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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춤추는 군주 中





부제: 머물다.





W.뜨다









그가 그렇게 가고 
나는 하루 동안 꼼짝없이 
이곳에 있어야 했다.
여전히 어딘지도 모르겠는 이곳에서
나는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여긴 어디인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는지
아버지는 무사하신 건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등등...

내가 아는 거라곤
내가 포로인 것,
현재로서 나는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했다.

여기에 있는 것은 그리 힘이 들진 않았다.
포로들을 잡아놓는 곳이라기엔
너무나 쾌적해서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다.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
.
.


그는 늦은 밤이 돼서야 내게 찾아왔다.

늦은 밤 대책만 세우다 지쳐 머리를 식힐 겸
주변에 보이는 책장에서 대충 책 한 권을 골라
촛불 하나에 의지해 읽고 있었을까.
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내가 기다렸던 그가 들어왔다.

그는 함께 들어오려는 병사들을 거절하고는 혼자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그의 팔을 잡고 물었다.


"아버지는 무사하신 건가요?"

"잘 지냈어요?"

"여긴 어디인가요?"

"필요한 건 없어요?"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불편한 건 없고?"

"인질이라면서 감옥이 아닌 이런 곳에 가둬둔 이유가 뭐죠?"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



그는 나의 계속된 물음에 잠시 입을 닫고는 잠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그 후 얼마 동안의 정적이 지났을까

그가 다시 입을 뗐다.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일단 침착하고 

원하는 답변이 있다면 내 물음에 먼저 대답해요."


"......"


"자, 다시 물을게요.
불편한 거라든지 필요한 거 없어요?
음식이 입에 안 맞는 다든지..."


"없어요. 

인질이 이만한 환경에서 잡혀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해야죠."


"그냥 잠시 여행왔다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요.
나 막 인질 함부로 다루는 그런 사람 아니야."


"네. 아직은요"


"자,그럼 내 물음 하나 대답했으니까 하나만 물어보게 해줄께요."



그의 말에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지만 
꾹꾹 다시 억누르며 
그 중 가장 절박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아버지는 무사하신가요?"

"네"

"여긴 어디인가요?"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쓰읍...질문은 하나만. 이미 하나 했잖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그에겐 얄짤없었다.

그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준뒤
방을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테이블 위에 내가 읽다만 책에 눈길을 두었다.



"지젤...이라는 책이네요?
이 책 좋죠"

"......"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책 읽던 중이였어요?"

"......"

"나도 이 책 좋아해요.
내일 밤이 오기전까지 이 책 다 읽을 수 있죠?"

"......"

"대답이 없네...흠....
아니다 다 읽어요.
다 읽고 나랑 이야기해요."

"......."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그럼 질문 2개 하게 해줄께요"



그의 제안에 나의 눈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께요.
잘자고 내일봐요."



그는 나의 그런 눈을 본건지 살풋 웃고는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방을 나갔다.






춤추는 군주






(지젤 : 춤을 좋아하는 시골 아가씨 지젤이 로이스라는 시골 청년으로 가장한 귀족 알브레히트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연적 힐라리옹이 로이스의 신분을 폭로하고 때마침 사냥하러 온 공주가 그의 약혼녀임을 안 지젤은 미쳐 춤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그렇게 지젤은 깊은 밤 무덤에서 나와 숲을 찾아오는 젊은이를 숨이 끊길 때까지 춤을 추게 하는 윌리(결혼하지 않고 죽은 처녀의 영혼)가 되는데 어느날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 알브레히트는 윌리들의 포로가 되고 지젤은 아직도 사랑하는 그를 지켜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가까스로 새벽의 종소리가 울려 요정들은 물러가고 알브레히트는 구원을 받고, 지젤은 안식처로 돌아간다는 내용)




나는 그렇게 하루종일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지젤이라는 책을 읽었다.


춤을 좋아하는 그에게 어울리는 책이랄까?

책을 다읽었을 때 쯤
오늘도 역시 그가 찾아왔다.



"책 다 읽었어요?"

"네"



그는 나에게 다가와 책을 들고는 한번 촤르륵 살펴본뒤 말했다.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이루지 못할 사랑의 아픔과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영원함이라...
멋지지 않아요?"

"그래도 별로 탐탁지는 않네요.
어쨌든 알브레히트는 약혼녀가 있음에도 신분과 함께
지젤을 속였잖아요.
지젤이 불쌍해."

"그래도 나는 춤으로써 사랑하는 이를 구해줬다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어렸을 때 내 꿈이었거든"



그는 계속 대강 넘기고만 있던 책을 덮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군주보다는 춤꾼이 되고 싶었어요.

명령을 내리는 최고의 권력자가 아닌

여러가지 아름다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춤을 추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근데 사람의 인생이란게 쉽지는 않잖아요.

이런 이야기는 동화라 멋있는 거고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엔 슬픔이 서려있었다.
그의 말에 나까지 숙연해져
어느새 방안의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그 분위기를 느낀 그는 다시 웃는 낯을 하곤 내게 말했다.



"아참 새로운 춤을 만들었는데 봐줄래요?"



하고 웃는 그를 보니
왠지 거절을 할 수 가 없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의 손에 이끌려 방을 나섰다.
방 밖의 병사들이 그런 나를 보곤 다가와 연행하려 했으나
그에게 곧 제지당했다.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됬다 그럴필요 없어
어짜피 못도망가"


그의 카리스마있는 말에 병사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고

이후 그는 나의 손을 잡고 궁의 제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궁의 가장 꼭대기 가장 끝방의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띈건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진 

높은 천장이였다.

그 밑에는 크고 넓은 단상이 양옆으로 두개가 있었고 

한쪽 벽은 거울로 되어있었다.


나는 들어가자 마자 그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본 그는 뿌듯해하며 말했다.



"멋있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내가 직접꾸민.
이곳에서 만큼은 군주가 아닌 진정한 춤꾼으로써 숨을 쉴 수 있죠"



그는 나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안내한 다음 앉혀주었고
다시 반대편 단상으로 가 춤을 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준비를 마쳤는지 내게 신호를 보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곳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함께
그의 춤이 시작됬다.

그의 춤을 본 건 이번이 두번째였다.

처음엔 그의 어마무시한 카리스마에 매료되었다면
지금은 그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매료되어
보면 볼수록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는 한마리의 새와 한마리의 나비를 동시에 연상시키게 했다.

그만큼 부드러웠고 자유로웠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다른건 몰라도 지금 이 춤을 추고 있는 그는
행복해 보였다

굉장히.

그렇게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어느새 음악은 끝이 났고
동시에 그의 춤도 끝이 났다.
나는 왠지모르게 가슴한켠에서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무대를 끝낸 그는 수건으로 땀을 닦고 숨을 고르며 내가 있는 반대편 단상으로 다가왔다.


"하...하....어땠어요?"

"나비 또는 새...같았어요.
자유로워보였고 부드러웠고 아름다웠고 행복해보였고."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나비..새...자유..행복..."



정리없이 뱉은 나의 감상평을 그는 다시 곱씹었다.
한참을 곱씹던 그는 나를 보곤




"역시 왠지 모르게 당신이 한 감상평은 뭔가 다르게 느껴진단 말이죠?"



라고 의미 모를 말을 했다.
그 말이 어떤의미인지 몰라 눈만 끔뻑이고 있는 나를 보며
그는 푸스스 웃고는 내가 걸터 않아있는 단상에 벌러덩 누우면서 말했다.



"기분좋다는 말이예요"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조금은 놀랐지만
가슴한켠이 따뜻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해봐요. 질문"



춤때문에 잊은 줄알았던 내 질문을 그가 챙겼다.




"전쟁 상황은 어때요?"

"여전히 무섭고
당신 아버지는 화가 많이 났고
여러군데에서 피가 난무하는데
결판은 져야하고.
만만치 않아요
그 쪽이든 우리든
정말 간절하거든
그 땅이 없으면 우리 백성들은 식수를 얻기가
어려워 지거든요."



처음알았다.
이 땅이 이렇게 까지 중요했는지.
우리 아버지야 워낙 땅욕심이 많으신지라
모든 왕이 다 그럴꺼라 생각했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진심으로 자신의 백성을 사랑하는게 보여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럼 인질이라면서 이렇게 편의를 봐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그냥 일개 병사들을 시켜도 될텐데"


"내가 어렸을 때 포로로 잡혀간적이 많았거든요.

근데 잡혀있는 동안 누군가 잘해주면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는 말을 마치곤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민망해져 괜히 시선을 틀어버렸다.

진짜 사람홀리는 재주는 다분한 사람 같았다.

그런 나를 보고 그는 다시 푸스스 웃더니 

단상에서 일어나 내게 돌아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춤추는 군주





그리고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그는 나를 찾아왔다.
늘 전쟁터에서 전쟁을 마치고 나에게 온다는 그는
항상 위협적인 갑옷대신 무용복을 입고 나를 찾아왔다.
또한 가끔씩 나를 그만의 공간에 데려가 춤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그의 무용도 좋았지만 무용복 또한 좋았다.
언제나 해사하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있는 그의 순수함이
잘 묻어있는 것 같아 참 좋았다.

저번에 봤을 때도 그랬지만
무용복을 입고 있는 그는 참 멋져보였다.

아니,
어쩌면 요즘엔 그를 좋아한다는 말을 무용복이 좋다는 말로 대신했을지도 모르겠다.

참 철없고 어이가 없었지만
인질로 잡혀있는 와중에도
우리 나라가 위험한 와중에도 점점 그가 좋아져 버렸다.


그렇게 이 곳에 잡혀온지 한달이 지났을까.



오늘도 역시 그가 찾아왔다.
다른 때 보다 많이 지쳐 보였지만 
그래도 그는 밝았고 다정했다.

얼마나 이야기를 했을까
책을 고르다 무심코 스친 그의 어깨가 축축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깜짝놀라 그를 보았고
그는 인상을 살짝 쓰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왜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의 오늘 따라 넓었던 소매를 어깨부근까지 올렸고
그 끝엔 잘 치료되지 못한 깊은 상처가 들어났다.
나는 놀라며 그에게 말했다.


"이러고 여태 버틴거예요?"

"약속한 시간에 오려고 치료를 대충했더니..."

"하...진짜....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어요."


나의 걱정어린 말에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살풋 웃으며
내 허리를 감싸안고는 말했다.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왜요? 오늘은 좀 더 있다가고 싶은데..?"


나는 아무렇지 않아보이려 과감히 날 안은 그를 떼어냈다.


"이런 몸으로 여길 더 있겠다고요?
안됩니다.
그건 제가 싫어요."

"인질 입장에서 말이 많으시네요."


꼭 이럴때만 지위를 따지는 그다.
하는 수 없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에게 제안했다.


"오늘은 무슨 연유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군주님께서 정 그리 고집을 부리신다면
간단한 치료 정도는 제가 해드려도 될까요?"

"그러세요"



흔쾌히 허락한 그를 내 침대에 앉히고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소독을 하면서도 제법 따가울 법도 한데 그는 인상한번 찌뿌리지 않은채 꿋꿋이 내 치료를 받아냈다.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던 그는 내가 치료를 어느정도 끝내고 붕대를 감을 때 쯤 입을 열었다.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이제 곧 이곳을 나갈 수 있을거에요."

"네?"

"오늘 당신의 아버지께 서신을 보내놓았어요.
지금 전쟁중인 내 영토에 미련을 버리고 그대로 가면
인질들을 풀어주고 더이상 이 일을 들먹이지 않기로 했어요."



나는 뜻밖의 말에 놀라 감던 붕대를 놓치고 말았고
그는 그런 붕대를 다시 잡곤 마무리를 했다.



"당신 아버지가 영토에 대한 욕심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딸이 걸렸는데
이번 요구는 거절하기 어려울껍니다."

"네..."

"대답이 왜 그래요...?"

"왜요?"

"그냥.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아서
돌아가기 싫어요?"

"아니요"

"근데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가기싫은 곳 가는 것 처럼."

"아쉬워서요...
이곳에 정도 많이 들고
이렇게 밤마다 군주님 만나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이 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가려 발버둥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내심 이젠 나가야된다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약간은 아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돌아가면 군주님 춤도
이런 소소한 행복도
누리지 못하잖아요"



나의 말에 그는 크게 웃었다



[빅스/차학연] 춤추는 군주 中 | 인스티즈


"참 솔직하시네요.
제가 너무 편의를 봐주었나 봅니다.
세상에 인질에서 벗어나기 아쉽다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그래도요...
우린 이제 여길 나가면 더이상 마주칠 일은 없겠죠?"

"아마도?"

"그래도 많이...아니 가끔은 그리울꺼예요"



그런 나의 말에 그는 나를 안고는 내 귀에 속삭이 듯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예전에 내가 내 이름 알려준거
기억나요?"

"네. 차학연이리고..."

"근데 그거 알아요?
왕은 이름이 두개예요"



그는 내 어깨를 잡곤 자신의 품에서 살짝 떨어뜨린 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차.학.연.
이거는 내가 어른이 됬을 때 지어진 이름이고
또 다른 이름은 내가 어렸을 때 지어졌어요.
따지고 보면 그게 진짜 제이름이죠"



그는 다시 씽긋 웃으며



"궁금하지 않아요?
내 진짜 이름"

"뭔데요?

"그전에





나중에 내가 보고싶거든 
서신을 한장보내요
보고싶다고
그럼 오늘처럼 그날 밤에도 찾아갈께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51.233
ㅠㅠㅠㅠ작가님 마지막 대사 여운이 엄청납니다ㅠㅠㅠ저 마지막 대사땜에 글 첨부터 끝까지 계속 여러번 봤어요ㅠㅠ 넘나 설레잖아요 으헝헝ㅠㅠ
4년 전
뜨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ㅜ❣곧 다음편으로 금방 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욥😆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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