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익인이들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그냥 일단 써본당
전남친이랑 있었던 일이니까 어떻게 헤어졌는지 까진 쓰는게 맞는거 같아서..ㅋㅋㅋ
말했듯이 고2 말에 친구들이랑 있었던 일 때문에 왕따를 당하게 됐어.
원랜 나랑 같은반 친구 세명 A B C 이렇게 네명이서 단짝이었는데
B랑 C는 노는걸 되게 좋아했었어
걸핏하면 야자 빼먹고 시내 놀러가고..
A는 그냥 남들 하는만큼 공부할건 하는 수준이었고 되게 쿨한 애였지
근데 고2에서 고3 넘어가는 봄방학 때 신장이 안좋아지셔서 엄마가 입원을 하게 되셨거든..
엄마가 입원해 있는데 딸이 기분 좋을 수가 없잖아?
지금까지 B C랑 같이 다니면서 놀았던게 너무 죄책감이 드는거야.
그래서 나도 공부나 좀 제대로 해봐야겠다.. 싶어서 B C를 나도 모르게 좀 멀리하게 됐었어
걔네가 기분이 상했는지
"박다빈 쟤 뭔데? 왜 혼자 공부하는 척해 재수없다"
하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고.
뭐 여기까진 내가 잘못한거니까 나도 할말은 없어.
사이가 틀어진 건 아마 그일 때문이라고 생각해.
우리학교는 막 공부잘하는 애들만 모여있고 대학 잘 보내고 이런 학교가 아니었어
반에서도 진짜 수험생답게 공부하는 애들은 몇 없었음ㅋㅋ.. B나 C 같은 애들이 대부분이었지
한 반을 100으로 본다고 치면
일진놀이하는 애들 10 + 걍 노는 애들 20 + 시키면 하고 안시키면 안하는 애들 50 + 진짜 공부열심히 하는 애들 20 이랬을 정도니까ㅋㅋ
B랑 C는 원래 50 쪽에 속해 있었는데 어느샌가 20 쪽 애들이랑 어울리고 있더라구
처음엔 B랑 C만 나를 욕하다가 거기에 20 쪽의 애들이 가세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왕따가 됨ㅋㅋㅋ...;
남자애들은 우리반 다른반 할거 없이 다들 내가 반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거 같았는데
여자애들은 복도에서 나 마주치면 일부러 어깨 치고 지나가고 그랬던듯ㅎㅎ
원래 여자애들 사이에서 소문이 빠르잖아
혹여 소문이 안났다 하더라도 걍 약간의 눈치만 있음 다들 알잖아.... 아 쟤 그거라며? 하는거ㅋㅋ..
남자애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으니 걍 방관만 하고 있을 뿐이지 알면서도 쉬쉬하는것 같았음.
그게 우리반과 우리학년의 암묵적인 룰 같은거였어ㅋㅋ
고3 초에서 본격적인 학기가 시작되는 그 사이에
학교 급식이 갑자기 중단되는 바람에;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했던 적이 있었어
그때 난 이미 왕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혼자 밥을 먹어야 했는데
반에서 먹기가 너무 눈치보이는거야ㅋㅋㅋ..
엄마가 입원 중이셨으니 아침에 학교 갈 때 점심으로 김밥을 사서 다녔는데
내가 김밥 포장을 까면
"으 씨발 어디서 김밥 썩은내 난다"
하고 누가 큰소리로 말을 꺼내. 그럼 김밥을 싸온듯한 누군가가 말을 받곤 했어.
"내꺼? 내 김밥? 오늘 산건데??"
"아니 니꺼말고~ 저~~~~쪽에서ㅋㅋㅋㅋㅋㅋ아 썩은내 쩔어"
한 2주정도 도시락을 사서 다녔던거 같은데
저러고 나선 여학생탈의실에 숨어서 밥을 먹었었어.
아무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누가 볼까봐 창문에 커튼 치고 허겁지겁 김밥을 집어삼키고 했던거 같다
고3때 교실은 4층 꼭대기에 있었는데 여학생 탈의실은 계단 바로 옆에 있었어
계단 건너편 복도 바로앞에는 남학생 탈의실이 있어! 그르니까 대칭관계임 말하자면ㅋㅋㅋ
여자애들은 춥다고 걍 반에 친한 애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그랬는데
몇몇 남자애들은 다른 반 애들이랑 같이 한 열몇명 정도 남학생 탈의실에 모여서 도시락 까먹고 했거든
(남학생탈의실에 고장난 냉온풍기가 있는데 애들끼리 수리해서 고쳤다고 들은거 같음ㅋㅋ...)
연수는 그 남자애들 중의 한 명이었어.
그날도 숨어서 밥을 먹고 있었어
그날 뭐 먹었는지도 생각난다. 매일 김밥먹기도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참치볶음밥을 했었지
그거 락앤락통에 곱게 담아가지고 학교갔는데 괜히 설렜었어ㅋㅋ.. 얼른 점심시간 되서 밥먹고 싶다 하면서.
한 며칠 혼자 밥먹다 보니까 처음에 탈의실에 숨어서 먹을때처럼 긴장되지도 않고 여유가 좀 생긴거야 ㅋㅋㅋ
탈의실 창문이 좀 큰편이라서.. 복도에서 다 보이니까 아무도 없는것처럼 커튼도 치고 먹었거든
밥 다먹고 아 이제 남는시간동안 엎드려 있어야지.. 하면서 일어섰는데
창문 너머에 누가 서서 날 보고 있는거야
연수였어
너무 놀라서 숨도 못쉬고 서 있는데 연수가 대뜸 묻는거야
"너 왜 혼자 밥먹어?"
(원래 했던말은 이게 아닌데 지금은 잘 생각이 안나... 이거랑 비슷한 말이었던거 같다)
그렇게 묻는데 할말이 없더라.....ㅋㅋㅋㅋ
근데 질문은 그렇게 하면서 이미 아는 거 같은 얼굴이었어
뭐라고 대답할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확인사살하려고 물어보는 느낌ㅋㅋ..
그것도 저렇게 직구로 물어볼거라곤 생각을 못했어
'여기서 뭐해?' 뭐 이런거나 말할 줄 알았지 난....ㅜㅜ
거기서 "나 왕따니까!!!!" 할 순 없잖아 ㅋㅋ
그래서 걍 "넌 여기서 뭐해?" 하고 되물었다?
연수가 대답은 안하고 입술 삐죽삐죽거리면서(나중에 알게된건데 이게 얘 습관같은거였음...입버릇;) 가만히 서 있다가
"아ㅋㅋㅋㅋㅋ완전 얌체다 너~ 도시락 얼마나 맛있는거 싸왔길래 혼자 숨어서 먹냐?"
이러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는 여자탈의실 창문을 두드리면서 열어달라고 하더라
???
창문 열어주니까 갑자기 손을 탁 내밀면서
"나도 도시락!" 하는거야
지금은 되게 웃긴데ㅋㅋㅋ 난그때 연수가 되게 부담스러웠어
나쁜뜻으로 한거 아니란건 알겠는데 왠지 여자애들이 시켜서 나한테 그러는거 같기도 하고
얼마전에 알게 된 애가 나한테 엄청 친한척하니까 ㅋㅋㅋ그게 좀 그랬어
아 쟤는 나 왕따당하는거 모르나? 하는데 생각이 미쳤을 때
굳이 그걸 티낼필요 있나 싶더라... 한명이라도 친구가 생기면 좋으니까 나한텐;
다만 얘가 여자였으면 했어.
왕따인 주제에 남자애랑 놀고 있으면 '여우같은 년 남자꼬시고 다닌다'는 얘기나 들을거 같아서.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여자친구가 참 절실했던 때였거든.
무튼 연수가 너무 친한척하니까 벙쪄 있었는데
걔가 탈의실 사물함을 똑똑똑 하고 노크하듯이 두드리면서
"사람 말할 땐 상대방을 보는거야ㅋㅋ" 함 ㅋㅋㅋㅋ
"어? 어어...." 하고 멍청하게 대답을 했어ㅋㅋ
그러고는 갑자기 패기있게 탈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여기 너무 추우니까 자기반에 가자고 하는거야;;;; 으아ㄱㅋㅋㅋㅋ
걔가 반대쪽 복도로 끌어가길래 난 연수네 반이 반대쪽복도에 있나 했었다?
근데 복도 첫번째 문을 확 열어재낌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남학생탈의실로 날 데려간거야 얜;
남자애들 거기서 밥먹는거 나도 아니까 좀 뻘쭘했는데
알고보니 남자애들은 금방 밥먹고 축구하러 간다고 하더라구...
아무도 없는 남자탈의실에 나 밀어넣었는데 확실히 온풍기가 있어서 그런가 공기가 훈훈했던듯
"여기서 몸좀 녹이고 가"
이러더니 문을 닫아주고 나서 연수는 그대로 자기 갈길을 갔음....
지금와서야 좀 설레는 얘기 같은데 진짜 저땐 진심으루 연수가ㅋㅋㅋ좀 부담스러웠어
모르는 애가 갑자기 막 친한척 한다구 생각해봐..
솔직히 기분이 많이 나쁜건 아니었는데; 누가 볼까봐 겁났던게 제일 큰 이유같아.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더라구.. 이걸로 꼬투리잡혀서 까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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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졌네 ㅋㅋㅋㅋ..
벌써 날이 밝았어
다들 좋은하루 보내! 난 새벽에 다시 찾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