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 ...
석진: 왜 그렇게 얼어있어?
탄소: 난 이제 혼자야
석진; 어?
탄소: 너만의 약혼자! 사랑해!!!!
석진의 앞에선 한없이 가벼운 탄소라서 다들 깜박하지만 전혀 만만한 누나가 아니었음을.
탄소: ...아, 부서졌네
윤기: (동공지진)
누나의 작업실에서 윤기 형이 혼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윤기: 아니, 아니 그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누나 작업실을 갔는데 그, 프로그램이 누나 편의에 맞춰서 설정이 되어있던 걸 내가 잘못 건드린 거야
탄소: 자기 설정이랑 다르니까 헷갈렸던 거지, 딱 건드리고 바로 애가 어? 이러니까 나는 그때 이상한 걸 느낀 거고
윤기: ...진짜 앞으로 누나 작업실 안 가려고...
정말 프로그램만 실수했던 거냐, 한다면 그건 아니라는 윤기와 지난 일이니 그냥 넘어가라는 탄소.
자기 개인사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거의 화내지 않는 누나가 프로그램 잘못 건든 걸로 반응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윤기: ...어?
탄소: 뭐, 왜 너 뭐 잘못 건드렸어?
윤기: (창백)
탄소: 어... 그래... 아주 훌륭한 소음을 만들었구나
맞습니다. 그날 윤기가 헷갈린 찰나의 실수로 탄소는 근 일주일을 매달린 비트를 잃었습니다. 누나의 작업 방식을 아는 윤기라서 더 식은 땀이 흘렀다고 하네요.
탄소: 어, 야 너 움직이면 안돼
윤기: 어, 어? (움찔)
탄소: (이마 짚)
그리고 일주일을 짱 박혀있던 터라 어지럽던 테이블 위. 윤기는 실수했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 테이블의 장비를 넘어트리고, 장비가 넘어지면서 유에스비가 뽑히고, 그 뽑힌 유에스비가 반으로 쪼개지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이보다 참혹한 광경이 있을까 싶어요.
일단 윤기 본인이 음악에 대해 가지는 마음가짐이 남다른 친구인데, 장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친구인데 자기 물건도 아닌 남의 물건을 망가트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겠어요.
탄소: ...민윤기, 너 나 싫어하니?
탄소가 잠시 이성과 작별하기 직전이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탄소: 장비? 다시 사면 되는 거지 근데 (머리 쓸기) 그 장비 언제 조율하고 다시 프로그램 설정 맞춰두고, 애초에 저기 담겨있던 파일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이미 난리난 저것도 원래 잡아뒀던 그대로 복구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할 거고, 그치
윤기: 미안해 누나
탄소: 잠깐 들어봐도 되겠냐고 하던 애가 민윤기라서 걱정 안했더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또 굳이 굳이 사고를 쳐주고, 나 심심할까봐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근데 진짜... 너 알지, 나는 다른 애들처럼 딱 화난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좀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거
윤기: (동공 지진)
탄소: 괜히 여기 있다가 나한테 기분 상할 말 듣지 말고 돌아가 나도 내 기분 안 좋다고 네 기분까지 망치고 싶진 않으니까
딱히 살벌하게 다그치거나 한 건 없었는데 유치원 놀이방 같은 작업실에서도 무서움을 느낄 법했네요. 정국이 이야기만 듣고도 덩달아 누나를 피한 이유가 될 법합니다.
호석: 안무 연습하면서도 딱히 짜증내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잘 상상이 안돼
남준: 아니야 본보야지 1을 생각해봐
호석: (기억 안 남)
석진: 어~ 무서웠지~!
지민: 보면 형이랑 누나는 의외로 서로가 제일 무서운 거 아니에요?
석진: 엥? 그런가
지민: 맞는 것 같은데? 일단 연습생때 형이 군기반장하면서 누나 처음 봤을 때에도 여자라고 해서 딱히 봐주는 건 없었잖아요
석진: (기억 안 남)
남준: 이 사람들 정말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네
지민: 어! 형은 누나 안 무서워하는 구나?
석진: 아냐 나도 무서운데?
지민: 싸우는 게 무서운 거지 혼나는 게 무서운 건 아니잖아요
석진: (곰곰) 오... 예리해
탄소: 무슨 얘길 그렇게 하는데?
지민: 우리 팀에서 제일 무서운 누나가 무서워하는 건 진형이니까 진형이 제일 무서운 사람일까요?
탄소: 내가 제일 무섭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김석진이 여기 짱이라는 건 동의해
지민: 아 예에...
정국은 누나를 언제 피했냐는 듯 다시 놀자고 달려드는데, 윤기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요.
정국: 누나 나랑 운동하기로 했잖아여!!!
탄소: 누나 관절이 늙어서 이제 아파 정국아
정국: 언제는 스무살 응애랬으면서
탄소: 스무살 응애하기엔 곧 서른이더라
정국: ... (측은)
탄소: 뭐야 그 표정? 야 전정국 넌 나이 안 들 것 같아?
정국: 그거 누나가 지금 내 나이일 때부터 들어왔는데 확실히 누나에 비해선 튼튼한 것 같네요...
탄소: 와, 전정국 네가 어떻게 나한테...!
정국: 전 태형이 형이 아니에여!
탄소: 됐거든! 김태형하고는 나이 얘기 하지도 않아!
며칠이 지나 자연스럽게 누나와 다시 편해진 윤기. 그러면서도 누나 작업실은 함부로 들어가지 말자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말 아무 의도 없이 단순한 생각을 듣고자 누나가 보여준 노트에 양심이 무척 찔려서요.
탄소: 이거 둘, 실제 가사에 쓰면 심의에 걸릴까? 제출할 때엔 여쭐 게 있는데랑 안녕히 계세요로 써도 좀 그런가?
윤기: ... ...
엿 줄 게 있는데. 안녕히 개새야.
윤기: 누나가 전에 보여준 결제랑 결재 같네...
탄소: 아 그거, 뭐였지? 결제는 제가 긁었다고요? 이걸? 할 때 쓰는 거고 결재는 재수없는 부장님
윤기: 어... 그거...
원래 이런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그 이후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것 같단 말이에요.
하지만 김탄소는 방탄 중에서 가장 방탄에 진심인 사람. 최근 진행된 방방콘 이틀 모두 알차게 달리면서 그 스트레스를 모두 해소했다고 합니다.
탄소: 에요 내가 누구~ 박 지 민!
지민: 아 진짜 전화 걸어서 왜 그래요 나한테에...
탄소: 귀여운데 뭘
지민: 아악!
영상에서 본인은 별로 지금과 달라진 게 없어 재미가 없지만 다른 멤버들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거든요.
럽셀 디비디에서도 레불 영상을 보면서 몸부림치는 다른 멤버들의 반응이 웃겨서 같이 웃고 뒹군 거지, 딱히 본인이 웃긴 건 아니었습니다.
지한: 하루 종일 질리지도 않아?...
탄소: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한데 재밌잖아
지한: 누나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
탄소: 저때 많이 나왔어도 좋을 거 없어, 난 지금하고 달라진 게 많은 것도 아니고
멘트가 거의 없었고 대형에서도 꼭꼭 숨어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데뷔초 무대를 보아도 흑역사라 부를 만한 게 없는 탄소.
분량이 많았어도 마찬가지였을 법한 게, 데뷔 전부터 카메라에 익숙했으니 그 앞에서 잘 나오는 방법은 이미 터득한 후였으니까요. 본인 스스로 튀는 걸 원치 않아서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았고, 그냥 담백했거든요.
지한: 근데 저 화장은 좀 웃기네
탄소: 다 같이 저랬던 거니까 괜찮아
지한: (비웃음)
탄소: 웃어?
지한: 웃긴데? ㅋㅋㅋㅋㅋㅋ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한 스모키 메이크업도 탄소 혼자 담백했다는 건 아닙니다. 안 그래도 차가운 인상인데 아주 무시무시했던 시절이에요.
한평생 입어본 적 없는 힙합 스타일링까지 더해져서 장난 아니었죠.
탄소: ...음... 보면 볼수록 회사가 나한테 참... 대단한 만행을 저질렀구나 싶고...
지한: 그래도 지민이처럼 배는 안 보여줬으니까 됐지 뭘
탄소: 저 안무 연습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서 더 친해지기 힘들게 한 이유 중에 저 안무가 있었던 것 같아
지한: 지금은 속옷 브랜드까지 공유한다며
탄소: 어... 어? 뭐야, 너한테 말한 적 없잖아
지한: 지민이가 말해줬어
탄소: ...???
지민은 누나가 자기 놀리는 재미에 산다고 불평했지만 사실 누나 놀리는 재미에 사는 건 지민이 아닐런지요.
이튿날까지 완벽하게 방방콘을 즐긴 탄소는 이후 석진과 윤기를 본가로 초대해 선물받은 회를 넷이서 함께 먹었습니다. 아주 개운한 표정을 짓는 누나에게 고개를 내젓는 지한을 보며 묻지 않아도 지난 주말이 어땠는지 알 수 있었던 두 사람.
지한: 근데 이 조합 특이하다
탄소: 내 생각도 그래
지한: ?
석진: 탄소야 연하 어때?
탄소: 어... 갑자기? 음... 연하 같은 김석진 나쁘지 않지 (냠냠)
석진: ?? 아니 연어 어떻냐고...
탄소: ... ...
윤기: (푸흡)
지한: 큽, 흐윽, 누나, (웃음 참다가 눈물 남)
너무 개운했던 나머지 정신줄도 같이 흘려보냈던 것은 아닐까 걱정되네요. 당사자들도 신선한 조합이라 여겼는데 그 조합에서 말실수를 제대로 했으니까요. 이로부터 삼일간 놀림 받은 탄소는 어디에 말도 못하고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태형: 누나 잘 지내고 있어여?
탄소: 으응... 아마도...
태형: 목소리가 왜 그래요?
탄소: 그러게... 차라리 나한테 수치심이 없었으면 좋았을 걸...
태형: 네?? 숱이 심히 없었으면 좋았을 거라니요???
탄소: (뭔 소리야)
이 친구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도저히 흐름을 종잡을 수 없는 대화는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형들과 누나를 안을 때 차별 없는 막내 덕분에 엉덩이에 대한 보호를 주장하는 누나가 있어 이게 나름대로 중요한 고민이었다는 점에서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호석: 우리끼리 있을 때 하는 말이지만... 누나를 좀 존중해주지 않겠니...?
정국: ??
호석: (말잇못) 그... 엉덩,
윤기: 하하 그래 엉덩방아! 안아들다가 엉덩방아 안 찧게 잘 잡아줘야지, 마침 우리 정국이가 또 그런 건 잘 하잖아!
당사자가 본인 엉덩이에 대한 소유권을 석진에게 넘겨버려 상황은 더 이상해졌습니다.
탄소: 네 거야
석진: 뭐가?
탄소: 나
석진: ...그런데...?
탄소: 내가 네 거니까 내 엉덩이도 네 거 아니야?
태형: (물 뱉음)
탄소: 날 안아들면서 엉덩이에 팔을 받칠 수 있는 건 너 하나 아니냐고, 태형아 넌 어떻게 생각... 왜 물을 다 흘리고 앉았어?
태형: 아니, 컼... 아니, 케흑, 아니에요...
석진: (마른 세수)
탄소: 아니 엉덩이 이거 중요한 문제라니까? 너 내가 내 몸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데 잘한다는 말은 못할 망정 이럴 거야?
석진: 소중하게 여기는 게 맞는 거지...?
이젠 그 누구라도 탄소와 있으면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호석: 누나 아침에 막 일어난 모습 보면 가끔... 신기해요
탄소: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깨어난 것 같아서?
호석: 아 뭐래요, 세수도 안 한 얼굴이랑 다 늘어난 티셔츠 속에 손 넣고 등 긁으면서 하품하는 거 보면 경악스러울 만큼 신기하단 건데
탄소: 정호석 저거 아침부터 인성 아주 엉망이네 그래
정국: (체함)
호석과 탄소의 대화를 듣다가 말아먹던 시리얼에 체하는 정국은 이제 익숙해졌어요. 아침 풍경으로 못 보면 섭할 정도거든요.
석진: 오늘은 정국이가 시리얼을 제대로 먹었네?
정국: 기뻐요...!
석진: 그래그래, 네 누나랑 형이 죄다 이 모양이라 네 고생이 많다
탄소: 저기요 김석진씨 이 모양이라니 어감이 약간 의심스러운데요
석진: 부인 너무 섭하지 그러지마
탄소: 부인은 무슨, 너한테서 완벽한 외부인?
석진: ... ...
정국: (차라리 죽부인이 낫겠다)
태형: 누나 가끔 보면 되게 단호해
지민: 가끔이 아니라 원래 단호한 편이야 태형아
태형: 형 상처 받겠는데
지민: ...ㅎ
태형: ...웃네...?
지민: 아니야...ㅎ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의 흐름. 여기에 긴 시간을 함께 해오며 서로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랬으니까요.
탄소: 다음 앨범에선 신나는 노래로 널어야겠다
남준: 누나 솔로곡은 항상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탄소: 음... 윙즈는 퍼포먼스, 럽셀은 보컬이었잖아 이번 앨범은 무대를 했었다면 럽셀이랑은 다르게 조금 더 따라부르기 쉬운 느낌이었겠지만 막 신나는 건 아니었고, 그러니까 이제 남은 건 관객과 같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나도 이제는 그런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남준: ?
탄소: 많이 밝아졌다는 소리야 너네랑 지내면서
남준: 어 되게, 갑작스러운 말이네요
탄소: 맨날 뜬금없는 대화 많이 했는데 새삼...
남준: ㅋㅋㅋㅋㅋ 맞아요 처음부터 이러긴 했지
탄소: 근데 너 처음이랑은 다르게 더 이상 내 얼굴 보고 안 놀라네
남준: 아 예...
탄소: (절레절레) 이런 미모 흔한 게 아닌데 말이지
남준: 형이 들으면 참... 좋아하겠네요...
탄소: 김석진이랑 연애하는 거 반대하지 않아줘서 고마워
남준: 오늘따라 왜 이래요?
탄소: 아니, 뭐, 그 올해로 빅히트 입사 10년차더라고, 햇수로 따졌을 때... 내가 이 회사에서 데뷔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네가 있으니까 내가 데뷔할 팀이 생겨났던 거잖아? 그러니까 기분이 좀 신기해서
내 십대의 끝과 이십대 전부를 이 팀과 함께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남준: 뭐야, 누나 나 감동 받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죠
탄소: 나중에 김석진이랑 결혼할 때 한 번 더 쓸 테니까 그때도 감동 받아주길 바라
남준: (와장창)
탄소: 아, 얘기하니까 김석진 보고 싶다
도망치듯 쪼르르 사라지는 탄소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절 보는 남준에게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그래도 지금의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 전부 너로 인해 만들어진 팀에 들어오면서 만난 거니까. 고마운 거 진짜야.
탄소: 너 아니었으면 김석진도 못 만났겠지...
남준: 다 좋은데 마무리가 꽝이에요
전에 비해 편해진 누나의 모습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남준은 탄소를 따라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