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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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신경쓰여서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살이 난 것 같다.
날씨가 꽤 따뜻하졌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목도 아픈데 일어날 힘이 없어 전화기를 든다.
약 좀 사다달라고 부탁하려는데, 선생님한테 하자니 며칠동안 연락도 안하고 냉랭한 상태여서 머뭇거려져서 5분을 고민하다 결국 성우에게 문자를 보낸다.
[성우야 나 몸살 난 것 같은데 약 좀 사다주라ㅠㅠㅠㅠㅠㅠ]
문자를 보내자마자 다시 쓰러지듯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어느새 창문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성우한테 연락했었는데..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보는데 [ㅇㅋ] 답장 하나 빼고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냥 문앞에 놓고 간건가..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아진 것 같아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오는데,
.
왜, 언제 온건지도 모를 선생님이 식탁에 앉아있다.
내가 나오는 인기척에 선생님도 나를 쳐다본다.
엄청 오랜만에 보는건데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봤을때보다 훨씬 살이 빠져있었고,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선뜻 말을 걸수가 없다.
"..."
"..."
선생님도 마찬가지인지 아무 말이 없다. 내 집인데 어색한 기운에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한참을 선생님과 눈을 맞추다 바보같이 다시 방에 들어와버렸다.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밖에 있는 선생님 눈치만 보다가 핸드폰을 들어 성우한테 문자를 보낸다.
[옹성우]
[웅 ㅎㅎ]
[너 안왔어?]
[안갔는데. 형이 가셨을걸]
[형?]
[너 남자친구]
뭔소린가 싶어 답장을 쓰고 있는데, 선생님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쪽으로 걸어온다.
침대에 앉은채로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쳐다보자 아무말없이 내 앞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이마에 얹는다.
"...괜찮아요" 하며 고개를 살짝 돌리자 선생님 손이 허공에 머물다 이내 떨어진다.
"아직도 화났어"
"...."
"화났나보네"
"..."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그동안 우리한테 있었던 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는 선생님이 너무 밉다.
"화가났다 풀렸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왜 왔냐고 묻고싶지도 않아 그냥 그대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썼다.
"여름아"
"..."
"여름아"
"...왜요"
계속 그자리에 서서 나를 부르는 선생님에 이불을 뒤집어 쓴채로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한참동안 말이 없는 선생님이다.
"헤어질까, 우리."
심장이 쿵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이 말 밖에는 표현 할 말이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선생님은 항상 내 편일줄 알았는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대답도 못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또 말을 한다.
"저번에 성우랑 있는거 보고 전화한거야. 둘이 있는거 보니까 잘 어울리더라."
진짜 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건지..
"생각해보니까.. 14살은 좀 너무한것 같기도하고."
"이제 일 바빠져서 더 신경도 못써줄거고"
그 이후로도 계속 뭐라고 말하는데 이불속에서 눈물 범벅이 된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없이 계속 눈물을 닦아내는데, 선생님이 또 성우 얘기를 꺼낸다.
"아픈데 나한테 연락 안하고 성우한테 한거면 너도 성우 좋아ㅎ,"
"그딴 소리 할거면 그냥 집에 가요"
나도 성우를 좋아한다니. 진짜 말같지도 않은 소리만 계속 하며 내 속을 긁어대는 선생님이 너무 미워서 이불을 걷어내고 선생님을 째려보며 말했다.
"..울어?"
그럼 내가 헤어지잔 소리를 듣고도 멀쩡할 줄 알았나.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모르나.
우는거 알아주고 달래주면 더 서럽다고, 우냐는 소리에 아예 꺽꺽거리며 소리내어 울자 선생님이 침대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묻는다.
"왜 울어"
그말에 대답하지않고 계속 소리내어 울자 선생님이 손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머리아파, 울지마."
헤어지자는 사람이 왜 또 이렇게 다정한건데..
선생님 손을 치워내고 일어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
여전히 내 침대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도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
"쌤은 뭐가 그렇게 쉬워요"
"..."
"만나는것도. 헤어지는것도. 어떻게 그렇게 한순간에 하는데요.."
자기가 헤어지자 했으면서 뭐가 그렇게 슬픈건지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선생님을 보니 더 속상하다.
"우리가 지금 헤어지면..."
".."
"지금 헤어지면... 진짜 나랑 섹스하려고 만난거잖아요.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요? 내가 성우를 좋아한다고?"
"..."
"그냥.. 그냥 미안하다 그 한마디 하는게 그렇게 어려워요? 미안하다는 말보다 헤어지자는 말이 쉬워요, 선생님은?"
"...아니"
"..미안해요, 쌤. 선생님 피곤하고 힘든 거 다 아는데 내가 너무 투정부렸어요. 그냥 더 사랑받고 싶어서 투정부린건데.. 그런건데, 그게.. 그냥 서로 너무 예민해서 그런거잖아요.."
"..."
"...맨날 안만나도 되고. 밤늦게 퇴근하고 와서 그냥 잠만 자도 되고.. 아니, 같이 안자고 그냥 전화만해도 되고.. 그냥.. 그냥 쌤 바쁘면 내가 신경 안쓰이게 할게요. 나도 내 할일하면서.. 그냥 그렇게 기다릴게요. 쌤한테 더 사랑해달라고 투정 안부릴게요."
"..그게 무슨,"
"그냥 나랑 잠만 자도 되니까 우리 안헤어지면 안돼요?"
"..."
"나는 아직 쌤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쌤이랑 못헤어지겠는데.."
말하다보니 또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데, 선생님이 침대에서 일어나 내 앞에 마주선다.
"이여름"
여름아도 아니고 이여름이라 부르는 선생님이 너무 어색하다.
이름을 불러놓고 아무말도 안하기에, 고개를 들고 선생님을 쳐다보자, 선생님이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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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씻고 나와 선생님이 내 이마에 손을 얹어보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향한다.
언제 사온건지 약을 잔뜩 들고서, 물한컵과 함께 나에게 내민다.
"약 먹고 한숨 자"
"..."
불안한 내 눈빛을 읽었는지, '옆에 있을게'하며 안심시켜주는 선생님이다.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 옆에 같이 누운 선생님을 끌어안으니, 오랜만에 맡는 선생님 특유의 향이 너무 포근하게 느껴진다.
불편할까봐 거절했는데도 굳이 팔베개를 해주고 다른 한손으로 나를 꽉 끌어안은 선생님이 나지막이 속삭인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러면 난 그대로 품안에 안겨서 고개만 살짝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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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을까?]
그 날 이후로 선생님은 다시 예전의 김태평으로, 아니 어쩌면 예전보다 훨씬 더 다정한 김태평으로 변했다.
똑같이 늦은시간에 퇴근해도 항상 1시간동안은 나랑 하루 있었던 일과를 얘기했고, 종종 야식도 시켜 먹었으며, 물론 섹스도 빼놓지 않았다 ㅎ..
[EP. 옹성우랑 김태평]
"어서오세요~"
".."
"..어.. 안녕하세요..-"
편의점문을 열고 들어와 곧장 계산대 앞에 선 태평을 바라본 성우는 당황했지만, 먼저 인사를 건냈다.
".. 김태평이에요- 여름이 남자친구"
소개를 하며 명함을 건내주자, 성우가 냉큼 받아들고 '네! 알아요!!'하고 답한다.
"혹시-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아, 말 편하게 해도 되나?"
"네..! 네. 당연하죠 ㅎㅎ"
"여름이랑 좀 다퉜는데, 대신 잘 좀 챙겨줘-"
.
요새 맨날 저기압이더니 기어코 병이 난건지 아프다는 연락을 해온 여름이다. 나보고 약을 사오라는데,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나한테 부탁하는거야.
아직 여름이를 좋아하기에 내가 달려가서 점수도 따고 얼굴도 보고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싸웠어도 애인은 애인이니까.
그때 명함받고 연락은 한번도 안해봤지만, 이런건 알려줘야겠지 하는마음으로 명함에 적힌 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형, 안녕하세요! 여름이 친구 옹성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름이가 좀 아픈 것 같아서요. 형이 한번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여름이가 형 바쁘시다고 연락 안하고 저한테 한 것 같아서 대신 알려드립니다.]
[ㅇㅋ 고마워]
이 형은 생긴거랑 똑같이 문자도 엄청 시크하시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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