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여주, 반인반수 95%, 인간 5%로 이루어져 있는 이 세계에서 인간으로 생활하고 있다.
오늘부터 다닐 고등학교는 아미고등학교라고 반인반수들 중에서도 최상위, 대한민국에 총 20명밖에 없다는 최중종 반인반수들이 졸업 또는 재학하고 있는 학교이다.
즉, 재벌들이 모여있고 인간들은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한 학년에 한 명씩 뽑는다고 한다.
중학교 때 잘 받아놓은 성적 덕분에 아미 고등학교에는 수월하게 편입할 수 있었다.
전에 다니던 인간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는 사실이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중학교에서는 인간들만 모여 생활했었다.
그러니 반인반수에 익숙해지기는 어려웠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반인반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으로 이사까지 오면서 아미고등학교에 다니게 됐다.
학교는 호텔같이 가운데에 동그란 분수가 있고 외제차들이 그 동그란 분수를 돌아가며 아이들을 내려주는 형식이였다.
걸어오던 여주는 차 문을 열어주는 벨보이 같은 사람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염병"
한 아이가 차에서 내리자 시끄럽던 등교길이 한순간에 조용해지며 모두의 주목이 한 곳으로 몰렸다.
여주는 그 아이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생각했다.
'쟤랑은 엮이면 안되겠다.'
1층 로비로 들어가자 학교 안내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필요 이상으로 넓어 교무실을 찾기가 어려웠다.
학교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음악실을 발견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여주는 재벌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음악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들어가보니 딱 봐도 예고 뺨치는 그랜드 피아노는 물론, 오케스트라 부원들의 것으로 보이는 악기들, 하나에 몇 억씩 한다는 하프까지 보였다.
여주는 피아노를 눌러보기 시작했다.
여주는 '콩쿨에서 대상 몇 번 타봤다고!'라는 생각과 피아노를 쳤다.
치다보니 생각보다 감을 잃지 않은 것 같아 기분 좋은 여주, 연주를 끝내고 일어났다.
"누구세요?"
연주하고 있는 여주의 뒤에 한 학생이 서있었다.
"다시 한 번 쳐봐."
여주는 어이가 없었다. 부탁하는 어투는 어디로 쳐먹은거지.
"제 연주 비싸요."
"돈 낼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럼 비밀 알려줄게."
"제 비밀이요? 당신 비밀이 아니라?"
"어. 너도 모르는 것 같긴 한데."
"안사요."
"후회할텐데."
"지금 지각하면 더 후회할 것 같은데요."
여주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멍해진 남자를 두고 빠르게 음악실을 나왔다.
탁-
두리번 거리던 여주를 한 남자가 쳐서 넘어뜨렸다.
여주는 안 그래도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지만 죄송하다고 이야기 하려 하는데 남자가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쳐놓고 뭐하세요?"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쟤는 누군데 저 또라이한테 화를 내는거야.'
여주를 쳐다보던 남자가 실실 웃기 시작했다.
남자가 웃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다 반으로 뛰어갔다.
"?"
휑해진 복도에서 남자가 여주에게 물었다.
"너 무슨 수인이야?"
"네? 저 놀리시는 거에요?"
"수인 물어보는 게 놀리는 거야? 조금 무례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저 인간이에요."
"페로몬 향이 엄청 단데. 인간도 페로몬 향이 나?"
여주는 더이상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제 페로몬이 달든 독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한마디 던지고 여주가 겨우겨우 교무실로 들어왔다.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한 학생이 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주는 빡쳤다.
'아니, 이 학교 학생들은 사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실례인지도 모르는 건가?'
쉬는 시간, 같은 반인 아이가 여주에게 다가왔다.
"안녕 여주야."
"어, 안녕."
"난 정국이라고 해! 잘 부탁해."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는 거 같네. 나도 잘 부탁해."
뭔가 이상했다.
정국이가 한마디한마디 끝낼 때 마다 반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여주가 일어났다.
"어디가?"
"화장실 가게. 같이 가려고?"
정국이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ㅇ..아니!"
여주가 나간 반, 정국의 페로몬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어떤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려 떨기도 했고, 서있던 아이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기도 했다.
"얘들아, 표정 좀 풀자."
점심시간이 됐고, 정국이 여주에게 말했다.
"나랑 같이 밥 먹자!"
"그럼 원래 너랑 먹던 친구들은?"
"그 새, 아니 친구들은 괜찮아! 나 빼도 6명이거든."
"좋아, 그럼."
급식실에 도착해 정국이와 앉아 밥을 먹는데 갑자기 양옆에 식판이 놓이더니 교무실을 찾다가 본 얼굴들이 나타났다.
"단 향 대박이다. 여주야. 전정국, 니는 어떻게 친해졌냐?"
여주는 이 아이들이 전정국과 친하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기 전에 빡쳤다.
"이 새끼들은 아침부터 뭔 단 냄새 타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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