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엄마….”
병실 이불을 잡고 흐느끼며 우는 시우민, 그런 시우민의 슬픔과는 달리 잔인하게도 고요한 병실엔 '삐-'소리만이 공허히 울려퍼졌다. 시우민은 너무나도 울었는지 헐떡이며
숨도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병실 밖 복도에서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열고 의사선생님이 들어온다.
”선생님, 안돼요 ! 우리 엄마 이대로 죽으면 안 돼요.“
선생님의 무릎을 붙잡고 애걸복걸하는 시우민, 선생님은 조용히 안경을 벗어놓고 내려놓으며 우는 시우민을 일으킨다.
“살리고 싶니?”
“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의사선생님이 손바닥을 펴자 하늘색 빛의 덩어리가 밝게 병실을 비췄다. 자정이 지난 저녁에 불도 키지 않은 병실이 환할 정도로 그 빛은 밝게 비췄다. 그 마술같은 빛이 시우민은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보였다.
“이건 얼음의 능력이다. 신의 조각이기도 하지. 너는 앞으로 11조각의 신의 조각을 다른 아이들과 싸우고 죽여서 찾아내야 한다. 할 수 있겠니?”
“죽인다구요? 하, 할 수 있어요”
죽이라는 말에 잠시 겁먹은 듯 보였지만 엄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자, 그럼…”
의사 선생님은 그 빛을 자연스럽게 내 속으로 밀어넣었다. 몸 속에선 마치 씹지 않은 육질의 무언가를 삼킨 듯한 찝찝함과 답답함이 속을 더부룩 하게 만들었다. 금세라도 구토를 할 것만 같았고 역겹기에 그지 없었다. 그러나 토해낼 수 없었다. 그래선 안 될것 만 같았다. 한참동안 가슴팍을 붙잡고 방에서 나뒹굴던 시우민은 고통을 참지 못한 체 기절을 해 버리고 말았다.
“하아-, 이제 시작인가 아이들의 사투가”
그 시각 이후로, 그 의사 선생님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 어디에도 기록이 남지 않은 체로.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평화도 없었다.
나른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이제 자신들의 청사진을 위한 야망으로 죽고 죽인 뒤에야 올 전리품일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