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창순아."
기분이 좋았는지
창섭이 자신의 뒤에서 몰래 토하는 시늉을 하는지도 모른채
씩 웃으며 창섭의 애교를 맞받아쳐주는 성재다.
*
"잘가라 이창순~"
어감이 촌스러우면서도 생각보다 부르기 좋은 창순이라는 별명이 꽤나 마음에 든 성재는 연거푸 창순아, 창순아 해가며 창섭을 불러댔다.
"진짜. 제발 하지마 토할거같으니까 웩."
역시나 단 한마디도 서로에게 지지않는 성재와 창섭답게 헤어지는것도 세상에서 제일 요란스러워보인다.
*
고개를 높게 들고 하늘을 보는 성재는 구름이 오늘따라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하늘의 빛이 심하게 바란것같아 만약 손을 갖다대면 차가울것같아 약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
"이민혁...민혁..이민혁..."
남이 보면 무서울정도로 민혁의 이름을 노래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걷는 성재다.
이내 민혁의 어딘가 모르게 얄궂은 미소를 떠올린 성재는 살풋 웃더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민혁은 회사를 가야하니까 오늘 분명히 수트를 입었겠지?'
성재는 푸른 하늘에 오늘아침 볼 수 없었던 민혁의 수트입은 모습을 열심히 그려본다.
'키가 아담하긴 하지만 얼굴도 작고 팔다리는 길고 몸도 좋아보였으니까 아마 수트입은것도 멋질거야.'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민혁에게 까만수트를 입혀봤다가, 귀여운 무늬의 셔츠를 입혀봤다가 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던 성재는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빌라에 한번, 그 앞에 진짜 정장차림으로 서있는 민혁을 보며 더 크게 두번 놀란다.
속으로 하도 '이민혁. 이민혁.' 하고 불러서 그런지
아니면 상상속의 모습과 똑같이 빌라앞에 서 있는 민혁의 모습이 너무 예상밖의 일이어서 인지
허깨비같은 민혁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이민혁!"
하고 크게 소리쳐버렸다.
덕분에 민혁은 토끼같이 커진 눈으로 자신을 부른 사람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하다
성재를 발견하곤
"어! 성재씨 또 보네요~"
하며 자리에 서서 환하게 웃는다.
성재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반말이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민혁이 너무 평온히 대답하는 바람에 딱히 신경쓰지 않는건가 하고 안심한다.
잰걸음으로 민혁의 옆에 선 성재는 가방에서 얼른 얇은 공책하나를 꺼내 땀을 흘리는 민혁에게 살랑살랑 부쳐준다.
"땀을 막 흘리네..."
하며 땀방울이 떨어질듯, 떨어질듯 아슬하게 매달린 민혁의 턱끝을 응시한다.
'이런것까지 야하게 보이면 정말 큰일인데...'
자신의 변태력을 의심하고 절망하는 성재다.
이런 성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민혁은 연신 앞을 바라보며 성재가 부쳐주는 바람에 의지해 열오른 두 볼을 식힌다.
"더운데 여기 서서 뭐해 얼른 들어가지 않고."
어색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술술 나오는 반말에 성재는 자신의 용기와 뻔뻔함을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인정한다.
"아... 회사 동료가 경비실에 뭘 맡기고 갔대요. 그것 좀 찾느라구..."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잔뜩 쌓인 택배물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경비아저씨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민혁이다.
성재는 민혁이 저리도 고대하는 물건이 뭘까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나 그 회사 동료가 보내준 물건이기에 중요한것일까 하는 생각에 괜한 질투심도 생긴다.
"그게 뭔데 그렇게 눈이 빠지게 기다려?"
툴툴대는 말투로 투정을 부려보는 성재지만 역시나 민혁은 성재를 본 척도 하지않는다.
괜히 기분이 상한 성재는 민혁의 두 볼을 손으로 잡아 잔뜩 누른 후 자신을 향해 돌린다.
"여길 봐야지."
눌려진 볼에다 커진눈을하고 성재를 똑바로 보는 민혁의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귀여웠다.
"ㅇ..에...?"
어안이 벙벙한 민혁은 자신의 얼굴을 감싼 성재의 손이 참으로 크다고 생각했다.
"말을 할땐. 이렇게 눈을 보고. 맞지?"
흰 셔츠에 정장바지를 입은 민혁은 진짜 어른같았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성재지만 여전히 민혁을 대할때는 무의식중에 어린아이 대하듯 하게되는 성재다.
왠지 어른스러운 성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민혁은
"여기 이거 맞지 총각?"
하는 경비아저씨의 부름에
"아 네.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꾸벅 숙인 후 택배를 봤다 정면을 응시했다 하며 멍- 한 얼굴로 발을 내딛는다.
자신의 고개를 살짝 숙여 멍해보이는 민혁의 얼굴을 봤다가
저러다 넘어지진 않을까 바닥도 봤다가 바삐 눈을 움직이는 성재도 민혁의 옆에 바짝붙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자신의 층은 누르지 않은채 정신을 놓고있는 민혁을 본 성재는 자신의 층을 냉큼 누른 후
"정신 안 차릴거야?"
하고 민혁의 눈 앞에 손을 휘휘 흔든다.
"...네? 아! 아... 미안해요. 그나저나 성재씨 어디갔다오는 길 이에요?"
이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성재에게 눈을 맞추며 말을 하는 민혁이다.
"아~ 학ㄱ...."
학교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려던 성재는 왠지 자신이 민혁보다 어리다는게 민혁에게 지는것같은 기분이 들어 말을 하려다가 목이 턱 막혔다.
"뭐에요 그 옷..? 그거 이 앞에 고등학교 교복 아니에요?
"아...그..."
"뭐야.. 히히 이름표도 있네? 육 성 재. 성재씨꺼에요? 왠 교복?"
입을 손으로 막으며 쿡쿡대고 웃는 민혁은 성재가 고등학생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눈치다.
민혁의 굳은 믿음에 자신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밝힐 엄두조차 나지 않는 성재는 우물쭈물대며
갑자기 닥친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오늘 평일인데 동창들이랑 추억여행이라도 한거에요? 하하하 성재씨 생각보다 로맨틱하네요?"
"그... 그게말이죠.."
죽어도 자신의 양심에 찔리는 일은 못하는 성재는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고,
앞으로를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민혁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걸 알고있었다.
"뭐에요 그 반응...? 부끄러워서 그래요? 왜요~ 잘 어울려요! 꼭 진짜 고등학생..."
마치 죄라도 짓는듯한 표정의 성재를 보며 설마 하는 표정을 짓는 민혁이다.
"말 안해서 미안해요. 안물어보길래 그냥 말 안했어요... 고등학생 맞아요. 나."
민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눈덩이 처럼 커지는걸 막기위해 급하게 존댓말을 써보는 성재다.
숨기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것을 탓하는 성재다.
아니면 애초에 반말을 해버린 성재의 결정이 무모했던걸까?
처음으로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한 성재는 민혁의 기분이 나쁘진 않을까 민혁의 얼굴을 살폈다.
"잠깐만.. 성재씨 이건 너무 순식간이잖아..."
성재의 이름표를 봤다가 다시 성재의 얼굴을 보니 왜 처음엔 몰랐을까. 싶을정도로 성재의 얼굴이 앳돼보이는 민혁이다.
안그래도 성재를 만난후 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온갖 일들을 다 겪으며 재밌지만 외줄을 타는것도 같은것이
지루했던 자신의 삶이 파란만장해 졌다고 민혁은 생각해왔다.
마치 고요한 자신의 마음의 냇가에 성재가 불쑥 찾아와선
맑은 얼굴로 작은 돌을 퐁 퐁 던져대는것처럼
성재가 하는 말과 행동, 모두 다 알수없는 이유로 민혁에게 묘한 파장이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파장이려나. 하고
상황과는 어울리지않게 여유로운 생각을 해보는 민혁이다.
"미안해요... 정말로. 혹시 기분 나빠요? 생각해보니 새파랗게 어린게 반말하고. 야단치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저는 제 행동을 반성합니다. 라는 얼굴로 민혁을 바라보며 묻는 성재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얼굴이다.
저런 얼굴로 저렇게 한껏 뉘우친다는 표정은 반칙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민혁이다.
민혁은 자신의 비위를 나름대로 맞추려는 성재의 모습이 한없이 어려보인다.
'그렇게 어른스럽게 굴더니.'라고 생각한 민혁은 살풋 웃으며
"성재씨. 잘못했을때 존댓말하는건, 습관이에요? 만약에 맞으면... 그거 나한테 좀 불리할 것 같은데."
하며 성재를 바라보곤 작게 웃는다.
***
오랜만이죠???
역시나 자까는 안와놓고 맨날 오랜만이라고 합니다.
하하하하ㅏ하하ㅏ하.....ㅎ.........
요즘 자까는 열심히 공부중이에요.
근데 그게 머릿속에서 막 섞여서 글이 이상해진것같아으ㅡ인라ㅣㅜㅇㅎ;나ㅠㅠㅠㅠㅠ
이거 올리고 좀 있다가 공지 올릴거에요. 별건 아닙니다ㅠㅠ 그냥 소통하고싶어서..ㅎㅎㅎㅎ...
오늘은 어땠나요??
갑작스러워 보일 수 도 있지만 사실 자까의 예상보다 전개가 늦어졌었습니다. ㅎㅎ
성재가 고딩인건 한 6~7화 정도에 들키는걸로 계획해 뒀었는데 결국 9화에.... 흐허..
살짝 불안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뻥~ 하고 터져버리는게 앞으로의 전개에는 더 좋겠..죠...?
암호닉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피드백, 맞춤법지적 환영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