입니다 이제는 너무 예쁜 부부네여ㅠㅡㅠ 외전 감삼다,,, 행복하게 잘 수 있을 것 가타여,,,,*
4년 전
독자5
우후 달달해라~~🙈🙈 넘 좋아여 ( ͡° ͜ʖ ͡°)
4년 전
독자6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 작가님 신작알림 보면 항상 뛰어와요ㅋㅋㅋ💜
4년 전
독자7
엉우 작가님 너무 좋슴다 진짜 작가님 글은 역대급으로 모든게 설렙니다 후후후후ㅜ루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 해도 되겠져₩
4년 전
비회원94.18
기다린 보람 너무 있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8
후~ 뜨밤을 보냈군요 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진짜 글솜씨가 대단하시거 같아요!!!! 저 알림설정도 해야겠어요!!
4년 전
독자9
악 너무 달달해요ㅠㅠㅠㅠㅠ오늘도 작가님 글 잘 보고가요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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