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로맨스
w.챼리
김여주는 모르는 이야기
토요일의 이른 아침, 아마 대부분의 대학생이 여전히 수면 상태일 시간에 요란도 하게 벨소리가 울려댔다. 처음 세 번은 아예 못 들었고, 네 번째에 듣고 살짝 깼지만 받지 않았다. 그래도 벨소리는 계속해서 줄기차게 울려댔다. 다섯 번, 여섯 번… 태형은 계속 울리는 벨소리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잔뜩 헝클어져 눈을 가리는 머리를 대충 쓸어넘기고 몸을 반쯤 일으켰다.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아내는 순간 까지도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민윤기형'
태형은 조금 인상을 쓰고 핸드폰 액정에 떠 있는 이름을 쳐다봤다. 토요일 아침부터 태형을 귀찮게 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윤기였다. 이 형이 나한테 왜? 태형은 신경질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어디냐.
“저 김태형인데요.”
- 알아.
“…전화 저한테 거신 거 맞아요?”
- 어. 맞아.
우리가 이 아침부터 전화 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태형은 그렇게 대답하려다가 말았다.
“저 집인데요.”
- 나와. 밥 사줄게.
“갑자기 왜요?”
태형은 그제서야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 형이 미쳤나…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오라면 좀 나와.
윤기는 심지어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뚝 끊었다. 태형은 몸을 완전히 일으켜 앉아 멍하니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들여다 봤다. 부재중 전화 6통, 민윤기형. 제 핸드폰에 떠 있는 알림이 낯설었다. 밤 사이 모기가 문 볼을 벅벅 긁은 태형은 마지못해 일어나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래놓고 진짜 맛있는 거 안 사주면 몇 대 쯤 때려도 정당방위라고 생각하면서.
태형의 자취방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던 윤기는 태형이 나오자마자 조수석 창문을 열고 타. 한 마디 했다. 와중에 차가 좋아보여서 조금 주눅이 든 태형은 얌전하게 조수석에 올라 탔다. 뾰로통한 표정의 태형이 안전벨트까지 꼼꼼히 매자 차가 출발했다. 어쩐지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태형은 똥 씹은 표정이었다.
윤기의 차가 멈춘 곳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오픈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직원들이 분주하게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 간 윤기는 프론트에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 어제 예약 했었다가 오늘로 미룬 사람인데요.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태형은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무슨 나랑 둘이 밥 먹자고 레스토랑을 예약까지 해…. 분명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다 읽혔는지 윤기가 변명했다.
“원래 여주 데리고 오려고 예약한 거야. 왕돈까스 먹고 싶다고 해서 결국 못 왔지만.”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태형의 입장에서 불쾌한 건 마찬가지였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여주, 새벽, 윤기형네 집, '그' 사건(태형은 그 일을 기억도 하기 싫어서 이렇게 키워드로 나마 기억하고 있었다)이 떠올라 순식간에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이 안내 해준 자리로 가서 먼저 앉은 윤기는 어정쩡하게 서 있는 태형을 쳐다보며 안 앉을 거야? 했다. 마지 못해 맞은 편에 앉은 태형은 내려온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주문은 윤기가 멋대로 했지만 나온 음식들은 생각보다 태형의 입맛에 꽤 잘 맞았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입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스테이크는 아침에 먹으나 저녁에 먹으나 맛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가 돼서야 밥 먹는 동안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태형이 먼저 말을 꺼냈다.
“뭐 때문에 부른 건데요. 진짜 밥 사주려고 부른 건 아닐 거 아니에요.”
“밥 사주려고 부른건데.”
“…….”
“할 말이 있기도 하고.”
윤기는 포크와 칼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밥 사주려고 불렀기는. 태형은 작게 중얼거렸다.
“여주 우리 집에서 자고 간 거, 네가 뭘 생각하든 그거 다 오해야.”
“안 물었는데요.”
안 그래도 기억하기 싫은 사건을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게 좋을 리가 없는 태형이 날카롭게 대답했다. 윤기는 그런 반응을 예상 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원래 그 날 여주한테 고백하려고 했어.”
“…….”
“저녁부터 계속 전화 했는데 안 받더라고. 그러니까 걱정 되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전화 했더니… 열두시 좀 넘어서 받았나.”
“…….”
“근데 울고 있는 거야. 우느라고 말도 잘 못해.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택시래.”
“…….”
“일단 기사님 바꿔달라고 했지. 어떻게 된 거냐고 여쭤보니까 타자마자 어디로 간다고 말도 없이 울기만 해서 그냥 달리는 중이었대.”
“…….”
“순간 화가 존나 나더라고. 왜 울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몰라. 물어보지도 않았고. 근데, 너 때문인 건 알겠더라.”
태형은 눈을 테이블로 깔고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여주가 나 때문에 울었구나. 그것도 엄청 많이. 태형은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 그 날로 돌아가서 우는 여주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 척 하고 그냥 우리 집 주소 불렀어. 그 때 여주 많이 취했다는 것도 알았는데, 혼자 울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 거야.”
“…….”
“네가 믿을 지 모르겠는데 뭘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그냥 그 순간에 그게 나한테는 최선이었던 거지.”
윤기가 말을 쏟아내는 동안, 태형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여주 우리 집에 데리고 오자마자 숙취 해소제 먹이고 빈방에서 재웠어.”
“…….”
“그 날 있었던 일은 그게 다야.”
사실 태형은 오해같은 건 한 적도 없었다. 여주가 취해서 실수나 할 사람이 아닌 걸 알았으니까. 다만 그 시간에 하필이면 윤기의 집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서 화가 났던 거였다. 지금 와서는 화가 났다는 것 조차 후회스러웠다. 내가 뭐라고 화를 내. 맨날 울리기나 하면서. 태형은 아랫입술을 아프게 물었다. 윤기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쳤다. 태형이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건 말 안 해주려고 했는데,”
“…….”
“여주가 너 좋아해.”
“…….”
“걔 너 신경쓰느라 정신 없다고.”
“…….”
“그러니까 이제 멍청하게 굴지 마. 네가 그렇게 나와서 난 김 다 샜으니까.”
난 이미 고백도 했어. 윤기가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어쩌다 로맨스
w.챼리
먼저 술 마시자고 해놓고 혼자서만 두 병을 거의 비운 김태형은, 정말로 그냥 술이 마시고 싶은데 마침 나랑 같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술 마시자고 한 사람처럼 굴었다. 아니, 정말로 그럴지도 몰랐다. 너는 스트레스 어쩌구 위염이니까 콜라나 마셔, 하고 내 앞에다 콜라를 밀어놓고는 자기는 술을 잘 하지도 못 하면서 다소 빠른 속도로 술을 들이 붓고 있었다. 꼭 취하고 싶은 사람처럼.
“너 내일 수업 없어?”
“있는데.”
“근데 왜 이래?”
분명히 왜 이래? 라고 질문했는데 대답은 커녕 반응 조차 없었다. 사장님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기어이 소주를 세 병째 시키고 두 번째 병의 마지막 잔을 입에 들이 부었다. 눈은 이미 다 풀려있었다. 근데 그 와중에 눈 풀리니까 인상이 부드러워져서 인지 더 잘생겨 보였다. 그래서 어차피 나는 술은 먹지도 못하게 하고, 자기 혼자 거나하게 취했으니 본격적으로 얼굴 감상이나 할까 싶었다. 원래 되게 미웠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좋네.
테이블에 턱을 괴고 한참 쳐다보는데, 눈을 가릴듯 말듯 하게 내려온 앞머리가 너무 거슬렸다. 어차피 취했으니까 좀 만져도 뭐라고 안 하겠지 싶어서 손을 뻗었다. 손 끝이 앞머리에 거의 닿으려는 데 김태형이 제 손을 불쑥 들어올려 내 손목을 잡았다.
“미안해.”
그러고서는 대뜸 그러는 것이었다. 나는 방금 뭐라고 하려고 했었는지도 까먹고 숨을 헙 들이켰다. 천천히 내 손목을 잡은 손을 테이블 위로 내린 김태형은 손가락으로 내 손목을 톡톡 두드렸다. 김태형식 최면술이 또 시작 되는 것 같았다.
“말 함부로 해서 진짜 미안해. 쉽네 어쩌네 한 거.”
“…….”
“너가 갑자기 없어져서 엄청 걱정했는데… 전화두 엄청 많이 걸었는데 너가 안 받았잖아… 근데 갑자기 윤기 형이 받아서는 너가 자기 집에서 자고 있다잖아… 그래서 너무 화가 났어.”
“…….”
“왜 화 났는지 안 물어봐?”
김태형은 마치 나를 타이르려는 것 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으로 내 손목을 두드리는 김태형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김태형,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 건데, 너가 지금 술을 많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꼭 기억해야 돼.
“나 너 좋아해.”
딸꾹. 김태형은 내 폭탄 고백에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날 뽀뽀한 거 실수 아냐.”
“…….”
“아니, 솔직히 뽀뽀는 실순데… 아 그니까, 계획했던 게 아니라는 의미에서는 실수라고.”
내가 뭐라고 떠들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술 한 모금 안 마셨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은 횡설수설 뭔가를 계속 떠들어댔다.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김태형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곧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좋아서 한 거라고. 뽀뽀.”
“…….”
“나 스무살 겨울에 너랑 헤어지고 진짜 엄청 후회했거든.”
“…….”
“그래서 사실 이번에는 후회할 일 아예 안 만들어야지 했어. 좋아하는 감정이야 숨기면 되니까. 친구로라도 네 옆에 있고 싶어서. 근데, 나 더 이상은 못 숨기겠어. 니가 너무 좋아. 좋아서 미치겠어… 나는,”
그 순간 갑자기 앞으로 푹 고꾸라진 김태형이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이게 웃긴가. 왜 웃고 난리… 나 엄청 용기 내고 있는 건데. 금세 나를 장악한 민망함에 내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몇 번 치자 김태형의 어깨가 더 심하게 들썩였다. 더 웃으면 진짜 화날 것 같아서 야 김태형! 하고 부르려는데, 테이블으로 뭔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내가 그게 뭔지 알아채기도 전에 투둑 하고 똑같은 게 또 한 번 더 떨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잘못 보고있는 게 아니라면, 저거,
“어어, 야, 김태… 야, 너 울어?”
눈물인데.
“왜 울어? 태형아, 너 왜 그래. 야. 태형,”
“내가 먼저 고백하려구 했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김태형은 아예 테이블에 엎어져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는 머릿속이 완전 까매져서 어버버했다.
김태형은 내 앞에서 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내 앞에서가 뭐야, 김태형은 누구의 앞에서도 우는 법이 없었다.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안 울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 뼈에 금이 갔을 때도 안 울었다. 고등학생 때 3년을 사귀었는데 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심지어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안 울어서 김태형은 피땀 눈물도 없는 놈이라고 혼자 결론을 내렸었는데.
김태형이 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주변 테이블에서도 이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 와중에도 명실상부 우리 대학 킹카 김태형의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김태형 술집에서 엉엉 울더라고 내일 아침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올 지도 몰랐다. 빠르게 계산을 하고 김태형의 한 쪽 팔을 대충 어깨에 들쳐 매고 끌다시피 술집을 빠져나왔다. 김태형은 여전히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태형아, 여기 앉아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김태형을 적당히 사람이 없는 벤치에 앉혀놓고 부리나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김태형이 취한 건 거의 처음 보는 거라 얘가 취하면 뭘 마시는 지 몰라서 일단 헛개수랑 여명을 사서 달려왔더니 눈물이 좀 멎었는지 빨개진 눈을 비비면서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눈물 젖은 얼굴은 정말 심각하게 귀여웠다.
“왜 울고 그래. 마음 아프게.”
사실 귀여워서 마음 아픈 줄도 몰랐다. 헛개수를 따서 건네면서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더니 김태형이 앉은 상태로 나를 올려다봤다. 얼굴을 보니 눈물은 다 그친 것 같은데 눈동자가 텅 빈 걸 보니 어지간히 취하긴 한 모양이었다. 내가 사온 헛개수를 단숨에 원샷 한 김태형을 다시 부축해 일으켰다. 나보다 한 뼘은 더 긴 몸이 휘청거리면서 내 어깨에 부딪혀왔다. 김태형의 자취방과 가까운 곳에서 술을 마신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김태형을 거의 업다시피 해서 겨우 어찌저찌 자취방까지는 왔는데, 문제가 또 있었다.
“김태형. 비밀번호 뭐야.”
“비밀번호…”
“응, 너 집 비밀번호 뭐냐고.”
“…비밀번호가 비밀번호지 뭐야.”
“아니 그니까, 니네 집 비밀번호, 숫자 뭐냐고.”
야속한 김태형은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비밀번호가 비밀번호지 뭐냐는 뚱딴지 같은 소리나 해댔다. 손가락을 잡아 도어락에 갖다 대줘도 김태형은 뭘 누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말 잘하는 거 보면 술은 좀 깬 거 같은데. 그냥 우리 집에 데리고 갈 수도 없고…. 평소였으면 그냥 데리고 가서 재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서로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된 마당에, 만취한 김태형을 내 자취방에 데리고 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그니까 내가 아니라 김태형이 위험했다.
“태형아, 제발 비밀번호 좀 알려주면 안 될까?”
김태형을 문 앞 계단에 앉혀놓고 내가 거의 무릎까지 꿇을 기세로 애원했더니 작게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뭐라고 태형아? 내가 귀를 가져다 대니 김태형이 그러는 것이었다. 너 생일.
순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서 있다가 바로 도어락을 열고 내 생일을 입력했다. 띠리릭 하고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참 나. 나한테는 비밀번호 생일로 해놨다고 되게 뭐라고 했으면서, 자기도 똑같은 걸로 해놨네. 괜히 입을 비죽이며 김태형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태형의 집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원래도 깨끗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깨끗했다. 우리 집과는 다르게 빨래통에 빨래 하나 없었고 싱크대엔 설거지 거리 하나 없었다. 얘랑 결혼하면 편하긴 하겠다. 그런 어이없는 생각들을 하며 김태형을 침대에 눕혔다. 눈을 감고 있어서 자는 줄 알고 대충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고 나가려는데 김태형이 내 손목을 잡았다.
“가지마.”
나는 바로 응. 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분명히 니가 가지 말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태형이 눈을 감은 채로 픽 웃었다.
“이리와서 누워.”
김태형은 눈도 안 뜨고 침대를 팡팡 두드렸다. 너무 빠른데…? 내가 고민하는 사이 김태형이 침대를 몇 번 더 쳤다.
“야. 너 술 깼지.”
“뭐래… 하나도 안 깼어. 얼른 와서 눕기나 해.”
나는 마지 못해 말에 따라주는 척 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나를 제 품으로 끌어들인 김태형은 내 이마에 코를 박고 나를 거의 으스러뜨릴 것 처럼 안았다. 쿵 쿵 쿵 하고 누구 것인지 모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좋다.”
김태형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자 순간 정신이 몽롱해 질 정도로 김태형의 체취가 밀려 들어왔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냄새를 맡으면서 괴로워 했었는데. 내가 팔을 꼼지락 거리자 김태형이 허리를 조금 들었다. 그 사이로 팔을 밀어넣어 김태형을 꽉 껴안았다. 아, 진짜 너무 좋다. 김태형이 중얼거렸다.
“여주야.”
“……”
“김여주야.”
“왜에.”
“나는 너 한 순간도 안 좋아한 적 없어. 헤어지고 나서도 쭉 좋아했어.”
김태형의 가슴께에 파묻었던 고개를 살짝 들어 김태형과 눈을 맞추었다. 취했는지 안 취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사실 그런 건 다 모르겠고 그냥 잘생겼다. 넋을 놓고 얼굴을 감상하는데 조각인줄 알았던 입이 움직여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나 군대갔을 때 관물대에 네 사진밖에 안 붙여 놨었어.”
“미친. 진짜로?”
“응. 울 엄마 아빠 사진도 안 붙여놨는데.”
“뭐야. 소름 돋아.”
당연히 사실은 기분 좋았다.
“그래서 올해 초에 너 다시 봤을 때 나 진짜 기절할 뻔 했어. 너무 좋아서.”
“난 그때 너 미친놈인줄 알았는데…”
“응. 표정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
“아무튼... 내가 하고싶은 말은”
“…….”
“나랑 다시 만날래, 여주야?”
나는 고개를 내려 다시 김태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뭘 또 물어 그런 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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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