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사진안에!
카디는 운명이죠 애정이에요 |
이건 명백한 진실 흐브흐브르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거알아요? 이거 내 실화에요 물논 내가 경수고 상대방이 니니라는 약간의 허구와 망상을 섞은ㅃ!!!! 여러분 카디는 사랑이에요 (실신) |
오전 9시, 새벽부터 달린 기차는 종착역에 점점 가까워 졌지만 약간 스산한 정적이 맴돌았다. 창가에 기댄채 잠들었던 경수는 서울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 소리에 슬며시 눈을 떴다.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손에 꼭 쥐고 잠들었던 종이가방 손잡이 때문에 손에 땀이 흥건했다. 계속 한 자세로 움직이질 않았더니 뻐근해진 몸이 아파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했다.
"안늦겠지?"
신입생 집합은 11시까지. 시간를 보고 살짝 조급해져 경수가 표정을 찡그렸다. 역에서 조금 먼데, 어떡해야 하지. 고민할 새도 없이 짐을 다 챙겼는지 확인해야 했다. 옷꾸러미, 세제, 책가방. 어제도 기숙사에 짐을 한가득 가져다 놨는데 짐이 산더미였다. 묵직한 무게에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양손에 짐을 한아름 들고 내리는 문 근처로 이동한 경수가 멍하게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 없는데?
비를 맞고가야 하나 고민하던 경수는 그냥 입고있던 야상점퍼의 모자를 쓰기로 했다. 작은 얼굴을 다 가리는 큰 모자가 경수의 시야마저 가렸다.
"너 서울예고가는거지?"
자신을 톡톡 두드리는 손길에 뒤돈 경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 사람을 보았다. 고개를 살짝드니 자신보다 키가 한뼘은 더 커보이는 사람이 저와 똑같은 교복을 입고있었다. 저 처럼 가방을 메고 이불꾸러미를 품에 안고. 적어도 자신보다는 짐이 간단해 보였다. 살짝 고개를 끄떡거리는데 문이 열렸다. 같은 학교 학생인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경수는 기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 애가 따라내려서는 경수를 다시 불렀다.
"너도 신입생 맞지? 같이갈래?"
아, 응.
오래 걸리는 길을 혼자가는것 보단 둘이서 가는게 낫다고 생각한 경수는 그렇게 대답했다. 걸음을 옮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둘다 말이 없었다. 묘한 정적에 말이라도 걸까하는데 그 애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
"어? …광주. 너는?"
"나는 대전에서. 아, 과는 무슨과야?"
"나 실음과…"
"그렇구나. 나는 현대무용과야. 아, 나 잠깐만."
역을 막 나가려는데 그 애가 잠깐 기다리라며 편의점엘 들어갔다. 경수는 잠시 짐을 내려놓고 그 애를 기다렸다. 곧 있으니 그 애가 우산을 하나 들고 편의점에서 나왔다.
"택시타고 갈래?"
학교 입시설명회, 면접,기숙사 배정. 기타 등등의 이유로 여러번 들락거린지라 택시는 돈낭비라고 생각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그러자고 했다. 어차피 시간도 얼마 없고, 무엇보다 짐이 너무 많았다.
택시승강장으로 가는데 그 애가 우산을 씌워줬다.
같이쓰자.
그 애가 선하게 웃음지었다. 나른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눈이 예쁘게 접혔다. 아- 하고 경수가 멍청한 소리를 했다.
양손에 짐을 든 경수에 비해 비교적 손이 자유로운 그 애가 우산을 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발 밑에 떨어지는 빗방울만 보고 걷는데 툭툭-하고 자꾸 그 애가 어깨를 쳤다.
위험하니까 앞에보고 걸어.
그 말에 고개를 들어 그 애를 바라보자, 아까처럼 그저 웃고만 있었다. 경수는 걸음을 걸으면서도 계속 그 웃는 얼굴만 쳐다봤다.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돌린 그 애가 물었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로 가는 도중에도 경수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근근히 그 애와 택시기사님의 담소가 오갔지만 경수는 그저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도착할 때 쯔음, 리터기를 확인한 경수가 지갑을 찾았다.
"오천원만 내. 내가 택시타고 가자고 했잖아."
"그런게 어디있어. 같이 타고 왔는데."
택시비는 대략 이만원. 무슨 생각인지, 어떤 생각으로 저를 배려하는지 알지만 어딘가 자존심이 상한 경수는 그냥 만원을 꺼내 그 애 손에 쥐어주었다. 경수에게서 만원을 받아든 그 애가 또 살풋 웃었다. 그 웃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경수는 이 생각도 저 생각도 아닌, 그냥 그저 웃는게 참 보기 좋은 애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기서 친구 기다려야 해서. 먼저 들어가."
"아, 그럼 나중에 보자."
"참, 우산가져가. 비 맞겠다. 그거 하나 나 주고."
"내 짐은 왜? 넌 우산 안써?"
"나는 친구 온다니까~. 그리고 너 그러고 어떻게 우산 쓰고가냐. 좀 이따가 너 찾아서 갖다줄게. 얼른 들어가."
경수의 짐을 하나 뺐어들고 한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는 얼른 들어가라고만 했다. 줄곧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저도 같이 기다려주겠다던 경수도 그 애가 자꾸 등을 떠밀자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들어갔다. 신경이 쓰여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경수에게 그 애는 그냥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가르켜 줬네. 나도 쟤 이름 모르는데.
현대 무용과라고 했나? 이따가, 꼭 물어봐야지.
어딘가 모르게 살짝 들떠버린 경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