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말똥말똥 입니다.
제가 요근래 자격증 공부, 일주일 동안 다녀온 배낭 여행 등으로 인해 바빠서 신경을 못썼어요.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내용이 질질 끌어지고, 묘사하는 부분도 점점 약해진 것 같네요.
한 회 한 회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끼신 독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 드리고 싶어요.
(보시는 분들 별로 없지만ㅋㅋㅋㅋㅋ키케케컄ㅋ키킼ㅋ켘ㅋㅋ)
미리 7월에 써놓은 에피소드들을 풀자니, 묘사력이라던가 이런 부분에서 양심에 찔려서 이렇게 공지를 남겨요.
브금을 넣은 마지막 에피소드는 오늘 새벽에 쓴 따끈따끈한 에피소드이니 부디 화내지 말아줘요..ㅁ7ㅁ8
중간에 사라지신 분들이 있지만,
| 피트리 | 블루 | 선풍기 | 노랑 | 감성 | 봄봄 | 감성 | 케헹 | 밤야 | 이유 | 독자님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불금 마크가 필요없는 내용이라서 (죄송해요캌ㅋㅋㅋㅋㅋㅋㅋㅋㅋ케켘ㅋ컼카킼킼ㅋㅋ케ㅋ)
눈팅하시는 독자분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열 분의 암호닉 독자분들의 실질적인 감상 댓글 덕에 그래도 지금까지 써온 것 같네요.
이 분들께는 저의 전공을 살려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아직 생각나는 게 없어서 고민이네요.
다음화부터는 다시 첫 화를 시작하는 새로운 느낌으로 열심히 쓸게요.
-공지를 횡설수설한 말똥말똥 드림-
*
"이건 볼 때마다 진상이다."
엘레베이터에 타자마자 뒷편에 있는 거울을 슬쩍보더니 혀를 쯧쯧차며 질린다는 듯이 연신 도리질을 하는 성규였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성열은 얼마전처럼 다시금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미련하게도 지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이 이야기가 왜 또 나오는거지?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까먹지말고 반드시 집에 갈 때 닦아버리던가 해야지,라고 두 주먹을 꽉 쥐며 마음속으로 굳세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고개를 돌리다가 우연히 얼굴이 빨개진 채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고 있는 성열의 모습을 보게 된 명수가 재밌다는 듯이 알게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저 사람은 아직도 저러고 있네? 지우면 되는데..
그 사이 엘레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다는 알림과 함께 문이 열렸다. 계단으로 한 층만 내려가면 될 것을 왜 굳이 엘레베이터를 타냐며 우현이 투덜대자, 뒤에서 눈이 빠지도록 째려보던 성규가 엉덩이를 발로 차서 시끄러운 놈부터 먼저 내리게 하였다. 덕분에 어영부영 먼저 내리게 된 우현이 씨근덕 거리며 이를 악 물고 뒤를 돌아 성규를 째려봤다. 저런 성질 더러운 노인네 같으니라고..
나름의 배려로 웃음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성종이 내리자, 마음을 진정시켜 얼굴색이 어느정도 가라앉은 성열도 명수를 지나쳐 성종의 뒤를 따라내렸다. 자신의 앞을 지나치며 내리는 성열의 옆모습에서 뒷모습으로, 명수의 시선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다시 한 번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짓고는 성열의 뒤를 따라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모두 다 내릴 때까지 열림버튼을 누르며 서있던 성규가 의심을 품은 눈빛으로 명수의 등을 쳐다보며 마지막으로 내렸다.
저 자식이 성열이한테 흑심있는 게 분명해! 실은 엘레베이터로 한 층을 내려가는 짧은 시간동안 명수가 성열을 보며 지었던 미소를 두 번 모두 날렵하게 캐치한 성규였다. 명수와 성규를 제외한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남들이 봤을 때 성규는 감았는지 떴는지도 모를 작은 눈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슬픈 추측만이.. 또르르..☆★
*
"이얍!!!!!!!!!!!!!"
"아야야!!!"
동우가 큰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올라 등 뒤에서 있는 힘껏 목을 조르는 바람에, 뒤로 휘청이며 고통스러움에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리는 호원이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정말 정말 아팠다. 오늘따라 이 형 대체 왜이래?!
옴짝달싹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만 있는데 연습실 문이 벌컥 열렸다. 동우악마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는 자신을 도와줄 하늘에서 내려온 성규천사였다. 드디어 살았다! 만세!!!!!하는데, 마치 못볼 걸 봤다는 듯이 성규가 잽싸게 뒤를 돌더니 들어오려는 애들을 훠이훠이 내쫓으며 서둘러 나갔다. 보너스로, 문을 닫으면서 음흉한 눈빛을 쏴주는 성규였다. 이런 건 받아도 전혀 고맙지 않았다. 호원의 눈에는 문이 닫기는 게 어째 슬로우모션처럼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성규의 외면으로 그렇게 헬게이트가 굳게 닫겨버렸다.
헬게이트 밖에서 성열이 성규에게 왜 못들어가게 하냐며 투덜투덜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들려오는 소리는,
"쉿! 동우랑 호원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어. 우린 조용히 빠져주자."
분명 목소리를 낮추며 쉿! 해놓고 여기까지 다 들리게 말하는 건 대체 뭐람? 그나저나 성규가 동우와 좋은 시간 보내라고 닫아준 게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는 호원이었다. 분명 괴롭힘 당하라고 닫아준 것이라고 직감이라는 존재가 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럴 때만 배려심이 넘치는 성규였다. 밖에서는 좋은 시간의 의미가 뭐냐며 묻는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성규에게 등 떠밀려 어디론가 가고 있는지 목소리의 크기가 점차 작아졌다. 저기 바깥에도 악마가 하나 더 있었다.
그러던 말던, 허탈함에 그저 멍하게 서있는 호원의 목을 신이 나서 계속 조르고 있는 동우였다.
*
"김성규씨, 이번 주말에 뭐하십니까?"
이번엔 이성열이었다. 오늘 아침에 우현이 춤 기초 레슨 같이 받는 애들끼리 주말에 놀자고 하는 걸 간신히 거절했는데, 또 다른 놈이 달라붙었다. 그게 바로 이성열이라는 자였다. 아이고 머리야.. 표정을 잔뜩 찌푸린 성규는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주었다. 이런 성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열을 휘파람을 불며 성규의 뒤를 따라 엘레베이터에 탔다. 이것은 분명 남우현이 뒤에서 사주했을 확률이 100%였다. 성규형 좀 어떻게든 설득해 보라며 쿡쿡 찔렀겠지.. 안봐도 뻔하디 뻔한 비디오였다. 성규는 이러한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거세게 도리질쳤다. 그래도 생각들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거머리처럼 끈덕지게 붙어있는 듯 하였다. 남우현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떠올리니, 다시금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차분하게 심호흡을 한 번 하는 성규였다. 천천히 들이키고, 내쉬고..
"오늘 집에 내려가봐야 해서 주말동안 서울에 없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1층 버튼을 누르는 성열이었다. 엘레베이터 구석에 있는 모서리로 가서 등을 기댄 성규는 양쪽에 있는 팔걸이에 팔을 걸쳤다. 이 자세가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무심코 옆에 있는 거울을 쳐다봤는데, 지긋지긋한 그 놈의 입술 자국이 또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 놈의 회사는 엘레베이터 청소는 하지도 않나봐. 저 놈의 입술 자국은 계속 그대로야,라며 아까 아침에도 말해놓고 다시 한 번 말하는 성규였다. 눈에 보일 때 마다 이야기하는 지치지 않는 집념은 가히 혀를 내두르며 높게 살 만했다. 징하다, 진짜..
망했다는 생각이 들자 미간을 찌푸리며, 성규형이랑 같이 엘레베이터 타지 말고 혼자 타서 저거나 지울 걸,하고 속으로 엄청나게 후회를 하고 있는 성열이었다. 월요일에 꼭 지워야지!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하였다. 이성열 너란 남자, 오늘 하기로 굳세게 마음 먹은 일을 쉽게 뒤로 미루는 쉬운 남자..
그런 성열을 뒤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유심히 바라보는 성규였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유난히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말수가 줄어드는 것을 전부터 쭉 느끼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성규는 한 쪽 입술 끄트머리를 살짝 깨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바라보며 혹시나, 정말 혹시나 거울 속 입술 자국의 주인은 성열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힉!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진 성규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역시 난 천재인건가?! 아무래도 이건 집에 도착해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한 후, 침대에 편하게 누운 채로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
이야~~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온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감탄을 하였다. 그것도 아주 크게 입을 벌리며 말이다. 뒤이어 들어온 우현도 안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입을 벌렸다. 우왕.. 호원도 앞서 같은 반응을 보였던 두 명과 마찬가지로 입이 떡하니 벌어지더니, 남자 두 명이 사는 집 치고는 굉장히 넓은데?라고 말하였다. 게다가 깔끔해,라며 호원의 말을 잇는 우현이었다. 제일 먼저 집안으로 들어와 소파 위에 있는 쿠션을 손바닥으로 털며 가지런히 정리하던 성종이 우현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구나!!! 너 때문에 깔끔한거구나!!!!! 대뜸 성종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과도한 리액션을 하는 동우를 보며 호원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사람한테 함부로 손가락질 하는 거 아니야,라며 동우의 손가락을 두 손으로 감싸쥐더니 고이 접어준다. 이를 보며, 흡사 사람의 탈을 쓴 동물에게 인간 세계의 규범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우현이었다. 마치 타잔과 그의 연인 제인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타잔이 인간의 탈을 쓴 동물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 물론 동우도 타잔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거 마시세요."
명수가 노란 쟁반 위에 있는 따뜻한 핫초코 다섯잔을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따뜻하다는 것을 으레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맙다며 가볍게 인사를 한 우현이 머그컵을 들고는 문득 신기한 점을 발견한 듯이 이리저리 돌려보며 두루두루 살폈다.
"컵도 노란색이네?"
예쁘죠?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어보이며 말하는 성종과는 달리, 조용히 끄덕여 보이며 은근슬쩍 검지 끝으로 옆에 앉아있는 성종을 가리키고는 재빨리 손가락을 접는 명수였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머그컵을 양손으로 감싸쥔 채 입술을 오므리며 피어오르는 핫초코의 김을 호호 불었다. 김명수라는 애도 저런 행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인가? 그렇게 안생겨서는 은근슬쩍 저런 행동도 할 줄 아네. 우현이 입 밖으로 삐져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억지로 꾹 눌러담으며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그런 우현의 반응에, 안 예뻐요?라며 금방 풀이 죽은 듯 시무룩해지는 성종의 모습이 보였다. 그 말에 깜짝 놀라 황급히 머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두 손을 휘휘 젓더니 그 뜻이 아니었다며 예쁘다고 말해주는 우현이었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성종이 가만히 미소를 지어보이자, 우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명수가 저런 행동을 하는 낌새를 대충 보아하니 집안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노란색들의 흔적은 성종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모양이었다. 노란색풍의 인테리어는 꽤나 신경썼다는 걸 이것저것 증명하듯이 집안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종이란 아이는 노란색을 좋아하는구나..
동우는 들고있던 머그컵에 대고 입술을 오므려 대충 몇 번 호호 불더니, 데굴데굴 눈을 굴려 집안을 둘러보며 한 모금 홀짝 마셨다. 으악! 뜨거워!!! 데인 혀를 살짝 내밈과 동시에 저절로 미간이 잔뜩 좁혀지며 이맛살을 찌푸리는 3콤보를 동시에 시전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런 동우에게 뜨거우니 조심하라며 옆에서 주의를 주는 호원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한 3일정도 됐나? 연습하는 거 어렵지는 않고?"
우현의 물음에 이야기의 물꼬를 트고는, 테이블 주변에 다닥다닥 모여 앉아 도란도란 잡담을 나누는 다섯명이었다.
*
심심한데 TV라도 틀까요?하더니 명수가 테이블 밑에 있는 선반에서 리모컨을 집어 TV 액정 한 쪽 구석에 대고 빨간색 전원버튼을 눌렀다. 새카맣던 화면에 다양한 색상들이 빠르게 입혀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흰티를 입은 소년이 화면에 나타났다. 유독 심하게 비대칭을 준 스타일의 검은머리 소유자였다. 소년의 느낌을 풍기는 풋풋한 얼굴과 무거운 느낌을 주는 머리스타일의 조화는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차라리 저런 머리는 호원이에게나 어울리겠다며 TV화면을 응시한 채 뜬금없이 말하는 동우였다. 화면 속에 꽉차게 들어앉아 있는 그 소년은 심각한 상황인지 살짝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곧이어 조금 많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방송이라도.. 사람이란 게 감정이 있잖아요. 마음이 있잖아요."
..........
.......
헐..
화면을 보고 있던 다섯 남자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경악스러움이 퍼졌다.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으로 TV를 냅다 꺼버리는 명수였다. 차마 두 눈 뜨고는 못 볼 걸 본 사람 같았다. 우현은 자신의 심장 부근에 있는 가슴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며 잘 껐다고 명수를 칭찬해주었다. 몸을 웅크린 성종은 양쪽 팔뚝을 싹싹 쓸어내렸다. 대박.. 나 완전 소름 돋았어.. 소름 돋은 것 좀 봐.. 팔을 쭉 피더니 투정부리는 것처럼 명수에게 내밀어 보여줬다. 닭살이 옹기종기 오돌토돌 돋아있었다. 동우는 자신의 양 손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멀쩡했다. 손이 오므라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호원은 왜 끄냐고 하면서 화면 속 그 친구 혼자 계속 떨고 있게 할 순 없다며 보던 것을 마저 보자고 하였다. 본인도 함께 경악했던 순간은 순식간에 잊은 채 그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낀 듯 하였다. 호원이 안달난 것과는 다르게 리모컨을 꽉 쥐고 있는 명수는 왠지 모르게 TV를 다시 틀기 싫은 마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