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를 위해 프롤로그와 함께 올립니다-
냉정과 열정사이
(부제: 君の孤独な瞳にもう一度、僕を探すことができたら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내가 다시 한 번 비치게 된다면)
Written by Sunday
- 아무리 오랜 시간 기다린다해도 또한 평생을 바쳐 노력한다해도 내겐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란 있는 거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이해한다해도 완벽하다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된다해도, 나로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는거다.
언제나 아름다운 주인공을 꿈꾸는 우리.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서글픈 조연일 수 있음에… -
<에쿠니와 츠지, 냉정과 열정사이 中>
“ 경기 잘 봤어요.”
어깨에 느껴지는 어느 손길에, 그리고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제 경기를 봐 준 고마운 사람이겠거니,
늘 그랬던 것처럼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하려 고개를 돌렸으나 이내 곧, 후회했다.
“ 오랜만이야.”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귀로 들려오는 말 하나하나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흔히들 말하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 이런 걸까. 사람 좋게 웃으며 서 있는 그 얼굴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지금 제 표정이 얼마나 바보 같을 지는 생각도 못한 채.
아무 말 없는 상대에 민망할 법도 한데, 머쓱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이로울 정도로 흔들림 없이 완벽하게 웃고만 있다.
얼마나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문득 정신이 든 용대는 멍하게 있던 제 표정만을 감추고 아무 말도 없이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걸음을 떼려는데…
“ …4년만이지, 우리.”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그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지금 제 뒤에서 그 말을 뱉은 그의 표정이 몹시도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웃고 있을까. 조금이나마 그 미소가 변했을까. 뒤돌아선 자신 때문에 화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제게 그 말을 던진 그 의미가 궁금했다. 소리 없이 숨을 들이쉬고 얼굴에 아무런 빛도 내비치지 않은 채, 다시 뒤돌아서서 그를 마주했다.
그는 아까의 미소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신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그런 말을 던진 자신도 맘이 편치는 않았겠지’ 싶으면서도, 살짝 올라간 그 입꼬리가 진심이 아니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눈에 비친 그가 미웠다.
그저 한없이 그렇게 마주 선 마음속엔 소용돌이가 어지럽게 몰아쳤다. 지금 내 표정은 화가 나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그 감정을 숨기려고는 하지 않았다.
나마저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면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용대는 처음과 다를 바 없이 그저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제야 멋쩍은 티가 보이는 성용이 어쩔 줄 몰라하며 머리를 긁적이다 다시 용대를 바라보곤 입을 떼려고 할 때였다.
“ 응. 그래. 벌써 4년이네.”
용대가 입을 열자 성용의 얼굴이 한순간에 환해졌다. 걱정했었다. 어렵게 꺼낸 제 인사에 차갑게 등 돌린 그가 다신 제 얼굴을 보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지금 마주 서 그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제 인사의 대답을 했다는 사실 또한 믿기지가 않아서, 또 너무나도 마음이 놓여서 아슬아슬하게 쥐고 있던 긴장의 끈 또한 놓쳐 버렸다.
“ 잘 지냈…”
신이 나 다시 입을 연 성용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용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말을 멈춘 성용이 의아하게 용대를 쳐다봤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혼자 하하거리며 웃던 용대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성용을 똑바로 보았다.
“ 잘 지냈냐고? 하하…”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똑바로 선 용대의 눈빛엔 경멸이 존재했다.
그 눈빛에 당황한 성용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한 채 응시할 뿐이었다.
“ 기성용 씨.”
“…….”
“ 좋은 말로 할 때 들어요. 나는 더 이상 그 쪽이랑 얘기할 말도, 마음도 없으니까…”
당황으로 물들었던 성용의 눈에 언뜻언뜻 괴로움이 보였다.
아니, 그보다 더 이상 말하지 말았으면 하는 절박함이 보였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용대가 멈췄던 말을 이윽고 이었다.
“ 다신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말을 마치고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뱉으면서 다시 뒤돌아 걸음을 떼는 용대의 등을 한참 바라보았다.
복도의 끝으로 그가 향할수록 그는 점점 제 곁에서 멀어지는 게 실감이 났다.
역시, 그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제 얼굴을 그리 쉽게 봐 줄 리가, 제 말을 그리 쉽게 들어줄 리가 없는데
한순간, 그의 목소리를 듣는 그 찰나 놓쳐버린 긴장의 끈이 제 마음을 헐겁게 해서 용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더욱 더 아프게 꽂혔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이 턱 막혀서 아무 것도 못하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고만 있는데 이것 또한 미칠 것 같았다.
이번에 잡지 않으면 더욱 더 멀어져, 결국엔 정말 보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가 복도 끝의 계단을 내려갈 쯤에 성용은 다급한 마음 하나로 무작정 달렸다.
놓칠 수 없으니까. 전처럼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그저 용서받고 싶다. 그리고…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짧지 않은 복도를 허겁지겁 달려 계단을 내려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놀란 그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선 다시 앞을 보고 급히 가려하자 그의 손목을 잡고는 제 쪽으로 그를 당겼다.
그리고 그 양 쪽 어깨에 두 손을 올려 그가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당황한 용대가 빠져 나가려 제 팔을 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버티며 그 눈을 보며 말했다.
“ 할 말이 있어.”
두 사람 사이가 생각보다 가까워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용대가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심각했다, 성용의 표정이. 그리고 그 눈에 어느 때보다 절실함이 가득했다. 보고 있자니 마음 한 쪽이 애잔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용서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를 볼 자신이 없다.
그러니 여기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덮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
성용도, 용대 자신도 서로 때문에 더 이상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싶진 않을 테니까.
4년이면 충분하다 생각한다. 짧지 않은 그 나날동안 서로에게 상처로, 아픔으로 남았으면 이제 됐다.
용대는 제 생각이 현명하다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눈을 꾸욱 감고 다시 성용을 응시했다.
“ 좋은 말 할 때 들으라 했지.”
“ 잠시, 잠시면 되니까…”
미안하다. 성용아.
“ 후…”
“ 부탁할게. 정말… 잠시면 되니까…”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것이 우리를 위한 최선이야.
“ …너 같은 새끼랑 다시는 말 섞고 싶지 않아.”
툭. 성용의 두 팔이 힘없이 추락했다. 두 눈에는 공허함이 들어찼다. 용대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성용의 두 다리 또한 힘을 잃었다. 쿵,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단, 하나 알 수 있었던 건 지금 제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리다는 것뿐이었다.
급히 자리를 떠나 호텔을 나갔다. 무작정 택시를 잡고 런던 시내로 가는데, 눈가가 축축했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흐리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보다. 더욱 더 울적해졌다. 이내 곧 두 볼 위로 눈물이 흘렀다.
점점 더 마음 속 복잡한 감정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북받쳐 올라서 결국 소리 내 흐느껴 울었다.
미운 그를 원망하는지, 모진 말을 한 자신을 원망하는 지도 모른 채…
-
일도 일이지만 인터넷이 말썽이어서 엄청 늦게 돌아왔네요,... 으어 석고대죄합니다ㅠㅠ
고로 저는 다시 글을 쓰러... 새벽에 다음 편을 들고 오겠습니다 흐허하허
모자란 글 봐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이제 좀 우울한 티를 벗을 예...정....입니다 헤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