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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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랑 카페에 와서 앉아있던게 언젠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랜만이다..
마주보고 앉아, 손만 잡고 있어도 행복해서 날아갈 것 같다.
"진짜 쌤이랑 카페에서 데이트하는거 엄청 하고 싶었어요!!"
"ㅋㅋㅋ신났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안해- 이제 바쁜일 끝났으니까 자주 오자."
"ㅎㅎ완전 좋아요."
"우리 여행갈까?"
"여행?"
"응. 멀~~리."
"ㅋㅋㅋ멀~~~리? 어디요?"
"여름이 가고싶은데로"
"음.. 저는!!! 미국이요!!!"
"그래"
"엥?"
"왜?? 싫어?"
"아니... 그냥 해본소린데 너무 흔쾌히 그래라고 해서.."
"ㅋㅋㅋㅋㅋㅋ"
"이런게 으른인건가.."
"ㅋㅋㅋ가고싶으면 가는거지"
"돈이 없는걸요?"
"난 있는데"
"..."
"나 혼자 가야겠네~"
"....그래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나는 한국에서 클럽도 가고 남자들이랑 술도 마시고 막"
"막 뭐?"
"막!!!!! 막! 흥"
"나는 미국가서 쭉쭉빵빵 누나들이랑"
"미쳤나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쌤한테 누나면 벌써 다 결혼했을걸요"
"그럼 어린 동생들이랑"
"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가 먼저 했으면서"
결국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득없이 장난만치다 내가 삐진걸로 상황이 끝이난다.
.
집에서 혼자 뭐해먹을까 고민하며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사진을 하나 보냈다.
무슨 글자들이 잔뜩 쓰여있어 확대해서 보니.. .....비행기 e티켓...?
다음달에 출발하는 미국행 비행기표였다. 이사람 진짜 혼자 갈 생각인건가....?
[뭐에요?]
[비행기 티켓]
[미국가여?]
[응]
[혼자???????????]
[아니 너랑]
곧 사진이 하나 더 왔는데, 이번엔 내 이름으로 된 티켓이었다.
[??????????????]
[가고싶다며]
[쌤 부자에요?]
[아니ㅠㅠ 일년동안 굶어야돼ㅠㅠㅠ]
[아ㅡㅡ]
[ㅋㅋㅋ여름이 먹여살릴 돈은 있어]
[이건 먹여살리는게 아닌데..]
[여름이 하고싶은것도 다 해줄수있어]
[그럼 지금 우리집 올래여?]
[미안]
[아주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민망해서 장난만 치는데 선생님은 또 다 받아준다.
.
돈은 걱정하지말고 하고싶은거 다 말하라길래 진짜 여태까지 유튜브나 sns에서 본 미국의 핫플레이스는 다 읊은것 같다.
"...그냥 미국에서 사는게 낫겠는데...?"
"그정도에요...?"
"가고싶은데만 한 100개는 될 것 같다"
"흐어.... 그럼..... 어....."
"ㅋㅋㅋㅋㅋㅋㅋ"
"웃지마요ㅠㅠㅠ난 다 진심이었는데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는 못정하겠어요ㅠㅠㅠㅠ 그냥 쌤이 정해요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왜울어"
"ㅠㅠㅠㅠ다 가고싶어서 못고른단 말이에요ㅠㅠㅠㅠㅠㅠ"
"이여름 어린이 ㅋㅋㅋ"
"김태평 아저씨"
"야"
"헷... 농담~ 쌤은 미국가면 뭐하고 싶어요?"
"...콧구멍 벌렁거리지 마세요"
"내가 언제"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거에요?"
"여름이"
"...옷은 입고있죠?"
"ㅋㅋㅋㅋㅋㅋㅋ"
"아까 진짜 변태같이 웃었어요, 쌤.."
"아. 생각하니까 하고싶다"
"못들은걸로 할게요."
"뻔뻔해졌네"
"뭐라구요?"
"여름이 예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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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는 좋겠네~ 미국도 가고~"
"오빠가 벌써 삼촌한테도 말했어요!?"
"말만 했겠냐?"
"그럼요!?"
"맨날 전화해서 호텔은 어디가 좋냐고 물어보고~ 어디가 밥이 맛있냐고 물어보고~"
"ㅋㅋㅋㅋㅋ오빠가요???"
"응. 맨날 우리 여름이가 어쩌구저쩌구. 여름이가 좋아하는게 어쩌구저쩌구. 귀에 딱지 앉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그랬어요?"
"...오바하는거야.."
전화기를 붙잡고 떠들었을 선생님이 너무 귀여워서 물어보자 민망한지 딴청을 피우는 선생님이다.
"오바??????? 야. 열심히 가르쳐줬는데 그러면 섭하지."
"삼촌도 미국 많이 가봤어요!?"
"많이는 아닌데..-"
"근데 어떻게 다 가르쳐줘요??"
"....그.. 뭐... 그냥.."
"저새끼 전여친이랑 미국 엄청 자주갔었거든 ㅎㅎ"
민망함에 가만히 있던 선생님이 한방 먹였다.
"하여튼 도와줘도 은혜도 모르는새끼야, 너는."
"ㅎㅎ내가 뭘?^^"
"근데 삼촌이 전여친이 있다는게 더 놀랍다.."
"그치"
"여름아 너도 김태평 닮아가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뇨.. 그냥.. 뭐랄까... 삼촌은.. 평생 혼자였을것 같ㅇ.."
"간다. 니들끼리 평생 잘먹고 잘살아라. 다신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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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달간 밤낮없이 일하는거 지켜보면서 병나겠다.. 싶었는데 기어코 아무탈 없이 일을 끝내더니 긴장이 풀린탓인지 좀 한가해지자 바로 병이 난 선생님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화하는데 목소리가 제대로 안나오고, 계속 기침하길래 아프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는 말을듣고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히익.... 몸이 완전 불덩인데요..?"
선생님 얼굴에 손을 얹어보니 열이 있길래, 손을 잡았더니 손도 뜨겁고. 진짜 온몸이 불덩이 같다.
"안아팠어요???"
"아팠는데"
"아팠으면 병원을 가야지"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거야."
"밥은요? 약은? 머리는 안아파요? 목말고 아픈데는??"
"하나씩 물어봐.."
"아.. 우선 누워있어요! 죽 끓여줄게요!!"
"그거 먹고 더 아프면 어떡해?"
"ㅡㅡ"
아픈와중에도 꼭 장난을 치는 선생님을 째려보자 ^__^ 표정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선생님이다. 아프니까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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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있는 재료들로 대충 죽을 끓이고 선생님을 깨우러 갔는데, 열때문에 더웠는지 윗옷은 벗어버리고 이불도 대충 덮고 잠든 선생님이 보인다.
'쌤-'하고 몇번을 불러도 안일어나길래 나도 옆에 누워 가만히 선생님 얼굴을 보는데, 그동안 진짜 힘들었는지 얼굴살이 쏙 빠진게 괜히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힘든 사람한테 투정만 부렸으니, 선생님도 충분히 서운했을만 하다. 더군다나 아파서 자고있는 선생님한테 갑자기 너무 미안해져서 눈물이 한방울 흐른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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