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군주 上
부제 : 날아들다
w. 뜨다
틀고 보시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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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내가 잠자리에 들지 않을 때면
보모가 해주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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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잠자리에 드셔야합니다."
"으으응...싫어...."
"안돼요. 시간이 늦었어요."
"싫어 더 놀다 잘꺼야!"
"쓰읍....공주님께서 잠자리에 들지 않으시면
춤추는 군주가 공주님을 잡으러 올지도 몰라요."
"춤추는...군주...?"
"네.
세상에서 가장 고운 춤선을 가진채 사람을 홀려
가장 잔인하게 죽인다는 군주요.
그 군주를 만나면 누구든 살아남지 못한다구요.
그런 군주가 공주님을 잡으러 왔으면 좋겠어요?"
"싫어..."
"그럼 춤추는 군주가 오기전에 얼른 잠자리에 드실까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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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내가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고 있을 때면
내 등을 토닥토닥 해주며
나지막하게
"그런 군주를 보시면 꼭 춤을 끝까지 보지말고 피하셔야 합니다."
라고 당부를 해주곤 했다.
'춤추는 군주'라....
어렸을 땐 그저 무섭기만 했던 존재였지만
점점 커갈수록 나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어떤 춤선이기에 사람들을 홀리고
죽음에 이르게 까지 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 궁금증도 얼마 가지 못했다.
곧 황궁에는 큰 전쟁이 일어났고
황궁사람 모두가 대피하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공주님 서두르셔요"
"알겠어 빨리가자"
간단한 짐을 챙긴 뒤 나도 궁녀 몇명과 함께
궁을 빠져나갈 채비를 했다.
그렇게 몇몇의 궁녀들과 함께 궁을 빠져나가고 있었을까
어딘가에서 분주한 궁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운 선율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멈춘곳은 궁중음악실
"공주님 빨리요. 시간이 없어요."
걸음을 멈춘 나의 뒤로 한 궁녀가 재촉했다.
"나는 곧 따라 갈테니까 먼저 가있어"
"저희가 어찌.."
"명령이야 어서 먼저가 나는 뒤따라 갈테니까"
나의 말에 궁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한 뒤 먼저 빠져나갔다.
나는 궁녀들과 헤어진 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소리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궁중음악실에 들어섰다.
이곳은 신기하게도 난리통인 밖과는 상반되게
매우 평화롭고 또 평화로웠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음악실 중앙에 있는 무대에서 세상 누구 보다도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는 군주를...
소문대로
아니 어쩌면 소문보다 더
아름다운 춤선을 가지고 있었다.
춤추는 군주를 본 순간 춤을 끝까지 보지말고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그에게 매료되어
그의 춤을 더 갈구하고 있었다.
"와...."
마치 아름다운 나비처럼 몸짓하나하나가 가벼웠고
특히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중간중간
춤에 취한 듯 흘리는 미소는 더 나를 미치게 했다.
그때였다.
춤을 추던 그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순간 몰래 엿보다 들킨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온몸이 굳어버렸다.
도망쳐야되는데..
머릿속은 온통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굳어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그가 다가 왔다.
"일국의 유일한 공주님을 이런 비상사태에 혼자두게 하다니...
좀... 너무 한거 아닌가?"
"그걸 어떻게...?"
공주로써 공식적으로 얼굴을 보인적이 없기에
내가 공주라는 걸 아는 사람은 왕실 안에 사는 사람들 뿐이였다.
특히나 그것도 처음보는 다른 나라의 군주가
내 얼굴을 안다는 것 자체는 더더욱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어때요?"
정체를 들킨 내가 어버버하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자신의 춤에 대한 감상평을 물어오는 그다.
군주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 치고는
너무나 티없이 해맑게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나는 더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ㅇ...예뻤어요..."
"예뻤어요?"
나의 대답에 자신의 얼굴 한 쪽을 받히곤
다시 되물어오는 그
원하는 대답이 ...이게...아닌가...?
"아니..멋있었어요..."
"멋있었어요?"
이번에도 다시 되물어오는 그다.
뭔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말투로
한참 왜그러는 걸까를 생각하던 중 그가 내게 말했다.
"흠....근데 그 춤...예쁘거나 멋있으라고 춘거 아닌데?"
"네...?"
"소름끼치라고 춘건데"
그의 표정이 순식간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전에는 너무 해맑게 웃어서 정말 군주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면
지금 그의 표정은 영락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무서운 '군주'
그 자체였다.
나는 두려움이 엄습해 점점 뒷걸음질 쳤다.
이젠 정말 도망쳐야했다.
그 순간
'퍽'
나는 누군가에게 내 뒷목을 맞고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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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야"
얼마나 지난걸까
뒷목에서 느껴지는 뻐근한 통증에 서서히 눈을 떴다.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니
낯선 천장이 먼저 나를 반겼다.
밤인지 주변은 온통 깜깜하고
그 가운데 내 옆에서 유일하게 촛불 하나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주변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을까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요?"
그였다.
침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탁자에 앉아
촛불에 의지해 책을 읽고 있던 그는
내가 깨어나자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를 보고는 깜짝놀라 물었다.
"여기는 어디죠? 당신은?"
"우리 공주님은 내가 누군지 모르나?"
"설마...진짜..."
"진짜....?"
"춤추는..군주..?"
나의 대답을 들은 그는 푸스스 웃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내 진짜 이름. 내 진짜 이름은 몰라요?"
"네..."
갑자기 인질로 잡아놓고서는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는 그를
나는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
"내 이름은 차학연이예요."
차....학연....
춤을 잘추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였다.
그렇게 그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이면서 생각했다.
그는 왜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굳이 알려주는 것일까?
나는 왜 여기있는 걸까?
여긴 어딜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내표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그가 말했다.
"보아하니 나에게 궁금한게 많나본데
차차 물어봐요.
여기 꽤 오래 있을 것 같은데.
괜히 탈출하려고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요.
괜히 발버둥치다가 다치지 말고"
그의 말에 이제서야 확실해졌다.
내가 확실히 납치당한 거란걸....
어느 순간 이불을 꽉 쥐고 있었던 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움크리고 있지마요.
내가 아무대책 없이 인질을 죽일만큼 멍청하진 않아.
그리고 내 춤을 봐준 귀한 관객인데
되도록이면 살려드려야죠.
안그래?"
그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나는 내가 어떤 자세로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침대 받침에 딱 붙어 쪼그려 앉아
잔득 겁먹은 양 이불을 꽉쥐고 있는 내 자세를 말이다.
그는 다시 빙그레 웃으며 나가기 직전에 내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종종 올께요.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찾으러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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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뜨다입니다:)
우선 인티에서 글을 쓰는건 처음이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엉성한 부분이 엄청 많을텐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팬싸 일화보고 예전에 써둔거 한번 가져와 봤어요
하...증말..앓다 죽을 쨔굔...
귀엽고 섹시하고 멋지고 다정하고 혼자 다해(*ૂ❛ᴗ❛*ૂ)
반응 좋으면 이 시리즈 말고도 여러가지 주제로 종종 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