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아아아- 몇 달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건데 그것도 안 돼? 우리가 뭐 여행가서 뭔 짓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등학교 친구들인데! 별일 없을거야. 눈 딱 감고 한 번만 가자! 응?]
"아 몰라.. 남자친구도 있는데 남자애들도 있는 여행가는 건 좀 그래. 나도 너네 보고 싶지 당연히!"
[야, 너만 남자친구 있냐? 너가 몰라서 그렇지 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어. 그래도 간다잖아. 그러니까 너도 가자 응? 너 없으면 분위기가 안 산단 말이야-]
"아 알겠어 일단 생각은 해볼게 됐지? 끊어."
[너 빨리 결정해! 이왕이면 가는 방향으로!]
잘생기고 웃을 때 폭 파이는 보조개가 이쁘고 너빚쟁을 엄청 아껴주는 두 살 연상의 남자친구, 그러니까 선배지. 이홍빈과 너빚쟁은 사귀고 있어. 사귄 지 그렇게 오래 된 건 아니고 두 세달 정도? 그래서 아직은 호칭을 선배라고 부르고 있는. 홍빈은 다 좋은데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자기 말고 다른 남자들이 너빚쟁과 만나거나 인사하는 것 도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거? 사실 단점도 아니지. 그래서 너빚쟁은 홍빈이를 위해서 왠만하면 다른 남자랑 안 만나려고 하고 홍빈이랑 있을 때는 눈인사만 살짝 한다거나 하면서 이쁘게 잘 사귀고 있지.
그런데 졸업하고 대학 입학한 뒤에는 다 뿔뿔히 흩어져서 같은 대학에 입학한 제일 친한 친구 말고는 연락도 잘 안 되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어떻게 다 연락해서 모았는지 이 친구가 금요일부터 주말동안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는 거지.물론 여자애들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짐 싸고 출발 할 수 있는데 오케이할려고 하니까 남자애들도 있다는거야. 고등학교 다닐 때는 엄청 친하게 지냈지만 지금은 버젓이 남자친구도 있고 해서 안 가려고 하는데 애들이 자꾸 가자고 매달리는거지.
결국, 안 간다고 안 갈 거라고 떼 내다가 떼다가 하도 끈질기게 들러붙어서 이 여행을 가지 않으면 내 삶이 앞으로 힘들어지겠구나 싶어서 결국 너빚쟁은 오케이해버렸어. 근데 홍빈이한테 말하면 분명히 싫어할 거란 말이지. 간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남자친구가 안된다고 해서 못 갈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고, 허락을 안 해줄 수 도 있을 뿐더러 어떻게 허락을 한다 해도 얼마 안 되는 2박 3일 일정이지만 너빚쟁이 잘 노는 사이에 홍빈이는 걱정한다고 잠도 제대로 못 잘게 분명하단 말이야. 그래서 결국 너빚쟁은 홍빈이한테는 비밀로 하고 다녀오기로 했어.
"선배! 바빠요?"
[아니- 넌 뭐하느라 이제 연락했어? 기다리고 있었잖아.]
"죄송해요. 아침부터 수업있었어요!"
[아 맞다. 오늘 수업 제일 많은 날이었지? 근데 왠일로 전화로 했어? 부끄럽다고 카톡으로 하더니.]
"아, 저기 선배, 저 내일부터 한 2-3일 못 만날 것 같아요."
[어? 왜 갑자기?]
"과제 때문에요. 엄청 많아가지고 이번 주에 밤새서 다 할려고요! 내일부터 집 밖에 안 나올 거 같아요. 폰도 못 볼것 같고."
[나보다 과제가 더 좋은거야? 3일동안 못 만나면서 과제하는게 어딨어..]
"에이 왜그래요- 대신 과제 빨리 끝내면 선배랑만 데이트 할 건데? 과제 미루고 데이트하지 말까요?"
[아니!... 최대한 빨리 끝내야 돼? 막 밥도 안 먹고 과제만 하고 그러지말고? 알았지?]
"알겠어요. 걱정하지 말고 월요일에 봐요!"
이렇게 사흘 동안 과제 때문에 집 밖에서 안 나올 거라는 거짓말을 하고 다음 날 여행을 떠났어. 처음에는 거짓말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었는데 점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에 홍빈이의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정말 열심히 신나게 놀았어. 이른 감이 있지만 휴가철이 아니라 한적한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고 진짜 재밌게 놀았지.
어느 새 이틀 밤이 지나고 또 점심 즈음 까지 마지막으로 놀다가 출발해서 밤 늦게야 서울에 도착했어. 너빚쟁은 집이 서로 반대 방향인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고 너빚쟁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거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 드디어 집 문 앞에 도착했는데 뭔가 평소랑 느낌이 이상해서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계단 쪽을 봐.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서 컴컴한 계단이 으스스해서 살짝 몸을 떨고는 얼른 번호키를 누르려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갑자기 불이 켜져. 너빚쟁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고 숨만 흡, 하고 들이키고 계단을 다시 봤는데 웃고 있지만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홍빈이가 불을 켜려고 손을 위로 뻗은 채로 벽에 기대 서 있어.
"빚쟁아."
"서, 선배..."
웃는 얼굴 그대로 계단을 한칸 한칸 올라오며 너빚쟁에게 다가가는 홍빈. 웃고는 있지만 화가 났다는 게 느껴져서 너빚쟁은 다가오는 홍빈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지만 얼마 못 가 현관문에 막혀서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게 돼. 덜덜 떨면서 어느 새 너빚쟁의 코 앞에 와 있는 홍빈이를 바라보는데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진짜로 예뻐서 숨이 막힐 듯한 웃음을 짓고 있어. 하지만 너빚쟁은 지금 홍빈이는 폭발 직전이라는걸 느낄 수 있어.
"빚쟁아."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움찔, 하면서 홍빈이를 바라봐.
홍빈이는 그런 너빚쟁을 보면서 웃고 있던 얼굴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굳혀버리지.
"우리 빚쟁이-. 과제 한다고 3일 동안 나 못 본다고 하지 않았나?"
"......."
"밤 새서 과제한다고, 집 밖에도 안 나올 거라고 하지 않았나?"
"....선배.."
"그런데, 우리 빚쟁이는, 누구랑, 어디서, 짐까지 싸 들고, 과제를 하고 왔어요?"
처음 보는 굳은 표정, 처음 듣는 화난 목소리와 처음 듣는 존댓말에 너빚쟁은 이제 진짜로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야. 끝까지 거부 할 걸, 아니면 말이라도 하고 갈 걸, 왜 몰래 가서는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을까.
홍빈이는 굳은 표정 그대로 너빚쟁의 손목을 잡고 뒤로 끌어내더니 번호키를 누르려고 덮개를 올려.
"비밀번호."
"네, 네?"
"비밀번호 가르쳐 달라구요, 빚쟁아."
너빚쟁은 가르쳐 줘도 되나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제가 할게요, 할 용기가 없어서 웅얼대면서 비밀번호를 불러. 홍빈이는 빠르게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서 잡고 있던 너빚쟁의 손목을 끌어서 집 안에 밀어 넣어. 너빚쟁은 아무 말 없이 집 안에 들여보내지고 이홍빈은 너빚쟁이 놀라서 떨어뜨렸던 짐가방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와. 어쩔 줄 모르고 손만 쥐었다 폈다, 손가락만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는 너빚쟁을 보고 안 들리게 한숨을 푹, 쉬어. 그리고는 다시 잠시 놓았던 손목을 잡고 너빚쟁의 방 안으로 들어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 너빚쟁을 문에 밀어붙여. 너빚쟁은 밀어붙여진 채로 홍빈이의 얼굴을 쳐다봤다가 여전히 굳어있는 얼굴을 보고 황급히 고개를 숙여. 그런 너빚쟁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오른손을 올려서 너빚쟁의 턱을 받치고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들어올려. 너빚쟁은 그래도 홍빈이를 차마 쳐다볼 수 없어서 고개는 들었지만 아니 들어올려졌지만 시선은 피해. 홍빈이는 그런 너빚쟁을 보고 픽- 하고 웃어. 너빚쟁은 기분이 좀 풀렸나 싶어서 슬쩍 홍빈이의 얼굴을 보지만 풀린 게 아니야.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는 걸 보니까 풀린 게 아니라 화가 더 난 것 같아. 너빚쟁은 이제 어떡해야 될 지 모르겠고 무섭고 그래서 아예 눈을 꽉 감아버려.
눈을 감고 문에 밀쳐져서 살짝 떨고 있는 너빚쟁을 본 이홍빈은 웃음이 터져버릴 것 같아. 아무리 화난 연기를 했다지만 이렇게까지 겁을 먹고 어쩔 줄 모르는 게 너무 귀여워서.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웃음소리를 꾹꾹 눌러 참고 아직까지도 눈을 꼭 감고 있는 너빚쟁의 얼굴로 조용히 다가가서 입을 맞춰와. 너빚쟁 흠칫해서 감았던 눈을 떴더니 살짝 감긴 홍빈이의 눈이 바로 앞에 보여. 너빚쟁은 눈을 뜬 채로 홍빈이의 입맞춤을 받아냈어. 분명 짧은 순간이었지만 길게 느껴지는 입맞춤이 끝나고 홍빈이는 눈을 뜨면서 입술을 서서히 떨어뜨려. 예상은 했지만 자신을 보며 멍하니 눈을 뜨고 있는 너빚쟁의 모습에 이번엔 진짜로 웃음이 터져버려. 그리고 홍빈이의 웃음에 다시 어리둥절해진 너빚쟁.
"...?"
"빚쟁아. 이렇게 귀여우면 어떡해?"
"..네?"
"내가 장난으로 화 좀 냈다고 막 어쩔 줄 모르고 계속 고민하고 그러면 귀여워서 미치겠잖아요, 이 오빠가."
"....뭐에요, 장난이었어요?"
"처음엔 진짜로 화냈었는데 니가 너무 당황하고 그러니까 귀여워서 화 다 풀리고 장난친거야. 몰랐지? 이 겁쟁아. 겁은 엄청 많아가지고, 누가 보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
"아 뭐야 진짜- 왜 장난쳐요... 진짜 무서워서 다리 풀리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진짜 어디 갔다 온거야? 들었을때 내가 또 화내고 그렇진 않겠지?"
"...선배, 사실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여행 다녀온거에요."
"뭐야. 그럼 말을 하지 왜 숨겼어?"
"그게... 남자애들도 있었거든요. 제가 안 갈려고 그렇게 버텼는데 결국 져서... 선배 기분 상하거나 걱정할까봐 비밀로 하고 갔어요. ....진짜로 죄송해요 선배"
결국 사실대로 말해버린 너빚쟁. 혹시나 도로 화나서 아까와 같은 상황이 올까 봐 말을 마치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꽉 감아버려. 곧 위에서 들려오는 풉-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홍빈의 따뜻한 몸이 너빚쟁의 살짝 떨고 있는 몸을 감싸 안아.
"빚쟁아."
"..네, 선배"
"나는, 우리 빚쟁이 믿어. 그래서 여행에 남자애들이 있다고 해도 너가 가고 싶다고 그랬으면, 기꺼이 보내줬을거야."
"...네."
"오히려 집에 3일 동안 있을 거라던 애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집 안에 사람의 기척이 없는데, 내가 걱정을 안 하고 배겨?"
"선배 그저께부터 지금까지 그럼 여기서 기다리신거에요?"
"...아 덥다. 갑자기 왜 이렇게 덥지?"
"...선배, 안 되겠어요. 오늘 늦었으니까 저희 집에서 자고 가세요. 이틀 동안 잠을 안 자면 어떡하자는 거에요? 몸 상하면 누구 손핸데 저를 그렇게 대책없이 기다리고 있어요, 속상하게. 적당히 기다리다가 아무도 없으면 집에 갔어야죠! 선배 왜 그렇게....읍"
"너 분명히 자고 가라고 했다? 그러니까 잔소리 그만 하고 빨리 누워. 너도 여행 갔다 와서 피곤할 거 아냐. 같이 자, 내일 강의 있어?"
"읍는드.....(없는데...)"
"그럼 내일 아침에 씻고, 얼른 여기 누워. 누우라니까?"
너빚쟁의 꽤 사이즈가 큰 침대 한쪽에 누워서 빈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치면서 누우라고 얘기 하는 홍빈. 너빚쟁은 이래도 되나 싶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조용히 올라가. 올라가자마자 홍빈이는 너빚쟁 쪽을 향해 돌아눕더니 너빚쟁을 꽉 안아버려. 너빚쟁은 안 그래도 한 침대라서 떨려 죽겠는데 안아버리니까 심장이 터질 지경이야. 너빚쟁의 심장소리를 들은 홍빈이는 처음에는 한번 안고 자기가 내려가서 자려고 했는데 너빚쟁이 너무 귀여워서 생각을 바꿨어.
"빚쟁아,"
"ㄴ,네?"
"오늘 잘못했어요, 안했어요?"
"잘못..했어요."
"그럼 벌로, 잘때 너 안고 잘거야."
"..네? 아니 그.. 선배?"
"왜? 나 계속 화낼까?"
"....아니요.."
"그럼 이대로 자는 거야 진짜로. 아, 우리 빚쟁이 따뜻하다. 내가 안아주고 있으니까 잠 잘 올거야. 얼른 자자, 우리 빚쟁이."
"...선배도 잘 자요. 이틀 동안 차가운 복도에 서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오늘 이렇게 안고 잘 건데 뭐가 미안해. 이제 말 그만 하고 자자. 너 목소리에 졸린 티 난다."
"....선배, 진짜 고맙고 사랑해요.. 잘 자..."
막상 품에 안기고 나서 몇 분이 지나니까 오히려 따뜻한 품에 긴장이 풀려서 사랑한다는 말 까지 내뱉어버린 너빚쟁.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홍빈은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분명히 쓰기 시작할 때는 매우매우 괜찮았는데
점점 뒤로 갈수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끝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못맺겠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서 구독료는 10P만....하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무릎꿇고손들고서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